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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길드는 바르게 커야 합니다-60화 (60/168)

60화

“…뭡니까?”

정령사가 무슨 해괴한 짓을 다 하냐는 듯한 눈으로 묻는다.

나는 짧게 혀를 차고는 나와 드슬이의 손목에 묶여있는 사슬을 밖으로 보이게끔 만들었다.

“법사님은 봐서 알 거고, 정령사님은 처음 보는 거지?”

“네, 처음 보는 겁니다만…….”

“이렇게 사슬에 묶이면 힘을 사용할 수 없거든?”

그러니까 드슬이 새끼가 만에 하나 덤빈다고 해도 손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친절하게 설명을 해줬는데도 정령사의 얼굴은 여전히 못마땅해 보였다.

뭐가 불만이냐고, 그렇게 물어보려는데.

“요새는 그런 게 유행이랍니까?”

“그럴 리가 없잖아!!”

이런 게 유행이 되면 사회적으로 크게 난리가 날 거다. 이 와중에 얌전히 물을 마시고 있던 마왕님께서 뚱한 목소리로 말했다.

“도하운아, 나도 해다오.”

“뭘 해달래! 시끄러!!”

버럭 소리 지르자 마왕님께서 시무룩한 얼굴로 고개를 돌려버린다.

법사가 그런 마왕님을 향해 저런 거 자기도 할 줄 안다고 깐족거린다.

“저러다 맞지.”

용사님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네놈, 감히 짐을 능멸하려 드는 것이냐?”

법사님을 진짜 때리려는 마왕님을, 나는 급하게 말리러 갔다.

“…고생하는군.”

나를 제일 고생시켰던 건 너야, 이 망할 드슬이 새끼야!!

법사님의 멱살을 잡으려 드는 마왕님을 겨우 말렸다. 법사님께서 내 뒤로 몸을 숨기더니 귓가에 소곤거린다.

“길마님, 그런데 드슬님은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소곤거렸다고 하나 다 들리는 목소리였다. 그 때문에 모든 길드원의 시선이 드슬이에게로 향했다. 하나같이 날카로운 시선에 드슬이가 몸을 움찔거리고는 경계심 가득한 눈을 보인다.

그때 마왕님께서 불쾌하기 그지없다는 얼굴로 드슬님을 보며 말했다.

“목을 잘라 내걸어 놓는 게 어떻겠느냐.”

“!!”

역시 마왕님, 어마무시한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하신다. 나는 떨떠름한 얼굴로 물었다.

“…어디에 내걸어 놓을 건데?”

“당연히 용사의 가게 앞이 아니겠느냐.”

“장난하니?”

용사님이 마왕님께 드슬이 목은 네 집 앞에다가 걸어 놓으라고 한다. 마왕님께서 그랬다가는 형님한테 맞아 죽을 거라고 대답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나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말했다.

“드슬님 목은 안 자를 거야.”

비록, 드슬님께서는 내 목을 원했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그런 짓을 저질렀다가는 살인죄로 감방행이었다.

드슬님께서 내 말에 두 눈을 가늘게 뜨더니 나지막하게 읊조렸다.

“…못 믿어.”

못 믿기는 뭘 못 믿어! 사람 말 좀 믿어라, 망할 드슬이 새끼야!!

버럭 소리 지르고 싶은 마음을 애써 억누르고는 법사님께 물었다.

“법사님, 드슬이한테 걸린 마법 아직 유효해?”

“유효하죠.”

법사의 말에 드슬이가 총탄을 맞은 곳에 손을 얹는다. 법사가 그 모습을 보고는 입꼬리를 올렸다.

“못 믿겠으면 보여주고.”

장난기가 가득 넘치는 목소리에 드슬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러다 드슬님이 법사님께 달려들 것 같아서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보여줄 필요는 없어.”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드슬이에게 다가갔다.

드슬이가 가까이 다가온 나를 보고는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난다. 그 모습에 나는 미간을 살포시 좁히며 말했다.

“안 때릴 거야.”

