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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길드는 바르게 커야 합니다-133화 (133/168)

133화

“노오옵! 드슬이 형아, 죽지 마세요!! 죽으면 안 돼요, 안 돼!!”

드슬이는 안 죽을 거다. 내가 있는데 죽을 리가 없다.

하지만…….

나는 드슬님께 성녀의 힘을 사용하고는 후두둑, 파편이 떨어지고 있는 벽을 쳐다봤다.

“…망했다.”

“맞아요, 길짱님! 망했어요! 드슬이 형아가 숨을 안 쉬어요!!”

“아니, 그건 아니야.”

성녀의 힘을 사용했고, 드슬이는 잘만 숨 쉬는 중이었다. 나는 요란을 떨고 있는 무림님을 지나쳐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금이 간 벽을 매만졌다.

도하인의 발길이 끊어진 곳이라고는 하지만 오빠의 발길은 아직 닿는 곳이었다.

햇볕이 닿지 않는 이곳이 생각을 정리하기 편하다나 뭐라나. 최근 들어 오빠가 종종 찾는 곳이었다.

그런데, 저렇게 부서져 버리다니.

오빠가 알면 기겁하고 뒷목을 잡을 일이었다.

“…법사님이 필요해.”

오빠의 혈압을 위해서라도, 방으로 쉬러 간 해로운의 손길이 필요했다. 나는 정신을 잃은 드슬님을 무림님께 맡기고는 곧장 걸음을 돌렸다.

“길짱님! 웨잇 어 미닛!!”

“왜! 나 바빠!!”

“바쁜 거 알겠는데요! 그렇게 가버리시는 거예요? 드슬이 형아는 어쩌라고!”

그거 때문에 붙잡은 거였냐.

나는 무림님의 품에 안겨있는 드슬이를 흘긋거리고는 말했다.

“깨어날 때까지 봐주고 있어. 법사님 좀 불러올게.”

“사형도 여기 계세요?!”

분명, 해로운과 유대공이 우리 집에서 머물기로 했다고 메시지를 보냈던 것 같은데…….

분명 대충 보고 넘겼을 거다.

나는 위로 올라가는 계단을 밟았으며 말했다.

“응. 그러니까 어쨌든, 드슬님 좀 봐줘.”

“웨잇 어 미닛! 길짱님!!”

무림님께서 간절히 소리쳤지만, 그 소리에 멈출 내가 아니었다. 나는 그대로 위로 올라와 해로운의 방문을 열어젖혔다.

“법사님, 자?”

대답이 없다. 이불에 파묻히고는 색색 내쉬는 숨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나는 살금살금 법사님께 다가가서는 머리끝까지 덮은 이불을 끌어 내렸다.

“해로운?”

내 말에 반응하듯, 곱게 뻗어있는 눈썹이 꿈틀거린다.

머리끝까지 이불을 덮고 있었기에 그런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인지 해로운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가득했다.

드슬님의 검에 독이 묻어있는 것 같더라니…….

나는 해로운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가 화들짝 놀라며 손을 거뒀다.

이마가 불덩이였다.

이대로 내버려 뒀다가는 큰일이 날 것 같아서 나는 날카로운 것을 찾아 방을 두리번거렸다.

어떻게든 상처를 내서 피를 먹여야 할 것 같았다.

서랍을 여니 커터칼이 보였다. 날을 세워 손등에 깊게 상처를 내려고 할 때였다.

“하지 마…….”

남자의 커다란 손이 커터칼을 쥐고 있는 내 손을 쥐었다. 등 뒤로 맞닿고 있는 해로운에게서 열기가 느꼈다.

열이 펄펄 끓어서 그런가 보다.

나는 마른 입술을 달싹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해로운이 졸음에 잠긴 눈으로 내게 말했다.

“조금 누워있으면 괜찮아질 테니까, 그럴 필요 없어.”

“하지만…….”

“내가 괜찮다면 괜찮다는 거야.”

해로운은 기어코 내 손에서 커터칼을 빼내어 멀리 던져버렸다.

“그보다 시원해서 좋다.”

“누가? 내가?”

“응…….”

