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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길드는 바르게 커야 합니다-105화 (105/168)

105화

오빠는 지금 집무실에 마련된 소파에 드러누워 있다.

정확히는, 도하인이 건네준 얼음주머니를 이마에 가져다 대고서는 앓는 소리를 내뱉는 중이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오빠를 챙기고 있어야 할 은율은 법사님과 무림님을 챙기고 있을 거다.

어쨌든, 우리 오빠는.

“하운이가… 우리 하운이가 낯선 남자의 품에…….”

저러고 있었다.

“도하준 길드장, 낯선 남자라니요? 제 동생이랑 구면이지 않습니까?”

한심하다는 듯이 말하는 우마한의 목소리에 오빠가 뾰족하게 두 눈을 떴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마한이 내 시선에 흠칫, 몸을 떨고서는 헛기침을 터트렸다.

“크흠, 흠. 우리 마훈이 얼굴을 잊었을 수도 있지요. 암, 그렇고말고요.”

“형님, 짐의 얼굴은 한번 보면 잊기 쉽지 않은 얼굴이니라.”

“넌 제발 입 좀 다물고 있어!”

우마한의 말에 우마훈이 불퉁한 얼굴을 보인다. 이번에는 내가 한심하다는 듯이 그 둘을 보고는 오빠에게 걱정스레 물었다.

“오빠, 괜찮아?”

오빠가 괜찮아 보이냐는 듯이 나를 쳐다본다. 그러고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응, 오빠 괜찮아. 하운아.”

거짓말이다. 거짓말인 게 분명했다. 끌어 올려진 입꼬리가 파르르 떨리고 있는 게 두 눈에 또렷하게 보였다.

도하인이 그런 오빠를 보고서는 우씨 형제를 짜증스레 노려보았다. 우마한 길드장이 도하인의 날 서린 시선에 비웃음을 짓는다.

그에 도하인이 욱하려는 찰나, 나는 동생을 막아서고는 눈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우마한 길드장님.”

“죄송합니다, 신살자님. 제가 정말 잘못했습니다. 제가 동생 놈을 너무 오냐오냐하며 키워서 그런 겁니다.”

그러기 무섭게 고개를 숙이는 우마한의 모습에 도하인이 멍하니 입을 벌렸다.

고개만 숙였을까, 우마한은 마왕님의 머리를 억지로 숙이게 만들기까지 했다.

“형님! 짐의 머리가 망가지고 있도다!!”

“시끄러!!”

쨍하니 울리는 목소리에 도하인이 화들짝 정신을 차리고서는 중얼거렸다.

“저 인간이 갑자기 왜 저래……? 그보다 뭐라고……?”

도하인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신살자……?”

소파에 드러누워 있는 오빠의 시선도 내게로 향하는 것이 느껴졌다. 무시하고 싶었지만, 몰린 시선이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나는 결국 크게 한숨을 내쉬며 얼굴을 한 번 문질러 내렸다. 그에 오빠가 우마한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우마한 길드장, 당신도 알고 있었습니까.”

“뭘 알고 있었다는 겁니까?”

“우리 하운이가 귀환자라는 것 말입니다.”

“네?!”

우마한이 두 눈을 휘둥그렇게 뜨더니 이내 나를 보며 외쳤다.

“신살자님!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도하준 길드장이 당신이 귀환자인 걸 어떻게 알고 있는 겁니까?!”

하… 시발…….

우마한과 우마훈은 서로를 아주 쏙 빼닮은 형제가 맞았다. 그것도 아주 안 좋은 것만 쏙 빼닮은 형제였다.

우마한의 말에 오빠가 느릿하게 두 눈을 끔뻑였다.

“신살자… 라고요.”

저거는 또 어떻게 설명을 해줘야 하는 걸까 싶었다. 절로 암담해지는 미래에 지끈거리며 두통이 올라오는 것 같았다. 몇 번이나 말하지만, 두통 같은 거 느낄 리 없는데도 말이다.

“도하운, 나랑 형한테 숨기는 게 더 있나 보네?”

