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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길드는 바르게 커야 합니다-89화 (89/168)

89화

9.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쿠우웅―!

던전 주위의 땅이 쉴 새 없이 흔들렸다. 그 때문에 주변의 도로가 파손되어 도하준은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차를 댈 수밖에 없었다. 도하준이 급히 차에서 내려 던전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도하준 길드장님!”

“하인이는요? 하인이가 던전에 휘말린 게 맞습니까? 확인된 사실 맞냐고요!!”

“그, 그게…….”

도하준에게 어깨를 붙잡힌 헌터가 말을 더듬거렸다. 그에 도하준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뭐라고 말 좀……!!”

“보스! 진정하십시오! 그렇게 다그쳐 봤자 해결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뒤늦게 도하준을 따라붙은 그의 비서 은율이 그를 말렸다.

도하준이 초조함이 가득한 얼굴을 문지르고는 하나의 ‘성(城)’과도 같이 변형된 던전을 노려보았다.

은율의 말대로 누군가를 다그쳐 봤자 해결될 상황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도하준은 호흡을 가다듬고서는 헌터에게 물었다.

“등급은? 던전의 등급은 확인됐습니까?”

“그… 아직…….”

하지만 더듬거리는 말에 애써 호흡을 가다듬은 보람도 없이 성난 목소리가 튀어 나가고 말았다.

“그런 것도 확인 못 하고 있었던 겁니까!!”

버럭 지르는 목소리에 앳된 얼굴의 헌터가 시무룩한 얼굴을 보였다. 도하준이 짧게 혀를 차고는 어떻게든 던전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고자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채 몇 걸음을 가기도 전에 도하준은 걸음을 멈췄다.

“우마한 길드장님!”

“유빈이! 우리 유빈이 어디 있어!”

그리 반갑지 않은 목소리였다. 하지만 도하준은 구태여 목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빠!”

“유빈아!!”

헌터의 보호를 받고 있던 어린아이가 우마한을 향해 뛰어가고 있었다. 그의 아들인 듯했다.

“마훈이는? 네 삼촌은 어디 갔어?”

“삼쵼, 쩌기에 들어가써요!!”

“뭐?!”

아이의 말에 도하준이 멍하니 입술을 벌렸다. 그러고는 자신도 모르게 우마한과 아이가 있는 쪽으로 다리를 움직였다.

우마한은 당황하여 아들의 어깨를 붙잡고선 흔들리는 눈으로 묻고 있는 중이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유빈아? 삼촌이 저기에 들어갔다니?”

“삼쵼이 천사 달믄 누나랑 같이……!”

“유빈아, 그만!!”

아이의 말을 가로막은 건 몸집이 꽤 큰 강아지 한 마리와 그보다 작은 새끼 고양이를 안고 있는 남자였다.

유대공.

도하준은 남자의 이름을 어렵지 않게 떠올렸다. 막냇동생인 도하인이 올린 보고서에서 그의 이름을 읽었기 때문이다.

‘분명, 저 가게의 알바생이었지.’

도하준이 눈가를 살짝 찡그렸다. 하지만 도하준은 이윽고 들린 말에 찡그린 얼굴 대신 놀란 얼굴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대공님! 도대체 무슨 소리입니까? 마훈이가 저기 안에 들어갔다니요!”

우마한 길드장이 처음 보는 게 분명한 가게의 알바생에게 깍듯하게 높임말을 사용하다니. 웬만해서는 절대 자신을 낮추지 않는 우마한이 말이다.

“저기… 설명을 해드릴 테니까요. 조용한 곳으로 가서…….”

“그 설명.”

도하준이 한 걸음, 그들에게 다가섰다. 그러고는 감정이라곤 드러나지 않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저도 들었으면 합니다만.”

유대공은 입술 안쪽을 꾹 깨물었다.

길마님, 지금 상황이 굉장히 뭣같이 돌아가고 있는데요. 그러니까 길마님, 제 목소리가 들리면 뭐라고 답 좀 해주세요.

|Pr. 북부대공| : 길마니ㅣ임1!!!

