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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길드는 바르게 커야 합니다-121화 (121/168)

121화

12. 믿을 사람 하나도 없다더니.

센터의 일을 거들어주는 건 저녁 늦게 끝이 났다.

|Pr. 북부대공| : 하준 길마님이 이쪽으로 오래여!

오빠는 ‘채팅’의 존재를 알게 된 뒤, 이를 아주 살뜰하게 이용해 먹는 중이었다.

“길짱님, 우리 어디 가는 중이에요? 웨얼 위 고잉?”

“고깃집.”

“헐, 완전 좋아!!”

무림님이 내 말에 쾌재를 부른다. 법사가 그 모습을 보며 작게 웃음을 흘렸다.

“길짱님, 많이 먹어도 돼요?”

“적당히 먹어.”

“싫어요! 놉!!”

이 새끼는 왜 물어본 거지?

어처구니가 없어 쳐다보자, 무림이 새끼는 뭐가 좋은지 실실 웃기만 했다. 그렇게 우리는 오빠가 예약해 둔 고깃집 앞에 도착했다.

“길…드장님이 아니라 도하운 양?”

“정령…사가 아니라 강 대표님?”

그 앞에서 우리는 강하수를 만났다. 내 말에 무림이가 고개를 돌리더니 활짝 웃으며 강하수에게 알은체를 한다.

“정령사 형아다!”

“최강! 남들 들으면 어쩌려고 그렇게 불러?”

“괜찮습니다. 마음대로 부르라고 하십시오.”

“……?”

예상외의 반응에 뭐 잘못 먹은 건가 싶었다.

“정령사님, 뭐 잘못 먹었나요? 법사는 정령사님이 정령사님이 아닌 것 같아서 조금 무섭죠.”

나만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닌 모양이다.

법사의 말에 정령사가 할 말이 있는 듯, 욱하고 뭐라 외치려고 했으나 이내 한숨을 푹 내쉬고는 말했다.

“뭐 잘못 먹은 건 없으니까 마음대로 생각하십시오!”

아닌데, 뭐 잘못 먹은 거 같은데. 아님, 뭔가 일이 있어 보였다.

“무슨 일 있어?”

“없습니다. 있다고 해도 도하운 양께서 그렇게 신경 쓰실 일은 아닙니다.”

정령사는 그렇게 말하곤 고깃집의 유리문을 열었다.

“그보다 다들 여기까지 무슨 일입니까? 특히, 도하운 양과 해로운 씨는 바깥에 돌아다니면 곤란하지 않습니까?”

“안 곤란해. 해로운이 우리 얼굴에 마법 걸어놨거든. 지금은 풀어놓은 것 같지만.”

내 말에 강하수가 “아.” 하고 바람 빠진 소리를 내었다. 나는 강하수가 열어놓은 유리문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고는 물었다.

“너는 여기까지 무슨 일이래?”

내가 들어온 걸 확인한 강하수가 유리문을 놓고는 답해줬다.

“드라마 촬영 재개 건으로 감독님과 이야기 나눌 게 있어서 말입니다.”

“드라마? 설마,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 그거?”

“네.”

“안 망했어?”

“안 망했습니다! 멀쩡한 드라마 마음대로 망했다고 하지 마십시오!!”

안 망하면 안 망한 거지, 왜 성질이람? 나는 어깨를 으쓱여 주는 것으로 대답해 주었다.

강하수가 그런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미간을 살포시 좁힌다.

그때 유리문이 벌컥 열리면서 법사 새끼의 쨍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령사님 너무하죠! 법사랑 무림님 아직 안 들어왔는데 그렇게 문을 닫아버리고!!”

“그렇게 부르지 마십시오!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그럽니까!!”

“언제는 마음대로 부르라고 했으면서!!”

안내를 하러 나온 가게의 종업원이 법사와 정령사의 말에 멍한 얼굴로 멈춰 선 게 보였다.

나는 활짝 웃으며 종업원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

“괜찮아요. 무시해요.”

“네?”

“도하준 길드장님의 이름으로 예약된 방이 있을 텐데요. 안내해 주실래요?”