“…그걸 어떻게 믿어.”

거참, 사람 못 믿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건 알지만 네가 나한테 그렇게 나오면 안 되잖아!!

나는 손목에 묶여있는 사슬을 잡아 그대로 내게 끌어당겼다.

“……!!”

그대로 딸려 온 드슬이가 몸을 가누지 못하고 내게로 넘어지려고 한다. 나는 그대로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우당탕! 요란한 소리와 함께 드슬님께서는 꼴사납게 바닥을 구르셨다.

적막이 찾아온 가운데 대공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와, 아프겠다.”

하림이도 대공과 똑같이 눈살을 찌푸리며 옹알거렸다.

―맘마…….

“괜찮소, 그대여. 그대가 넘어질 일은 없을 것이오. 내 그대가 넘어지기도 전에 그대를 붙잡아 줄 테니.”

―맘마!!

“하하, 그대여. 간지럽소.”

“…….”

이 자리에 모인 귀환의 모두가 짜게 식은 눈으로 하림이와 애정 행각을 벌이고 있는 대공 새끼를 바라보았다.

“너… 이…….”

아래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나도 살아야지.”

넘어지는 드슬이 새끼를 붙잡아 줬다가는 꼼짝없이 같이 넘어졌을 거다. 드슬이가 함께 넘어진 의자를 옆으로 치우고는 몸을 일으켰다.

“할 말이 뭔데 굳이……!”

드슬이가 말을 멈추다 말고 자신의 손목을 내려다본다. 나는 드슬이의 손목을 묶고 있던 사슬을 거두고는 방긋 웃음을 보였다.

드슬이 새끼가 자신의 손목 부근을 어루만지며 느릿하게 목소리를 내뱉었다.

“…뭐 하자는 짓이야?”

나는 눈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뭐 하자는 짓인 거 같은데?”

“…….”

드슬이는 말없이 나를 노려보기만 했다. 내게로 향하는 드슬이의 날 선 시선에 나는 그저 입꼬리만 올렸다.

“길마님! 그 자식을 풀어주면 어떻게 해!!”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법사를 비롯한 모두가 당장에라도 드슬이 새끼를 향해 달려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와, 우리 길드원들. 내 걱정은 하나도 안 해주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다.

조금 감동이라서, 나는 안심하라는 듯이 미소를 지어주며 말했다.

“괜찮아.”

“괜찮기는 무슨. 헛짓거리하려면 나가서 하렴. 가게에 피해 주지 말고.”

“…….”

그래, 웬일로 내 걱정을 다 하나 했다.

나는 얼굴을 찌푸렸다가 이내 손가락을 세워 드슬이 새끼의 어깨를 가볍게 누르며 말했다.

“언제든 찾아와도 돼.”

“뭐……?”

“언제든지 찾아와도 된다고. 내 목을 원한다며?”

“…….”

드슬이 새끼가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린다.

나는 비딱하게 미소를 지어주고는 법사님의 총탄이 지나간 자리를 손바닥으로 꾹 눌렀다.

“하지만 잊지 마. 네 어깨에 법사님의 마법이 걸려있다는 걸.”

“…기억하지.”

느릿하게 들려온 목소리를 끝으로 드슬님께서는 내 손을 쳐냈다. 손 한번 더럽게 맵네. 나는 욱신거리는 손등을 꾹꾹 누르며 미간을 살포시 좁혔다.

드슬님께서는 그대로 걸음을 돌렸다. 아무래도 곧장 가게를 나갈 생각인 것 같았다. 하지만, 그대로 가게를 나갈 줄 알았던 드슬이가 대공님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실력.”

대공님께서 크게 몸을 움찔거리더니 하림이를 꼭 끌어안으며 드슬이 새끼를 노려봤다. 그 경계심 가득한 시선에 드슬이가 눈가를 찡그리며 말했다.

“더 키우지 그래.”

나지막하게 들린 목소리에 대공이 빼액 소리 질렀다.

