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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길드는 바르게 커야 합니다-50화 (50/168)

50화

“…또, 그거.”

몸을 바로 한 드슬이가 얼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비딱하게 웃음을 지어주었다.

나는 나를 묶고 있던 사슬을 곧장 드슬이를 향해 움직였다.

한 번 당한 전적이 있다고, 드슬이는 이번에는 쉽게 잡히지 않았다. 검을 들어 저를 향해 날아드는 사슬을 쳐내면서 빠르게 발을 움직였다.

“드슬님, 그때의 마법은 드슬님 거 아니었나 봐?”

“……!!”

언제 옆에 다가왔는지 모를 법사가 활짝 웃는다. 그와 동시에 드슬 놈의 주위로 붉은 마법진이 펼쳐졌다.

파지직, 이는 전기에 드슬의 움직임이 멈췄다.

“법사……!!”

이를 아득 물며 짓씹듯이 내뱉는 드슬이의 목소리에 해로운 법사님께서 키득거린다.

“길마님, 잘난 법사님께서 이렇게 잡아줬는데 해줄 말 없나요?”

“뒤에서 구경하고 있던 놈이 이제 와서 잘난 척은.”

내 말에 법사가 불퉁하게 말했다.

“길마님께서 그렇게 무섭게 칼질하는데 법사가 어떻게 끼어들죠!!”

“말이나 못 하면…….”

“그러게나 말입니다.”

정령사님께서도 소리 없이 다가와서는 한마디 거들었다. 그런데 저기요? 너도 똑같거든요?

얼척이 없어 법사 새끼와 정령사 새끼를 번갈아 가며 쳐다보는데 하늘이 눈부시게 번쩍거리기 시작했다.

“불안한데…….”

드슬이 새끼는 법사님의 마법 덕분에 사슬로 붙잡고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상황이 왜인지 무척 익숙해서 불안감이 들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하늘에 그려지는 푸른 진에 나는 헛웃음을 흘렸다.

“또 저거냐.”

그려진 건 글로리아의 마법.

쿠르릉―

하늘이 울기 무섭게 벼락이 내리치기 시작했다.

곳곳에 내리치는 벼락에 촬영장에 다시 불이 붙기 시작했다. 정령사가 곧장 물의 정령을 불러일으켜 불길을 잡기 시작했다.

나는 사슬을 내게 가까이 끌어당겨 드슬이 새끼의 목덜미를 잡았다. 또 도망가면 안 되니까 말이다.

의외로 순순히 내게 잡힌 드슬이가 정령사가 하는 짓을 보고는 느릿하게 목소리를 뱉어냈다.

“…정령사도.”

나지막한 목소리를 어떻게 들었는지 정령사가 크게 몸을 움찔거리고는 드슬이를 쳐다본다. 나는 그런 정령사님께 웃으며 말했다.

“정령사님, 겁먹을 필요 없어.”

“누가 겁을 먹었답니까!”

“정령사님, 누가 봐도 겁먹은 얼굴이었죠?”

법사가 그렇게 깐족거리고는 내게 말했다.

“길마님, 드슬님 챙기세요.”

“이동하게?”

“그럼, 이동해야죠.”

우리 주위에 방어막을 펼쳐주고 있던 법사님께서 돌연 하늘을 올려다보며 웃음을 지었다.

“그 전에, 저것 좀 손봐주고.”

웃음기 섞인 목소리가 들리기 무섭게 하늘에서 내리치던 벼락이 허공에서 멈추었다. 그와 함께 시간이 되돌아가기라도 하는 듯이 내리치던 벼락이 하늘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하늘에 그려졌던 푸른 진은 금세 붉게 물들었다.

“법사 놈이 재주는 좋습니다.”

정령사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여 줬다.

“그런데 어디로 이동하려고, 법사님?”

“일단 용사님네 가게로 이동할까 하는……. 길마님!!”

드슬이 새끼의 뒷덜미를 잡고 있는 손을 누군가 움켜쥐고 있었다.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느끼지 못한 기척이었다.

