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화
두두두, 다가오는 헬기를 어떻게 피했는지 모르겠다.
중요한 건, 어떻게든 서울 곳곳에 일어났던 게이트를 우리 귀환이 해결했다는 거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2월 ■■일 토요일 K□S 뉴스 특보 시작합니다.”
비록, 한강대교가 무너지고 한강 공원이 쑥대밭이 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나는 ‘서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린 게이트 사건’에 관한 뉴스 특보가 시작되기 무섭게 TV를 꺼버렸다.
그런 내가 이상했나 보다.
내 허벅지를 베고 누워있던 해로운이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물었다.
“왜 꺼?”
“안 봐도 뭐라고 떠들어 댈지 뻔하니까 껐지.”
분명, 한강에서 촬영한 일들에 대해서 떠들어 댈 테지.
나는 법사님의 말에 간단히 대꾸해 주고선 TV 대신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속보] 발 빠른 대처로 빛난 한강의 기적!
서울 곳곳에 게이트가 일어났던 일은 이틀 전의 일인데 지금 올라온 ‘속보’는 뭘까.
설마, 지금 방송 중인 특별 편성된 뉴스와 관련된 기사가 벌써 뜬 걸까?
그보다.
“한강의 기적이 이럴 때 쓰는 말이던가…….”
내가 아는 의미와 뭔가 다른 것 같았다. 뭐, 발 빠르게 대처해서 피해를 최소화로 했으니 기적을 부린 것 맞나.
나는 뺨을 긁적이고선 기사를 눌러보았다.
서울에 열린 게이트는 총 15곳(강서구, 노원구, 강북구, 금천구, 관악구, 도봉구, 동작구, 마포구, 서초구, 송파구, 성동구, 양천구, 영등포구, 종로구, 중구)으로, 이 중 센터가 위치한 서울 중구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에 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라 우려가 되었으나……. (중략) 결국, 게이트는 적은 피해를 남기고 닫히게 되었다.
센터의 능력이 가히 세계적으로 증명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
왜 ‘한강의 기적’인지는 하나도 설명이 안 되어있고, 센터에 대한 찬양만 가득했다.
“뭐야…….”
센터에서 돈이라도 받고 기사를 썼나 싶을 정도였다.
―그래서 왜 한강의 기적임?
└센터에서 돈 받고 기사 썼냐;
└그런듯ㅋㅋ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닌 모양이다.
나는 스크롤을 위로 끌어 올리며 키보드 워리어들의 댓글을 찬찬히 읽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이번에 나타난 몬스터들에 대해 들은 게 있음ㅇㅇ
└?
└모체를 가지고 있었던 몬스터들이라고 함ㅇㅇ!
└카더라ㄴㄴ
저거 유언비어가 아닌데. 도대체 어디서 저런 소문을 접하는 걸까.
나는 비딱하게 웃음을 지으며 계속해서 스크롤을 위로 끌어 올렸다.
―그 몬스터들 저번에 용가리 새ㄲ1 죽였던 구르미 동생이 죽였다더라ㅋㅋ
└카더라ㄴㄴ라고;
└네가 뭔데 나한테 명령질임ㅋ?
└다들 구르미 동생한테 어깨 위에서 머리가 사맛디 아니하게 되기 전에 쉿!
└ㅁㅊ놈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잘들 논다 싶었다.
나는 스크롤을 아래로 내리며 멍하니 중얼거렸다.
“…네 머리를 어깨 위에서 사맛디 아니하게 해줄까…….”
“어허, 길마님. 그런 말 사용 금지!”
“…….”
아래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얼굴을 찌푸리고는 스마트폰의 화면을 꺼버렸다. 법사가 그런 내 폰을 들고선 이리저리 만지기 시작했다.
“잠금을 안 걸어놨네?”
“어차피 볼 사람도 없는데 왜 걸어놔?”
