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자의 길드는 바르게 커야 합니다-65화 (65/168)

65화

|Pr. 신살자(길드장)| : 마왕님, 마법 제대로 걸었지?

|Pr. 마왕| : 제대로 걸었느니라.

|Pr. 신살자(길드장)| : 어떻게 걸었길래 쟤가 저래?

마왕님이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시더니 메시지 하나를 보냈다.

|Pr. 마왕| : 도하운아, 너는 천사만 아니면 된다고 하지 않았느냐.

|Pr. 신살자(길드장)| : 그랬지?

|Pr. 마왕| : 그래서 악마처럼 바꿔줬느니라.

너, 이 시발 새끼.

나는 두 눈을 부릅뜨고는 마왕님을 노려봤다. 마왕님이 내 시선을 은근슬쩍 피하며 딴청을 피우신다.

“두 분 다 뭐 하십니까?”

|Pr. 정령사| : 계속 여기서 이러고 있을 겁니까?

|Pr. 정령사| : 이만 돌아갑시다ㅠ!!

나타난 메시지에 나는 정령사를 쳐다봤다. 정령사는 뺨에 진흙을 묻힌 채, 두 눈을 반짝이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굉장히 부담스러운 시선이었다.

그 부담스러운 시선 앞으로 반가운 메시지가 나타났다.

|Pr. 9서클대마법사| : 길마님, 하림이만 두고 어디로 사라졌죠?

|Pr. 9서클대마법사| : 법사랑 하림이는 지금 주인 잃어버린 강아지 됐죠ㅠ

나는 씨익 입꼬리를 올리며 남학생을 쳐다봤다.

“누나, 왜 그렇게 재수 없게 웃어요?”

저 자식이.

당장에라도 저 야생의 남고생에게 알밤을 한 대 먹이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Pr. 신살자(길드장)| : 법사님.

|Pr. 9서클대마법사| : (૭ ᐕ)૭?

|Pr. 신살자(길드장)| : 37°44', 126°59’

|Pr. 9서클대마법사| : ?

|Pr. 신살자(길드장)| : 포탈 좀 열어주세요^^!

대답은 시간이 조금 지난 뒤에 돌아왔다.

|Pr. 9서클대마법사| : 우리 길마님, 법사가 정말 포탈 셔틀인 줄 알죠ㅠ?

나는 마왕님과 정령사님의 팔을 하나씩 잡아당기며 법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Pr. 신살자(길드장)| : 포탈 셔틀 맞잖아.

그와 동시에 빨간 마법진이 나타났다.

“어, 잠깐!!”

잠깐은 무슨.

나는 남고생의 다급한 목소리를 뒤로하며, 마왕님과 정령사님을 데리고 빨간 마법진 안으로 뛰어들다시피 들어갔다.

“비겁하게 도망가다니!!”

“……!!”

순식간에 내 앞으로 다가온 손이 보였다. 하지만 그 손은 결국 나를 잡지 못했고.

“두고 봐요! 다음에 만나면 안 놓칠 거야!!”

섬뜩한 목소리를 남기고 포털은 닫혔다. 그렇게 용사님네 가게로 우리는 무사히 이동했다.

“으헉!!”

―맘마?!

무사히 이동한 줄 알았다.

정령사가 요란한 목소리를 내며 내 위로 엎어지지만 않았으면 말이다. 묵직하게 느껴지는 무게감에 나는 끙, 앓는 소리를 내고는 정령사의 얼굴을 밀어냈다.

“나와! 이 망할 정령사 새끼야!!”

“알겠으니까 그렇게 밀어내지 좀 마십시오!”

정령사의 뺨에 묻어있던 진흙 덩이가 손에 묻고 말았다. 나는 얼굴을 찌푸리며 손을 털어냈다.

“도하운아.”

“아, 땡큐.”

그러다 마왕님께서 건네는 손수건에 손을 닦았다. 마왕님, 이런 것도 가지고 다니시네.

마왕님께 손수건은 세탁해서 가져다준다고 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나자마자 보이는 건 법사님의 놀란 얼굴이었다.

