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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길드는 바르게 커야 합니다-146화 (146/168)

146화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는 걸까, 지한결 씨는.”

성하가 닫힌 문에 기대고는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차지한 몸, 이 몸의 유일한 혈육.

그가 자신의 존재를 의심하고 있다는 것은 진즉 알았다. 숨기고자 하는 것 같았지만, 이따금 보이는 날 선 경계심이 드러났다.

“어떻게 알았을까.”

지여일의 흉내는 완벽했는데, 도대체 어떻게 자신의 존재를 알게 된 걸까.

“우리 성녀님께서 찾아오기라도 했던 건지…….”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한결은 겨울이 수그러들 때부터 자신을 향해 경계 어린 시선을 보냈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경계할 뿐, 어떠한 행동도 보이지 않았다. 성녀의 정보를 흘려주기는 했지만, 이를 행동했다고 정의하기에는 고개가 기울어졌다.

성하는 그런 의문을 가지며 걸음을 옮겼다. 그 걸음이 멈춘 것은 익숙해진 얼굴이 보였을 때다.

“…단테?”

“모시러 왔답니다, 성하님.”

나긋하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성하가 미소 지었다.

“제가 어디에 갈 줄 알고요?”

“성녀님께 가실 거 아닙니까?”

그렇지 않으냐면서 묻는 목소리에 성하는 입을 다물었다. 그런 성하를 보며 단테가 미소 짓는다.

“오늘 성녀님께 중요한 일정이 잡혀있지요. 이걸 그대로 내버려 둘 당신이 아니고요.”

단테의 말에 성하가 나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걸 어떻게 알았나요?”

“제가 성녀님에 관해 모르는 게 뭐가 있겠습니까?”

단테의 말에 성하가 작게 웃음을 흘렸다.

“그것도 그렇네요.”

성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열린 문에 먼저 올라탄 것은 성하였고, 단테는 그 뒤를 따랐다.

누군가 본다면, 아침 일찍부터 부지런하게 움직인다고 생각할 모양새였다.

“성녀님의 곁을 보좌했던 것은 당신이었지요.”

침묵 끝에 꺼낸 말이었다. 성하의 말에 단테가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귀한 분을 모시게 되어 영광이었답니다.”

성녀께서는 그리 생각하지 않을 텐데.

성하가 속마음을 숨기며 단테와 똑같이 눈웃음을 지었다. 빠르게 내려간 엘리베이터가 멈췄고, 이내 문이 열렸다. 성하가 바깥으로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단테, 당신은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으세요.”

성하는 단테가 제멋대로 도하운을 찾아갔던 일을 알고 있었다. 성하를 향해 맹목적인 충성을 보이는 라헬이 이를 알려줬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건, 일종의 벌이었다.

성하의 말에 단테가 애매한 웃음을 짓고선 물었다.

“성하님께서는 성녀님을 어떻게 뵐 생각이십니까?”

오늘 열릴 기자 회견은 화랑과 하운 쪽에서 연락을 취한 일부 기자들만 참석이 가능했다.

단테의 질문에 성하가 입꼬리를 올리고선 되물었다.

“성녀님을 어떻게 만나러 갈 것 같나요?”

답은 간단했다.

이시온에게 취했던 방법과 똑같은 방법을 취하면 된다.

* * *

“…아파.”

“아파? 어디가? 왜?”

물어본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이시온이 머리를 감싸고는 두통을 호소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 이시온을 보며 해로운이 뚱하게 말한다.

“길마님, 드슬님 지금 꾀병 부리고 있죠.”

“너는 조용히 하고 있어.”

조용히 할 법사님이 아니셨다. 법사님께서 내 말에 억울하다는 듯이 소리를 빼액 지르기 시작했다.

“로운이한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 길마님 못됐죠!!”

그 시끄러운 목소리에 이시온이 듣기 괴롭다는 듯이 얼굴을 찌푸린다.

나는 들고 있던 대본을 해로운의 입을 향해 던지고는 이시온을 살폈다.

