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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길드는 바르게 커야 합니다-66화 (66/168)

66화

나는 어깨를 으쓱여 주는 거로 답해줬다. 네가 뭐가 예쁘다고 내가 네 편을 들어줘?

그러는 사이 골목길 안쪽으로 진입하신 해로운 법사님께서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우리 아가씨가 저 학생한테 볼 일이 있다고 하는데, 쟤 좀 데려가도 될까?”

좋게 말하면 좋게 알아듣지 못한다고, 모여있는 학생들이 딱 그랬다.

“아가씨?”

“누가 아가씬데요?”

부끄럽지만 내가 법사님께서 말씀하신 아가씨다.

나를 향해 시선이 몰려드는 게 느껴졌다. 나는 그 시선들을 무시하며 딴청을 피웠다.

“돈 없어 보이는데?”

“하지만 아가씨라잖아.”

“원래 아가씨는 저렇게 다녀?”

“드라마랑 다르네.”

시, 시발. 내가 어디 가서 저런 소리를 들을 사람이 아닌데! 골목길에 모여있던 불량아들이 험상궂게 얼굴을 찌푸렸다. 바닥에 뱉는 침은 덤이었다. 으, 더러워.

“우리 볼일부터 끝내고 이 새끼 보내줄게요.”

“그러니까 순서 기다리세요.”

빨갛게 부어오른 뺨을 매만지고 있는 남고생이 보였다. 시무룩하게 고개를 떨구고 있는 모습이 관악산에서 그렇게 날뛰던 놈이 맞나 싶었다.

불량아들한테 부탁을 거절당한 법사님께서 곤란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본다.

|Pr. 9서클대마법사| : 길마님, 어떻게 할까?

나타난 메시지에 나는 법사님을 쳐다봤다. 법사님께서는 나를 보며 눈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 눈웃음에 나는 미간을 살포시 좁히며 메시지를 보냈다.

|Pr. 신살자(길드장)| : 어떻게 하기는?

|Pr. 신살자(길드장)| : 데리고 오라니까?

답장을 보내기 무섭게 법사님께서 검지를 들더니 이를 까닥였다. 그와 함께 골목길에 모여있던 불량아들이 바짝, 군기가 든 자세로 허리를 폈다.

“어, 어어?”

법사가 다시 손가락을 까닥이자 옹기종기 모여있던 학생들이 사이좋게 걸음을 옮긴다.

“야! 밀지 마!”

“내가 미는 거 아니야!!”

“시발! 왜 이러는 거야!!”

나는 학생들이 나가기 편하게 자리를 비켜줬다. 열 손가락이 넘는 학생들은 그렇게 골목길을 벗어났다.

시끄러운 소리가 멀어지자 법사님께서 능청스레 웃으며 말했다.

“요새 애들 너무 무섭죠.”

무섭기는, 잘만 마법을 부리더니.

나는 해로운 법사님의 이마에 아프지 않게 알밤을 먹이고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서있는 남고생에게 다가갔다.

“괜찮아?”

남고생은 빨갛게 부푼 뺨을 부여잡고는 말을 더듬거렸다.

“뭐, 뭐예요? 뭐 한 거예요? 스킬? 스킬이란 게 그런 거예요?”

“응.”

법사가 이건 마법이라고, 엄연히 ‘스킬’과는 다른 거라면서 성난 메시지를 보내왔지만 무시했다.

남고생은 관악산에서 봤던 것과는 달리 단정하게 교복을 차려입고 있었다. 비록, 흙먼지를 잔뜩 뒤집어쓰고 있었지마는 말이다.

[최강]

나는 오른쪽 가슴에 자리하고 있는 명찰을 눈에 한 번 담고는 말했다.

“그때처럼 쟤들한테 주먹부터 날리지 그랬어?”

내 말에 최강이란 이름을 가진 남고생이 불퉁하게 말했다.

“쟤네는 진짜로 힘없는 일반인들이거든요? 자고로 약자는 괴롭히는 게 아니라고요!”

법사님께서 내 옆으로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

“약자는 학생인 거 같은데?”

“아니거든요!”

