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생전 처음 앓았던 짝사랑은 태영에게 상처뿐인 기억으로 남았다. 가망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속수무책으로 빠졌고, 끝은 비참했다. 절친한 친구 사이에서 남보다도 못한 사이로. 풋풋하던 추억은 잊고 싶은 흑역사로. 첫사랑답게 퍽 깊었던 애정은 질척이는 후회로. 은표와의 관계는 더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틀어졌고, 그대로 끝났다. …끝났었다고 생각했다. “안녕, 형. 또 인사하네?” 복학 후 술자리에서 은표와 재회한 태영. 다시는 그와 엮일 일 없으리라 생각했지만, 은표에게 예상치 못하게 약점을 잡히고 황당한 요구를 받는다. “형이 내 소원 세 개만 들어줘.” “…그 소원 중 하나가.” “나랑 이번 학기 같이 다니기.” 유치하기 짝이 없는 소원에 당황하는 것도 잠시, 은표가 질척거리며 거리를 좁혀 와 태영은 당황한다. 게다가 날이 갈수록 과거의 잔상도 떠오르기 시작하는데…. “형은 실수로 남 따먹고 다녀?” “……?” “쓰레긴 줄은 알았지만 진짜 개쓰레기네.” 어쩌다 이 상또라이랑 이렇게 엮이게 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