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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길드는 바르게 커야 합니다-103화 (103/168)

103화

우다다다, 복도를 달려나가는 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길마님! 같이 가자니까?! 야!!”

해로운의 짜증 섞인 목소리를 뒤로하며 도하준이 크게 한숨을 토해냈다. 이번 사태를 마무리 지으면, 방음 공사를 좀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은율이 그런 도하준을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물었다.

“보스,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은율의 물음에 도하준이 얼굴을 한 번 쓸어내리고는 말했다.

“우선, 기자 회견을…….”

“기자 회견은 무슨! 우리가 뭐 죄지었어?!”

나오는 말에 도하인이 소리 질렀다. 그 쨍한 외침에 도하준은 한 번 더 크나큰 한숨을 내쉬었다.

은율이 태평한 얼굴로 도하인을 달래듯이 말하였다.

“물론 죄를 지은 건 아닙니다. 하지만, 거짓말은 했지요.”

회사원 헌터 H씨한테 비각성자인 도하운이 납치를 당해버렸다며 그렇게 난리를 부렸었다.

은율의 말에 도하인이 짜증스레 얼굴을 구겼다.

“도하운이 각성자라는 건 저희도 몰랐잖아요!”

“정확히는, ‘귀환자’라는 걸 몰랐지.”

도하인의 말을 도하준이 바로 잡아줬다. 그에 도하인이 답답하다는 듯이 외쳤다.

“그러니까! 어쨌든 우리는 몰랐잖아!!”

“몰랐다고 해도 이대로 넘어갈 수는 없어, 하인아. 사건을 덮기에는 일이 너무 크고.”

도하준의 말대로 사건을 덮기에는 일이 너무 컸다.

하필이면, 인기 비제이의 생방송이었던 터라 도하운이 드래곤을 때려잡는 모습을 본 사람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보스, 센터 쪽에서도 계속 연락이 오는 중입니다.”

각성자를 관리하는 기관, 센터(Center)에서 이 사안을 무척이나 심각하게 여기는 중이었다.

그야 그럴 수밖에 없었다. 각성자가 아니라고 여겼던 사람이 대뜸 각성자라고 나타났으니.

‘각성자가 아니라 귀환자… 라고 했지만.’

도하준이 한숨을 푹 내쉬고는 머리를 끌어 잡았다. 은율이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느릿하게 목소리를 내었다.

“…센터 쪽도 해결하고, 하운 님께서 드래곤을 잡으신 사건도 덮는 한 가지 방법이 있기는 합니다만.”

“뭐……?”

“그게 무슨 소리예요, 은율 형?”

은율이 목을 가다듬고는 말했다.

“하운 아가씨와 함께 모셔오신 분들도 같은 ‘귀환자’분들 아닙니까?”

“그럴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그런 힘을 가지고 있을 리가 없으니…….”

도하준이 스켈레톤을 무찌르던 그들의 모습을 떠올리고는 입가를 만지작거렸다. 도하준의 말에 도하인은 한쪽 눈가를 찡그리며 구시렁거렸다.

“그럼, 해로운 그 망할 새끼도 헌터가 아니라 귀환자였다는 거네? 강 대표님도 그렇고. 시발, 다들 사이좋게 우리를 속이고 있었던 거지?”

“하인아, 입조심.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을 거야.”

“얼마나 대단한 이유길래 지금까지 입을 다물고 있었던 건데!!”

버럭 외치는 목소리에 도하준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곤 도하인을 달래듯이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 손길에 도하인이 불퉁한 얼굴로 말했다.

“형, 내가 아직도 어린애인 줄 알아?”

도하준의 눈에는 아직도 어린애였다. 그렇기에 도하준은 계속해서 도하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은율에게 물었다.

“어쨌든, 율아, 그래서 사건을 덮을 방법이란 게 뭐니?”

“보스가 말씀하신 대로 사건을 무작정 덮기에는 일이 너무 커졌습니다. 하운 님께서 드래곤을 쓰러뜨리던 모습을 많은 사람이 봐 버렸으니까요.”