“네? 아, 네. 이쪽으로…….”

정령사와 법사는 여전히 옥신각신 다투는 중이었다. 무림이가 그 모습을 신기하다는 듯이 구경 중이었고.

“최강, 따라와.”

자고로 자라나는 어린이는 뭐든 잘 먹어야 했다. 나는 그렇게 최강만 챙기고서 종업원의 뒤를 따랐다.

“길마님! 너무해!! 로운이만 두고 가고!!”

“그렇게 가시는 게 어디 있습니까, 도하운 양!”

망할 새끼들.

나는 법사와 정령사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척, 걸음을 빨리하며 옮겼다.

하지만 앞서가는 종업원의 걸음이 워낙 느린 탓에 금방 붙잡히고 말았다.

“길마님! 지금 로운이 말 무시했지?”

“이 미친놈이! 제발 나잇값 좀 해!”

“내 나이가 어때서!!”

나는 대답 대신 해로운의 입술을 소리 나게 때려버렸다. 찰싹, 경쾌하게 울리는 소리에 옆에 있던 무림이가 어깨를 움츠렸다.

나는 입술을 부여잡고 펄쩍 뛰는 해로운을 무시하며 강하수를 노려보며 물었다.

“강하수! 너는 왜 따라오는 거야?!”

“가는 길이 같을 뿐입니다! 나 감독님께서 잡으신 방이 이쪽이란 말입니다!”

아무래도 강하수는 이곳에 자주 오는 모양이었다. 나는 짧게 혀를 차고는 길드원들보다 앞서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정령사가 성큼성큼 다리를 움직이더니 나를 따라잡아 버렸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아서 쳐다보니 강하수가 헛기침을 두어 번 하고는 말했다.

“마훈 군도 이곳에 와있습니다.”

“그래? 근신 당했다더니.”

“풀렸다는군요.”

“…잠깐 얼굴이나 보러 갈까.”

내 말에 정령사가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와봤자 나 감독님 화병 나는 것만 구경하실 겁니다. 그리고 나 감독님께서 카메오로 출연해 달라고 부탁하실걸요.”

“역시 안 가야겠다.”

내 말에 강하수가 잘 생각했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실없는 대화를 이어가는 사이, 우리를 안내해 주던 종업원이 멈춰 섰다.

“도하준 길드장님께서 예약하신 방은 이쪽입니다.”

그에 나는 강하수를 쳐다봤다.

“그렇다는데?”

“저는 옆방입니다.”

강하수가 가리킨 방에서 나 감독의 쨍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훈 군이 나 감독님의 성질을 또 건드렸나 보군요.”

“…….”

지금이라도 방을 옮기는 게 좋지 않을까 싶었다.

“그럼, 도하운 양. 가족분들과 즐거운 시간 보내십시오.”

그 인사에 나는 심드렁한 얼굴로 답해줬다.

“쟤네 때문에 그럴 수 있을까 모르겠네.”

내 대답에 강하수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해로운과 최강이 뚱한 얼굴로 뭐라 투덜거렸지만…….

“그래도 즐거운 시간 보낼 수 있겠지. 강 대표님도 즐거운 시간 보내.”

나는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해줬다.

강하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우리 역시 문을 열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건, 고기를 굽고 있는 은율이었다.

“오셨습니까, 아가씨.”

“오빠는요?”

“여기 있지. 왔어, 하운아?”

오빠는 안쪽의 상석에 앉아있었다. 그 옆에 도하인이 앉아있었고.

도하인이 나를 보기 무섭게 짜증스레 얼굴을 찌푸렸다.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엄므아!”

“하림이가 널 얼마나 기다린 줄 알아?”

어느새 하림이의 삼촌이 다 되어버린 도하인이었다. 나는 키득거리며 도하인에게로 걸음을 옮겼다. 오빠가 자리를 만들어주며 내 뒤를 따라오는 길드원에게 말했다.

“로운 씨는 율이 옆에 앉아요. 최강이라고 했지요? 최강 군은 대공 씨 옆에 앉고요.”

