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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길드는 바르게 커야 합니다-98화 (98/168)

98화

“드슬님 말고 드래곤 새끼! 왜 자꾸 같은 편을 공격하려고 하는 건데!!”

“아.”

마왕님께서는 바람 빠진 소리를 한 번 내고는 다시 한번 더 마법을 펼치셨다.

―끼에에에엑!!

그와 동시에 드래곤이 묵직한 힘에 짓눌리는 것과 같이 몸을 숙이기 시작했다. 그것이 신호가 된 양, 드슬님께서 걸음을 박차 내달린다. 그에 질세라 나 역시 검을 쥐고서는 드슬님의 뒤를 쫓았다.

“길드장님, 역린을 찾아.”

“역린?”

“약점 같은 거야. 저 녀석은 푸른빛을 띠고 있잖아? 유독 다른 빛을 띠고 있는 비늘이 있을 거야. 그걸 찾으면 돼.”

“…저 거대한 몸뚱어리에서 그걸 찾아야 한다고?”

“의외로 쉬워. 길드장님의 세계에서는 없었어?”

“마나 하트 같은 건 있었는데.”

“그거랑 비슷한 거야.”

후웅, 날아든 것을 간단히 피하고는 나와 드슬님은 다시 대화를 이어갔다.

“파괴하면 알아서 죽을 거야. 그게 없으면 심장을 찾아야 하는 거고.”

“얘도 심장을 찔러야 해?”

퉁명스레 중얼거리자 드슬님께서 불만은 속으로만 말하라고 한다. 나는 혀를 날름 내밀어 주고는, 걸음을 박차 날아올랐다.

―끼에에엑!!

나를 따라 고개를 돌린 드래곤 새끼가 입을 벌린다. 커다란 목구멍에서 들끓고 있는 열기가 보였다. 브레스를 쏠 건가 보다.

여기서는 피하기가 곤란한데. 그렇게 생각하는 찰나.

쿠궁―!

기다란 궤적이 드래곤의 앞다리가 위치한 부근에 기다란 생채기를 내며 지나갔다.

―키아아악!!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몸을 움직였다.

내가 노린 건, 하늘에서부터 계속해서 노리려 들었던 드래곤의 눈이었다.

―끼에에엑!

커다란 몸집에 맞게 튀는 점액질 또한 그 양이 상당했다. 나는 한쪽 눈가를 찡그리고선 드래곤의 주둥아리를 발판 삼아 다리를 움직였다. 그렇게 다시 아래로 내려와 한 번 더 검을 휘둘렀다.

이번에 노린 건, 바닥에 딛고 있는 커다란 뒷발이었다.

“마왕님! 드래곤 새끼 날개 좀 찢어줘!!”

이 거리에서 내 말이 들렸을까. 그래도 메시지를 함께 보냈으니, 내 뜻이 전해졌을 거다.

다행히도 내 뜻이 제대로 전해졌는지 드래곤 새끼의 주위로 마왕님의 마법진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파지직, 이는 전격이 드래곤을 향해 내리치려는 찰나.

―키에에엑!!

드래곤이 앞발을 크게 들고선 입을 벌렸다. 목구멍이 자리한 부분이 붉게 타오르는 것이 보였다.

“막아! 브레스야!!”

드슬님의 외침에 나는 곧장 검을 휘둘렀다. 조금 전, 드래곤 새끼가 하늘을 향해 쐈던 브레스의 위력이 떠올랐다. 저런 걸 도심지에서 쐈다가는 피해가 상당할 테다.

―키아아악!

영광의 검이 드래곤의 단단한 비늘을 뚫고선 상처를 내었다. 열기를 가득 머금은 브레스는 쏘아지지 못하고 비명으로 삼켜졌다.

나는 이를 악물고선 다시 걸음을 돌려 박차 올랐다. 마왕님이 찢어놓지 못한 드래곤의 날개를 찢기 위해서였다.

―키에에엑!!

드래곤이 날갯짓하며 날아오르고자 한다. 살고자 발버둥 치는 모습으로 보였지만, 이대로 드래곤을 놓칠 수는 없었다.

