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화
10.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제목: BJ헬반도 방송 안 본 흑우 있냐ㅋㅋㅋㅋㅋㅋ?
작성자: 하운은화랑을이길수업다
테헤란로에 나타났던 용가리 새끼 대갈빡 깬 ㅅㄲ가 걔라며?
구르미(하운)가 그렇게나 찾아다니던 여동생ㅋㅋㅋㅋㅋㅋ
납치됐다더니 용가리 새끼 대갈빡 깨고 있누ㅋㅋㅋㅋ
파첵맛스: 님도 라이브로 봤음? 가슴이 웅장해지더라;;
└영상 링크있음?
└주고 싶은데 영상 삭제됨ㅋ하운이 삭제시키는 중인갘ㅋㅋ
└ㄴㄴ그거 센터가 삭제시키고 있는 거ㅇㅇ하운이랑 센터 유착관계 쩔잔음ㅋ
└잔음X 잖음O
└맞춤법 빌런ㅅㅂ;
개짖는소리안나게해라: 근데 걔랑 같이 있던 ㅅㄲ들은 누구? 한 명은 풍월주 동생이라던데? 맞음?
└그거 카더라ㅇㅇ
└ㄴㄴ풍월주 동생맞음ㅋ 사생들한테 풀린 사진이랑 존똑이던데ㅋㅋㅋㅋㅋ
└풍월주 동생 드라마 찍는다하지 않음? 뭐임 ㅅㅂ
└이 구역 먼치킨이랑 계약 맺었잖음ㅋ 걔도 ㅅㅂ 헌터였던 거ㅋㅋㅋㅋㅋㅋㅋㅋ
└이 구역 먼치킨이 ㄴㄱ?
└강하수
이구역먼치킨풍월주: 강하수가 왜 이 구역 먼치킨임? 우리 풍월주님이 계시는데!!
└강하수 > 우마한 공식아님?
└ㅋㅋㅋ각성자 위의 비각성자잖앜ㅋㅋ헌터들을 이끌고 있는 일반인이잖음ㅋㅋㅋㅋㅋㅋㅋ
하준이를마한이의품으로: 그래서 구르미는 지금 뭐하는 즁?
└이 플로우에 ㅈㅅ한데 하운이 왜 구르미임?
└하운의 운이 ‘구름 운’자라서 구르미임
└설명충 ㄱㅅ
└근데 닉넴ㅅㅂ 적폐아니냐 저겈ㅋㅋㅋㅋㅋㅋ
하준이를마한이의품으로: 아니ㅅㅂ 그래서 하운은 지금 뭐하는 중이냐곸ㅋㅋㅋㅋㅋㅋ
└낸들 아냐ㅋㅋㅋㅋ
└ㅋㅋㅋㅋ곧 입장문 발표하겠지
└자필사과문 가즈아ㅏㅏ
“자필 사과문은 시발…….”
짜증스레 스크롤을 올리다가 결국, 전원을 꺼버리고 말았다. 혈압이 올라서 안 되겠다.
나는 냉수를 한 잔 들이켠 뒤, 옆에서 키득거리며 웃고 있는 해로운을 쏘아보았다.
“해로운, 너 이 새끼. 링크는 왜 보내줘서!”
내 말에 해로운이 한쪽 눈을 찡긋거리며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길마님을 향한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을 좀 보라고 보내줬지.”
“필요 없거든? 게시물 신고나 넣어!!”
나는 한 번 더 냉수를 들이켜 마셨다.
동영상을 촬영하고 있던 남자는 회사원도 기자도 아닌, 잘나가는 인터넷 방송 BJ였다.
아, 동영상을 촬영하고 있던 게 아니라 실시간 라이브 방송을 송출 중이었다던가.
어쨌든 간에.
“으아아악! 시발!!”
드래곤을 때려잡고 있던 내 모습은 방송을 타고 말았다.
하필, 해로운의 마법도 풀려있었던지라 내 얼굴이고 뭐고 그대로 노출이 돼버렸다. 그래서 이 사달이 나버린 거다.
망해도 단단히 망했지.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헝클어뜨리고 있는데, 대공이 걱정 가득한 얼굴로 내게 물었다.
“길마님, 괜찮아요?”
“안 괜찮아! 괜찮아 보여?”
