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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길드는 바르게 커야 합니다-129화 (129/168)

129화

13. 바람 잘 날이 있을까?

드슬님이 이렇게 먼저 메시지를 보내는 건 처음인 거 같은데.

이 새끼가 무슨 일로 길드 메시지를 보내는 거지?

의아해하고 있는데, 용사님도 나랑 똑같이 생각하셨나 보다.

“이시온이 무슨 일로 이렇게 연락을 한다니?”

“글쎄.”

나는 얼음이 둥둥 떠다니는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시고는 메시지를 보냈다.

|신살자(길드장)| : 드슬님, 누구를 찾는 거야?

|드래곤슬레이어| : 어디야.

“……?”

동문서답이다.

대낮부터 술을 마시지는 않았을 텐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얘가 왜 이러나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드슬님께서 한 번 더 메시지를 보내왔다.

|드래곤슬레이어| : 어디야.

|9서클대마법사| : 드슬님, 미쳤죠ㅠ?

|드래곤슬레이어| : 어디야.

|9서클대마법사| : ???

|정령사| : 드래곤 슬레이어님, 괜찮으십니까―^^?

|무림제일고수| : 드슬이 형아 얼 유 오케이?

|드래곤슬레이어| : 어디야.

|9서클대마법사| : •́ㅿ•̀

몇 번이나 반복되는 메시지에 나는 미간을 살포시 좁혔다. 용사님 역시 마찬가지였다.

“드슬이 새끼 왜 이런다니?”

“글쎄.”

내가 알면 이러고 있지 않겠지. 나는 얼굴을 찌푸리고는 드슬님께서 왜 이러나 생각해 보았다.

이시온은 글로리아의 신관들로 추정되는 새끼들과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의 정보를 그러지 않는 척, 몰래 내게 넘겨주고 있었는데… 설마 그 새끼들이 시답잖은 짓거리를 벌인 건가.

불현듯이 떠오른 생각에 얼굴이 절로 굳어졌다.

“길드장?”

“법사님이나 대공님 좀 불러줘. 아니면 마왕님.”

“진언을 보내달라는 거니?”

“응.”

“네가 보내면 될 것을.”

나도 보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럴 수만 있다면 길드원들한테 시도 때도 없이 내 그윽한 목소리를 날려버릴 텐데.

나는 짜증스레 얼굴을 찌푸리고는 말했다.

“나는 못 보내.”

“그게 무슨 말이니?”

“말 그대로 진언을 날리지 못한다는 말이지.”

“그러고 보니… 못 보낸다는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구나.”

나는 남은 아메리카노를 단숨에 마셔버리고는 용사님께 부탁했다.

“어쨌든, 그러니까 어서 진언 좀 보내줘.”

“나 참…….”

용사님께서는 툴툴거렸지만, 내 부탁을 들어주셨다.

|드래곤슬레이어| : 어디야.

그러는 동안에도 드슬님의 메시지는 계속됐다.

* * *

―해로운, 너 지금 어디니?

“흐아아악!!”

난데없이 비명을 지르는 목소리에 유대공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법사님?”

“로우니 왜 구래?”

유대공의 품에 얌전히 안겨있던 하림이도 놀란 눈으로 해로운을 쳐다봤다. 해로운은 귓구멍을 한번 후비고는 짜증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용사님이 어디냐고 진언을 날리셨죠. 법사 놀랐죠.”

“사장님이요?”

“드슬님 때문에 그러는 거 같은데? 일단, 가게 근처라고 했어.”

해로운의 말대로 셋은 강인한의 가게인 ‘Vai tu, Echina’의 근처였다.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강인한의 가게에 진작 도착했을 시간이었으나, 유대공이 하림이가 가지고 싶어 하는 장난감을 사기 위해 다른 곳을 들르느라 도착하는 시간이 늦어졌다.

|드래곤슬레이어| : 어디야.

나타난 메시지에 해로운이 얼굴을 찌푸렸다.

“…이 새끼가 진짜 미쳤나?”

“로우니! 미쳐따가 모야?”

또랑또랑한 목소리에 유대공이 질책 어린 시선으로 해로운을 쳐다봤다. 해로운이 그 시선을 피하며 딴청을 피우기 시작했다.

하림이가 그런 해로운을 향해 대답을 재촉했다.

