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자의 길드는 바르게 커야 합니다-53화 (53/168)

53화

단언컨대 우마한은 가볍게 물은 것이었다. 도대체 어쩌다 도하준 길드장의 동생이 네 팬이라면서 매니저로 나타난 건지, 그걸 물은 것이었단 말이다.

“같은 길드 소속이니라.”

“……?”

그러니 돌아온 대답에 우마한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뭐……?”

“같은 길드 소속이라고 했느니라.”

“아니, 잠깐만. 잠깐만, 마훈아……! 같은 길드 소속이라면 귀환의 길드원? 누가? 도하운? 도하준 길드장의 첫째 동생이?”

“그러하니라.”

우마한은 턱이 빠질 듯이 입을 벌렸다. 이내 그는 입을 가리고선 벌벌 떨며 물었다.

“누, 누군데? 9서클 대마법사님은 마, 만났고 정령사님도 만났고 북부 대공님, 드래곤 슬레이어님, 무림 제일고수님 그리고 용사님과 신살자님 이 다섯 명 중에 누, 누구야?”

우마한은 침을 꿀꺽 삼켰다. 우마훈은 경악 어린 얼굴을 보이는 자신의 형을 이상하게 쳐다보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신살자이니라.”

“아… 신살자……. 뭐? 신살자?!”

우마훈은 쨍하게 들려오는 우마한의 목소리에 눈살을 찌푸렸다.

우마한은 비밀이라고는 없는 동생의 주둥아리에 진심으로 감탄하며 두 손 모아 입을 가렸다.

* * *

“으으.”

갑자기 드는 오한에 나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왜인지 모르게 소름도 돋아서 팔을 북북 문지르기도 했다.

“왜 그러니, 길드장?”

“길마님, 추우세요?”

따악, 손가락이 맞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온기가 찾아 들었다. 대공이 내게 마법을 펼쳐주고는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다.

“길마님, 추위 많이 타시나 봐요? 도비 씨 왔을 때 그런 말을 들은 것 같기는 한데…….”

“그건 아니고.”

용사님네 가게에서 도비를 만났을 때의, 그 끔찍했던 상황이 떠올라 나는 대공의 말을 가볍게 끊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용사가 건넨 담요로 어깨를 꽁꽁 감쌌다.

추운 건 아니었지만 탄내가 가득했던 겉옷을 벗고 나니 좀 썰렁한 기운이 느껴지기는 했기 때문이다.

정령사는 일어나기 무섭게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한참 난리를 부리다가 자기네 회사로 돌아갔다.

‘오빠나 도하인이 나랑 해로운 법사님 찾으면…….’

‘모른다고 하겠습니다.’

그런 만족스러운 대답을 내놓고 말이다.

―맘마!

천장 높이 날아다니던 하림이가 내 무릎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렇게 보니 애가 좀 귀엽다.

나는 하림이의 동그란 머리를 쓰다듬으며 대공에게 히죽거렸다.

“대공, 이것 봐봐. 하림이가 너보다 내가 더 좋은가 봐.”

내 말에 대공이 두 눈을 가늘게 뜨더니 이내 말했다.

“그대여, 이리 오시게.”

―맘마―아!!

“…….”

대공의 ‘그대’ 소리에 하림이가 곧장 대공에게로 날아가 버렸다. 내가 ‘그대’ 따위에게 지다니, 이건 사기다.

나는 허전한 무릎 위에 손을 올려놓고는 입술을 삐죽였다.

대공이 보란 듯이 하림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의기양양하게 웃고 있다. 저 얄미운 놈.

“그런데 두 사람은 왜 그렇게 연락이 안 됐던 거야?”

내 물음에 용사님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하림이, 저 녀석 때문에 말이지. 대공한테 못 들었니?”

“대공한테? 글쎄…….”

내가 쟤한테 들은 게 뭐가 있나 싶었더니.

“아, 가게 날아갔었단 건 들었어. 하지만 지금은 멀쩡한데?”