“길마님,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뭐가?”

“뭐기는! 정령사님이랑 마왕님하고 왜 같이 나타나는 거야?”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럴 일이 있었어.”

“무슨 일?”

관악산에서 만난 남고생에 대해 어떻게 설명을 해줘야 잘 설명해줬다고 칭찬을 들을까 싶은데, 정령사님께서 입을 여셨다.

“제가 처치 곤란한 학생한테 쫓기고 있어서 말입니다. 길드장님께 도움을 좀 요청했습니다.”

“이상한 놈이었느니라.”

마왕님의 말에 정령사가 고개를 크게 끄덕거렸다.

“어쨌든 덕분에 살았습니다.”

“은혜는 안 갚아?”

말로만 그렇게 넘길 생각은 아니겠지, 강하수 씨?

입꼬리를 올리면서 웃으면서 묻자, 강하수가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갚아야 하는 겁니까? 도비 군의 사인이라도 받아다 드릴까요?”

“죽을래?”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리자 망할 정령사님께서 웃음을 터트리신다. 듣기 좋은 웃음소리였지만 기분은 나빴기에 말했다.

“앞으로 나한테 도움받을 생각은 하지도 마.”

“어휴, 그럼요. 앞으로 도움을 요청할 일도 없을 겁니다, 길드장님.”

법사가 일주일 안으로 도움을 요청한다에 전 재산을 건다고 한다. 마왕님께서 그게 무슨 말인지 법사한테 물어보더니 뜻을 듣고는 말했다.

“짐도 정령사 놈이 도하운이에게 도움을 요청한다에 전 재산을 걸겠노라.”

“…….”

정령사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둘을 쳐다봤다. 나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입을 열었다.

“정령사님, 할 일 많다고 하지 않았어? 일 보러 가봐야 하지 않아?”

“이 상태로 어떻게 일을 보러 갑니까! 내일 할 겁니다!! 내일!!”

성질은.

정령사는 그 길로 법사의 포털을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마왕님도 소파에 앉아 읽다 만 책을 드셨다가 우마한 길드장의 성난 전화를 받고 집으로 돌아가셨다.

“그래서? 정령사님이 쫓기고 있었다는 처치 곤란한 학생은 누구였는데?”

나는 잠든 하림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너는 몰라도 되는 사람.”

만날 일도 없는데 굳이 설명을 해줘야 할까 싶었다. 그런 내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나 보다.

해로운 법사님께서 불퉁하게 뺨을 부푸신다.

“우리 길마님, 정령사님이랑 마왕님도 아시는 걸 법사한테만 말 안 해주죠?”

“말 안 해줘도 되는 거니까 안 해주지!”

그리고 머지않아 나는 이 말을 후회하게 됐다.

“어? 비겁한 도망자다!!”

“…….”

법사님과 마왕님께서 정령사가 내게 도움을 요청한다에 전 재산을 건다고 말한 지 이틀째, 나는 정령사를 위협했던 그 남고생을 다시 만나게 됐다.

“비겁한 도망자? 누가……?”

하필이면, 법사님과 함께였다.

법사님께서 얼굴을 굳히고는 골목길 안쪽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용사님께서 내가 머물고 있던 방을 청소하겠다며 우리를 쫓아낸 터라 이렇게 할 일 없이 돌아다니던 중이었는데…….

“누나! 누나 맞죠?”

관악산에서 주먹질하고 있어야 할 놈이 왜 여기 있는 거야! 학교는 가야 하니, 산을 내려 온 건가. 하긴, 헌터라도 생활기록부가 중요하기는 하겠지.

나는 반갑게 인사하는 목소리를 모른 척 무시하며 법사에게 소곤거렸다.

“해로운, 쟤 나한테 말하는 거야. 너한테 말하는 게 아니라.”

“누나! 무시하지 말고요!!”

“봐봐.”

