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화
지한결이 작게 숨을 내쉬고는 조금은 풀어진 시선을 내게 보내며 말했다.
“못 믿으시겠다면 해로운 씨를 불러 제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판단해 보시든가요.”
“여기서 법사님이 왜 나와?”
“해로운 씨의 마법 중에 진실과 거짓을 판가름할 수 있는 게 있거든요.”
해로운에게 그런 마법이 있다니. 하긴, ‘9서클 대마법사’이시니 그런 마법을 가지고 있어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지한결이 짐짓 굳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저는 당신을 만난 적 없습니다, 도하운 씨.”
지한결의 말은 이상했다. 그는 ‘회귀자’다. 시간을 되돌려 거슬러 왔다는 말이다.
도대체 되돌려지기 전의 세계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귀환의 모두를 아는 것을 보니 그리 유쾌한 일이 있었을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되돌려지기 전에도 존재했을 ‘나’를 지한결이 만난 적 없다고 나오는 저 태도였다.
거짓말을 하는 거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었다. 짜증스레 눈가를 찡그리자 지한결이 다시 입을 열었다.
“다른 모습이라면 만난 적 있는 것 같지만요.”
“…다른 모습?”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묻자 지한결이 도비를 흘긋거리고는 말했다.
“도빈 씨가 지겹게 부르는 이름이 있지 않습니까? 저도 부른 적이 있고요.”
“글로리아?”
“네.”
지한결은 입술을 한 번 꾹 깨물었다가 다시 나를 쳐다보며 다문 입술을 달싹였다.
“지난 세계에서 ‘당신’은 없었습니다, 도하운 씨.”
없었다니, 그럴 리가 없다. 그보다, 지한결 저 녀석이 지금 뭐라고 그랬지?
‘다른 모습이라면 만난 적 있는 것 같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