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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길드는 바르게 커야 합니다-56화 (56/168)

56화

“큭……!”

드슬이 새끼가 어떻게든 신음을 내지 않을 모양새로 입술을 깨문다. 나는 그 모습을 짜게 식은 눈으로 쳐다봤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암만 봐도 그 이름을 여기서 들은 건 아닌 것 같단 말이지?”

들었다고 해도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그러니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나는 굽혔던 무릎을 바로 펴고는 드슬이 새끼를 향해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너, 돌아가기를 원하고 있지?”

‘엘로시아’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는 곳으로.

정답이었나 보다.

정처 없이 흔들리는 드슬님의 눈동자를 보며 나는 비아냥거렸다.

“어차피 못 돌아가.”

드슬님께서 핏발 선 눈동자로 나를 노려보더니 이내 분에 찬 목소리를 내뱉었다.

“아니, 돌아갈 수 있어. 돌아갈 거야.”

흡사 짐승이 우는 것과도 같은 목소리였다. 드슬이가 핏발 선 눈동자에 힘을 주며 으르렁거렸다.

“너를 죽이고, ‘신살자’를 취해서 문을 열 거야.”

“그래?”

웃음이 절로 나오는 말이었다. 나는 드슬이 새끼를 묶고 있던 사슬을 느슨하게 만들고선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그럼, 어디 한번 해봐.”

드슬이 새끼가 적지 않게 놀랐는지 두 눈을 크게 뜬다. 그것도 잠시였다. 사슬이 느슨해진 걸 알아차렸는지 드슬이 새끼가 곧장 검을 소환해 내서 이를 내게로 휘둘렀다.

타―앙!

“……!”

하지만 내 목을 노리던 검은 힘없이 아래로 떨어졌다.

“아… 윽……!”

어깨 쪽을 관통당한 드슬이한테서 살갗이 타들어 가는 냄새가 났다. 그 불유쾌한 냄새에 콧잔등을 찡그렸다가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서 달빛에 번쩍이는 뭔가가 보였다.

|Pr. 9서클대마법사| : 법사가 이렇게 또 한 건 했죠?

|Pr. 신살자(길드장)| : 쓸데없이.

|Pr. 9서클대마법사| : 고맙다고 인사하지 못할망정!!

|Pr. 9서클대마법사| : ୧( ಠ Д ಠ )୨

돌아온 메시지에 나는 짧게 혀를 차고는 다시 드슬이 새끼를 쳐다봤다. 법사 새끼가 총탄에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맞은 곳 주변의 살갗이 타들어 가고 있었다. 절로 얼굴이 찌푸려졌다.

“길마님, 이건 치료해 주지 않을 거죠?”

“……!”

느닷없이 들려오는 목소리에 헛숨을 들이마셨다가 시선을 돌렸다.

언제 왔는지 모를 법사 새끼가 장난기 가득한 얼굴을 보이고 있었다. 그 얼굴에 나는 성녀의 힘을 거두고는 말했다.

“…당연하지.”

“역시, 우리 길마님.”

뭐가 ‘역시’라는 거야? 괜히 놀림을 당하는 것 같아서 나는 손을 들었다. 법사 새끼가 움찔했지만, 쟤를 때리려는 건 아니었다.

“……!”

입술에서 피가 나도록 신음을 참고 있는 드슬이 새끼를 가격하려는 거였지.

나는 손등을 세워 드슬이 새끼의 목 언저리를 힘주어 때렸다. 힘을 조절한다고 조절했는데, 꽤 세게 때려버린 모양이다.

“와우.”

드슬이 새끼는 비명도 못 지르고 그대로 넋을 잃고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법사 새끼가 입술을 오므리고선 내게 엄지를 든다. 나는 그가 세운 엄지를 고이 접어주었다.

이렇게 드슬이 새끼를 잡았으니 이제 미처 신경 쓰지 못한 일을 할 차례다.

나는 이곳저곳이 부서져 황폐해진 마을에 대고 크게 소리 질렀다.

“용사님!!”