“안 괜찮아 보이니까 물은 거잖아요! 저한테 왜 성질이에요?!”
―맘마!!
대공이가 하림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뚱하게 말했다.
“림아, 너도 봤지? 너희 엄마가 성질부리는 거 말이야! 너희 엄마 진짜 이상하다니까?”
유대공, 저 새끼는 자기가 정상인인 줄 아나 보다.
나는 짜증스레 얼굴을 찌푸리며 하림이에게 말했다.
“하림아, 너희 아빠도 진짜 이상한 새끼다?”
―맘마?
하림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유대공을 쳐다본다. 그에 유대공이 빼액 소리 질렀다.
“제가 뭐가 이상하다고!”
“여기 있는 모두한테 물어봐. 네가 정상인인지.”
유대공이 입을 일자로 다물었다, 나는 그 모습에 만족해하며 웃음을 지었다.
“이 상황에 웃음이 나오십니까, 길드장님?”
그런 내가 못마땅했나 보다.
사람들 사이에서 이 구역 먼치킨이라고 불리는 강하수 씨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이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처리하실 생각입니까?”
나는 유대공과 함께 입을 일자로 다물어 버렸다. 그런 내 입을 열게 만든 건 무림님이셨다.
“길짱님, 이것 봐요! 길짱님이랑 길짱님네 가족들 보고 21세기 최고의 사기꾼 남매들이래요!!”
“입 닥쳐, 최강.”
무림이가 시무룩한 얼굴로 입술을 삐죽인다. 그러면서도 화면을 두드리는 손을 멈추지 않는 게, 내 욕을 보는 게 꽤 재미있나 보다.
저 망할 새끼! 길드장이 욕을 먹고 있든 말든 관심 밖이지!!
부글부글, 속이 끓고 있는데 웬일로 정령사님께서 근엄한 얼굴로 무림이를 타일렀다.
“무림 제일 고수님, 해로운이 보내준 사이트는 그만 보십시오. 인생이 해로워진다.”
“정령사님, 말 너무 심하죠!!”
정령사가 해로운 법사님의 말을 무시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뭐 좋은 곳이라고 거길 계속 보고 있습니까?”
“사형이 보내준 사이트는 안 보고 있는데요? 이거, 네○버에 달린 댓글들이에요!”
“…….”
좋은 거 알려줘서 고맙다, 무림이 새끼야.
나는 얼굴을 와락 찌푸리며 머리를 헤집었다.
“그래서 길드장,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생각이니? 우리, 모두가 까발려졌는데 말이야.”
“…….”
여기, 나를 비롯한 드슬님과 마왕님이 실시간 라이브 방송을 탄 것 말고도 문제가 하나 더 있었다. 우리는 그 문제 때문에 이렇게 모여있는 것이었다.
다름 아닌, 하운의 건물 귀빈실에 말이지. 도대체 어쩌다 일이 이렇게 돼버렸을까.
나는 터져 나오려는 한숨을 집어삼키고는 해로운 법사 새끼를 노려봤다.
“내가 분명히 사람들 시선 피해가며 해골바가지들 처리하고 있어달라고 했잖아, 망할 법사 새끼야.”
법사가 내 시선을 피하며 불퉁하게 입술을 씰룩였다.
“조용히 처리하라고는 안 했죠. 그리고 법사는 최선을 다한 죄밖에 없죠.”
“그 최선이 어스퀘이크였냐.”
내 말에 해로운이 애매한 웃음을 보이며 뺨을 긁적인다.
“총으로 열심히 쏘아댔는데… 수가 너무 많더라고. 그래서 땅으로 좀 꺼지게 해줬지!”
“…모두가 보는 앞에서?”
“나도 그러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니죠!! 정령사님이 얼굴에 구더기 튀었다고 불꽃을 뿜어대는데……! 로운이 그대로 타 죽을 뻔했죠!!”
“제가 언제 그랬다고 그럽니까!!”
정령사의 억울한 외침에 길드원들이 한마디씩 덧붙였다.
“그랬단다, 강하수.”
“그랬어요, 정령사님.”
“예쓰, 정령사 형아 때문에 수련회에서나 볼 법한 캠프파이어를 강남 한복판에서 봤잖아요! 완전 쩔었음!!”
“…….”