나는 검을 아래로 치켜들고는 몸을 움직였다.

부욱, 가죽을 찢는 소리가 섬뜩하게 고막을 파고들었다. 그와 동시에 번쩍이는 빛이 보였다.

―키아아악!!

커다란 화염구가 날개를 잃은 드래곤을 여러 차례 가격한다. 드래곤은 그 순간에도 찢긴 날개를 퍼덕이며 입을 벌렸다.

뜨거운 열기가 하늘 위로 솟구쳤고 그러기 무섭게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이전보다 강력해진 위력이었다.

멍하니 입술을 벌리는데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길드장님!”

드슬님이 내가 찢어놓은 날개를 가리켰다.

“…치유되고 있잖아?”

망할! 에키나의 마왕님께서는 어디서 저런 드래곤을 구해온 거야? 아니면, 자기 능력을 시험 삼아 넣어본 건가.

뭐가 됐든 달갑지 않은 상황이었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고선 드래곤의 역린을 찾고자 했다. 하지만 암만 찾아도 보이지가 않았다.

“드슬님!!”

아래쪽에서 열심히 드래곤의 발을 피하며 몸을 움직이고 있던 드슬님께서 메시지를 보내왔다.

|Pr. 드래곤슬레이어| : 길드장님, 정신없게 굴지 말고 메시지로 해.

메시지가 더 정신없지 않나?

뭐라 투덜거리고 싶었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나는 다시 한번 드래곤의 날개를 찢고자 검을 들며 메시지를 보냈다.

|Pr. 신살자(길드장)| : 아무리 찾아도 역린이란 게 안 보이는데.

|Pr. 드래곤슬레이어| : 나 역시 안 보여.

마왕님께서 다시 한번 거대한 화염구를 드래곤을 향해 날린다. 내가 올라타고 있어서인지 화염구는 드래곤의 옆을 스치기만 했다.

빨리 내려가는 게 좋겠네.

나는 아물고 있는 날개의 상처 부근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푸른 궤적이 아물고 있는 상처를 덧그렸다.

―키에에엑!!

발버둥 치는 드래곤에게서 나는 뛰어 내려오며 메시지를 보냈다.

|Pr. 신살자(길드장)| : 심장을 노리자.

|Pr. 신살자(길드장)| : 그게 편할 것 같은데?

|Pr. 드래곤슬레이어| : 심장? 저 망할 비늘을 뚫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길드장님?

요란하게 비명을 지르며 건물을 파괴 중인 드래곤님의 온몸은 단단한 비늘로 덮여있었다. 그나마 연약하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이 날개 부분이었다.

나는 드슬님과 함께 건물의 잔해를 피해가며 입을 열었다.

“그래도 해봐야지. 계속 저렇게 둘 수는 없잖아. 그리고 나 저 드래곤 새끼 앞발에 상처도 냈어. 심장이라고 못 낼까 봐?”

“…….”

“드슬님,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는 역린을 계속 찾을 거야?”

그러기에는 저 망할 드래곤 새끼의 치유 능력이 마음에 걸렸다. 지금 보니 내가 눈에 낸 상처도 말끔히 사라져있었다.

이렇게 싸움을 끌었다가는 주변만 엉망이 될 거다. 실제로도 지금, 높게 자리한 빌딩들은 형체도 없이 무너져 내린 지 오래였다.

나는 검을 고쳐 잡고는 물었다.

“심장이 어디 있는지 파악해 줄 수 있지, 드슬님?”

드슬이가 말없이 나를 쳐다본다. 나는 싱긋 웃음을 지었다.

“드래곤 슬레이어님이잖아. 그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아니야?”

“…장담은 못 해. 내가 알던 놈이 아니어서.”

“그래도 우리 드슬님은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

드슬님께서 짧게 혀를 차신다. 그래도 검을 치켜들고선 먼저 다리를 움직이는 게, 심장이 어디에 자리하고 있는지 파악하신 모양이었다.

나는 빠르게 그 뒤를 따르며 외쳤다.

“마왕님!!”