해로운이 웅얼거리며 대답하고는 그대로 몸을 눕혔다. 해로운과 손을 맞잡고 있던 나도 얼떨결에 그 옆에 누워버렸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까 했지만, 곤히 잠든 얼굴에 쉽게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나는 해로운에게 붙잡혀 있던 손을 빼내고는 열이 달아오른 뺨을 가볍게 두드렸다.

“해로운, 자?”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는가 싶더니 다갈색 눈이 모습을 보인다. 그제야 마주한 얼굴이 지나치게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헛숨을 삼키고는 고개를 뒤로 빼는데, 해로운이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아픈 사람한테 장난치면 안 돼죠, 길마님.”

“그러니까 그냥…….”

“비린 거 마시기 싫어.”

결국, 내 피는 마시기 싫다는 거였다. 이게 얼마나 귀한 건데. 나는 괜히 불퉁해져서 해로운의 뺨을 툭툭 치며 말했다.

“지금 드슬님한테 걸려있는 마법이 풀렸는지, 이걸 확인해 줄 사람이 너밖에 없단 말이야.”

“그거 때문에 찾아온 거야?”

“그리고 무림이가 지하를 좀 부숴먹어서 네가 고쳐줘야 해.”

“법사 좀 그만 부려먹어 주세요, 길마님.”

“싫어.”

해로운이 작게 웃음을 터트린다. 그러고는 내가 어떻게 할 새도 없이 나를 끌어당겨 품에 안으며 웅얼거렸다.

“시원해서 좋다…….”

머리 위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주먹을 한 대 날릴까 했지만, 얌전히 안겨있기로 했다.

아픈 애를 때리면 안 되니까.

빈틈없이 맞닿은 온기에서 심장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가 마치 자장가같이 들려서, 나는 가만히 그 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았다.

* * *

해로운이 잠에서 깨어난 건, 달이 기울어가던 늦은 밤이었다.

이상하게 가벼운 몸에 어리둥절 두 눈을 뜨는 것도 잠시, 해로운은 가슴 아래서 느껴지는 작은 꿈틀거림에 소리 없이 경악했다.

‘뭐야? 뭔데?’

해로운은 비명이 튀어나오려는 입을 가까스로 막고는 눈앞의 상황을 이해해 보고자 했다.

‘길마님이 왜 여기서 자고 있어? 도대체 왜?’

열에 들뜬 몸을 겨우 침대에 눕힌 것까지는 기억난다. 지끈거리는 머리에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잠이 든 것도 말이다.

도하운을 부를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안 그래도 이시온 때문에 곤란해하고 있을 텐데 짐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어차피 한숨 자고 나면 괜찮아질 것도 같았고.

그렇게 잠이 들었는데…….

‘무림님은 어떻게 하고 왜 여기 있는 건데!’

해로운은 세상모르고 곤히 잠든 도하운의 얼굴에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깨울까 했지만, 이상하게 그러기는 싫었다. 품에서 느껴지는 작은 움직임이 즐겁기까지 했다. 욕심이 나는 것도 같다.

해로운은 도하운을 빤히 쳐다보다가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해로운은 그렇게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쉬고는 도하운이 불렀을 것으로 추정되는 길드원을 찾기로 했다.

|Pr. 9서클대마법사| : 무림님! 지금 어디야?!

―흐어어엉! 사형!!

“……!!”

튀어나오려는 비명을 입술을 깨물어 가까스로 참아낸 해로운이 속으로 욕설을 지껄였다. 하마터면 품 안에 도하운이 있는 것도 잊고, 비명을 지르며 몸을 일으킬 뻔했다.

|Pr. 9서클대마법사| : 무림님, 제발 진언 말고 메시지요. 메시지를 보내줘요ㅎ;

|Pr. 무림제일고수| : 크흐흡ㅠㅜ

해로운의 바람대로 최강으로부터 울음기가 가득한 메시지가 돌아왔다. 해로운은 도하운이 깨어나지 않았나, 조심스레 확인하고는 최강에게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Pr. 9서클대마법사| : 그래서 지금 ㅇㄷ?

|Pr. 무림제일고수| : 길짱님네 집 지하요ㅠ

“…지하?”

