소설

흔한 빙의물인 줄 알았다

회사 동료와 남친에게 뒤통수 맞는 것도 모자라 도박 중독자인 오빠의 손에 죽었다. 불행한 죽음을 억울해할 새도 없이, 엊그제 읽은 로판의 조연에게 빙의했다는 걸 깨달았다. 남편 손에 죽을 팔자의 악녀였지만, 난 이 클리셰를 안다!​'그러니까 이거, 그거지? 악녀 빙의물 로판!'​그렇다면 억울하게 죽은 대가로는 꽤 괜찮다고 생각했다.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원작의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걸 깨닫기 전까지는. 여주인공 리제에게는 사이다 연속의 유쾌한 로판이었건만, 내가 빙의한 악녀 에디트에게는 피폐물이나 다름 없는 이야기라니.​그럼 그렇지, 내 팔자에 무슨 주인공이야. 이러나저러나 결국 원작대로 죽을 거라면, 초미남 남편에게 뽀뽀라도 해보자! 원작에서 에디트가 남편에게 엄청난 경멸을 받았던 일이었지만 어차피 죽을 거, 뭐 어때? 그랬는데.......​"아닌 척은 다 하더니, 이젠 연극마저 못할 정도로 발정이 나셨습니까? 뭐, 좋습니다." "예......?" "리겔호프의 꽃뱀답게 나를 만족시켜 보십시오. 또 모르잖습니까. 몸정이라도 생길지."​......왜 이제야 원작이 달라지기 시작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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