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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길드는 바르게 커야 합니다-147화 (147/168)

147화

펑, 퍼벙―!

곳곳에서 터지는 플래시에 두 눈을 뜨기가 힘들었다.

“도하운 양! 길드를 설립했다는 말이 정말입니까?”

“옆에 있는 분들께서는……!”

“회사원 헌터 H 씨와 우마한 길드장님의 동생분 맞으시죠?!”

각기 다른 목소리가 귓가를 어지럽힌다. 무어라 대답을 하기도 날아드는 질문에 숨이 턱턱 막혔다.

해로운 역시 마찬가지였나 보다.

“시끄럽네.”

짜증이 서린 목소리를 흘리고는 가볍게 손가락이 맞부딪쳤다. 그와 함께 생성된 것은 투명한 막이다. 그러나 눈앞에 나타난 붉은 마법진을 사람들은 보지 못했나 보다.

연신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대고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려대며 핏대 높여 소리를 내지르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그 소리는 내게 닿지 않았다. 고요함 가운데서 이를 깨뜨린 건 마왕님이셨다.

“도하운아, 저자들의 입을 다물게 해주겠느니라.”

상냥한 목소리로 무서운 말을 내뱉는다. 나는 태연하게 웃으며 정중앙의 자리를 찾아 앉았다.

“아니, 괜찮아.”

마왕님의 호의를 거절하는 것도 잊지 않고 말이다. 그러고는 왼쪽에 앉은 법사님께 메시지를 보냈다.

|Pr. 신살자(길드장)| : 해로운, 마법 풀어.

기자 회견을 제대로 시작하려면, 사람들 말이 들려야 하니까 말이다.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투명한 막이 걷히는 게 보였다.

“한강에서 일어났던 일은 직접 하신 게 맞으십니까?!”

“그 전에 각성 여부는 왜 숨기고 있었던 건지……!”

시끄럽게 들려오는 질문들에 입을 열었다.

아니, 열고자 했다.

가장 가까이 앉아있는 기자. 연갈색 머리칼을 아래로 늘어뜨리고서 웃음을 짓는 얼굴.

이곳에 나타나선 안 되는 사람이 보였다. 나와 눈을 마주친 여자가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입을 연다.

안녕하세요, 성녀님.

소리를 낸 것인지는 모르겠다.

곳곳에서 터지는 플래시 소리에, 그저 성하의 입 모양을 읽었을 뿐이었다.

“네가, 왜…….”

당장에라도 영광의 검을 쥐어 웃음을 띠고 있는 얼굴을 그어버리고 싶었다.

기자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 된 지는 오래였다.

“길마님?”

부르는 목소리가 있었으나 답하지 않았다. 답할 수 없었다. 목구멍을 자꾸만 옥죄는 숨에 가쁘게 호흡을 할 뿐이었다.

|Pr. 9서클대마법사| : 도하운, 왜 그래?

나타난 메시지에 입술을 꾹 깨물었다.

“도하운아, 안색이 좋지 않으니.”

괜찮다고 말하고 싶은데 목소리를 내기 힘들었다. 나는 막혔던 숨을 억지로 토해내고는 괜찮다며 눈짓했다.

이런 흐트러진 꼴을 남들에게 보여주고 있다니,

‘숨기세요. 당신의 감정, 습관 그 모든 것들을 숨기셔야 합니다.’

불현듯이 떠오르는 기억에 나를 묶고 있는 것들이 느슨하게 풀어지려고 한다.

“안 돼…….”

왜 이렇게 요동치는 감정을 숨길 수가 없는 걸까.

입을 틀어막고 나른한 얼굴로 앉아있는 성하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꺼내진 기억.

‘우와아아! 성녀님이시다!!’

‘글로리아께서 성녀님을 이 땅에 보내주셨도다!!’

광장에 모여있던 사람들은 ‘도하운’이라는 나의 이름을 지워냈다. 그 대신 자리를 잡은 건 ‘성녀’라는 칭호.

