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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길드는 바르게 커야 합니다-95화 (95/168)

95화

―으애애앵!!

말 그대로 뼈만 앙상한 팔을 내뻗으며 달려오는 스켈레톤을 최강이 다리를 움직여 강하게 쳐냈다. 스켈레톤의 머리와 몸이 분리되면서 안에서 들끓고 있던 구더기가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그것들을 바람으로 날리며 강하수가 질색하는 얼굴을 보였다.

“무림 제일 고수님! 제발 좀!! 조심 좀 하십시오! 여기로 구더기가 다 튀지 않습니까!!”

“왓? 저 그쪽으로는 안 튀게 조심히 처리 중인데요?”

“그런데 왜 튑니까!!”

“마왕 형아 때문이겠죠!”

그에 기다란 창을 휘두르고 있던 우마훈이 무슨 말을 하느냐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

“짐은 아무것도 모르겠느니라.”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마왕으로부터 구더기가 날아올라 강하수 앞에 떨어졌다.

“우오오, 이프리트시여! 모르겠기는 뭐가 모르겠다는 겁니까! 이러다 도하인 부길드장님께서 구더기 떼에 파묻히겠습니다!!”

“에이, 설마요~! 사형이 진(陣)이란 진은 모두 쳐주고 갔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아, 또 떨어졌습니다!”

“네? 뭐가 떨어져요?”

강하수가 짜증스레 얼굴을 찌푸리고는 머리를 털어내며 말했다.

“그러니까 위에서……! 잠깐, 위……?”

고개를 들기 무섭게 북두칠성이 그려진 천장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으아아앙!!

―으애애앵!!

스켈레톤이 그런 강하수를 향해 두 팔을 뻗어댔다. 최강이 강하수를 잡으려 드는 것을 날려버리곤 외쳤다.

“형! 도대체 어딜 보는 거예요? 위는 도대체 왜요?”

“위에 뭐가 있다고 그러느냐?”

우마훈도 창을 휘두르는 것을 멈추고 위를 쳐다봤다. 그사이, 천장에 간 균열은 그 크기를 더욱 키워가고 있었다.

“어… 잠깐…….”

“부서지려는 것 같으니.”

“말하지 마요, 마왕 형아! 말이 씨가 된다는 거 몰라요?”

“말이 어떻게 씨가 되느냐?”

최강이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우마훈을 쳐다봤다.

그리고 그 순간.

쩌저적―

불유쾌한 소리와 함께 천장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오오옥! 이프리트시여!!”

이프리트를 외치면서 실프의 힘을 사용하는 강하수였다. 강하수가 바람의 정령을 이용해 떨어지려는 잔해를 날려보려고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최강이 날래게 도하인을 들쳐 업고서는 떨어지는 잔해를 이리저리 피하기 시작했다.

“이게 웬 난리랍니까!!”

“와우! 정령사 형아, 완전 잘 피해!!”

우마훈은 한 자리에 멈춰 서고는 창을 휘두르며 잔해를 치우는 중이었다. 함께 치워지는 스켈레톤은 덤이었다.

그렇게 떨어지던 잔해가 어느 정도 멎었을 때였다.

“으아아악! 시발, 진짜 못 해먹겠네!!”

익숙한 목소리가 끝도 보이지 않는 위에서부터 들려왔다. 우마훈이 창을 바로 세우고는 고개를 들었다.

“…도하운아?”

두 눈을 가늘게 뜨고는 위를 쳐다보자 어렴풋하게 형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우마훈은 그 즉시 쥐고 있던 창을 던지듯이 내려놓고는 뛰기 시작했다.

* * *

“도하운아!!”

“마왕님?”

어디로 떨어지나 했더니 불행히도 도하인과 만났던 바로 그곳이었다. 다 같이 바깥으로 이동됐으면 좋았을 텐데. 아, 그건 그것대로 곤란했으려나.

나는 마왕님을 향해 두 팔을 벌리며 활짝 웃었다.

“마왕님!!”