“세상에, 이곳에도 용사님이 계시나요?!”

마주친 두 눈이 휘게 접혀있다.

“안녕하세요, 성녀님. 오랜만입니다.”

나는 멍하니 입술을 벌렸다가 이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리고 곧장 사슬을 움직여 남자를 노리려고 했다.

“길드장님!”

“도하운!!”

정령사와 법사의 손이 나를 뒤로 끌어당기지만 않았으면 그랬을 거다.

드슬이를 잡고 있던 손이 떨어졌고.

콰―앙!!

곧이어 귀가 먹먹해질 정도의 커다란 폭발음이 들렸다.

몸이 붕, 뜨더니 이내 땅에 처박히고 말았다. 몇 번 바닥을 구르고 나서야 나는 고개를 들 수 있었다.

[권능, ‘치유’가 활성화됩니다.]

이마를 타고 흘러내린 핏물을 닦아내고는 나는 몸을 일으켰다. 내가 서있던 자리에는 커다란 구멍이 움푹 패어있었다.

“시발…….”

드슬이 새끼를 또 놓쳤다. 그냥 놓쳤다면 몰라, ‘글로리아’와 관련이 있어 보이는 수상쩍은 새끼도 함께 놓쳐버렸다.

나는 이를 아득 갈며 머리를 헤집었다가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일단 법사님과 정령사님이 무사하신지 확인해야 한다. 폭발에 휘말렸을 거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혹시 모르니까…….

“도하운아.”

“……?”

위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들었다.

“…마왕님?”

혹시나 했는데 마왕님께서 옆구리에 정신을 잃은 두 남자를 들고 서있었다. 암만 봐도 마왕님의 옆구리에 끼워져 있는 저 두 사람은 내가 알고 있는 녀석들 같았다.

하지만, 그 전에…….

“마왕님! 네가 왜 여기 있어?! 우마한 길드장이 이동시킨 거 아니었어?”

“맞느니.”

마왕님께서 가볍게 땅으로 내려오고는 옆구리에 끼고 있던 두 사람을 던지듯이 내려놓았다.

아니, 저 미친놈이?!

“으윽…….”

머리를 꽤 강하게 부딪혀서 일어나지 않을까 했는데, 두 사람은 앓는 소리만 내고서는 얼굴을 찌푸리기만 했다.

“법사님, 정령사님?”

어디 다쳤나 싶어 성녀의 힘을 사용해 봤지만, 두 사람은 여전히 끙끙 앓아대며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쉽게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얼굴들에 나는 두 사람의 어깨를 흔들어 댔다.

“법사님! 정령사님! 야! 정신 차려봐!! 해로운! 강하수!!”

“쉽게 정신 차리지 못할 것이니라.”

“뭐? 왜?”

마왕님께서 고고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벼락같은 말을 내던졌다.

“짐이 적인 줄 알고 힘을 사용하고 말았도다. 지금쯤 생애 가장 끔찍한 순간을 보고 있을 것이니라.”

“야!!”

그걸 말이라고 하냐!

“그래도 깨어나면 기억하지 못할 것이니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나는 마왕의 어깨를 소리 나게 때려주고는 정령사와 법사에게 다시 성녀의 힘을 사용했다. 이번에는 어느 정도 먹혔는지 두 사람의 표정이 편안해졌다.

나는 작게 숨을 내쉬고는 마왕을 째려봤다. 그래도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아나 보다. 고개를 돌려 내 시선을 피하는 걸 보니 말이다.

“마왕님.”

“짐은 착각한 것뿐이니라.”

변명같이 돌아온 말에 나는 얼굴을 찌푸렸다.

“됐고. 얘네 깨어나면 사과해. 무조건 사과해.”

마왕님께서 입술을 삐죽이신다. 아오, 저 입술 그냥 확 꼬집어 버릴까 보다.

하지만 이내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보다 도하운아, 다친 곳은 없느냐?”