별다른 외상을 입은 것도 아닌데, 이렇게 두통을 호소하는 이유는 단 하나뿐이었다.

‘망할 성하 새끼.’

세뇌의 강도를 갑자기 올려버린 것일 테다.

나는 이시온의 머리를 조심스레 쓰다듬으며 안식을 사용했다. 끙끙, 앓아대던 목소리가 차츰 줄어든다. 두 눈을 편안하게 감은 이시온이 내 어깨에 기대고는 고른 숨을 내뱉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꼭…….

“…리카 같아.”

“뭐? 누가 누구 같아?!”

이시온의 발목에 뺨을 비비고 있던 자그마한 고양이가 해로운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구석으로 달려가 버렸다.

“리카 놀랐잖아!”

“길마님이 헛소리해서 그렇잖아! 저 새끼가 어떻게 저렇게 귀여운 고양이를 닮았다는 거야?!”

“시끄러, 애 깨.”

내 말에 해로운이 펄쩍 뛰며 손가락을 치켜든다.

“애는 누가 애야?! 진짜 애는 저기 있거든!!”

해로운이 가리킨 건 부엌에서 열심히 우유를 마시는 중인 새끼 드래곤이었다.

―맘마?!

“아무것도 아니니까 림이는 계속 우유 마시고 있어.”

림이가 방긋방긋 웃고는 다시 우유 그릇에 코를 처박는다. 그 모습에 안도하며 나는 해로운의 어깨를 아프지 않게 때렸다.

“시끄럽다고 했지.”

“히잉, 길마님 너무하죠.”

어쩌라고다.

“길마님, 법사님. 아직도 안 갔어요? 그러다 도하인 부길드장님한테 혼나요.”

타이밍 좋게 대공님께서 등장하셨다. 씻고 나온 모양인지 머리칼에 물기가 가득했다.

오늘은 금요일.

‘귀환(歸還)’을 알리는 기자 회견이 있는 날.

해로운과 우마훈을 제외한 다른 길드원들에게 참석할 의향이 있냐고 물으니 돌아온 답이 이랬다.

|북부대공| : 저 카메라 울렁증 있어여ㅎ

|정령사| : 회사를 지켜야 해서 곤란하겠군요―^^

|용사| : 가게 봐야 하지 않겠니?

|최강| : 공결 처리 해주나여?!

있지도 않은 카메라 울렁증을 만들어내지를 않나, 회사에 잘 붙어있지도 않으면서 회사를 지켜야 한다고 하지를 않나!

용사님은 가게 매일 부서지면서 무슨 가게를 본다는 거야! 그리고 무림님은……!

말을 말자.

나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유대공에게 좀 와달라고 손짓했다.

“왜요?”

내 말을 순순히 들어줄 대공님이 아니었다. 그에 나는 얼굴을 찌푸리고 말했다.

“묻지 말고 빨리 오기나 해.”

유대공이 불퉁한 얼굴로 다가온다. 우유 그릇에 코를 처박고 있던 하림이도 “맘마!”를 외치면서 날아왔다.

…하림아, 너는 올 필요 없는데.

하지만 말해 무엇하리.

나는 이시온이 깨지 않게 조심히 일어서고는 내가 앉아있던 자리에 유대공을 억지로 앉혔다.

“뭐, 뭐예요? 길마님,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쉿.”

나는 이시온을 그대로 유대공의 어깨에 기대게 하였다. 유대공이 바짝 얼어붙은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그 시선에 미소를 지어주고는 말했다.

“이시온이랑 집 잘 보고 있어.”

―맘마!

“하림이도 아빠랑 같이 집 잘 보고 있어.”

하림이가 고개를 크게 끄덕인다. 유대공은 나를 향해 원망 어린 시선을 보내며 입을 뻐금거릴 뿐이었다.

어이란 것이 날아가 말이 나오지 않는 모양이다.

그 모습에 비웃음을 지어주고는 질린 얼굴로 앉아있는 해로운의 정강이를 툭툭 건드렸다.

“가자.”

“…길마님, 진짜 무서운 사람인 거 알지?”