해로운은 그제야 굳혔던 얼굴을 풀었다. 한결 유해진 얼굴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매일 실없이 웃기만 하던 법사님께서 갑자기 정색하는데, 솔직히 말하면 내가 아는 법사님이 아닌 줄 알았다.

“누! 나!!”

해맑은 목소리 뒤로 퍽, 하고 주먹으로 살갗을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 미친 새끼가 상황 파악이 안 돼?”

나는 눈살을 찌푸리고선 목소리가 들리는 쪽을 쳐다봤다. 법사님 역시 내 곁에 바짝 붙은 채 안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 우리가 신경 쓰였나 보다.

“저기요, 신경 쓰지 말고 갈 길 가세요.”

골목길 안쪽으로 여럿의 학생들이 모여있는 게 보였다. 요새 애들 무섭다더니, 맞는 말이었다.

법사님께서 나에게만 들릴 목소리로 속닥거리셨다.

“길마님, 학생들 말대로 우리는 이만 갈 길 가죠?”

그 목소리에 나는 두 눈을 가늘게 뜨며 골목길 안쪽을 쳐다봤다.

“법사님, 마법 제대로 걸려있는 거 맞지?”

“당연하지.”

그러니까 저 무서운 학생들이 우리를 알아보지 못하는 거 아니겠느냐고 법사님이 말했다. 그 말에 나는 비딱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 그런데 쟤는 나를 어떻게 알아봤지?”

“응?”

“관악산에서 만났다는 미친 헌터가 쟨데, 그때 마왕님이 나를 악마처럼 만들어줬었거든.”

“뭐? 마왕님이 길마님을 악마처럼 만들어줬었다고?!”

“…….”

왜 포인트를 ‘악마’에 잡는 거야? 중요한 건 그게 아닐 텐데?

어이없어하는 내 얼굴이 보이지 않는지, 법사님께서 입가를 어루만지며 중얼거리셨다.

“마왕님이라서 취향이 그런 쪽인 건가?”

“아니, 마왕님 취향은 천사님이야.”

“와우.”

법사가 작게 감탄하더니 내게 묻는다.

“그런데 마왕님 취향을 길마님이 어떻게 알아?”

“그게…….”

“그게?”

법사님께서 어디 한번 말해보라는 듯이 나를 쳐다봤지만, 마왕님 취향을 어떻게 알았는지 절대로 말해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보다.

|Pr. 신살자(길드장)| : 입조심 안 해, 법사 새꺄!!

|Pr. 9서클대마법사| : •́ㅿ•̀

|Pr. 9서클대마법사| : 법사 지금 어이없죠? 길마님도 입조심 안 했으면서 법사한테 이러기 있긔 없긔?

|Pr. 신살자(길드장)| : 있긔다!

|Pr. 9서클대마법사| : 적반하장 완전 쩔죠!!

법사가 씩씩거리며 나를 쳐다봤지만 나는 이를 외면했다. 골목길 안쪽에 모여있던 학생들이 수군거리며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마왕님이니, 길마님이니. 그런 말을 다 들릴 만큼 말했으니 쳐다볼 만도 했다.

나는 두어 번 헛기침을 터트린 뒤 법사의 옆구리를 빠르고 강하게 찔렀다.

“악……!”

나는 앓는 소리를 무시하고는 말했다.

“쟤 좀 데리고 나와봐.”

“로운이 무섭죠.”

“지랄하지 말고.”

법사가 울상을 짓는다. 그러면서도 골목길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는 게 말은 잘 듣는다 싶었다.

옹기종기 모여있던 학생 중 몇이 침을 뱉으며 말했다.

“아, 뭐야.”

“갈 길 가시라니까.”

“아저씨는 뭐예요?”

법사가 자리에 우뚝 멈춰 서고는 메시지를 보냈다.

|Pr. 9서클대마법사| : 로운이 아저씨 소리 듣고 있죠ㅠ 너무 슬프죠ㅠㅜ

|Pr. 신살자(길드장)| : 쟤들한테는 아저씨 맞지.

|Pr. 9서클대마법사| : 저기요! 길마님은 내 편 들어줘야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