은율의 말에 도하준이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도하준의 손길에 고롱거리고 있던 도하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도하운이 찍힌 영상을 지우는 중이라지만, 이미 많은 사람이 보고 말았다.

은율이 형제를 눈에 담고서는 말을 이었다.

“강 대표님이나 해로운 씨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두 분을 비롯하여 하운 아가씨와 함께 있던 분들이 몬스터를 쓰러뜨리던 광경을 많은 헌터가 보고 말았습니다.”

“그렇지…….”

도하준이 애매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다행인 점이 있습니다.”

어딜 봐도 불행밖에 안 보이는데, 율아.

도하준은 튀어나오려는 말을 애써 삼키고는 은율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복도에서 하운 아가씨가 소리치시던 것 들으셨습니까?”

“귀환의 길드장이니 뭐니 그러던 거요?”

“네, 하인 님.”

은율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었다.

“하운 아가씨는 자신과 같은 귀환자들이 소속되어 있는 길드를 이끌고 계시는 것 같으니……. 이를 이용해 보는 게 어떨까요?”

도하준이 살짝 입술을 벌렸고, 도하인은 못마땅하다는 듯이 얼굴을 찌푸렸다.

은율은 그런 두 사람을 보며 말을 끝마쳤다.

“하운 아가씨가 보여주신 패를 이용해 보자는 겁니다.”

* * *

“길마님!”이라면서 나를 부르던 목소리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망할 해로운 놈, 귀빈실까지 알아서 찾아오라지!

나는 달리던 걸음을 늦추고서는 우리 길드원들이 모여있는 귀빈실로 느릿하게 걸음을 옮겼다.

“아이고, 금방 갈 겁니다!”

“……?”

“기자들은 적당히 돌려보내 주시겠습니까? 네, 부탁하겠습니다.”

누군가 했더니, 강하수가 귀빈실 앞에서 통화 중이었다.

“네, 그럼 제가 돌아갈 때까지 잘 좀 부탁하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통화를 끝낸 강하수가 나를 보고는 미간을 살포시 좁혔다.

“해로운 법사 놈은 어디 가고 혼자 오십니까?”

“몰라, 알아서 오겠지.”

정 궁금하면 개인 메시지라도 보내보라고 하려는데, 강하수가 두 눈을 가늘게 뜨고는 내게 물었다.

“도하준 길드장님과 이야기가 잘 안 되셨나 봅니다?”

잘됐다고 해야 할지, 잘되지 않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렇기에 나는 대답을 피하기로 했다.

“다른 애들은 뭐 하고 있어?”

그렇게 묻기 무섭게 안쪽에서 우당탕,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림아! 안 돼! 고양이는 괴롭히는 거 아니야!!”

“쩨가 먼저 리미 깨무러써!! 아야하게 만드렀단 마리야!!!”

―웨오오옹!!

들려오는 소리에 나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강하수가 그런 나를 보고는 어깨를 으쓱였다.

“저러고 있답니다, 길드장님.”

나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문을 열었다. 도대체 어떤 난장판이 벌어졌나 궁금하기는 무슨, 제발 좀 얌전히 있어줬으면 좋겠다.

―웨옧!!

“!!”

그러나 문을 열기 무섭게 웬 고양이 한 마리가 날아와 내 얼굴에 달라붙었다. 웬 고양이 한 마리는 다름 아닌 드슬님네 고양이였다.

드슬님, 네 고양이한테 날개라도 달려있나 봐.

“엄므아!!”

“길마님!!”

나는 괜찮다고 손을 한 번 흔들어 준 뒤, 그대로 내 얼굴에 달라붙은 고양이를 떼어냈다.

―웨옹! 웨애애옹!

“…리카, 네 주인한테도 이래?”

―웨오오옹!!

“뭐라고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네…….”