“내가 뭐가 무섭다고.”

해로운이 피식 웃더니 자리에서 일어난다. 내가 그의 입을 향해 집어 던졌던 대본도 착실하게 챙기고는 말이다.

“그래도 나는 좋아.”

“뭐가?”

“뭐가 좋을 것 같아?”

눈웃음을 짓는 말에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해로운 법사 새끼는 무시가 답인 것 같았다.

“길마님, 로운이 무시하는 거예요?”

“지랄하지 말고 빨리 포털이나 열어.”

내 말에 해로운이 우는소리를 한 번 내고는 포털을 열었다.

나는 이시온의 베개가 된 유대공을 향해 마지막으로 인사를 건네주고는 포털로 걸음을 옮겼다.

아침 일찍부터 숍에서 메이크업을 받고 정장을 갖춰 입었다. 오빠가 밤새 준비해 준 대본도 여러 번 읽었다.

이제 남은 건 하나, 기자 회견을 무사히 마치는 거다.

포털을 빠져나오자마자 보이는 광경은 도하인의 일그러진 얼굴이었다.

“도하운!!”

망할, 너무 늦게 왔나 보다. 기자 회견 시작 시간에 맞춰서 온 것뿐인데 저렇게 화낼 건 뭐람.

일단은 변명이다.

“아니, 그게 말이야…….”

“해로운이랑 노닥거리느라 늦게 왔지?!”

“뭔 개소리야!!”

변명은 집어치운다.

나는 빼액 소리 지르고는 해로운에게서 대본을 빼앗아 들었다.

“이거 외우느라 늦게 왔다, 왜!!”

도하인이 두 눈을 가늘게 뜨더니 미덥지 못하다는 듯이 말한다.

“어차피 자기 멋대로 대답할 거면서 거짓말하지 말지, 도하운?”

“거짓말 아니거든?”

나는 해로운의 옆구리를 찌르고는 메시지를 날렸다.

|Pr. 신살자(길드장)| : 멀뚱히 서서 뭐 하고 있는 거야? 도하인이 지금 이상한 오해 하려고 하잖아!

내가 보낸 메시지에 해로운이 어깨를 으쓱인다. 도와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망할, 해로운 새끼!!

이렇게 된 이상 화제를 바꿔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기도 전에 대기실의 문이 벌컥 열렸다.

“도하운아, 짐이 왔느니라.”

진중하고 낮은 목소리.

대기실을 울리는 그 목소리에 도하인이 얼굴을 와락 찌푸렸다.

“신살… 아니, 도하운 길드장님. 마훈이 데리고 왔습니다.”

뒤이어 나타난 우마한 길드장의 등장에 썩어 들어갔고.

“하운아, 왔어?”

도하인은 뒤이어 들어온 하준이 오빠의 등장에 표정을 푼다. 알기 쉬운 동생님이셨다.

나는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는 마왕님이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도하인과 함께 서있는 누구와는 다르게 멀끔하게 차려입은 정장이 꽤 잘 어울렸다.

“마왕님, 준비 잘 했어?”

고개를 끄덕인다. 그에 나는 활짝 웃고는 말했다.

“그럼, 가자.”

그러고는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 해로운 법사님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너도 가야지, 해로운.”

놀란 얼굴도 잠시, 해로운이 빠르게 내게 다가왔다. 그러나 내 손을 잡지 못하고 주저한다.

나는 그 손을 먼저 잡고서 마왕님의 팔을 끌어당겼다. 해로운이 놀라 멍하니 입을 벌리는 것을, 무시하며 해맑게 외쳤다.

“사고 치러 가보자!”

“도하운! 사고는 무슨 사고?!”

도하인의 쨍한 목소리를 무시하며 나는 법사님과 마왕님을 이끌고 회견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오늘 있을 기자 회견으로, 우리를 가지고 떠들어대던 모든 소리가 수그러들기를 바라면서.

또한, 나의 길드가 이를 빌미로 삼아 나 없이도 바르게 크기를 바라며.

그렇게 회견장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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