최강이 빽 소리 지르고는 법사한테 물었다.

“근데 형아! 방금 어떻게 한 거예요? 어떻게 했는데 쟤들이 혼자서 막 저래요?!”

빨갛게 부어오른 뺨이 아프지도 않나 보다. 입술 안쪽도 터진 것 같은데, 최강은 쉴 새 없이 법사에게 물었다.

“실? 실 같은 거로 조종한 거예요? 아무것도 안 보였는데?”

법사가 나를 한 번 흘긋거리고는 씨익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그건 말이야, 이 형님이…….”

“최강?”

자고로 법사 새끼의 말은 끊어야 제맛이다.

내 부름에 최강이 놀란 얼굴을 보이며 펄쩍 뛰었다.

“왓더, 퍽! 저번에는 내 학교를 알아내더니 이번에는 내 이름을 알아내네!”

“…….”

명찰 보고 알아냈다, 이 멍청아.

나는 짜게 식은 얼굴로 최강을 한 번 쳐다봤다. 내 시선에 최강이 입술을 우물거리며 말했다.

“왜 그렇게 쳐다봐요? 제 얼굴에 뭐 묻어있어요?”

“잘생김이 묻어있네.”

“형아한테도 잘생김이 묻어있어요.”

진짜 지랄들 한다.

나는 재킷 주머니 안에 꾸깃꾸깃하게 넣어줬던 신문지를 꺼내 들어 최강한테 보여줬다.

“이거 한 번 봐봐, 얘랑 나랑 똑같지 않아?”

“뭐가 똑같아요?”

내가 보여준 건 신문 1면에 실린 나를 찾는다는 기사였다. 이번 겨울에 찍은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실려있기도 했다.

최강이 사진을 보고는 놀란 얼굴로 말했다.

“헐! 네!! 완전 똑같은데요? 음, 완전 똑같지는 않지만요! 근데 누나, 신문 속에 있는 사람이랑 쌍둥이예요?”

“아니, 같은 사람.”

“……?”

최강이 미간을 살포시 좁히고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최강 앞에 서있던 법사는 멍하니 입을 벌리고선 최강을 쳐다보고 있다.

용사님네 가게에서 지내는 동안, 나는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됐다. 법사를 비롯한 대공, 마왕님이 부리는 마법은 같은 길드원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는 아주 중요한 사실을 말이다.

정확히는, ‘변장’과 같은 계열의 마법에만 해당이 됐다.

왜 그런 계열의 마법만 무용지물인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간에 나는 신문을 꾸깃꾸깃하게 접고는 메시지를 보냈다.

|Pr. 신살자(길드장)| : 무림, 너 지금 어디야.

메시지를 보내기 무섭게 최강이 두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뭐야? 길드 일짱이 왜 갑자기 나한테 기별을 넣지?”

최강이, 아니. 무림이 새끼가 놀란 얼굴을 보이더니 이내 해맑게 웃으면서 말했다.

“무시다, 무시!”

“…….”

“그보다 누나, 뭐라고요? 그 사람이랑 어떻게 같은 사람이에요? 신문에 있는 누나가 더 예쁜데?”

무림이, 너 이 새끼!!

나는 들고 있던 신문을 꾸깃꾸깃하게 접으며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그래, 예쁘지?”

무림이 새끼가 고개를 끄덕인다. 옆에 있던 법사도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뭘 끄덕이고 있는 거야?

나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가 이내 걸음을 떼며 활짝 웃음을 지었다.

“내 생일이라고 오빠가 없는 시간 내서 최고급 레스토랑에 데리고 간 날이었거든.”

똑똑히 기억한다.

오빠랑 도하인이 난데없이 터진 게이트에 차출돼서 이번 생일도 내 친구, 서하랑 둘이서 밤새 술이나 마셔야겠구나, 했더니 오빠와 도하인이 차를 끌고 나타났었다.

그렇게 통째로 빌린 레스토랑에서 오랜만에 가족의 시간을 보냈었지. 추억이라면 추억이었다.

“길마님 생일이 언젠데?”

“쓰읍.”

