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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길드는 바르게 커야 합니다-68화 (68/168)

68화

“형아도 길드원이죠? 북부 대공님? 마왕님? 마왕님 같지는 않고……. 드래곤 슬레이어님?! 하지만 드슬님이 용을 데리고 다니는 건 너무 난센스지 않나?”

대공이 두 눈을 질끈 감는 게 눈에 보였다.

|Pr. 북부대공| : 부담스러버여ㅠ

하긴, 선망의 대상이 되는 건 언제나 부담스러운 일이지. 여기서 대공은 ‘선망의 대상’이 아니라 ‘호기심의 대상’이 된 것 같지마는.

“용사님은 주방에 들어간 누나라고 했으니까… 대공님! 대공님이다!!”

무림의 외침에 대공이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무림이가 환하게 웃음을 짓더니 대공에게 물었다.

“망나니였어요?”

망나니가 여기서 왜 나와?

대공님께서 얼떨떨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망나니는 아니었는데?”

“그럼?”

“어, 그냥…….”

대공은 말을 흐리며 미간을 살포시 좁혔다. ‘북부 대공’이었을 적의 자신을 생각하는 듯했다.

“아, 잠깐만요.”

무림이가 폰을 꺼내 들더니 화면을 두드린다. 이내 “아.” 하고 탄식과도 같은 말을 내뱉더니 대공에게 말했다.

“내 여자한테는 따뜻하지만, 남에게는 차가운 대공님이셨구나!”

“…….”

어떤 대공님을 찾아온 거니, 무림아.

대공이 입을 뻐금거린다. 이내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유대공 님께서 외치셨다.

“나 여자 없었어!!”

때아닌 솔로 인증.

“그리고 나 인간관계 좋았거든! 엄청 사이좋게 잘 지냈었거든!!”

그리고 교우 관계 인증까지.

“그랬는데……!”

대공님께서 말을 멈추곤 얼굴을 일그러뜨린다. 그와 동시에 용사님께서 음식을 가지고 나오셨다.

“최강.”

나는 걸음을 옮겨 당황하고 있는 무림이의 어깨를 가볍게 잡았다.

“배고프다며, 가서 밥 먹어.”

무림이가 대공님과 용사님께서 차려놓은 테이블을 번갈아 가며 쳐다본다. 나는 그런 무림이를 테이블 쪽으로 밀었다.

“그리고 대공님은 밖에 나가서 바람 좀 쐬고.”

그렇게 말하며 대공의 이마를 가볍게 툭, 건드렸다.

[권능, ‘안식’이 활성화됩니다.]

대공이 빨갛게 달아오른 이마를 감싼다. 입술을 달싹이는 게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대공은 그대로 가게를 나가버렸다.

―맘마? 맘마!!

금쪽같이 생각하는 하림이를 두고 말이다.

나는 당황하여 날개를 퍼덕거리고 있는 하림이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림이는 나랑 있자. 너희 아빠가 지금 정신이 없는 것 같네.”

―아쁘마!

“그래, 너희 아빠가 지금 정신이 없는 것 같으니까 나랑 있자.”

하림이가 울상을 짓는다. 이런 거 보면 진짜 말을 알아듣고 있는 것 같단 말이지.

“대공님 곁에 있다 올까?”

그때, 옆에서 불쑥 목소리가 들렸다. 놀라 고개를 돌리니 해로운 법사님께서 눈웃음을 짓고 계셨다.

“법사끼리는 통하는 게 있죠?”

말이나 못 하면.

나는 가게 앞 도롯가에서 쪼그려 앉아있는 대공님을 보고는 짧게 혀를 찼다.

“마음대로 해.”

법사는 작게 웃음을 흘리고는 대공의 뒤를 따라서 가게를 나섰다. 조용해진 가게에 수저를 열심히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무림님께서 열심히 늦은 점심을 드시고 계시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무림이가 나를 흘긋거리는가 싶더니 소곤거리며 묻는다.

“내가 잘못한 거예요?”

“그런 거 같지 않아?”

무림이가 불퉁하게 두 뺨을 부풀린다. 빨갛게 부어있던 뺨은 말끔하게 돌아온 지 오래였다.

신기하네. 무림 고수님께도 ‘치유’와도 같은 힘이 있나 보다.

무림님의 힘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파악해 보기로 하고, 나는 다른 걸 묻기로 했다.

“관악산에서 정령사님은 왜 공격했던 거야? 정령사님인 줄 알고 공격한 거야?”

“정령사님인 줄 알았으면 공격 안 했죠! 그리고 공격한 거 아니라니까요!”

무림이가 샐러드를 콕 집더니 입에 가득 물며 말했다.

“힘 좀 겨뤄보려고 한 거지!”

무림이는 그러곤 급하게 말을 덧붙였다.

“일반인이었으면 어쩌려고 그랬냐, 뭐 그렇게 잔소리하려고 하지 마세요! 일반인인 거 아닌 줄 알고 달려든 거니까!!”

아, 그러세요.

나는 짜게 식은 눈으로 무림이를 쳐다봤다. 무림이가 입술을 삐죽이더니 젓가락을 들고 밥알을 골라내기 시작했다.

“사실, 도사님들 생각나서 그런 거예요.”

“도사?”

“네, 허공에서 불을 일으키고 잔잔하던 바람도 움직이고…….”

그렇게 골라내던 밥알을 입에 집어넣으며 무림이가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재미난 사람들이에요. 뭐, 여기 없지만.”

결국, 자기 추억 좇아 우리 정령사님을 공격했다는 거잖아? 나는 흡사 무뢰배를 보는듯한 느낌으로 무림이를 쳐다봤다.

“그렇게 보지 마세요! 정령사님 만나면 잘못했다고 사과할 거니까!!”