도하인의 짜증 섞인 목소리에 나는 일자로 입을 다물어 버렸다. 그 소리에 우마한이 ‘아차’ 하는 얼굴을 보였지만,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하운아, ‘신살자’가 뭔지는 나중에 따로 물어볼게. 지금은 다른 이야기를 나눠야 하니까.”

오빠는 그렇게 말하고는 몸을 바로 일으켰다.

“형, 괜찮아? 더 누워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맞아, 오빠. 더 누워있어.”

“아니야, 괜찮아.”

오빠는 우리에게 미소를 지어준 뒤, 언제 미소를 지어주었냐는 듯이 차갑게 굳은 얼굴로 우마한을 보며 말했다.

“우마한 길드장, 어쨌든 마침 잘 왔습니다. 안 그래도 나눌 이야기가 있었거든요.”

“…나눌 이야기?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나랑 내 동생을 쫓아내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거야 당신이 연락도 없이 찾아와서 그런 거 아닙니까!”

“그리고 로비에서 그렇게 소란을 피우는데 누가 안 쫓아내?!”

도하인이 오빠의 말을 거들면서 마왕님을 노려본다. 그 시선에 마왕님께서 어깨를 으쓱이고는 말했다.

“짐은 도하운이를 찾으러 온 것뿐이었느니라.”

근엄하고도 엄숙한 목소리에 도하인이 탄식하듯이 중얼거렸다.

“뭐 저런 새끼가 다 있어……?”

도하인의 말에 마왕님께서 뿌듯한 웃음을 짓는다. 진짜 뭐 저런 새끼가 다 있나 싶었다.

나는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는 오빠에게 물었다.

“나눌 이야기라면 우마한 길드장님과 나눠야 하는 이야기지? 나랑 쟤는 나가있을까?”

“아니, 하운이도 들어야 하는 이야기야. 그리고 그쪽의 동생분도 들어야 하는 이야기입니다.”

오빠의 말에 마왕님께서 고개를 살짝 기울이더니 묻는다.

“짐이 들어야 하는 이야기가 무엇이냐?”

진중한 목소리의 임금님 말투에 오빠가 아무 말 없이 미간을 좁힌다.

“도하준 길드장, 제 동생은 그러려니 하십시오.”

우마한의 목소리에 오빠는 그제야 다시 입을 열었다.

“우마한 길드장, 당신의 동생도 같은 귀환자겠죠?”

“!!”

우마한이 그걸 어떻게 알았냐는 듯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오빠를 쳐다봤다. 그 시선에 오빠가 미소를 짓고선 입을 열려는 찰나.

“짐은 귀환자가 아니도다.”

“……?”

마왕님께서 초를 치셨다.

난데없는 말에 마왕님을 제외한 모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운아, 같은 귀환자 아니니?”

“맞아, 도하운. 드래곤 새끼 같이 잡은 놈들 모두 귀환자 아니야?”

오빠와 도하인의 물음에 나는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우마훈, 신살자님 앞에서 장난칠 생각 하지 말고 똑바로 말해. 네가 귀환자가 아니면 뭐라는 거야?”

우마한의 짜증 섞인 목소리에 마왕님께서 도도하게 고개를 치켜드셨다.

“짐은 마왕이니라.”

“마왕……?”

시발, 왜 귀환자가 아니라고 말하는가 했다.

나는 손을 들어 이마를 짚었고, 우마한은 손을 들어 우마훈의 등을 세게 내리쳤다.

“좀! 그렇게 좀 말하지 말라고!!”

“왜 때리느냐!! 짐은 사실을 말한 것뿐이니라!!”

“사실이라도 그렇게 말하지 마! 누가 들으면 욕해! 욕한다고!!”

우마한은 한마디씩 말을 내뱉을 때마다 마왕님의 등을 때려댔다. 문득, 우마한의 아들이자 마왕님의 조카이신 유빈이가 생각났다.

유빈이… 집에서 저런 모습만 보고 있는 건 아니겠지.

아닐 거라 믿으면서 나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소리에 우마한이 마왕님을 때리는 걸 멈추고서는 방긋 웃음을 짓는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말이다.

“그래서 도하준 길드장, 하려던 이야기가 뭡니까?”