강하수가 문을 닫기 무섭게 나는 리카를 바닥에 내려주었다. 리카는 곧장 대공이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엄므아! 괜차나?!”

하림이가 짧은 다리를 움직여 내게 달려온다. 나는 그대로 하림이를 안아 들고는 말했다.

“네, 괜찮아요. 그런데 하림아, 얌전히 있어야지. 그리고 고양이 괴롭히면 어떡해?”

내 말에 하림이가 억울하다는 듯이 외쳤다.

“리미는 얌전히 이써눈데!! 그리구 쩨가 리미 괴로핀고야!!”

―웨옹! 웨오오옹!!

리카는 어느새 대공의 발목에 얼굴을 비비는 중이었다. 나는 턱짓으로 리카를 가리키며 물었다.

“대공, 쟤가 뭐라는 줄 알겠어?”

“림이가 계속 자기 꼬리 가지고 장난쳐서 할퀸 것뿐이래요.”

하림이가 보란 듯이 자기 손등을 보여줬다. 상처는 없었지만, 붉게 달아오른 것이 보였다.

나는 하림이의 작은 손을 잡고선 호호 불어주었다. 하림이가 좋은지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고는 나를 꼭 끌어안는다.

“엄므아, 한 번 더!!”

나는 그런 하림이를 보듬어 안으며 웃음을 흘렸다.

“네 아빠한테 해달라고 그래.”

“시러! 아빠는 치카치카 잘 안 해! 지지야, 지지!!”

“리… 림아!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대공의 말에 옆에 앉아있던 용사님께서 피식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그러게 대공, 양치질 좀 제대로 하지 그랬니?”

“사장님까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억울하다는 듯이 외치는 대공님의 목소리에 용사님은 어깨를 으쓱여 줄 뿐이었다. 나는 그대로 용사님의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용사님께서 나를 흘긋거리고는 물었다.

“해로운은 어디 가고 혼자 돌아왔니?”

정령사가 내 옆에 앉으며 대신 답을 해줬다.

“싸웠나 봅니다.”

“싸운 거 아니거든!!”

“싸웠나 보구나.”

“싸운 거 아니라니까!!”

이 망할 길드원들이 싸운 거 아니래도! 나는 짜증스레 얼굴을 구겼다.

“그보다 무림이는 어디 갔어?”

여기서 제일 시끄러워야 할 놈이 보이지가 않는다. 내 말에 용사님께서 심드렁한 얼굴로 말했다.

“심심하다면서 나갔단다. 너랑 해로운 마중 나간다고 했는데, 못 만났니?”

“못 만났는데? 만났으면 같이 돌아왔겠지.”

“길이 엇갈렸나 봅니다.”

“그래? 얘도 강 모 씨처럼 길치인 건가.”

“오, 이프리트시여! 누구보고 지금 길치라는 겁니까!”

너보고요.

나는 강하수를 향해 비웃음을 지어주고는 메시지를 보냈다.

|신살자(길드장)| : 무림, 너 어디야?

메시지를 보내기 무섭게 나를 향해 질책하는 목소리가 날아왔다.

“길드장, 이런 건 개인 메시지로 보내렴. 정신 사납단다.”

“맞아요! 정신 사납다고요!”

―맘마!!

정령사가 작은 목소리로 “옳소.”를 외쳤다. 나는 정령사를 한 번 째려보고는 무림에게 개인 메시지를 보내려고 했다.

|Pr. 9서클대마법사| : 무림님 나랑 같이 있죠.

해로운 법사한테서 메시지를 받지 않았다면 그랬을 거다. 난데없이 날아온 메시지에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Pr. 신살자(길드장)| : 그런데 왜 네가 대답해?

|Pr. 9서클대마법사| : 잠시만.

“……?”

둘이 같이 있다면서 왜 잠시만이라는 거지?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벼락과도 같은 목소리가 고막을 내리치고 말았다.

―길마님! 여기 왜 이렇게 넓어요?! 우리 길 잃음!!!

“흐아악!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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