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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길드는 바르게 커야 합니다-137화 (137/168)

137화

“…….”

답이 없는 회귀자에게 묻고 싶다. 너는 나를 도대체 어떻게 생각하는 것이냐고.

의뢰를 해결할 도구로 여긴다면, 너무 물렀다. 그렇다고 나를 복수할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기에는, 너무 온순했다.

하나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지한결에게 있어 나는 언제 죽어도 상관없는 사람이라는 거다.

그렇기에 말했다.

“성하 말이야. 저승길 길동무로 삼기에는 좋은 새끼가 아니거든.”

지한결이 멍하니 입술을 벌린다. 그러고는 변명하듯 다급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도하운 씨, 제가 당신께 의뢰를 공유한 것은…….”

“내가 활동하기 편하게 만들어 주기 위해서였잖아.”

너 대신.

덧붙인 말에 지한결이 입술을 꾹 깨문다. 나는 그 얼굴을 보며 미소 지어주었다.

“덕분에 움직이기 수월해.”

고맙다는 인사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거 알지?”

그저 한 걸음 다가서고는,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네가 참 못된 새끼라는 거.”

지한결은 입을 꾹 다물고선 나를 쳐다보기만 했다. 그에 웃음을 흘리며 걸음을 돌렸다.

망할 회귀자 씨에게 더는 볼 일이 없었다.

“도하운 씨!”

부르는 목소리에 돌아보지 않고 경고했다.

“참고로 우리 길드를 알리는, 그 일에서는 손 떼. 내가 알아서 하기로 했거든.”

부디, 내 목소리가 지한결에게 닿았기를 바란다. 내 바람이 이루어졌는지 몰라도, 나를 붙잡는 목소리는 더는 들려오지 않았다.

바뀐 신호등에 인파가 쏟아진다. 나는 그 속으로 들어가며 지한결에게서 멀어졌다. 그렇게 횡단보도를 건넌 후, 골목길로 들어가 벽에 기대었다.

“피곤하다…….”

지한결과 대화를 나눈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하지만 쌓인 피로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성녀의 힘은 왜 이럴 때 발휘가 안 되는지 모를 일이었다.

나는 모자를 벗고선 부스스한 머리칼을 매만졌다.

|Pr. 9서클대마법사| : 길마님 지금 어디죠ㅠ하림이가 자꾸 길마님 찾고 있죠ㅠㅜ

그러다 나타난 메시지에 살포시 미간을 좁혔다. 나타난 메시지를 무시하려고 했지만, 보이는 이름에 나는 법사님께 메시지를 보냈다.

|Pr. 신살자(길드장)| : 대공님하고 하림이 돌아왔어?

|Pr. 9서클대마법사| : ㅇㅇ

|Pr. 9서클대마법사| : 그런데 길마님은 도대체 어디를 가신 거죠ㅠ

|Pr. 신살자(길드장)| : 너는 몰라도 되는 곳에 있는 중ㅎ

|Pr. 9서클대마법사| : •́ㅿ•̀

|Pr. 9서클대마법사| : 지금 하림이가 엄마 없다면서 울고 불며 난리가 났죠!!

우리 맘마 몬스터가 울고 있다니! 아빠는 뭐 하고 있는 거야!

|Pr. 신살자(길드장)| : 대공님은 뭐 하고 있는데?

|Pr. 9서클대마법사| : 당연히 하림이 달래느라 정신 없죠ㅠ

그대를 연신 부르며 하림이를 달래고 있을 유대공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졌다.

|Pr. 신살자(길드장)| : 무림님은 집으로 돌아갔어?

|Pr. 9서클대마법사| : ㄴㄴ

|Pr. 9서클대마법사| : 대공님 옆에서 하림이 달래주고 있죠ㅠ

더 울리고 있는 건 아니겠지.

|Pr. 9서클대마법사| : 그러니까 지금 어디야?

|Pr. 9서클대마법사| : 데리러 갈게.

데리러 온다는, 그 메시지에 나는 그럴 필요 없다고 답했다.