“없어.”

있었지만 아문 지 오래였다. 다만 이번에도 옷은 멀쩡하지 못했다. 이러다 옷장 안의 모든 옷이 거덜 날 것 같다.

헌터들이 입고 다니는 옷을 좀 구해볼까. 오빠나 도하인한테…….

“아.”

“왜 그러느냐?”

나는 끙, 앓는 소리를 내고는 머리를 헤집었다.

법사님의 마법으로 오빠와 도하인이 사라지기 전, 내게 보였던 눈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더불어 내가 외쳤던 말들도.

나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헝클어진 머리칼을 정리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내 대답이 못마땅한지 마왕님께서 미간을 살포시 좁힌다. 얼굴 좀 펴라고 말할까 싶었는데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마왕님.”

“왜 부르느냐.”

“마왕님도 포털 열 줄 안다고 했지?”

마왕님께서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셨다. 나는 엉망이 된 촬영장을 한 번 둘러보고는 마왕님께 물었다.

“도비 새끼랑 만난 곳 기억해?”

“북부 대공이 있는 곳 말이냐?”

“응, 거기로 좀 가자.”

집으로는 가지 못한다. 아니, 이제부터는 오빠와 도하인의 눈을 피해야만 했다.

‘안녕하세요, 성녀님. 오랜만입니다.’

떠오르는 목소리에 나는 얼굴을 와락 찌푸렸다. 분명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익숙한 기운을 가지고 있었다. 더욱이 내게 친근하다는 듯이 인사도 건넸었고.

그렇게 사근사근 내게 인사를 건넬 만한 사람이…….

나는 이를 으득 갈며 생각을 멈췄다. 이내 눈앞에 펼쳐진 마법진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니, 옮기려고 했다.

“마왕님! 법사랑 정령사 챙겨!!”

마왕님이 뚱한 얼굴로 법사와 정령사를 챙겨 든다. 나는 짧게 혀를 차고는 다시 마법진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마왕님 덕분에 나는 법사와 정령사를 데리고 무사히 용사님네 가게로 이동했다.

“…….”

“…….”

영업 중인 가게 안으로 말이다.

카운터에 있던 용사님께서 나를 보고는 두 눈을 휘둥그렇게 뜨셨고, 마왕님과 마왕님이 짐짝을 들듯이 들고 있는 법사와 정령사를 보고는 입을 쩍 벌리셨다.

여기 보세요― 찰칵―!

“…….”

소리가 들린 쪽을 쳐다보자 용사님네 가게의 손님께서 내 눈치를 보며 휴대폰을 집어넣고 있었다.

“어이쿠, 손님 잠깐만요!!”

그런 손님의 손을 대공님께서 잡으셨다. 그와 동시에 금색 마법진이 펼쳐지는가 싶더니 우리를 감쌌다.

“사…사라졌어!”

“그 사람들은? 그 사람들은 어디 갔어?”

가게 안에 있던 손님들께서 허둥대며 자리에서 일어나신다. 대공님께서 우리를 손님들의 눈으로부터 보호해 주셨나 보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옆에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마왕님을 쳐다봤다.

“마왕님.”

“왜 부르느냐.”

나는 마왕님을 빤히 쳐다보다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아니야, 아무것도.”

용사님네 가게로 가자고 했지만 이렇게 나타날 생각은 아니었는데. 나는 상황을 수습 중인 대공을 보며 애매한 웃음을 지어주었다.

|Pr. 북부대공| : 님아!! 지금 웃음이 나와여?!!

안 나온다. 안 나오는데 억지로 웃어주는 거다.

|Pr. 용사| : 길드장.

날아든 메시지에 나는 몸을 크게 움찔거리고는 카운터에 계시는 용사님을 쳐다봤다.

이마의 혈관이 툭 하고 튀어나오신 것 같은 용사님께서 정확히 우리가 있는 곳을 쳐다보고 있었다.

|Pr. 용사| : 이게 무슨 경우 없는 경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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