부디, 마왕님께서 내가 왜 부르는지 알아들으셨기를 바란다.

하늘에 펼쳐지는 마법진에 나는 안도하며 웃음을 지었다. 우리 마왕님께서 다행히도 내가 왜 불렀는지 알아들었나 보다.

―키에에엑!

하늘에 펼쳐진 마법진에서 여러 개의 창이 드래곤을 향해 떨어졌다. 개중 하나가 드래곤의 앞발을 푹, 찔러 바닥과 하나가 되게 만들었다.

―끼아아악!!

드래곤이 열기를 머금은 브레스를 내뿜으며 바닥과 하나가 된 앞발을 들어 올리고자 발버둥 친다. 그러다 결국 앞발을 빼내는 것에 성공하여 몸을 비틀거린다.

그렇게 쿵, 소리를 내며 쓰러진 드래곤이 듣기 괴로운 비명을 내질렀다.

드래곤 슬레이어는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검을 치켜들었다. 그리고 정확히, 심장이 자리하고 있는 부분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단단한 비늘을 뚫고 들어간 검이 옅은 상처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그에 그칠 뿐이었다.

그 즉시, 나는 드래곤의 앞발에 꽂혀있던 창을 들었다.

한 손에는 영광의 검을, 한 손에는 마왕님의 창을 쥔 채로 그렇게 드래곤 슬레이어가 만들어 낸 상처에 커다란 창을 꽂아 넣었다.

그리고 이어진 건…….

쾅, 콰광―!

여러 차례의 폭발이었다.

드래곤의 살갗을 파고든 창에 걸려있던 마법이 여러 차례의 폭발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이에 휘말릴세라 나는 드슬님을 데리고 드래곤의 커다란 몸뚱어리에서 뛰어내렸다.

―키야아아악!!

듣기 괴로운 비명에 절로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순식간에 뒤바뀌는 시야에 나는 그대로 놀란 눈을 보였다.

“도하운아, 괜찮으냐?!”

마왕님께서 바닥과 하나 되려는 나를 붙잡고서는 이리저리 살핀다. 나는 해맑게 웃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괜찮아! 그보다 마왕님, 나이스!”

“나이스고 자시고!”

나와는 달리, 바닥과 하나 됐던 드슬님께서 몸을 일으키셨다.

“도대체 언제 그렇게 합을 맞췄던 거야?”

“나와 도하운이가 뭘 합쳤다는 뜻이냐?”

“뭔 개소리야?”

“우중충한 놈아, 너야말로 뭔 개 짖는 소리를 하는 게냐?”

마왕님과 드슬님께서 얼굴을 찌푸리고선 서로를 쳐다본다. 서로 왜 쟤가 저런 말을 하는 걸까, 하는 얼굴이다. 나는 유쾌하게 웃음을 터트리고는 말했다.

“드슬님, 나는 마왕님이랑 작전 같은 거 짜지 않았어. 그냥 마왕님을 믿었던 것뿐이지.”

“나를 믿었느냐?”

나는 말없이 마왕님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사실, 저렇게 폭발을 일으켜 줄 줄은 몰랐다. 내가 원했던 건 드래곤을 죽일 사소한 도움뿐이었는데 말이지.

“마왕님, 고마워.”

나는 싱긋 웃음을 지어주고는 움직임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 드래곤에게로 걸음을 옮겼다.

혹시 모르니 제대로 마무리를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몰랐다.

드래곤의 심장이 자리한 곳에 꽂혀있는 마왕님의 창을 뽑아 들었을 때.

찰칵―

울리는 셔터 소리가 들릴 줄은.

반파된 건물 아래서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사람이 보였다. 동영상을 찍고 있던 모양인지, 빨간색으로 빛나고 있는 점이 두 눈에 들어왔다.

동영상 촬영 중에 사진을 찍었나 보다. 요즘, 세상이 너무 좋아진 것 같다.

기자인지, 아니면 평범한 회사원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아… 그, 그게……. 이, 일단 한 컷 더…….”

찰칵―!

“…….”

나는 아주 그냥 뭣 됐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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