도하운으로부터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 * *

“야! 내가 따라오지 말라고 했잖아!! 유빈이는 어쨌어!”

“북부 대공 놈에게 맡겼느니라.”

“그럼, 지금…….”

나는 말을 멈추곤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밖에 대공님만 계신다는 거네.”

지한결도 있지만, 그 새끼는 논외로 친다.

왜인지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파오는 것 같았다. 두통이라곤 느낄 리가 없는데도 그랬다.

나는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일행이라고 보기 어려운 사람에게 쏘아붙이듯이 물었다.

“너는 왜 따라온 거야? 그대로 갈 길 가면 될 것을. 리카인지 뭔지 하는 고양이는?”

던전을 구경 중이던 드슬이가 나를 흘긋거린다.

“고양이는 대공님께. 그리고 확인해 보고 싶은 게 있어서.”

“확인해 보고 싶은 거?”

“지한결이라고 했나? 걔가 한 말에 대해서…….”

드슬님께서는 손을 들어 제 입술을 한 번 만지작거리고는 내게서 고개를 돌려버렸다.

“됐다, 말을 말지.”

사람을 짜증 나게 하는 방법 중 하나가 말을 하다가 마는 거다. 그렇기에 나는 곧장 드슬이에게 다가가 발을 들었다. 발목을 걷어차인 드슬이가 얼굴을 찌푸리며 몸을 숙인다.

“성질머리하고는!!”

“난데없이 배에 칼빵 놓은 누구보다는 성격 좋다고 생각하거든?”

“…….”

드슬이가 할 말을 잃은 얼굴을 보였다. 그래, 양심이 있으면 여기서 말을 더 얹으면 안 되지.

“그만큼 되돌려 줬으면서 뒤끝은…….”

드슬이 새끼는 양심이 없는 새끼다.

뚱하게 중얼거리는 목소리에 인내심이란 것이 뚝, 끊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번에는 주먹을 휘두를까 하는데 해로운이 내 손목을 조심스레 잡으며 물었다.

“길마님, 손목은?”

“보다시피 멀쩡한데. 그러니까 이것 좀 놓지?”

빨갛게 남은 자국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법사가 순순히 내 손목을 놓아주고는 입꼬리를 올린다.

그 웃음이 보기 싫어 손을 들어 뺨을 꼬집어 주려는데 무림이의 쨍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왓더, 퍽! 길짱님! 이것들 좀 봐요!!”

도대체 언제 저기까지 간 건지. 나선형의 계단이 있는 곳으로 간 무림이는 펄쩍펄쩍 뛰며 질색하는 얼굴을 보이고 있었다.

왜 저러나 했더니, 무림이의 발치에 까맣게 탄 지네의 사체가 곳곳에 널려있었다.

성인 남성의 두 배는 될 법한 커다란 지네의 사체들에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보기 흉하도다.”

마왕님의 말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내 옆에서 지네의 사체를 발로 슬며시 밀어내고 있던 법사가 물었다.

“도련님이 가지고 있는 스킬 중에 자연계 스킬이 있던가?”

“아니, 없어.”

“그럼 이건 용사님께서 하신 건가?”

“용사님이 했다기에는 사체들이 너무 온전한데.”

용사님이라면 아주 갈가리 찢어버렸을 거다. 무엇보다 용사님은 마법사가 아니다. 그렇다고 정령사님처럼 정령을 부리지도 않는다. 즉, 이렇게 사체들을 태울 수가 없다는 말이었다.

“얘네는 온전치 못한데, 길드장님.”

“……?”

드슬이가 내게로 무언가를 던졌다. 두 손에 안착한 것을 보니, 구더기가 들끓고 있는 해골바가지 하나였다.

3초간 얼어붙어 있다가 드슬이를 향해 이를 집어 던지며 비명을 내질렀다.

“흐아악! 이 시발 새끼야! 놀랐잖아!!”

날아드는 것을 피한 드슬이가 그런 걸 무서워하냐면서 어깨를 으쓱인다. 나는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을 참으며 크게 심호흡했다.

손가락을 타고 오르던 구더기의 감촉을 한시라도 빨리 잊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다.

“이건 용사님이 한 게 맞는 거 같은데.”