강하수가 할 말을 잃은 얼굴로 고개를 숙인다. 그 모습에 나는 짜증스레 한숨을 내쉬었다.
길드원들은 남들 눈을 피해 조용히 스켈레톤을 잡고 있었다. 정령사님의 거대한 트롤 짓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뺨에 튄 구더기에 강하수는 이프리트를 외쳤고, 그 결과 길드원들이 숨어있던 건물에 거대한 불꽃이 일고 말았다.
드래곤 새끼 잡고 있느라 못 봤는데 그랬단다.
어쨌든, 길드원들은 정령사 새끼 미쳤다면서 건물 밖으로 뛰쳐나갔고, 그 길로 밀려오는 스켈레톤을 맞닥뜨리게 되었다.
결과는 끔찍했다.
“으아아악! 시발, 진짜 못 해먹겠네!! 원샷 원킬로 조져버리련다!!”
“사형, 스톱 잇!!”
원샷 원킬이라고 외쳤지만, 법사는 그대로 마법을 시전했다.
[어스퀘이크(Lv 측정 불가), 지정 영역 ‘강남 테헤란로7길’.]
붉게 펼쳐지는 마법진과 함께 땅이 무너져 내렸고, 그 아래로 밀물처럼 몰려들던 스켈레톤이 사라져 버렸다.
그 광경을, 그 자리에 있던 수많은 헌터들이 보고 만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해로운… 당신……?”
그리고 이 수많은 헌터들 중에는 우리 오빠도 있었고.
“해로운… 너 이 미친 새끼…….”
나도 있었다.
하지만 법사의 멱살을 잡아 흔들 시간은 없었다. 마법에 휘말리지 않은 스켈레톤이 날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위협하기 시작하는 해골바가지들을, 나는 길드원들과 함께 처리해야만 했다.
그 자리에 있던 수많은 헌터들은 그저 멍하니 우리가 날뛰는 광경을 지켜보고 있기만 했다.
라이브 방송을 송출 중이던 BJ 새끼는 드슬님과 마왕님께 맡겼는데, 어느 순간 사이좋게 센터로 잡혀갔다는 연락이 오더라.
드슬님의 고양이님께서는…….
―애오오옹!!
대공의 발목에 얼굴을 비비는 중이었다.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어쨌든, 그렇게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을 때.
“하운아…….”
“…오빠.”
“너……!”
황급히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지만, 몰리는 시선에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법사 새끼도 마력 떨어졌다면서 징징거렸고.
하여튼 간에, 나를 비롯한 귀환의 길드원들은 기자들이 들이닥치기 전에 몸을 피신했다.
그렇게 피신한 곳이 하운의 귀빈실이란 게 다행이라면 다행인데, 왜 불행처럼 느껴지는 걸까.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이구나.”
“뭐가 다행이야.”
내 날 선 목소리에 용사님께서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하셨다.
“해로운, 저 녀석 덕분에 무너진 건물이라거나 그런 것들이 빨리 복구되었잖니.”
“그 건물들을 무너뜨린 게 해로운 법사님이셨지만 말입니다.”
“저 혼자 그런 거 아니죠. 하림이랑 같이 그런 거죠.”
“우리 하림이가 뭐 했다고요!”
빼액 소리 지르는 대공에게 법사가 입꼬리를 올린다.
“오만 곳에 브레스 쏘아댔잖아. 정령사님과는 다른 의미로 아주 난리였죠.”
대공이 할 말을 잃은 얼굴로 하림이를 꼭 끌어안았다. 대공의 품에 안긴 하림이가 뭐가 좋은지, 계속 ‘맘마’를 외쳐대는 중이었다.
“그래서 길드장,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거니?”
―맘마!!
“그대여!”
뭐라고 입을 열기도 전에 하림이가 내 얼굴에 찰싹 달라붙었다.
“…….”
나는 얼굴에 달라붙은 하림이를 떼어내고는 한숨을 토해내듯 말했다.
“모르쇠로 나가야지, 아니면…….”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목소리가 끊겼다. 그러기 무섭게 들어온 사람이 있었다.
“아가씨, 그리고 해로운 씨. 보스께서 찾으십니다.”
오빠의 비서인 은율이었다. 나는 얼굴을 한 번 문지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신살자(길드장)| : 일단 부딪쳐 보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