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폭군과 사관의 연애 실록

“우리는 뮤즈로 태어나 음유시인들의 신이 되어야 했다. 그런데 증오스러운 마키나 신전이 우릴 밀어내고, 음유시인을 이단으로 낙인찍었지. 이제 우리의 자리를 되찾을 시간이다.”
그녀는 비아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서정시와 음악의 뮤즈, 에우테르페여. 우리야말로 신의 말을 노래하는 화신임을 알거라. 우리의 왕국, 레페토만이 진정한 신성 왕국이니 돌아가자꾸나. 그것이 우리의 대의이니.”
대의를 논하는 목소리에 담긴 건 고작 분노에 불과했다. 그 괴리감이 묘한 불쾌감을 불러왔다.
그러자 두 사람의 사이에서 가만히 말을 듣고 있던 황제가 입을 열었다.
“틀린 말은 없군. 그런 명분이라면 확실히 이 제국에는 대의랄 게 없으니.”
산뜻한 긍정에 비아는 놀라 황제를 돌아보았다. 황제는 유려하게 눈매를 휘어 웃었다. 황제는 자신감으로 가득 찬 미소를 지은 채 장난스럽게 입을 열었다.
“다만, 나의 측근이 된다면 안정적인 월급과 빵빵한 퇴직금이 있지. 겸사겸사 잘생긴 황제의 얼굴도 있고.”
“제 대의는 이곳에 있습니다.”
비아 에우테르페는 냉큼 황제의 곁에 붙었다.
* * *
제국력 521년 4월 25일.
황제 폐하께서 오늘 본 사관에게 고백을 하셨다. 본 사관은 그것을 거절하였다.
거절당한 황제 폐하는 부끄러우신지 서둘러 도망치셨다. 그리고 본 사관이 뒤를 따라가자 쫓아오지 말라 화를 내셨다.
곧 본 사관이 ‘저는 사관이라 폐하를 쫓는 게 본분입니다.’하고 아뢰니, 본 사관을 자르겠다 하셨다. 본 사관은 잘리지 않았음을 밝힌……
“그놈의 사초 좀 그만 적어! 아니, 그 부분 지워!”
황제 폐하는 창피하신지 사초를 지우라 하셨다. 본 사관의 직업의식이 매우 투철함을 이곳에 명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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