“드슬님한테 그런 소리 듣고 싶지 않거든요?! 길마님한테 두드려 맞은 사람이 뭐라는 거야!!”

―맘마!!

대공의 성난 목소리를, 드슬님께서는 소리 없이 비웃고는 가게를 나갔다. 가게를 나가기 무섭게 후드를 뒤집어쓰는 모습에 대공이 씩씩거렸다.

“완전 짜증나!!”

법사가 작게 웃음을 터트리며 입을 열었다.

“대공님, 마법 가르쳐 줄까?”

“가르쳐주면 당연히 받을 거지만요…….”

“유대공, 그 전에 가게부터 청소하렴.”

용사님의 말에 대공님께서는 어깨를 추욱 늘어뜨리셨다. 대공의 품에 안겨있던 하림이도 어깨를 축 늘어뜨린다. 용사님께서 그 모습을 무시하며 우리에게 말했다.

“너희는 청소하기 편하게 안에 들어가 있고.”

“네에.”

용사님의 축객령에 나는 기지개를 쭉 켜고는 가게 한구석에 자리한 방으로 향했다. 이제는 집이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나의 뒤를 따라 마왕님과 법사님께서 들어오셨고 정령사님을 마지막으로 방문이 닫혔다.

5평 남짓한 방이 금세 우리 길드원들로 꽉 들어찼다.

“와, 진짜 좁다. 한 명 나가봐.”

“좁기는 무슨! 새삼스레 무슨 말입니까?”

“새삼스레 좁은 것 같아서 그러지.”

나는 소파에 몸을 눕히며 먹다 남긴 과자를 집어 들었다. 하지만 과자를 입에 털어 넣기도 전에 법사가 이를 가져가 버렸다.

“야.”

“누워서 먹으면 소가 되어 버리죠? 법사는 우리 길마님이 소가 되지 않았으면 하죠.”

법사의 말을 정령사가 거들었다.

“이미 그 누구보다 게을러진 것 같습니다만.”

“정령사야, 말 똑바로 하거라. 도하운이는 그 누구보다 부지런하느니라.”

그 말을 마왕님께서 부정하셨고.

마왕님의 말에 정령사가 헛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길드장님이 어디가 부지런하다는 겁니까? 드래곤 슬레이어님을 잡아두는 것 말고는 계속 여기에 가만히 누워만 계시지 않았습니까?”

“앉아도 계셨죠.”

“먹기도 했느니.”

그만해, 이 자식들아.

나는 얼굴을 와락 찌푸리고는 몸을 일으켰다. 정령사가 내가 앉아있는 소파에 비스듬히 몸을 기대며 물었다.

“그래서 이제 집으로 돌아갈 겁니까?”

“아니.”

가볍게 부정하는 목소리에 정령사가 얼굴을 찌푸린다.

“돌아가지도 않을 거면서 드래곤 슬레이어님은 왜 보내신 겁니까!”

버럭, 지르는 목소리에 나는 두 귀를 막으며 뚱하게 외쳤다.

“일부러 보낸 거야! 드슬이 새끼를 부추긴 놈들이 따로 있어서 그 새끼들 뒤통수 좀 치려고!!”

“부추기는 뭘…….”

정령사가 말을 흐리더니 이내 눈가를 찡그렸다.

“길드장님을 공격하라고, 그렇게 부추겼다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겁니까?”

“응.”

“그래서 그것들도 같이 한꺼번에 처리하기 위해 그놈을 보낸 것이느냐?”

마왕님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여 줬다. 내 고갯짓에 마왕님께서 감복하시며 말했다.

“역시 도하운이도다. 몇 수를 내다 본 것이느냐?”

“그, 글쎄…….”

내다본 거라고는, 드슬이 새끼가 ‘글로리아’와 관련된 놈들과 한 번이라도 접촉할 거라는 것밖에 없었다. 나는 애매한 웃음을 보이며 뺨을 긁적였다. 그런데 법사가 이를 간파라도 했는지 깐족거린다.

“길마님은 그냥 생각 없이 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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