“보안 무서운 줄 모르네. 그리고 볼 사람이 없기는 왜 없어? 여기 로운이가 있는데!”
법사는 그렇게 말하고는 내 연락처에 들어가서는 자신의 번호를 눌러댔다.
“네 번호는 왜?”
“나를 어떻게 저장시켰는지 좀 보게.”
“그냥 ‘해로운’이라고 저장시켜 놨는데.”
“그게 뭐죠! 너무 정 없어 보이죠!!”
지랄하네.
나는 해로운의 이마를 찰싹 때리고서는 망할 법사님한테서 내 폰을 빼앗으려고 했다.
그런데 이 망할 법사님이 내게서 몸을 돌리더니 폰을 안 주려고 한다.
“야.”
“잠시만, 길마님.”
법사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화면을 두드려 댔다.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 지난 뒤에 법사는 내게 폰을 건네줬다.
[♥귀여운 로우니♥]
미친놈.
화면에 뜬 이름에 절로 얼굴이 구겨졌다. 해로운이 그런 내 얼굴을 보며 싱글벙글 웃음을 짓는다.
“어때, 길마님?”
“삭제할 거야.”
“헐! 너무하죠!!”
너무하고 자시고, 내가 하트를 붙일 사람은 내 하나뿐인 친구 서하뿐이다.
나는 곧장 해로운의 번호를 연락처에서 지워버렸다.
내 허벅지를 베개 삼아 눕고 있던 해로운이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칭얼거렸지만, 이마를 한 대 소리 나게 찰싹 때려주니 얌전해졌다.
“그런데 법사님, 내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아무것도 안 말해줄 거죠.”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해로운의 뺨을 아프게 꼬집으며 물었다.
“이게 진짜 마력을 빨리 회복시키는 방법이야?”
이성과의 접촉이 마력을 빨리 회복시키는 방법이라니, 뭐 이런 방법이 다 있나 싶었다.
해로운이 내 손을 잡더니 야살스럽게 눈웃음을 짓는다. 그러고는 내 손바닥에 제 얼굴을 비비며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응, 나 지금 벌써 50퍼센트 정도는 회복했어.”
“…그 정도 회복했으면 밖에 나가서 무너진 건물들 복구시킬 수 있는 거 아니야?”
“아니야, 그건 70퍼센트 정도는 회복해야 해.”
“…….”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니겠지. 나는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해로운을 한 번 쳐다보고는 손을 거뒀다. 해로운이 아쉽다는 눈으로 쳐다봤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해로운이 설마, 하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길마님, 진짜 내 번호 지웠어?”
“응, 지웠어.”
“진짜? 진짜로? 진짜로 지운 거야? 로운이 번호 진짜로 지워버린 거예요?”
“아오, 진짜!!”
정신 사납게 하기로는 해로운 법사 새끼가 세계 제일이다. 나는 해로운의 멱살을 잡고선 이리저리 흔들어 댔다.
“시끄러! 얌전히 마력이나 회복하기나 해!”
“아, 알았어! 얌전히 있을게!!”
그렇게 해로운을 흔들어 대고 있는데 방문이 소리도 없이 열렸다. 방문 안으로 들어온 대공이 떨떠름한 얼굴로 묻는다.
“…길마님이랑 법사님, 도대체 뭐 하고 있었던 거예요?”
“해로운이 귀찮게 해서 멱살 좀 잡고 있었던 것뿐이야.”
나는 해로운의 멱살을 풀어주고는 다시 소파에 등을 기대어 앉았다. 그러기 무섭게 해로운이 다시 내 허벅지에 머리를 기대고서 눕는다. 대공이 그 모습을 보고선 두 눈을 가늘게 떴다.
“법사님은 아직도 길마님한테 그러고 있어요?”
“마력 회복이 아직 덜 됐다잖아.”
내 말에 해로운이 내 허벅지에 제 뺨을 비비며 키득거린다. 그에 나는 질색하는 얼굴을 보이고선 짜증이 가득한 목소리로 대공에게 물었다.