못돼 처먹은 다른 세계의 마왕님만 보다가 순백의 미가 넘치다 못해 철철 흐르는 우리 마왕님을 보니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빠르게 추락하던 몸이 주위에 펼쳐진 마법진과 함께 느려졌다. 나는 그대로 마왕님의 손을 잡고선 아래로 내려왔다.

“도하운아, 괜찮으냐?”

“응, 괜찮은데…….”

쿵, 쿠웅. 떨어지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드슬님께서 법사님을 밟고 서있었다.

“주인이 죽으면서 무너지기 시작하는 건가 보구나.”

용사님께서 바닥에 사뿐히 내려오는 것을 마지막으로 나는 길드원의 안전을 모두 확인했다.

“다른 애들은? 하인이는? 모두 어디 있어?”

“일단, 저는 여기 있습니다.”

커다란 잔해 안쪽에서 정령사님께서 모습을 드러내셨다. 먼지투성이에 어깨에는 웬 구더기를 데리고 나타나신 정령사님께서 얼굴을 찌푸리신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해로운, 당신은 길드장님이랑 다른 분들 찾으러 간다더니……! 길드장님 꼴이 말이 아니지 않습니까!!”

“법사도 길마님 보고 놀랐죠.”

드슬님을 치우고선 몸을 일으킨 해로운이 비틀거렸다.

상태가 안 좋아 보여서 성녀의 힘을 사용해 줄까 했더니 그 정도는 아니란다.

“용사님께서도 상태가 별로지 않습니까!”

“나는 신경 쓰지 말렴.”

용사님이 코 아래를 한 번 닦고는 우리에게서 몸을 돌려버렸다. 맞이한 이별이 꽤 아픈 모양이었다. 그래도 용사님이라면 금방 극복할 거다.

나는 그렇게 믿고 이 자리에 보이지 않는 사람을 찾았다.

“하인이는? 내 동생은 어디 있어? 무림이는 또 어디 갔고?”

“길짱님, 저 여기 있어요! 길짱님네 동생도 여기 있고요!!”

난장판인 상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쾌활한 목소리가 뒤쪽에서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기 무섭게 무림이가 도하인이를 업은 채 활짝 웃고 있는 얼굴이 보였다.

“하인아!!”

“헐, 길짱님! 저는 왜 안 불러요? 완전 실망!”

“너는 괜찮은 줄 아니까 안 불렀지!”

황급히 도하인에게 달려가 상태를 살폈다. 다행히도 어디 다친 곳은 없는 모양이었다. 크게 한숨을 내쉬는 나에게 법사가 말했다.

“길마님, 도련님은 괜찮아. 그냥 잠들어 있는 것뿐이야.”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웬 스켈레톤이 두 팔을 번쩍 들며 내게 달려들었다.

―으애애앵!!

퍽, 소리와 함께 마왕님께서 창을 바로 하며 말하셨다.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거라, 도하운아. 네 동생 녀석은 단 한 번도 깨지 않고 잘 자고 있도다.”

“법사 덕분이죠.”

“그게 왜 네 덕분이냐, 망할 법사 놈아.”

이상한 거로 싸우려고 한다. 나는 무림이에게서 도하인을 넘겨받으며 법사와 마왕님의 입을 다물게 했다.

“둘 다 시끄러.”

불퉁하게 입술을 삐죽이는 모습이 아주 똑같다. 당연히 나는 그 모습들을 무시하고선 용사님께 물었다.

“용사님, 나가는 길 알아? 이대로 밑으로 내려가야 하나?”

“원래라면 ‘문’이 다시 생겨서 그쪽으로 나가면 된다만…….”

“님들! 여기 봐요!! 여기 금이 가는데?”

무림님께서 잔해 사이에서 무릎을 구부리고 앉아있었다. 그 옆에서 정령사가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림 제일 고수님, 그거 안 건드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하면 건드리는 게 인지상정이라면서 무림이가 주먹을 들었다. 그러고는 가볍게 금을 건드리는데.

쿠구구궁―!

불길하게 울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 나가고 싶다.”

그렇게 드슬님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바닥이 꺼지기 시작했다. 나는 망할 무림이 새끼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소리 질렀다.