그 말에 해로운과 최강이 멈칫하고는 어색하게 웃음을 짓는다. 나는 끝에 들린 이름에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은율 옆에 쥐죽은 듯이 앉아있는 유대공이 보였다.

“…있는 줄 몰랐는데.”

“뭐가 있는 줄 몰라?”

“응? 아니, 아무것도.”

대공님께서는 내 작은 목소리를 들은 모양이다.

그렁그렁 눈물이 매달린 것만 같은 눈과 시선이 마주치기 무섭게 메시지 하나가 내 앞에 나타났다.

|Pr. 북부대공| : 숨 막혀 죽는 줄 알아써여ㅠ

그런 것 같았다.

나는 대공님께 어색하게 웃음을 지어주고는 오빠가 내미는 고기를 집어 들었다.

“엄므아! 리미 아!”

“그래, 아.”

대공이 자기도 해주고 싶다면서 징징거렸지만 무시다.

하림이는 도하인한테서도 고기를 받아먹고선 우물거렸다. 도하인이 그 모습에 탄식하듯이 중얼거린다.

“하, 누구 애인지 더럽게 귀엽네.”

“하림이는 알에서 태어난 드래곤인데. 그리고 누구 애냐고 묻는다면…….”

“조용히 해.”

정정해 줘도 난리다. 우리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오빠가 미소를 짓고선 입을 열었다.

“그래도 하운아, 림이 호칭은 고치는 게 좋을 것 같아.”

“안 그래도 그럴 거야.”

“리미는 시러!!”

싫다면서 빼액 소리 지른 하림이는 고기를 물려주자 다시 조용해졌다.

오빠가 그 모습을 흐뭇하게 보고는 대공을 보며 묻는다.

“림이 호칭 고치는 건, 대공 씨께 부탁드릴게요.”

“네? 네… 해볼게요…….”

가느다랗게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가 굉장히 미심쩍게 들렸지만, 오빠는 그에 대해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조금 탄 고기를 우리 길드원들 앞에 내밀어 줬을 뿐이다.

나는 내 몫의 고기 중에서 먹음직스럽게 익은 것들을 골라 무림이에게 건네주었다.

“길짱님……!”

무림이가 크게 감동한 얼굴로 나를 본다. 나는 뿌듯하게 웃으면서 빈 잔에 사이다도 따라줬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자라나는 어린이는 잘 먹고 잘 커야 한다. 특히 무림이는 열심히 먹어야 한다. 밥값 해야지.

해로운이 무림이의 고기를 뺏어 먹으려고 하길래 손등을 찰싹 때려줬다.

“…너무해.”

“네 건 여기 있잖아.”

“탄 거 먹으면 암 걸리는데.”

“네 앞에 있는 내가 누구지?”

해로운은 잠자코 오빠가 내밀어 줬던 조금 탄 고기들을 입안에 집어넣었다.

그렇게 평화롭다면 평화로운 저녁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감독님 말려!”

“감독님! 진정하십시오!!”

비록 옆방이 많이 시끄러웠지만 말이다.

“방을 잘못 잡은 것 같습니다, 보스.”

“그러게. 옮겨달라고 하기에는 좀 그런데.”

옆방이 왜 저렇게 시끄러운지 알기 때문에 나는 열심히 고기를 주워 먹기만 했다.

조용하던 휴대폰이 울린 것은, 하림이가 고기를 다 먹고 꾸벅꾸벅 졸고 있을 때였다.

나는 나타난 메시지를 확인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기 무섭게 도하인이 내 손목을 붙잡고 물었다.

“어디 가려고?”

나는 도하인의 손을 떼고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화장실.”

거짓말이었다.

방을 나와 향한 곳은 가게의 바깥이었다.

[지한결] : 곧, 길드 관련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길드와 관련된 일로 지한결이 연락을 해줬으면 했는데, 곧바로 이루어질 줄은 몰랐다. 나는 화면을 두드리고는 메시지를 보낸 지한결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

“시끄럽죠?”

“……?”

내게 말을 건네는 여자만 아니었더라면, 그랬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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