어느새 드슬이 곁으로 간 법사님께서 산산이 조각나 있는 해골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법사의 말에 드슬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럼 이건 도대체 누가 한 건데요? 길짱님 동생도 아니라고 하고, 용사 누나도 아니라고 하고.”

“이럴 수 있는 사람이 한 명 있지 않느냐?”

마왕님의 말에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짓던 정령사님이 떠올랐다.

“…에이, 설마.”

정령사님은 지금 회사에서 도비 새끼 관리하고 있을 텐데, 걔가 왜 여기서 나와?

“설마가 사람 잡죠.”

“닥쳐.”

해로운 새끼의 입을 다물게 하고는 마왕님께 한 가지 부탁했다.

“마왕님, 정령사님한테 진언 좀 날려줄래? 혹시 지금 어디 있냐고.”

“정령사 놈아, 도하운이 지금 어디 있냐고 진언을 날려보라느니.”

제발 뭐라고 반응 좀 해줘, 정령사님! 이런 내 기도를 어떤 별님께서 들어주셨나 보다.

|Pr. 정령사| : 흐아아ㅏㄱ! 길드장니이임1!!!

“…메시지 받는데?”

격하게 나를 반기는 내용이 썩 달갑지는 않았지만, 정령사님께서는 어떤 반응을 보이셨다.

―살려주십시오!!

“으악! 시발!!”

너무나도 격한 반응을 보여주신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망할 정령사 새끼! 얘는 진언을 날리지 않으면 죽는 병에라도 걸렸나?

“도하운아……?”

“길짱님, 왜 그러세요?”

“…볼 때마다 원맨쇼를 하는군.”

“길마님, 조금 웃겼죠.”

“다들 닥쳐.”

정령사 새끼의 목소리가 귓가를 맴도는 것 같다. 나는 먹먹한 귀를 두드리며 짜증스레 메시지를 보냈다.

|Pr. 신살자(길드장)| : 뭐야? 또 무슨 일인데?

―마왕! 마왕이 아주……!!

“흐악! 정령사, 이 시발 새끼야!! 진언 좀 작작 보내!!”

외치는 것과 동시에 정령사님께 메시지를 보냈다.

한 번 더 진언을 날리면, 만나자마자 신벌을 날리겠다고 말이다.

물론, ‘신살자’의 칭호가 풀려있을 때의 이야기다.

|Pr. 신살자(길드장)| : 마왕님은 지금 나랑 같이 있는데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진언을 날리지 말라고 했지, 메시지를 날리지 말란 말을 한 기억은 없는데 돌아오는 답장이 없다.

|Pr. 신살자(길드장)| : 정령사님?

|Pr. 신살자(길드장)| : 야.

|Pr. 신살자(길드장)| : 저기요?

몇 번을 불러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헤집으며 소리 질렀다.

“이 새끼는 툭하면 연락이 끊기고 지랄이야!!”

짜증스레 발도 쿵쿵, 굴리고 있는데 법사가 떨떠름한 얼굴로 내게 물었다.

“정령사님이랑 무슨 대화를 나눴길래 그래?”

“몰라!!”

“우리 길마님, 성질 장난 아니죠. 아주 그냥 장난삼아 한번 건드리면 뒈지게 처맞을 것 같죠.”

알아서 다행이네.

나는 발치에 닿는 해골 조각 하나를 발로 걷어차고는 계단 위로 걸음을 옮겼다.

“도하운아, 올라갈 것이냐?”

“올라가야지.”

용사님네 가게에 만들어진 던전은 꽤 특이한 구조였다. 한눈에 담기는 타원형의 벽돌 벽, 그 벽을 따라 올라가 있는 나선형의 계단.

마치, 마탑과도 같은 모양이었다.

어쨌든 이곳에서 용사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도하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둘을 찾으려면 계단을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땅 아래로 꺼진 게 아니라면 둘은 위로 올라갔을 테니까.

“길짱님~! 그리고 형아들! 왜 이렇게 느려요? 빠르게 움직이자고요!!”

“…….”

도대체 무림님은 언제 저기까지 올라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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