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화
화기애애한 모습 뒤로, 강하수와 강인한은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Pr. 정령사| : 길드장님은 어디 계십니까?
|Pr. 용사| : 괜한 일이라도 생길까 싶어 다 같이 내보냈단다.
그러고는 얼굴을 찌푸리며 또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Pr. 용사| : 너는 왜 길드장한테 말하지 않고, 나한테 말하고 그러니?
|Pr. 정령사| : 길드장님한테 괜히 보내봤자 욕만 얻어먹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맞는 말이었다. 도하운이었다면, 여기서 왜 또 도하인이 등장하냐면서 욕설을 시원하게 갈겨줬을 터였다.
“두 분, 서로 아는 사이인가 봅니다?”
갑작스레 들려오는 목소리에 강인한이 웃음을 보였다.
“TV에서 보신 적 있는 분이라서요.”
“아… 그렇군요.”
도하인이 느긋하게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고는 말했다.
“강 대표님께서 이 카페를 자주 들락날락하시는 것 같던데 처음 보시는 사이였군요.”
“……!!”
강인한의 얼굴에서 웃음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 * *
“리카.”
인적 드문 골목길 안에서 남자의 애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리카, 어디 있어?”
쓰레기 더미 곳곳을 찾아다니던 남자는 결국 울상을 지으며 골목길을 빠져나왔다. 분명, 여기로 들어가는 걸 봤는데 그새 또 이동했나 보다.
“시온 씨, 그만 포기하고 돌아가는 게 어떨까? 고양이 탐정인지 뭔지가 있다는 데, 걔한테 맡기고…….”
골목길을 벗어나 허름한 상가 안을 살펴보던 남자, 이시온이 험상궂게 얼굴을 찌푸렸다.
애지중지 기르고 있던 고양이, ‘리카’가 가출한 지 벌써 30분, 마몬이 이시온의 시선을 피하며 사과했다.
“그래, 내가 실언했어.”
“…찾기나 해.”
이시온의 말에 마몬은 불만스레 입술을 삐죽이고는 허름한 상가 안을 살피기 시작했다.
마몬이 버려진 기자재를 뒤적거리며 고양이의 이름을 부르던 찰나, 구슬픈 울음소리가 밖에서부터 들려왔다.
―웨오오옹!
“어? 이 소리…….”
마몬이 두 눈을 휘둥그렇게 뜨기 무섭게 이시온이 상가 밖으로 뛰쳐나갔다.
“시온 씨! 같이 가야지!!”
이시온은 마몬의 애타는 목소리를 무시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리카!”
하는 거라곤 앉아서 TV 보기밖에 없는 저런 놈보다는 삶에 기쁨을 주는 고양이가 더 소중했기 때문이다.
―웨옹!
어린 고양이 한 마리가 이시온을 반기듯 울었다. 그리고 그런 고양이의 턱을 긁고 있던 남고생이 고개를 들고선 물었다.
“응? 고양이 주인이에요? 목에 방울 매달려 있는 거 보고 주인 있겠거니 했는데!”
―웨애앵!
리카는 앞발로 제 얼굴을 한 번 문지르고는 긴 다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찾으러 온 주인을 놀리듯이, 엄청 빠르게 말이다.
제게서 멀어지는 작은 몸에 이시온이 저도 모르게 외쳤다.
“리카! 쟤… 쟤 좀 잡아줘!!”
“네? 네! 오케이~!!”
이시온의 말에 남고생이 능숙하게 벽을 타고선 고양이의 앞을 막았다. 하지만 제 앞을 막는 커다란 장애물에 리카는 발톱을 들며 날아올랐다.
―웨옧!
“왓더, 퍽!”
남고생이 날아드는 발톱을 피하기 위해 몸을 뒤로 뺐다. 리카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리카!!”
“헤이! 웨잇 어 미닛!!”