그 후로 나의 이름이 불리는 순간은 없었다.

“도하운 양! 아니, 도하운 길드장님! 설립하셨다는 길드의 이름이 ‘귀환(歸還)’이 맞습니까?”

들려오는 이름에 정신을 차리고는 떨리는 입술을 억지로 움직여 보고자 했다.

겨우 돌아온 나의 세계다.

“길드의 이름에 특별한 뜻이라도 있습니까? 이름을 왜 이렇게 지은 것인지…….”

“말 그대로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이수혁 팀장님.”

질문에 답해준 건 해로운이었다.

해로운의 말에 내게 질문을 던졌던 남자가 몸을 움찔거린다.

“이수혁 팀장? 어디서 들어본 이름인데…….”

“센터 쪽에서 활동하는 양반 아니야?”

“얼굴이 다르잖아.”

스킬을 사용해서 얼굴을 손봤나 보다. 이수혁 팀장이 헛기침을 하고는 노트북에 코를 박는다.

해로운 법사님께서는 그 모습에 여유가 만만한 미소를 그리고는 덧붙여 말하였다.

“도하운 길드장님도 저도, 그리고 우마훈 씨도……. 저희, 꽤 오랫동안 애먼 곳에서 헤맸었거든요. 돌아올 법을 몰라서.”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소란이 가득한 가운데, 해로운이 입꼬리를 올리고선 말했다.

“어디서 어떻게 돌아왔는지는 묻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길드 가입 조건이라.”

사람들의 의문만 증폭시키는 말이었다. 그런데도 그에게 길드에 관해 묻는 사람은 없었다.

|Pr. 9서클대마법사| : 이게 바로 대마법사의 위엄이죠!

마법이 아닌, 뭔가 다른 힘을 부리고 있는 것 같았다.

기자들의 입을 다물게 만든 해로운이 나를 보고는 싱긋 웃음을 짓는다.

|Pr. 9서클대마법사| : 진정이 좀 되셨나요, 아가씨?

“…….”

목구멍을 옥죄던 숨이 편하게 내쉬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하고는 해로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Pr. 신살자(길드장)| : 덕분에.

|Pr. 9서클대마법사| : 다행이죠! 법사 정말 걱정했죠!!

그런 낌새는 보이지도 않았는데, 잘도 말한다 싶었다.

나는 소리 없이 웃음을 흘리고는 해로운 법사님께 메시지를 보냈다.

|Pr. 신살자(길드장)| : 그보다 내가 ‘아가씨’라고 부르지 말라고 그랬지?

|Pr. 9서클대마법사| : 아가씨를 아가씨라고 부르는 것뿐인데, 부르지 말라고 그러시면 쇤네는 우리 아가씨를 어떻게 불러야 하는 건지…….

“씁.”

해로운이 시무룩한 얼굴로 입술을 삐죽인다. 우마훈이 그에 눈살을 찌푸렸다.

“도하운아, 저 망할 해로운 놈과 따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느냐?”

“아니, 그런 적 없는데.”

그런 적 있다고 말하면 귀찮아질 게 뻔했다. 그렇기에 거짓말을 해주고는 앞이나 보라며 미소 지어주었다.

마왕님께서 미심쩍다는 얼굴을 보였지만, 그것도 잠시. 세상에서 제일 착한 마왕님답게 내 말에 순순히 따랐다.

그러기 무섭게 이름 모를 기자가 마왕님을 지목하며 입을 열었다.

“저 우마훈 씨께 여쭤보고 싶은 것이…….”

“허락하지 않겠도다.”

“…….”

마왕님을 향해 질문을 던지려던 기자가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얼굴을 보인다. 비단, 그 기자뿐만이 아니었다.

이 자리에 모여있는 모두가 ‘저 새끼는 도대체 뭐지?’ 하는 얼굴로 우마훈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표현의 자유 모르나 보다.

어쨌든, 나는 혹여나 마왕님과 관련하여 악성 기사가 쏟아질까 싶어 모두의 주위를 돌리고자 말하였다.