“로우니이!”

“림아, 그건 림이가 알면 안 되는 못된 말이야.”

유대공의 어르는 목소리에 하림이가 두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로우니 못돼써? 엄므아한테 말해야 하는 고야?”

“안 돼, 절대로 안 돼!!”

해로운이 펄쩍 뛰면서 두 손을 내젓자 하림이가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그때였다.

“저기, 걸어오는 사람 드슬님 아니에요?”

“응?”

유대공이 걸음을 멈추며 말했고, 그에 덩달아 해로운 역시 걸음을 멈췄다. 유대공이 가리키는 곳에서 쓰러질 듯 걸어오고 있는 남자가 보였다.

이시온이었다.

“드슬님?”

해로운이 눈살을 찌푸리고선 인사 대신 그의 어깨에 걸려있는 마법을 시전하고자 했다.

하지만 어떻게 된 영문인지 이시온의 어깨에 걸어둔 마법이 파괴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 생전 처음 보는 수 개의 마법이 덧씌워져 있었다.

언제인가, 도하운을 공격했던 푸른 마법진이었다.

그것이 이시온의 온몸을 감싸고 있는 것이 해로운의 두 눈에 보였다. 그에 해로운이 비딱하게 웃음을 짓는다.

“…드슬님, 어디서 그런 걸 묻어오셨나 모르겠네?”

이시온은 대답 대신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검을 쥐었다. 해로운이 짧게 혀를 찼다. 마주친 시선에서 느껴지는 것이 없다. 맛이 가도 단단히 간 게 분명해 보였다.

“법사님? 드슬님?”

의아하게 저를 부르는 목소리를 뒤로하며, 해로운은 나지막하게 목소리를 내었다.

“대공님, 림이 데리고 피해.”

“네?”

이시온이 땅을 박차며 검을 휘둘렀다. 코앞에 날아든 검에 해로운이 마법을 펼쳐 들었다.

콰앙―!

울리는 폭음에 거리가 소란스러워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 * *

쿠르릉―

크게 울리는 진동과 함께 용사님네 가게의 유리창이 모조리 박살이 나버렸다.

|9서클대마법사| : 흐아아ㄱ1!!!

|9서클대마법사| : 드슬님 진짜 미쳐ㅆ죠!!!

와장창, 깨진 유리창 위로 법사님의 요란한 메시지가 나타난 건 덤이었다. 나는 가게 안으로 들어오는 연기를 걷어내며 얼굴을 찌푸렸다.

“용사님, 괜찮아?”

“…아니, 안 괜찮단다. 내 가게가 또…….”

연기를 걷어내고 나니 엉망이 된 용사님네 가게가 보였다. 리모델링한 지 일주일밖에 안 된 용사님의 가게 말이다.

“보험… 들어놓았으니까 괜찮겠지…… 그렇겠지…….”

용사님께서 허탈한 얼굴로 자리에 주저앉아 계셨다. 그 주변으로 엔틱한 디자인의 가구가 굴러다니고 있다.

나는 용사님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주고는 말했다.

“힘내.”

내 격려에 힘을 얻었는지, 용사님께서 고개를 천천히 드셨다.

“이게 뭔 난리라니.”

“그러게.”

자세한 상황은 모르겠지만, 나타난 메시지로 보건대 드슬님께서 무슨 사고를 치신 모양이다. 해로운 법사님께서 그 사고에 휘말린 모양이고.

하림이가 걱정됐지만, 유대공이 어련히 알아서 잘 지켜주고 있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런 믿음도 잠시.

“꺄아아악!!”

들려오는 비명에 나는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잘 들어보니, 곳곳에서 타이어 터지는 소리도 들려왔다. 용사님께서도 들은 모양인지 검을 꺼내 들고선 바깥을 보며 경계하고 있다.

“길드장.”

“내가 나가 볼게.”

여기서는 자욱한 연기에 바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그렇게 영광의 검을 쥐고서 깨진 창문을 넘어 거리로 향했다.

“문으로 다니렴!!”

용사님의 성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무시했다.

내디딘 걸음에 깨진 유리가 밟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유리뿐만이 아니라 온갖 쓰레기가 용사님네 가게 앞에 나뒹굴고 있었다.

용사님, 이것들 치우려면 꽤 고생 좀 하겠네.