의문도 잠시, 최강으로부터 또 다른 메시지가 날아들어 왔다.

|Pr. 무림제일고수| : 사형도 길짱님네 집에 계신다면서요ㅠㅜㅠ

그런데 왜 이렇게 안 오는 거냐면서, 최강은 메시지로 울어댔다.

왜 이렇게 안 오는 거냐니, 이걸 어떻게 설명해 줘야 하지. 암만 머리를 굴려도 마땅한 변명거리가 떠오르지 않았다.

해로운은 뺨을 긁적이고는 최강에게 답을 보냈다.

|Pr. 9서클대마법사| : 사정이 있어서 못갔죠ㅠ 그래서 지금 뭐 하고 있는데?

|Pr. 무림제일고수| : 드슬이 형아랑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는 중이에여ㅠㅠㅜ헬ㅠ프ㅠㅡㅜ

최강은 이시온이 정신을 차리기만 하면 자신을 향해 죽일 듯이 달려드는 중이라면서 설명을 덧붙였다. 덧붙여진 말에 해로운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대체 드슬님이랑 뭔 짓을 하고 있는 거야?’

그보다 길마님은 어쩌자고 그 위험한 드슬이 새끼를 길드의 귀한 막내랑 같이 둔 건지 모르겠다.

해로운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도하운이 깨지 않게 조심히 몸을 움직였다.

일단, 지하로 내려가 봐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해로운이 조심스레 몸을 일으키고는 도하운에게 이불을 덮어줄 때였다.

‘시원해서 좋다…….’

불현듯이 떠오르는 기억에 해로운이 턱이 빠질 정도로 입을 크게 벌렸다.

분명, 내렸던 열이 얼굴에 다시 몰리는 것 같다. 아니, 몰린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화끈거릴 리가 없었다.

‘…내가 미쳤었지.’

해로운이 얼굴을 한번 쓸어내리고는 잠들어 있는 도하운의 얼굴을 두 눈에 담았다.

“그냥 한 대 치지…….”

그랬다면 앓는 소리를 내면서도 작은 손을 놓아줬을 텐데.

해로운은 손을 들어 도하운의 머리칼을 매만지려다가 그 손을 거두고서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나중에 얼굴을 어떻게 보지.’

도하운이라면 아무렇지 않게 좋은 아침이라면서 인사를 할 터였다. 심드렁한 얼굴로 말이다.

문제는, 자신이 그 인사에 제대로 반응을 해줄 수 있냐는 거다.

해줘야 한다.

동요하는 티를 내면 안 됐다.

해로운은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숨기고선 침대에서 빠져나왔다.

그러고는 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도록, 도하운이 깨지 않도록 아주 조심스럽게.

그러나.

“헉…….”

방을 빠져나오기 무섭게 마주한 얼굴에 헛숨을 들이켜 마시며 비명을 내고 말았다. 해로운은 침을 꿀꺽 삼키고는 도하운이 있는 쪽을 흘긋거렸다.

세상모르고 잠든 길마님께서는 꿈나라 여행 중이시다.

‘그리고 나는…….’

해로운과 얼굴을 마주 보고 있던 도하준이 싱긋 웃음을 지었다.

“해로운 씨.”

지옥행 특급 열차 확정이다.

해로운이 잔뜩 긴장한 얼굴로 도하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도하준이 그 모습에 미소를 그린 얼굴로 날 선 목소리를 내뱉었다.

“하운이 깨지 않게, 조용히.”

그런 다음, 이를 으득 갈고는 말을 이었다.

“아주 조용히 저를 따라오십시오. 아주 조용히요.”

도하준이 그 말을 끝으로 등을 홱 돌렸다. 찬바람이 쌩쌩 느껴질 만큼, 매몰찬 몸짓이었다.

해로운은 죄인과도 같이 고개를 푹 숙이고선 터덜터덜 도하준의 뒤를 따라갔다.

혼나는 소리가 잠든 도하운을 깨우지는 않을까 싶어, 방문을 닫는 것은 잊지 않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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