“무림! 너 이 새끼!! 너는 나가면 보자!!”

“놉!! 노오옵!!”

이렇게 추락하는 감각을 지금 몇 번째 느끼는지 모르겠다.

도하인을 놓칠세라 꼭 붙들어 잡았지만, 뒤통수를 가격하는 뭔가에 그만 도하인을 놓치고 말았다. 아픔을 느낄 새는 없었다.

“도하인! 누가 하인이 좀 잡아줘!!”

사슬을 풀어 도하인을 잡으려고 했지만, 어째 나보다 더 빨리 떨어지는 것 같았다. 내 말에 반응한 건 무림님이셨다.

“제가 잡았어요, 길짱님! 저 잘했죠?”

“잘했기는! 넌 나가면 아주 그냥 죽었어!!”

“왓더, 퍽! 너무해요! 너무해!!”

너무하기는! 지금 누구 때문에 이 뭣 같은 상황이 벌어졌는데!!

벌어질 일이라고는 했다지만, 어쨌든 이건 다 무림이 때문이다!!

나는 얼굴을 일그러뜨리고는 열반의 경지에 이른 것 같은 얼굴로 떨어지는 중인 법사님께 외쳤다.

“법사님! 마법 좀 사용해 주면 안 돼?”

“그러고 싶은데 방해하는 게 너무 많아서 힘들죠!”

하긴, 지금 우리는 구더기가 들끓는 스켈레톤들과 함께 떨어지는 중이었다.

나는 뺨을 스치고 지나가는 구더기에 질색하며 소리 질렀다.

“정령사님! 정령들 좀!”

“안 됩니다! 그러다간 모두 다칠 겁니다! 아니면 저것들과 같이 휘말리든가!!”

정령사님이 가리킨 건 떨어지는 잔해에 부딪혀 조각난 스켈레톤들이었다.

나는 얼굴을 찌푸리곤 외쳤다.

“그럼, 이대로 떨어져?”

“조금만 기다려 줘! 계산 중이니까……!”

그 계산이, 바닥과 하나가 되기 전에는 끝이 났으면 좋겠다. 떨어진 지 꽤 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 이대로 가다가는 바닥과 하나가 돼서 잼이 되고 말 거다.

“길드장님, 밑이 안 보이는데.”

“뭐?”

“그리고 이상한 소리도 들려요! 이 사운드 무엇?”

“무슨 소리?”

“잘 들어봐요, 길짱님!!”

들리는 거라곤 바람 소리와 스켈레톤의 울음소리뿐인데 무슨 소리가 들린다는 건지 모르겠다.

눈가를 찡그리고선 아래쪽에서 들려온다는 소리를 찾고자 했다.

―키에에……!

“!!”

들었다. 짐승이 울부짖는 소리를, 확실히 듣고 말았다. 나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서는 입을 열었다. 그러나 목소리를 내뱉기도 전에.

―키에에엑!!!

“윽……!”

“도하운!!”

아래에서부터 빠르게 날아온 것에 붙잡히고 말았다.

다행히도 날카로운 송곳니가 살갗을 파고들기 전에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떨어지면 추락이기에 나는 영광의 검을 들어 드래곤의 비늘을 뚫었다.

―끼에에엑!!

불행히도 영광의 검은 두꺼운 비늘을 아주 조금밖에 뚫지 못했다.

나는 미간 부근일 곳에 검을 찔러 넣은 채 대롱대롱 매달려 올라가는 꼴이 되었다. 이세계의 마왕님께서는 지하에 몰래 드래곤을 키우고 계셨나 보다.

거참, 취미하고는.

빠르게 올라가던 드래곤이 돌연 입을 벌린다.

쿠구궁―!

쏘아 올린 브레스에서 화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드래곤이 떨어지는 잔해를 피하고서는 날개를 활짝 펼쳐 들었다.

붕 떠진 몸에 나는 날아가지 않게 검의 손잡이를 꽉 잡아야 했다. 그 순간, 밤하늘을 환하게 비추는 둥근 달이 두 눈에 담겼다.

“아…….”

‘밖’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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