이시온이 놓칠까 싶어 리카의 뒤를 쫓았고, 그 뒤를 남고생이 쫓았다.
“시… 시온 씨!!”
뒤늦게 상가 안에서 나온 마몬이 벅찬 숨을 토해냈다.
“헉… 허억…… 뭐가 저리 빨라!!”
이시온도 이시온이지만, 그 뒤를 쫓고 있는 남고생도 빠르기는 매한가지였다.
마몬이 침을 꿀꺽 삼키고는 무겁기만 한 다리를 열심히 움직였다.
딸랑, 딸랑―
이시온은 리카가 혹시라도 도로로 뛰어 들어가면 어쩌나 심장을 졸이는 중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리카는 사람들이 나다니는 길만 열심히 뛰어다녔다.
그렇게 뛰어다니던 고양이가 철창을 비집고선 풀숲으로 들어갔다. 이시온은 철창을 그대로 뛰어넘어 갔다.
“와우! 형아, 헌터예요?”
“…그러는 너야말로.”
이시온은 저를 따라 철창을 넘은 남고생을 흘긋거렸다. 남고생이 교복을 털어내며 웃었다.
“뭐… 비슷한 거예요!”
“……?”
두루뭉술한 대답에 이시온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지금 중요한 건 집 나간 고양이를 찾는 거라며 이시온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리카! 리카, 어디 있어! 집에 가야지!”
―웨옹!
“리카!”
도대체 이 이름을 몇 번째 부르는 건지 모르겠다. 이시온은 울음소리가 들린 쪽으로 걸음을 바삐 옮겼다.
“엄므아! 이거 모야? 맘마? 리미 맘마?”
“맘마라니, 큰일 날 소리를 하네? 얘는 림이 맘마 아니야. ‘고양이’야, 고양이.”
“고냥이?”
“응, 고양이.”
점점 가까이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이시온은 미간을 살포시 좁혔다. 하지만 이를 신경 쓸 겨를 따윈 없었다.
“리카!!”
“?!”
지금, 이시온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리카를 찾는 일이었다.
―웨옹!
이시온의 속을 애타게 만들었던 리카가 이시온을 반기듯이 울었다. 그리고 그런 리카의 머리를 쓰다듬던 여자가 놀란 눈을 보였다.
“너……!”
“…도하운?”
이시온 역시 뒤늦게 도하운을 알아보고선 두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그렇게 이시온이 제자리에서 멈춘 찰나.
“고양이 찾았다! 아임 파인드 유!!”
“?!!”
느닷없이 뒤를 부딪치는 몸에 이시온의 몸이 기울어졌다. 그와 동시에 놀란 눈을 하고 있던 도하운의 몸도 기울어졌다.
쓰러지는 순간, 충격은 없었다. 바닥이 푹신하다면 푹신한 모래였기 때문이다.
다행이라면 다행인 일이었으나 도하운은 입안에 들어간 텁텁한 모래를 뱉어내며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이… 시발 놈들……!!”
오늘 기필코 죽이고 말겠다며, 도하운은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시온 씨~! 도대체 어디 있어!!”
“아, 시발!!”
“엄므아!!”
이시온이 그런 도하운을 다시 붙잡아 모래사장에 넘어뜨리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그에 최강이 놀란 얼굴로 탄식하듯이 말했다.
“와우, 형아. 형아가 누군지 모르겠지만, 그런 짓 하면 나중에 죽을 텐데.”
죽음을 각오한 일이었다.
이시온은 도하운이 일어나지 못하게 머리를 강하게 누르기까지 했다. 그 힘에 도하운이 버둥거리며 외쳤다.
“이, 시발 새끼야! 뭐 하자는 짓이야!!”
빼액, 소리 지르는 소리와 함께 이시온을 부르던 목소리가 사라졌다.
“이시온!!”
그제야 이시온은 도하운의 머리를 누르고 있던 손을 슬그머니 치웠다.
―웨옹!
