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페로몬 샤워

“선배.”
그렇게 속삭이는 수컷은 너무나도 오만방자하여, 자비라고는 전혀 모르는 듯했다.
“선배한테는 이게 실수예요?”
“무, 무슨….”
“저랑 입 맞추고, 온종일 뒹굴고. 그런 거.”
섬뜩한 위압감을 두른 그는 아름다웠다.
유희는 눈망울을 그렁대며 미간을 일그러트렸다.
“…그렇다 해도 못 멈춰요. 혼자 감당하라고는 안 할 테니까, 그렇게 놔두지도….”
그녀의 반응은 안중에도 없이 이어지던 말이 돌연 뚝 끊겼다.
심은준은 파우스트의 메피스토펠레스 같았다.
소원을 이루어주겠다는 달콤한 회유 뒤에는 네 영혼을 팔아넘기라는 악랄한 존재.
“선배, 우리 해요. 응?”
그는 언젠가의 그날처럼, 해사하게 웃으며 천진난만하게 속삭였다.
유희는 그 거대한 힘에 떠밀려 침잠하는 자신을 느꼈다.
악마에게 사로잡혀 끝없는 지옥 불의 구덩이 속으로
가라앉는 그 순간, 유희는 극도의 황홀경을 맞았다.
강대한 수컷의 지배하에서 안온감을 얻는 자신도 어쩔 수 없는 한 마리의 암컷이었다.

회차
연재목록
별점
날짜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