그런데 그 추억을 법사님께서 깨버리시네.

법사님께서 입술을 삐죽이더니 내게 메시지를 보냈다.

|Pr. 9서클대마법사| : 법사는 길마님에 대해 알고 싶을 뿐이죠ㅠ

|Pr. 신살자(길드장)| : 알고 싶어 하지 마.

|Pr. 9서클대마법사| : •́ㅿ•̀

나는 돌아온 메시지를 무시하고 무림이에게 천천히 다가가기 시작했다. 저 새끼 멱살을 꼭 잡고 말리라, 그렇게 다짐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 망할 놈이 법사의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길마님……?”

망할! 이렇게 된 이상 이판사판이다. 나는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입가에 걸쳤다.

“응, 길마님이야.”

“전혀 그렇게 안 보이는데? 무슨 길드를 맡고 있는데요?”

“귀환(歸還).”

“오, 이름 허접…….”

무림이 새끼가 말을 하다 말고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멍하니 입을 벌리기도 했다. 무림이 새끼가 멍하니 벌린 입술을 달싹거리며 묻는다.

“귀환?”

“응, 귀환.”

“…….”

침묵이 내려앉았다.

법사가 나를 쳐다봤고, 무림이도 나를 쳐다봤다.

무림이가 “하하.” 어색하게 웃으면서 뒷걸음치기 시작한다. 나는 “하하.” 웃으면서 무림이가 뒷걸음질 치는 만큼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렇게 우리의 사이는 좁혀질 듯, 좁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무림이가 날래게 나에게서 몸을 돌렸고, 나는 그런 무림이를 향해 검지를 들었다.

“법사! 잡아!!”

“법……! 아니, 내가 무슨 포○몬인 줄 아나요, 길마님!!”

나는 법사 새끼를 절대로 포○몬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이 새끼는 포○몬처럼 귀엽지 않기 때문이다.

어쨌든 법사는 무림이를 향해 마법을 펼쳤고, 무림이는 그대로 사방에 펼쳐진 붉은 마법진 안에 갇히고 말았다.

“왓더, 퍽!”

무림이가 주먹을 들고선 마법진을 내려쳤다. 파지직, 이는 전기에 법사가 눈살을 찌푸린다.

“와우, 무림님 주먹 더럽게 세죠? 까닥 잘못하면 저거 부서지겠는데, 길마님?”

그렇다면야 빨리 저 새끼를 잡아야지.

나는 곧장 무림이를 향해 다가갔다. 좁혀질 듯, 좁혀지지 않을 것 같던 거리가 단번에 좁혀졌다.

무림이가 나를 보고선 겁에 질린 얼굴로 외쳤다.

“타임! 타임!!!”

“타임은 무슨.”

나는 그대로 무림이의 뒷덜미를 잡고는 씨익 웃음을 보였다. 무림이가 질색하는 얼굴로 두 손을 들었다.

“잠깐만요! 진~짜 잠깐만요!!”

답지 않게 다급한 얼굴을 보여서 뭘 하려나 했더니.

“……!”

이 새끼가 자신의 뒷덜미를 잡은 내 손을 그대로 꺾으려 들었다. 물론, 꺾인 건 무림이의 팔이었다. 법사가 마법을 펼쳐주지 않았으면, 내 손이 꺾였을 거다.

|Pr. 9서클대마법사| : 법사 잘했나요?

|Pr. 9서클대마법사| : (૭ ᐕ)૭?

“아아악! 사형(師兄)들이 보면 놀리겠네!!”

비명을 지르는 목소리에 나는 법사를 흘긋거렸다.

|Pr. 신살자(길드장)| : 굿bb

법사가 키득거리며 웃는다. 나는 그 웃음소리를 흘려들으며 무림이에게 말했다.

“그 사형들 여기 없잖아.”

“그렇지만요!!”

무림이가 씩씩거리더니 이내 울상을 지으며 외쳤다.

“안 도망칠 테니까 놔주세요!”

“내가 널 어떻게 믿고.”

“사람 참 못 믿네! 이 진실된 얼굴이 안 보여요?”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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