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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길드는 바르게 커야 합니다-42화 (42/168)

42화

“…그럼 대단한 법사님아. 혹시 순간 이동 말고, 공간째로 이동하는 거 가능해?”

“공간째로……? 이런 거 말하는 거야?”

법사가 엄지와 검지를 들어 허공을 잡는가 싶더니 종이를 넘기듯이 이를 걷어냈다.

“…….”

물기가 가득한 지하 주차장은 온데간데없고 단정히 깔린 보도블록이 눈에 들어왔다.

“어… 어어……?”

누군가의 얼빠진 소리에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Pr. 신살자(길드장)| : 미친놈아;

|Pr. 9서클대마법사| : 해달라고 해서 해줬더니 법사는 억울하죠!!

내가 언제 해달라고 했어! 가능하냐고 물었잖아!!

강하수는 넋이 반쯤 나간 얼굴로 법사 새끼를 보는 중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이판사판이다.

나는 억울함 가득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법사 새끼를 향해 손가락을 들었다.

“회…회사원 헌터 씨가 구해줬어요!”

“……?”

법사 새끼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얼굴을 찌푸리며 메시지를 보내왔다.

|Pr. 9서클대마법사| : 우리 길마님,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죠?

나는 그 메시지에 답하지 않았다. 대신 강하수와 빠르게 시선을 교환했다.

지금 여기서 우리가 해야 할 건 하나.

“맞습니다! 해로운 씨가 심사를 찢어버리셨습니다!!”

“!!”

법사 새끼를 귀환의 먼치킨으로 만드는 거다.

|9서클대마법사| : 니ㅣㅁ들;?

다급하게 날아든 메시지를, 나도 강하수도 무시했다.

찰칵―

셔터를 누르는 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왔다. 곧이어 곳곳에서 빛이 번쩍이기 시작했다.

“강하수 대표님! 그게 무슨 말입니까!! 해로운 씨가 심사를 찢어버렸다니요?!!”

“해로운 씨! 하운의 도하준 길드장님과 함께 있는 걸 봤다는 분이 계시는데, 언제 하운에 들어간 건지……!”

“대표님! 그 말은 해로운 씨가 심사에 개입해서 구해줬다는 말입니까?!”

셔터를 누르는 소리와 함께 기자들의 외침이 뒤섞여 들려왔다.

“하운아!!”

그리고 그 소리 가운데서 나를 애타게 찾는 목소리가 들렸다. 뒤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도하운!!”

나를 와락 끌어안는 단단한 팔이 느껴졌다. 머리칼을 연신 쓰다듬으며 괜찮냐고 묻는 목소리에 나는 환히 웃음을 터트렸다.

* * *

그래서 그 후에, 어떻게 됐냐면…….

[속보] 회사원 헌터 H 씨, 심사를 찢어버리다!

―심사 도중에 개입하는 게 가능한 일이었냐;

└세계 최초라는데;;

└주모오~!!!

“시발…….”

회사원 헌터 H 씨, 해로운 씨께서 테이블에 머리를 콩 박으신다.

나랑 같은 기사를 보고 계셨나 보다. 나는 치즈 케이크를 콕 찍어먹으며 시일이 꽤 지난 기사를 내렸다.

[특종] 강남대로의 영웅! 하운(夏雲)과 긴밀한 관계… 하운, 묵묵부답

―인재 영업 오지고 지리고 렛잇고~

└화랑 쪽에서 컨택했다더만;

└화랑보다는 하운이지~

└화랑 추천 하운 비추ㄱㄱ

└추천 박고 갑니다~

나는 기사를 캡처하고는 오빠에게 보냈다.

[하준이 오빠] : 기사 곧 내려갈 거야. 하운이는 걱정하지 말고, 로운 씨랑 놀고 있어^^

돌아온 메시지에 나는 동그라미 두 개를 보내놓고 테이블에 머리를 박고 있는 법사님을 불렀다.

“법사님.”

“네.”

“너 오빠한테 얼마 받았다고?”

“비밀.”

법사가 꼼지락거리며 고개를 들더니 쿠키 프라페를 입에 머금는다. 맛있다면서 단숨에 이를 반쯤 비워버리고는 쿠키를 꺼내 먹는 법사 새끼를 보며 나는 얼굴을 찌푸렸다.

내가 어쩌다 법사 새끼랑 같이 움직이게 됐더라. 나는 얼음이 녹아 밍밍해진 아메리카노를 들며 얼굴을 찌푸렸다.

‘하운아, 소개할게.’

의뢰를 처리했던 그날, 센터에서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확답을 받고 집으로 돌아오니 오빠는 웬 손님과 함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부터 하운이의 경호를 도맡아 줄 해로운 씨야.’