내 말에 대공이 뿌듯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야 마법으로 복구시켜 놨으니까요! 사장님이 원래대로 안 돌려놓으면 다리를 분질러서 쫓아낸다고 했거든요!”

“…….”

해맑게 말하는 목소리에 나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옆에 있던 용사님이 그날의 일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골치 아프다는 듯이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입을 여신다.

“길드장, 네 말대로 가게가 한 번 날아갔었단다. 저 망할 용가리 새끼 덕분에 말이지.”

“사장님, 우리 하림이한테 욕하지 마세요! 하림이가 배운단 말이에요!!”

―맘마?

“유대공, 네가 하림이한테 몇 날 며칠을 떠들어 대도 하림이가 할 줄 아는 소리라고는 ‘맘마’밖에 없는데 뭘 배운다는 거니?”

용사의 말에 대공이 불퉁한 얼굴을 보였다. 그래도 할 말은 없나 보다. 하긴 나도 하림이가 ‘맘마’ 말고 다른 말을 할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나는 두 눈을 말똥하게 뜨고 있는 하림이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보다 쟤가 브레스를 날릴 줄 안다고?”

“보여드려요?”

“아니, 안 보여줘도…….”

하지만 내가 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하림이가 입을 크게 벌렸다.

―마암―마!!

후―웅!

“…….”

보이지 않는 뭔가가 한데 뭉쳐 내 옆을 쏜살같이 지나갔다.

쿠궁―!!

그것은 이내 방에 커다란 구멍을 만들었고.

“유대공! 너 이 새끼!!”

용사님의 분노를 일깨워 버렸다.

“아악! 잠깐만요! 저도 림이가 진짜 브레스를 날릴 줄 몰랐어요! 몰랐다고요!!”

용사에게 귀가 잡힌 대공이 우는소리를 낸다. 나는 용사님을 말리는 대신 열심히 두 손을 들어 용사님을 응원했다.

“대공, 너 이 새끼! 나 죽이고 싶어서 환장했지? 용사님, 거기서 더 잡아 비틀어 버려!!”

“말리진 못할망정! 그보다 제가 왜 길마님을……. 아야!”

한 대 거들어 때리는 건 덤이었다. 그사이 대공의 품에서 빠져나간 하림이는 기분 좋다는 듯이 방긋 웃으며 천장 가까이에 몸을 붙이고 날아다니는 중이었다.

“그대여! 나 좀 도왓……!!”

“돕기는 뭘 돕니? 어서 저거나 원래대로 되돌려 놓으렴!!”

“알았어요!!”

대공이 코를 한 번 훌쩍이고는 커다랗게 구멍이 난 곳을 향해 손을 뻗었다.

“대공님, 뭐 해?”

“법사님!”

하지만 금빛 마법진이 구멍을 에워싸기도 전에 법사님이 등장하셨다. 나타난 법사의 모습에 대공이 울먹인다.

“법사님! 저 좀 살려주세요!”

“유대공, 누가 들으면 내가 너를 죽이려고 든 줄 알았겠구나.”

“죽일 듯이 귀를 잡아당겼잖아요!”

“귀를 잡아당기는 걸로는 안 죽는단다, 유대공.”

귀를 자르면 몰라도, 그래도 이 경우에도 현대 의학으로 죽지는 않을 거라며 용사님께서 어깨를 으쓱이셨다.

“그리고 현대 의학이 힘을 발휘하기도 전에 길드장이 치료해 줄 거고 말이지.”

“…….”

나를 뭘로 보고 있는 거야, 이 망할 용사님아.

어쨌든 간에 우리 길드원들은 왜 이렇게 서로 사이가 좋은지 모르겠다.

“용사님아, 우리 작고 소중한 대공님한테 왜 그러시죠?”

“작고 소중한 사람들이 다 죽었다니?”

“그, 그건 아닌데…….”