“무조건 그래야지.”

무림이가 뚱한 얼굴로 입술을 씰룩였다.

“대공 형아한테도 잘못했다고 사과할게요. 누가 저렇게 나올 줄 알았나.”

무림이가 젓가락을 내려놓고는 숟가락을 든다. 밥공기 크게 한 숟갈을 뜨는 것을 보며 나는 다른 질문을 던졌다.

“그럼, 지금까지 의뢰 안 뛰고 뭐 하고 있었던 거야? 길드 메시지에도 잘 안 나타났었잖아.”

무림이가 입을 벌리다 말고 눈가를 찡그리며 말했다.

“길짱님,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데요.”

“이거 지금 누가 사주는 건지 까먹었나 봐?”

“아니요, 안 까먹었죠!! 뭐가 궁금해요! 다시 한번 말해주세요, 펄든?”

“…….”

마왕님, 어디 있어요. 지금 당장 와주세요. 이 새끼랑 금단의 언약인지 뭔지 지금 당장 맺어야겠으니까.

무림이가 이성이 가출하려는 내 표정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헛기침을 두어 번 터트리고는 말했다.

“저 올해 고3이라니까요, 길짱님? 지금까지 학교 다니고 있었죠! 다시 돌아왔을 때가… 중3이었던가?”

무림이가 숟가락을 내려놓고는 손가락을 접었다 펼치기를 반복했다. 그러고는 한숨을 푹 내쉬며 말한다.

“제가 그때 얼마나 힘들었는데요! 그렇게 의뢰를 하나씩 내팽개치다 보니까!”

“계속 내팽개치게 됐다?”

“넵! 역시 우리 길짱님! 척하면 척이네요?”

해맑게 말하는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싶었다. 나도 힘들었어, 이 새끼야!

그렇게 주먹이 우는 찰나였다.

[성좌, ‘사탄보다 더 대단한 지옥의 군주’로부터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앗…….”

날아든 의뢰에 나는 씨익 웃음을 지었다. 역시 우리 별님들. 의뢰 보내는 타이밍은 정말 기가 막힌다.

“그럼 지금부터라도 의뢰 뛰면 되겠네.”

“길짱님, 먹은 거 소화는 시켜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소화시키러 가면 되겠다고.”

나는 활짝 웃는데, 무림이는 서글프게 울상을 짓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의뢰의 내용을 살피고자 했다.

‘사탄보다 더 대단한 지옥의 군주’라니, 이 양반은 저번에 케로베로스 잃어버리고 찾아온 양반 아닌가? 강아지 또 잃어버렸나?

어쨌거나 우리 무림님, 소화는 제대로 되겠구나 하는데 용사님께서 다가오셨다.

“길드장.”

“응?”

“무림이 혼자 보내기는 좀 그럴 것 같구나.”

“……?”

무슨 말인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니, 용사님께서 비딱하게 웃음을 지으며 벼락같은 말을 전해주셨다.

“마왕 몸에 빙의했던 잡신이 또 나타난 거 같아서 말이지.”

“…….”

네, 뭐라고요?

* * *

“물러나 주세요! 위험합니다!!”

“거기! 통제 안 하고 뭐 하고 있는 거야!!”

사이렌 소리가 요란한 가운데, 센터(Center)에서 나온 헌터들이 부산스레 움직이고 있었다.

통제선이 쳐진 곳은 길드, ‘화랑(花郞)’의 건물.

부상자들이 건물 안에서 바깥으로 옮겨지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기자들은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습격이 일어났다는 소식에 한달음에 달려왔지만, 화랑의 건물은 잠잠했다. 열심히 셔터를 눌러대던 기자가 심드렁한 얼굴로 말했다.

“별일 아닌 거 같은데…….”

“하지만 사람들이 저렇게 다쳐서 나오고 있잖아?”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거래? 무슨 소식 들어온 거 없어?”

“도하준 길드장은 안에 있는 거 확실하고?”

“확실하지 않다는데…….”

철수라도 해야 하나 싶었지만,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고 돌연 화랑의 건물 곳곳에 벼락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콰―광!!

“꺄아아악!!”

“막아!!”

헌터들은 황급히 실드(shield)를 펼쳐 민간인을 보호했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한 현장에서 몰려있던 구경꾼들이 앞다투어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화랑의 건물이 모두 보이는 고층 건물 옥상에서 지켜보는 이들이 있었다.

“사이비 녀석도 맞추는 게 있기는 하군.”

중견 연예 기획사인, ‘H-Entertainment’의 도비, 본명 도빈의 말에 그의 옆에 서있던 남자가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이번에는 맞춰서 다행이네요.”

“하지만 완전히 맞춘 건 아니지 않나.”

도빈의 말에 남자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도빈이 눈가를 찡그리며 입을 열었다.

“네 말대로라면 진작 죽었어야 할 도하준 길드장과 도하인 부길드장은 저기 있으니까 말이지.”

“…….”

도빈의 말대로 아수라장이 된 현장 속에서 도하준과 도하인은 센터의 헌터들을 거드는 중이었다.

남자가 애매한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있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두 사람은 아무것도 못 할 테니까요.”

남자의 말에 도빈이 비딱하게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무것도 못 한다라. 도하준 길드장과 도하인 부길드장이 저기서 저렇게 헌터들을 거들고 있는 게 네 녀석의 눈에는 보이지 않나 보군.”

“그런 말이 아니라…….”

남자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눈웃음을 지었다. 도빈이 남자가 보인 웃음에 얼굴을 찌푸리던 그때.

쿠―웅!!

묵직한 땅 울림과 함께 화랑의 건물 주변을 타원형의 검은 막이 꽁꽁 에워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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