“궁금한 것은 저에게 물어보세요. 그보다 먼저 지금까지 저희를 둘러싸고 일어났던 의혹을 해명하고자 합니다.”

의혹을 비롯하여 모든 상황에 대해 나는 설명했다.

숨길 건 숨기고, 드러낼 건 드러내면서.

“한강에서 일어났던 일은, 저희가 한 것이 맞습니다.”

눈앞에 앉아있는 성하의 얼굴을 무시하며, 그렇게 준비했던 말들을 차분하게 쏟아냈다.

설명이 끝난 후 내게 던져지는 질문들은 나와 해로운이 번갈아 가면서 답했다.

우마훈에게 목소리가 향할 것 같으면 이를 차단하면서 그렇게 기자 회견을 이끌어갔다.

그렇게 몇 분이 흘렀을까.

문 앞에 서있는 오빠와 도하인이 이제 충분하다면서 내려오라는 손짓을 한다.

그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고는 나지막하게 목소리를 내었다.

“이상입니다. 저희에 대해 궁금한 것은 하운과 화랑 쪽으로 문의를 주셨으면 합니다.”

그 문의를 받아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잠시만요.”

“…….”

나를 붙잡은 목소리는 성하의 것이었다. 무시하고 가려다 걸음을 멈추고는 시선을 돌렸다.

나와 시선을 마주친 성하가 여전히 웃는 낯으로 입을 연다.

“하고 싶은 말은 없으신가요?”

가장 마지막에 날아들 거라고 여겼던 질문이다. 그게 성하의 입에서 나올 줄이야.

국뽕이니, 뭐니. 그런 자신만만한 답을 준비했었다.

하지만.

“없습니다.”

성하가 건넨 질문이, 마치 자신에게 하고픈 말이 없느냐고 묻는 것 같아 그리 답했다. 그 답을 끝으로 곳곳에서 터지는 플래시 소리가 회견장을 채우기 시작했다.

나는 그 소리를 무시하며 우마훈과 해로운을 데리고 회견장 바깥으로 나가고자 했다.

우우웅―!

불길하게 울려 퍼지는 소리만 아니었더라면, 뒤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걸음을 옮겼을 텐데.

* * *

“꺄아아악!”

소란의 시작은 바깥에서 들려온 비명이었다. 찢어질 듯 내뱉어진 그 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회견장의 벽이 무너져 내렸다.

후두둑, 떨어지는 파편에도 모여있던 사람들은 멍하니 두 눈을 끔뻑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기이하게 생긴 몬스터 하나가 입에 물고 있던 것을 뱉어냈을 때.

“흐아아아!!”

모두가 혼비백산하여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해로운! 사람들 이동시켜!! 우마훈! 너는 오빠랑 하인이를……!”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성하는 그 목소리에 잔잔히 미소를 지었다.

난데없이 열린 게이트에 모두가 기함하여 도망치고 있는 상황.

‘쉽지 않을 텐데.’

더군다나 무너진 벽으로 성인 남성의 무릎까지 오는 몬스터들이 떼를 지어 들어오는 중이다.

피비린내가 가득 풍기게 된 것은 순식간이었다. 성하는 그 가운데서 가만히 자리를 지켰다.

게이트(Gate).

어느 순간 갑자기 주위를 집어삼키며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하나, 최근에는 그 빈도가 부쩍 늘어났다.

그 이유를 모르는 것이 아닌지라 성하는 작게 웃음을 흘렸다.

‘어떻게든 우리를 잡으려고 하는 거겠지.’

찾을 수가 없으니, 흔적이 느껴지는 곳곳에 게이트를 만들고 있는 걸 거다.

이에 휘말려 죽기를 바라면서.

“애꿎은 분들만 죽어나가는 중인데도…….”

그들의 목숨은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키에에에!

입가를 붉게 적신 몬스터 하나가 크게 아가리를 벌리며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성하는 피하지 않았다.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다가올 죽음을 받아들이고자 할 뿐이었다.

어차피 끝이 아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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