거울을 보지 못해서 모르겠지만, 분명 형편없어 보이는 얼굴일 거다. 이 얼굴을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일부러 밝은 척, 법사님께 메시지를 보냈다.

|Pr. 신살자(길드장)| : 일찍 들어갈게ㅎㅎ 그러니까 법사님은 애들이랑 같이 놀고 있어^^!

|Pr. 9서클대마법사| : ୧( ಠ Д ಠ )୨

|Pr. 9서클대마법사| : 길마님 너무하죠! 이 혼돈과 파괴와 망각의 장소에서 혼자 도망쳐 버리다니!!

내 소중한 보금자리를 혼돈과 파괴와 망각의 장소라고 부르다니.

오빠한테 꼭 일러바쳐야겠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를 법사님은 필요할 때 언제든지 부르라면서 답지 않게 든든한 말을 해주었다.

|Pr. 9서클대마법사| : 법사는 길마님의 영원한 포탈 셔틀이죠ㅠ

키득거리며 웃음이 나왔다. 나는 올라간 입꼬리를 만지작거리고는 중얼거렸다.

“최대한 많이 부려먹어야지.”

나는 법사님께 별다른 답은 보내지 않고 모자를 다시 푹 눌러썼다. 그렇게 골목길을 빠져나와 거리로 나갔다.

후드 주머니에 손을 찔러 놓고서는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가장 우선으로 기자 회견 일정을 제대로 잡아야 했다.

일정을 제대로 잡아 오빠가 선별해 놓은 기자들에게 이를 알려야 했고, 그들의 입을 철저히 단속해야 했다.

센터에서 일어났었던 일을 반복할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기자 회견장에는 해로운과 우마훈을 데리고 갈 거다.

나 혼자 가도 상관없지만, 사람들의 관심과 이목을 집중시키려면 둘을 데리고 가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나머지 길드원들은 참석하고 싶으면 하운이나 화랑의 길드원으로 위장해서 참석하라고 할까.

오빠와 우마한 길드장도 그 자리에 참석할 테니 위장하는 건 쉬울 거다.

그렇게 우리를 향한 호기심을 적당히 충족시켜 줄 정도만, 그 정도만의 정보를 풀며…….

푹 눌러쓴 모자 위에 쏟아지는 햇빛이 머리를 달구는 것 같았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선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아… 하기 싫다…….”

속마음이 튀어나와 버렸다.

자조적인 웃음이 흘러나와 이를 숨기고자 입술을 꾹 깨물었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모두를 만나기 전으로 되돌려버리고 싶었다.

혼자서 의뢰를 뛰던 그 순간으로 말이다.

그런다고 뭐가 달라질까 싶지마는.

멈춘 다리는 늪지대에 푹 빠진 것만 같다. 누군가 아래로 잡아당기는 느낌에 한 걸음 떼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거리 한가운데 가만히 서있기만 했다.

“성녀님.”

불린 이름만 아니었다면, 해가 질 때까지 망부석처럼 서있었을 거다.

잘못 들은 걸까.

하지만 위로 드리워진 그림자가 있다. 나는 얼굴을 굳히고선 뒤를 돌아보았다. 먼저 보이는 건 귀 아래로 단정히 기른 검은 머리칼.

“…너.”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 촬영장에서 봤던 얼굴이었다. 글로리아의 마법진과 함께 나타나, 이시온을 데리고 사라졌던 얼굴.

“무슨 낯짝으로 찾아온 거야.”

“그저 성녀님이 보고 싶어서 말입니다.”

남자가 태연스레 말을 잇는다.

“줄곧 멀리서만 지켜봤으니까요. 아, 한번 가까이서 그 얼굴을 본 적이 있군요.”

촬영장에서 있었던 일을 말하는 건가 보다.

남자가 입꼬리를 끌어 올리고는 정중한 신사와도 같이 내게 고개를 숙였다.

“그때는 감히 결례를 범했었습니다, 성녀님. 부디 용서해 주시기를.”