법사님께서 삐질거리더니 이내 대공을 향해 손을 까닥거렸다.

“우왁……!”

그와 동시에 대공님께서 법사님에게 그대로 끌어당겨졌다. 법사가 대공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는 용사를 향해 씨익 웃음을 보인다.

그 모습에 용사가 헛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법사끼리 아주 잘들 노는구나.”

“법사란 자고로 작고 소중한 존재니까요.”

“작고 소중한 존재가 다 죽었나 보구나.”

파지직, 법사와 용사 사이에 전기가 튀는 것 같다. 이러다 둘이서 아주 사달을 낼 것 같아서 나는 둘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기로 했다.

“법사님, 알아보란 건 잘 알아보고 왔어?”

“응! 잘 알아보고 왔죠!”

법사가 대공의 어깨에서 팔을 풀고는 내가 앉아있는 소파에 몸을 기대며 말했다.

“오가는 사람이라고는 단 한 명도 없고, 그래서 누가 아무리 날뛰어도 아무도 찾아오지 않을 곳 쥐 잡듯이 뒤져서 찾아왔죠!!”

“좋아, 잘했어.”

“법사한테 뭘 시켰나 했더니. 그런 곳을 찾아오라고 했니?”

용사님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여 줬다.

“우리 림이랑 관련 있는 거예요?”

“응.”

―맘마?

저 맘마 몬스터는 자기와 관련된 건 아주 귀신같이 알아차리는 것 같았다.

대공이 구멍 난 곳을 메꾸고는 내게 물었다.

“드슬님을 거기로 불러들이게요? 하지만 어떻게요? 림이가 아무리 날뛰어도 드슬님이 그걸 어떻게 알고요.”

“하긴 그것도 그러네. 길마님, 참고로 드슬님 지금 추적 불가야. 내가 몇 번이나 추적해 보려고 했는데 다 실패했단 말이야.”

법사의 말에 나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설마 이 해로운 법사님이 드슬이 새끼를 추적하려고 했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법사 이 자식, 의외로 기특한 구석도 있다. 나는 손을 들어 법사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런 내가 이상해 보였나 보다. 법사님이 잔뜩 흔들리는 눈동자로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뭐야? 뭐 하자는 짓이죠?”

내가 때리기라도 할 줄 알았나 보다. 당혹감이 가득한 목소리에 나는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알 거 없어.”

“……?”

나는 손을 거두고는 말했다.

“드슬님의 적은 드래곤이잖아.”

“그게 뭐 어쨌다는 거니?”

눈가를 살짝 찡그리고서 묻는 용사님에게 나는 입꼬리를 올렸다.

“용사님, 저번에 마왕님한테 마신이 빙의했을 때 어떻게 찾아왔다고 했지?”

“어떻게 찾아왔기는, 의무를 다해야 한다니 뭐니 아주 시끄럽게 굴어서…….”

용사님이 말을 하다 말고 두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길드장, 너 설마……?”

놀란 눈을 보이는 용사님께 나는 그저 씨익, 웃어줄 뿐이었다.

* * *

[‘드래곤 슬레이어’는 의무를 다하셔야 합니다.]

“……?”

느닷없이 나타난 메시지에 남자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잘못 봤나 싶어 두 눈을 비벼봤지만 나타난 메시지는 더욱 선명해졌을 뿐이었다.

“왜 그러시나요?”

들려오는 목소리에 남자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지워지지 않는 메시지에 남자는 미간을 좁혔다.

저 메시지를 지울 방법은, 경험으로 미루어 보건대 하나뿐이다.

“밖에 나가시려고요? 아직 움직이는 건 조금 힘드실 텐데요.”

걱정스레 들려오는 목소리에 남자는 잠깐 멈췄다가 느릿하게 목소리를 내었다.

“…무리 없어.”

“네, 그러시겠지요.”

걱정 가득했던 목소리는 거짓말이었던 듯, 들려오는 목소리에 웃음기가 가득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