나는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며 검을 휘둘러 연기를 걷어냈다. 그 순간, 희뿌옇게 드러난 하늘에서 익숙하면서도 불유쾌한 것이 드러났다.

“……!”

글로리아의 마법진이었다.

* * *

하늘을 뒤덮고 있던 푸른 마법진이 붉은 마법진에 삼켜지기 시작했다. 야금야금, 자신이 부린 마법을 삼켜가고 있는 것에 마몬이 난처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곤란한데…….”

나름 대마법사라 불리던 자의 영혼을 먹어치워 그 힘을 부리고 있는 건데, 이를 가볍게 압도하는 실력이라니.

언제봐도 무서운 실력이었다.

‘잘못 생각했어. 성녀만 노리려고 한 건데, 그 마법사가 있을 줄이야.’

그래도 벌어진 일, 되돌릴 수는 없었다. 대신 안도할 뿐이다.

“시온 씨 혼자 보냈으면 큰일 났겠어.”

이시온과 함께 움직이기를 잘했다는 것에.

하지만.

“무슨 큰일?”

“!!”

들려오는 목소리에 마몬이 급하게 몸을 틀었다. 그러기 무섭게 뺨을 스치고 지나가는 총탄이 있었다.

“…….”

조금이라도 피하는 게 늦었다면, 마력으로 똘똘 뭉친 총탄이 자신을 꿰뚫었을 것이다. 마몬이 질색하는 얼굴로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쳐다봤다.

허공을 딛고 서있던 해로운이 눈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드슬님한테 걸려있던 마법을 지운 게… 너는 아닌 거 같은데. 하지만 드슬님 몸에 걸려있는 마법은 네 짓이고.”

마몬이 애매하게 웃음을 그리며 해로운을 쳐다봤다. 그 얼굴에 해로운이 불쾌하다는 듯이 얼굴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전부터 우리 길마님을 괴롭혀 댔던 마법이 네 짓이었군. 두 사람 중 누구의 짓일까 고민했는데 말이야.”

“알아봐 줘서 영광이라고 말해야 할까?”

“영광은 무슨.”

해로운이 고개를 살짝 까닥이자 떠올라 있던 붉은 마법진에서 파지직, 전기가 튀기 시작했다.

“그 잘난 마법으로 어디 한번 막아봐. 실력 한번 구경해 보게.”

자신의 마력 추적을 막을 정도의 실력자였다.

‘그러니 이런 짓을 벌인 거겠지.’

해로운은 소란이 가득한 아래를 흘긋거리고는 곧장 눈앞의 남자를 향해 마법을 시전했다. 붉게 튀던 전기가 여러 개의 창을 만들더니 남자를 향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마몬이 제 몸을 보호하는 결계를 치며 짜증스레 소리 질렀다.

“같이 있던 녀석은 걱정 안 되나 봐? 나한테 이럴 시간이 있나?”

“고맙게 여겨. 길마님한테 갈 귀한 시간 너한테 소비하는 중이니까.”

그리고 같이 있던 유대공이라면 걱정되지 않았다. 해로운이 연기가 걷힌 아래를 보고는 웃음을 지었다.

금색 마법진이 사람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간 마법을 가르쳐 준 보람이 있을 정도로 견고한 컨트롤이었다.

“드슬님! 도대체 왜 이러는 거예요!!”

어리숙하지만 나름 마법사인 유대공이 이시온을 가까스로 막아내고 있는 것도 두 눈에 들어왔다.

‘하림이에게 브레스 한번 쏘라고 하면 될 텐데.’

보이지 않는 것을 보니, 어디 안전한 곳으로 피하게 했나 보다.

‘물러.’

해로운이 유대공에게서 고개를 돌리곤 마몬의 결계를 단번에 부숴버렸다.

“……!”

부서진 결계의 파편이 마몬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해로운이 그의 뺨을 타고 흐르는 것을 보며 비딱하게 웃음을 지었다.

“드슬님보다 널 잡는 게 더 이득이겠지?”

그리고 이 근처에서 사태를 관전 중일 도하운에게도 칭찬을 받을 거다.

‘상으로 뭘 달라고 할까.’

해로운이 그런 즐거운 생각을 할 때였다.

“아쁘아!!”

어린 목소리가 해로운의 시선을 돌려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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