“대공님, 진짜 이렇게 있으면 마력 회복이 빨라지는 거 맞아?”
“심적으로 편안한 사람이 곁에 있으면 마력 회복이 빨라지는 건 맞는데요…….”
끝을 흐리는 목소리에 나는 한쪽 눈가를 찡그리고선 해로운을 쳐다봤다. 해로운이 그것 보라는 듯이 나를 쳐다보며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다.
“해로운, 내가 너한테 그런 사람이었어?”
내 말에 해로운이 배시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우리 길마님은 내 마음을 너무 몰라주죠.”
얄궂게 웃는 얼굴에 나는 괜히 손을 들어 해로운의 얼굴을 가려버렸다.
“그런데 자면 더 빨리 회복해요.”
“아, 그래?”
“아니, 잠깐만!”
듣던 중 반가운 소리에 나는 곧장 성녀의 힘을 사용해 버렸다.
[권능, ‘안식’이 활성화됩니다.]
내 손을 붙잡으려 들던 해로운의 손이 힘없이 아래로 떨어졌다. 나는 그 손을 가슴 위로 올려주고선 조심스레 몸을 일으켰다.
“불편해서 죽는 줄 알았네.”
그보다는 간지러워서 죽는 줄 알았다. 해로운이 누워있던 허벅지 위를 꾹꾹 누르는데 대공의 시선이 느껴졌다.
“왜?”
“아니요… 아무것도…….”
대공이 어정쩡하게 내 시선을 피한다. 나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대공의 품에서 보이지 않는 아이를 찾았다.
“하림이는 어디 갔어?”
“유빈이가 놀러와서 같이 놀고 있어요.”
“유빈이? 그럼 마왕님도 오셨겠네?”
“아니요, 마왕님은 안 오시고 우마한 길마님만 오셨어요. 하준 길마님이랑 다 같이 계시는데…….”
“그래? 그럼 나도 가야지. 너도 가자, 대공님.”
내 말에 대공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
“저도 가도 돼요?”
“안 될 게 뭐가 있어?”
지금 대공님과 해로운 법사님께서 계시는 곳은 우리 집이었다. 서울 곳곳에서 열린 게이트로 인해 대공님과 법사님의 집이 무너져 버렸기 때문이다.
‘마이 하우스! 대출 아직 못 갚았는데!!’
울부짖던 법사님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어쨌든, 갈 곳을 잃은 둘을 내가 데리고 왔다.
도하인이 펄쩍 뛰면서 반대했지만, 어차피 남는 방이 많으니 괜찮다면서 오빠가 둘을 반겼다.
‘하운이한테 100미터 이내로 접근 금지입니다.’
‘그건 그냥 하운 아가씨와 같이 살지 말라는 말 아닌가요, 하준 형님……?’
뭐, 그렇게 반긴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법사와 대공은 우리 집에 신세를 지게 되었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고는 대공에게 물었다.
“다들 오빠 방에 있어?”
“네.”
우마한 길드장이 찾아온 이유는 서울 곳곳에 열렸던 게이트와 관련된 피해 상황을 처리하기 위해서일 거다.
하운도, 그리고 화랑도 게이트로 인해 어느 정도 피해를 입었다고 들었다.
지금, 한창 복구 중이라지.
“법사님이 빨리 마력을 회복해야 할 텐데…….”
그래야, 무너진 한강대교도 복구하고 쑥대밭이 된 한강 공원도 원래대로 되돌릴 거다. 미간을 좁히며 고민하는 내 모습에 대공님께서 감탄하셨다.
“길마님은 머릿속에 법사님 굴릴 생각밖에 없구나…….”
“당연하지.”
그걸 말이라고.
나는 대공을 향해 활짝 웃어주고는 오빠의 방문을 두드렸다.
“오빠, 들어갈게.”
그렇게 들어간 집무실에는 대공이 말한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어? 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