“아… 제가 하려던 이야기 말입니까?”

멍하니 우씨 형제를 보고 있던 오빠가 정신을 차리고서는 입을 열었다.

“하운이가 길드장으로 있는 곳을 대중들에게 알리자는 이야기를 하려고 했습니다.”

“!!”

오빠가 귀환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건가 싶었는데 도하인이 쯧쯧, 혀를 차며 말했다.

“네가 복도에서 다 떠들어 댔잖아. 그걸 나랑 형이 못 들었을 줄 알았어?”

“아…….”

불현듯이 떠오르는 부끄러운 기억에 얼굴이 화르륵 타오르는 것 같았다.

우마한이 오빠에게 귀환도 아냐면서 펄쩍 뛴다. 마왕님께서는…….

“도하운아, 어찌 그리 입을 함부로 놀리느냐.”

“너한테 그딴 소리 듣고 싶지 않거든?! 제일 입을 함부로 놀리는 새끼가 뭐라는 거야!!”

마왕 새끼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우마한을 쳐다봤고, 우마한은 그 시선을 외면했다.

“어쨌든… 우마한 길드장, 당신의 동생도 그곳에 속해있으니 의사를 물어보려고 했습니다. 제일 중요한 건 하운이의 의사지만요.”

오빠의 말에 나는 멋쩍게 뺨을 긁적였다.

길드를 대외적으로 알린다니, 생각한 적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갑작스레 들려온 이야기가 당황스러웠다.

우마한은 마왕님을 흘긋거리고는 어깨를 으쓱였다.

“제 의사보다는 동생의 의사가 더 중요한 것 같군요.”

“짐은 도하운이가 하자는 대로 할 것이니라.”

그에 우마한이 한숨을 푹 내쉬면서 말했다.

“마훈아, 너는 신살자님께서 죽으라고 하면 죽을 거야?”

우마훈이 나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그 부담스러운 시선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마왕님, 무슨 말을 할지 모르겠지만 아무 말도 하지 마.

“그럴 것이니라.”

하지 말라고!!

“아오, 진짜! 우마훈!!”

마왕님의 대답이 꽤나 만족스럽지 못했는지, 우마한이 마왕님의 귀를 우악스레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그에 마왕님이 비명을 지르며 내게 손을 뻗었다.

“도하운아! 형님께서 짐의 귀를 떼어내려고 하고 있도다!”

“힘내세요, 우마한 길드장님.”

“도하운아!!”

나는 애타는 목소리를 무시하고는 고개를 돌려 물었다.

“그런데 오빠, 우리 길드를 대외적으로 알려야 할 이유라도 있어?”

드래곤 새끼 때문이라고 해도 거기에 얽혀있는 건 나와 마왕님, 그리고 드래곤 슬레이어님이 끝이었다.

스켈레톤 처치에서 길드원들이 큰 말썽을 부리기는 했지만, 그걸 본 사람들은 다행히도 헌터들뿐이었다.

즉, 물밑 작업만 잘하면 가라앉을 일이란 말이었다.

내 말에 오빠가 애매한 웃음을 짓고서는 물었다.

“하운아, 센터라고 알지?”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센터라면 대한민국 곳곳에서 일어나는 게이트나 던전 등을 관리하는 곳이었다.

심사 후, 각성자가 됐는지에 대한 여부를 확인하는 곳이기도 했다.

최근 들어서 여러 번 인연이 있는 곳이었지.

“그쪽에서 하운이, 너를 주시하는 중이야. 너희 귀환자들… 그러니까 길드원들 전체를.”

“…왜?”

“왜기는 왜야! 각성자가 아니라고 판명이 난 애가 드래곤 새끼를 잡았어! 어디 그뿐이야?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신원 불명의 헌터들이 몬스터들을 순식간에 쓸어버렸는데, 누가 관심을 안 가져?”

“…회사원 헌터 H 씨는 신원 불명의 헌터가 아닌데.”

“도하운! 내가 말하려는 건 그게 아니잖아!!”

빼액 지르는 목소리에 나는 얌전히 입을 다물고 있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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