드슬이 새끼 때문에 맥없이 쓰러져 버린 대공이 걱정됐다.

“동네 사람들 다 깨우겠구나.”

비교적 멀쩡한 폐가의 지붕 위에서 용사님이 모습을 드러내셨다. 살짝 찌푸리고 있는 얼굴에 나는 방긋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동네 사람들은 무슨, 일어나려면 진작 일어났겠지.”

용사님께서 그것도 그렇다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그보다 대공은? 대공은 어디 있어? 애 상태 좀 괜찮아?”

“저 여기 있어요. 괜찮지는 않아요.”

―맘마!

우리 하림이, 어디로 날아갔나 했는데 대공 찾아갔었구나. 머리 위에 하림이를 얹은 대공이 용사님 옆에서 비척거리며 나타났다.

“어때? 좀 괜찮아?”

“안 괜찮다니까요!”

두 번 물어봐서 화가 났나 보다. 왜 저렇게 예민한가 했더니 옆에 있던 법사가 깐족거렸다.

“대공님 마력 상태가 아주 엉망이죠!”

“그런 것도 볼 줄 알아?”

“길마님은 법사를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 같죠. 같은 법사끼리 상대의 마력도 알아차리지 못할까 봐요?”

“드슬이 새끼랑 함께 나타나던 법사 새끼도 좀 알아보지 그랬냐.”

내 말에 해로운 법사님께서 시무룩한 얼굴로 입술을 삐죽였다.

“알아보려고 했는데 실패했죠.”

“무능하네.”

“야! 누구보고 무능하대!!”

바로 성격 나오는 거 봐봐. 빼액, 소리 지르는 목소리에 나는 얼굴을 찌푸렸다가 걸음을 돌렸다.

“대공, 네 상태는 돌아가서 봐줄게. 일단 이 새끼 챙겨서 돌아가자.”

그렇게 정신을 잃은 드슬이 새끼를 법사한테 들라고 맡기는데 아래로 내려온 용사와 대공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어디로 가자는 거니?”

“맞아요, 어디로 가자는 거예요?”

법사도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본다. 나는 턱 언저리를 긁다가 해맑게 말했다.

“용사님네 가게.”

“…….”

용사님이 멍하니 두 눈을 끔벅이더니 이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버럭 외쳤다.

“길드장, 너 죽고 싶니?!”

“미안!!”

나는 용사님께 은혜로운 블랙 카드를 쥐여주며 용서를 빌었다. 용사님께서 단단히 각오를 하라며 으름장을 놓으신다.

한도 초과되면 하운 쪽에 문자 날아갈 텐데, 부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 * *

남자는 오랜만에 ‘이전’의 꿈을 꿨다. 몇 번이나 그리워하며 보고자 했지만 볼 수 없었는데, 죽기 직전의 고통을 겪은 뒤에야 주마등과도 같이 ‘이전’의 기억과 마주할 수 있었다.

‘네 이름은 오랫동안 기억되겠지. 드래곤 슬레이어, ‘시온’으로.‘

물론, 그렇게 꾸게 된 빛바랜 기억의 끝은 그리 좋지 않았다.

남자는 그 마지막 순간에 눈을 떴다. 그와 함께 어깻죽지에서 강렬한 고통이 찾아왔다.

“많이 아파?”

걱정하여 묻는 목소리는 아니었다. 꼴좋다며, 더 아팠으면 좋겠다는 듯한 느낌이었다.

남자는 꽤나 익숙해진 목소리에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목소리의 주인을 쳐다봤다.

“뭘 봐.”

“…….”

목소리의 주인은 맞은편 소파에서 거만하게 한쪽 다리를 꼬고 앉아있었다.

남자는 그 모습에 곧장 검을 쥐려고 했다.

파지직―!

“윽……!”

하지만 검을 쥐고자 했던 손에서 느껴지는 저릿한 감각에 그럴 수 없었다. 애초에 검이 소환되지도 않았지마는.