그러고는 리카를 품에 안아 재빨리 도하운에게서 멀찍이 물러났다. 물러난 건, 이시온만이 아니었다.
“……?”
“히힛, 형아 뒤에 몸 좀 숨길게요.”
최강이 활짝 웃으며 이시온을 방패 삼아 몸을 숨기고 있었다. 이를 으득 갈며 자리에서 일어난 도하운이 두 손을 주먹 쥐었다.
“이시온, 최강……!”
“히힛. 길짱님, 굿모닝!”
“굿에프터눈이겠지! 너 이리 와!!”
“싫어요! 노옵!!”
“…….”
길짱님이라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같은 길드원인 듯했다.
―웨오옹!
애교 섞인 목소리에 이시온은 고개를 숙였다. 품에 안겨있는 리카가 이시온의 품에 얼굴을 비비고 있었다.
이시온이 작게 한숨을 내쉬던 찰나.
“……!!”
어깻죽지에서 강한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 * *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죠?”
“해로운!”
“길마님은 왜 무림님 멱살을 잡고 계시고…….”
법사님의 시선을 따라가니, 어느새 무릎을 굽히고는 어깨를 틀어잡고 있는 드슬이 새끼가 보였다.
해로운이 그 모습에 눈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드슬님은 무슨 일?”
“…고양이.”
드슬이가 쥐어짜는 것만 같은 목소리를 내뱉었다.
“고양이?”
―웨옹! 웨애옹!!
드슬이의 품에 안겨있던 고양이가 털을 바짝 세우고는 해로운을 향해 이를 드러내고 있다.
“아, 고양이 찾으러 왔다고?”
“…….”
드슬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고갯짓에 해로운 법사님께서 작게 웃음을 흘린다.
그와 함께 드슬이가 참고 있던 숨을 터트렸다. 법사의 마법이 풀린 듯이 보였다.
법사는 그대로 드슬이한테서 고개를 돌리고는 내게 말했다.
“길마님, 무림님 그만 괴롭히고 나 좀 봐봐.”
“내가 널 왜 봐?”
“그렇게 매정하게 말하다니! 로운이 상처받았죠!”
지랄하네.
절로 얼굴이 찌푸려졌다. 나와는 달리 해로운은 웃음기가 가득한 얼굴로 내게 다가왔다.
“길마님, 지금 꼴이 어떤지 모르지?”
“모래 범벅이겠지.”
“잘 아네. 지금, 사람들이 길마님만 보고 있다?”
해로운의 말대로, 공원을 산책 중이던 사람들이 자리에 멈춰 서고는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짜증스레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네가 지껄이고 있는 길마님이라든가, 무림님 뭐 그런 거 때문이 아닐까?”
“지금 소리 차단 마법 펼쳐났죠? 사람들 지금 길마님 보면서 무슨 다 큰 사람이 애들 노는 곳에서 놀았냐며 수군대고 있죠?”
“…….”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억울했다. 이 꼴이 된 게 누구 때문인데!!
첫 번째는 고양이를 맘마라고 보고 나를 이끈 하림이 때문이고, 두 번째는 느닷없이 나를 모래사장에 처박아 버린 드슬이와 무림이 새끼 때문이다.
하림이는 어디 갔나 했더니, 어느새 제 아빠 품에 꼭 안겨있었다. 하림이를 안고 있는 대공이 질색하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그 시선이 마침, ‘애랑 놀아주라고 보냈더니 길마님이 놀고 있었던 거예요?’라고 질책하며 묻고 있는 것만 같았다.
“망할!!”
그 시선에 얼굴을 일그러뜨리는데, 드래곤 슬레이어님께서 고양이를 소중하게 끌어안으며 고개를 돌려버린다.
무림 제일 고수님께서는 자기는 이번 일과 연관이 없다는 듯이 휘파람을 불고 있었다.
휘파람을 부는 저 주둥아리를 한 대 때려버릴까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