나긋하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절로 얼굴이 일그러졌다.

“개수작 부리지 마, 단테.”

이름을 불린 남자가 황홀하다는 듯이 웃으면서 말한다.

“저를 알아봐 주시는 겁니까, 성녀님?”

“남은 새끼가 너뿐이니까.”

마몬과 라헬을 만났다. 그러니 남은 사람은 단테 한 명뿐이었다.

동쪽과 서쪽, 남쪽과 북쪽의 신관이 중앙 대신전의 신관들처럼 이 세계로 넘어온 것이 아니라면 남은 신관은 단테 한 명뿐.

날 선 목소리에 단테가 싱글벙글 웃음을 짓는다.

보기 뭣 같은 얼굴에 당장에라도 영광의 검을 쥐어 휘두르고 싶었다. 하지만 이곳은 사람들이 바삐 걸음을 옮기고 있는 거리 한복판.

그런 눈에 띄는 짓은 벌일 수 없었다. 그렇기에 치솟는 화를 애써 억누르며 말했다.

“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 말이다. 이성이란 것이 내 머릿속에서 나가기 전에 눈앞의 남자가 사라져줬으면 했다. 그러나 단테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내게 다가왔다.

“마음 같아서는 성녀님의 말을 들어드리고 싶답니다.”

“들어주지 그래?”

“그럴 수야 없지요.”

성큼, 다가온 남자가 고개를 숙이고선 나와 눈을 맞춘다.

“그러나 당신께서 차지한 글로리아의 뜻이 그러하다면 그래 드리겠습니다.”

글로리아.

들려온 말에 손끝에 매만져지는 것을 쥐었다. 아니, 쥐고자 했다.

“여기서 뭐 하시는 겁니까, 도하운 양?”

굳은살 하나 박여있지 않은 커다란 손이 검을 쥐고자 했던 내 손을 감싸 들어 올린다.

놓친 검이 흐릿하게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나는 잠깐 나갔던 이상을 붙잡고선 고개를 돌렸다.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짓고 있는 얼굴이 가까이에 있었다.

“…강하수.”

정령사님께서 미소를 그리고는 내게 묻는다.

“위험하게 뭘 잡으시려고 한 겁니까?”

|Pr. 정령사| : 보는 눈이 얼마나 많은데요.

시야에 떠오른 메시지에 나는 황급히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거리를 오가던 사람들이 나를 보며 수군거리고 있었다.

정확히는, 내 뒤에 서있는 강하수를 보고는 말이다.

나는 미간을 좁히고는 메시지를 보냈다.

|Pr. 신살자(길드장)| : 그 보는 눈들이 지금 누구를 향하고 있는지 몰라?

|Pr. 정령사| : 오, 이프리트시여! 당연히 저겠지요!

뭔가 재수 없었다. 자기 잘난 줄 아는 것 같아서 그렇게 느끼는 걸 수도 있다.

강하수가 내 손을 놓고서는 눈웃음을 짓는다.

|Pr. 정령사| : 하지만, 길드장님. 그 머리 위에 쓰고 있는 모자를 벗기면 사람들은 당신을 쳐다볼 겁니다.

그러곤 소리 없이 웃는다.

|Pr. 정령사| : 여기엔, 법사 놈이 없으니까요.

덧붙여진 메시지 하나에 짜증스레 얼굴을 구겼다.

|Pr. 정령사| : 얼굴 펴십시오, 길드장님^^

너라면 그게 가능할 것 같냐.

짜증스레 구긴 얼굴에 정령사는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짓고는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보다 도하운 양, 앞에 있는 분은 누구십니까?”

웃음을 짓고 있는 두 눈에 경계심이 가득한 것이 보였다. 강하수는 그렇게 단테를 향해 날 선 경계를 보이며 말했다.

“제가 아는 도하운 양은, 거리에서 아는 사람을 만날 정도의 인간관계를 가지신 분이 아니라서 말입니다.”

저 자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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