그제야 남자는 제 손목에 무언가가 족쇄와도 같이 감겨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한 번 움직일 때마다 철컹거리는 불쾌한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남자는 얼굴을 와락 찌푸리며 제 손목을 묶고 있는 것을 풀어내고자 했다.

“그거 풀고 싶으면 네 손목을 잘라야 할 거야, 드슬님.”

“뭐……?”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꽤 익숙해져.”

그것도 말이라고 여자는 유쾌하게 말했다. 여자는 험상궂게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있는 남자에게 자신의 손목을 보여주었다.

여자의 손목에도 남자와 똑같은 것이 족쇄처럼 감겨있었다.

“네가 그렇게 원하던 ‘신살자’라는 칭호 덕분에 이 모양, 이 꼴인데 어때?”

그래도 가지고 싶냐며, 여자는 비아냥거렸다. 저를 놀리는 게 다분한 목소리에 남자는 이를 으득 갈았다.

* * *

“드슬님, 갈갈이 잘하죠?”

“……!”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도, 드슬이 새끼도 놀랐다. 짓궂게 웃고 있는 얼굴에 나는 망할 법사님의 뺨을 꼬집어 당겼다.

“너, 이……!”

“아! 아파!!”

법사님께서 아프다며 소리를 지르신다. 그 소리에 나도, 드슬이 새끼도 얼굴을 찌푸렸다.

“어디서부터 지켜보고 있던 거야?”

“처음부터 지켜보고 있었는데 길마님이 알아차리지 못한 거죠.”

‘신살자’가 봉인되어 있지 않다면 몰라 ‘성녀’만 봉인에서 해제되어 있는데 당연히 모르지!

참고로 검성은 영광의 검이라는 망할 성검을 쥐지 않으면 봉인에서 풀려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 검성은 성녀의 칭호가 봉인에서 해제된 상태여야만 사용이 가능하고.

나는 법사의 귀를 놓아준 뒤 드슬이 새끼를 보며 턱을 괬다.

“길마님, 자세 바로 해야죠? 안 그러면 척추 비틀어지죠?”

이 망할 척추 요정 같으니라고.

나는 꼬고 있던 다리를 바로 풀고는 법사를 째려봤다. 분명 자신을 보고 있다는 걸 알 텐데도, 이 해로운 법사님께서는 모른 척 휘파람을 부신다.

“…이상한 놈들.”

느릿하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사실 할 말이 많기는 했지만, 여기서 욱했다가는 진짜 법사 새끼랑 같이 ‘이상한 놈들’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도 법사님은 입을 잘만 놀리셨다.

“이상한 놈들인 거 어떻게 알았죠? 그런데 드슬님도 이상한 놈인 거 알죠? 앗싸, 공통점 찾았죠~!”

“…….”

저 입은 1분이라도, 아니, 1초라도 떠들지 않으면 병이라도 나는 걸까. 그보다 법사 새끼, 눈앞에 있는 드슬님 어깨에 총알 박아놓고 잘도 놀리시네.

“…미친놈.”

기어코 드슬님께 미친놈이라는 소리를 듣고 말았다. 법사는 그것도 좋다면서 실실 웃어댔다.

성격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어.

“윽……!”

법사가 손을 까닥이기 무섭게 드슬이가 몸을 웅크리며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살갗이 타들어 가는 냄새가 다시 코를 찌르기 시작했다.

드슬이 새끼의 상처를 감싸고 있는 붕대가 타들어 가는 게 보였다.

질린 얼굴로 법사를 쳐다보니, 법사가 히죽거리면서 나를 보고 있었다.

이 새끼, 나보다 성격 나쁜 게 분명하다.

* * *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길드, ‘하운(夏雲)’은 여름철의 먹구름과도 같이 어둡게 잠겨있었다.

“보스.”

“…….”

“보스!!”

책상을 가볍게 내리치며 외치는 목소리에 도하준이 고개를 들었다. 피곤함이 짙게 깔려있는 도하준의 얼굴에 그의 비서 은율이 눈살을 살짝 찌푸리고는 걱정스레 말했다.

“잠깐 눈을 좀 붙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도하운 님에 관한 건 제가 알아보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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