‘…네?’

그 손님은 내게 불청객이나 다름없는 해로운 법사 새끼였다. 말끔하게 정장을 갖춰 입은 법사 새끼가 두 눈을 휘게 접으며 내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하운 씨. 우리 구면이네요?’

구면이고 지랄이고.

|Pr. 신살자(길드장)| : 너ㅓ뭐야?

|9서클대마법사|: (૭ ᐕ)૭?

|Pr. 신살자(길드장)| : 아니 ㅅㅂ아1!!!!

그렇게 해로운은 내 경호원이 되었다. 오빠는 내 주변 상황이 좀 안정될 때까지, 라고 했지마는…….

“이거 하나 더 시켜 먹어도 돼? 완전 맛있죠!”

경호원은 무슨, 저 새끼 밑으로 들어가는 식비가 하루에 족히 50만 원은 깨지는 거 같다. 카드 정지는 풀렸지만 재산이 안정치 못하다.

나는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렸고 법사 새끼는 입술을 삐죽이며 얼마 남지 않은 음료를 쭉 들이마셨다.

“근데 하운 아가씨.”

“시발.”

“아니! 그럼 고용주님 동생분을 아가씨라고 부르지! 뭐라고 불러?”

“그냥 길마님이라고 불러!”

“여기서 어떻게 길마님이라고 불러?!”

해로운 법사 새끼가 목소리를 잔뜩 죽이고서는 억울하다는 듯이 외쳤다. 나 역시 목소리를 잔뜩 죽이고선 외쳤다.

“소리 차단 마법 쓰면 되잖아!”

“이름 하나를 부르기 위해 마법을 써야 한다니……. 우리 길마님 참 까탈스럽죠?”

해로운은 그렇게 투덜거렸지만 내 말대로 순순히 마법을 펼쳤다. 붉게 마법진이 펼쳐지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 참고로 해로운은 오빠가 선물해 준, 얼굴을 흐리게 인식해 주는 아이템을 착용 중이다. 신상이 퍼질 대로 퍼져서 어쩔 수가 없게 됐다.

아이템 착용 중이라고 해도, 같은 귀환자의 눈에는 똑같이 보이는 거 같다. 일전에 만났던 정령사가 바로 알아봤었으니까…….

어쨌든, 법사의 신상이 널리 알려질 줄은 알았지만 내 경호원이 되는 건 예상 밖의 일이었다.

진짜 귀찮게 됐네.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적이는데 법사가 잔뜩 목소리를 죽이고선 나를 불렀다.

“길마님.”

“뭐.”

“드슬이 님은 어떻게 할 거야?”

나는 입술을 살짝 벌렸다가 이내 얼굴을 찌푸렸다. 법사가 소곤거리며 묻는다. 마법도 부렸는데 왜 저렇게 물어보는 거야?

“배때기에 칼빵 맞으셨는데 이대로 내버려 둘 생각은 아니시죠?”

“당연히 아니지.”

나는 반쯤 남은 아메리카노를 단숨에 비우고는 비딱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드래곤 슬레이어의 적은 누구라고 생각해?”

“당연히… 드래곤?”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법사가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눈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드래곤을 이용하려고.”

내 말에 법사가 얼빵한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게이트라도 열게? 아니면 던전에서 피 터지는 주먹질이라도 하려고?”

“뭐라는 거야?”

이번에는 내가 얼빵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법사가 뺨을 긁적이며 말했다.

“아니… 드래곤을 이용할 거라며? 드래곤이 나타날 법한 곳이 던전이나 게이트뿐이잖아?”

법사의 말에 나는 그제야 중요한 사실 한 가지를 간과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 맞다. 너 아직 하림이 만나본 적 없구나?”

“하림이? 용가리 치킨의 그 하림?”

“…그거 아니야.”

대공에게 용가리 이름 바꿀 생각 없냐고 진지하게 물어봐야겠다. 그보다 대공 자식, 갑자기 용사님과 나란히 잠수를 타신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법사한테 대공에게 진언 좀 날려달라고 부탁하려는데 법사가 흥미가 가득한 눈으로 내게 물었다.

“그래서? 그 하림인지 뭔지를 어떻게 이용하려고?”

“드슬이의 적은 드래곤이잖아? 말 그대로 드래곤으로…….”

타앙―!

“……!!”

테이블을 내리치는 커다란 손에 말이 끊기고 말았다. 나도, 법사도 화들짝 놀라 그 손의 주인을 쳐다봤다.

“헉, 허억……!”

내 말을 끊은 남자는 바닥에 무릎을 꿇다시피 앉고서는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다. 멍하니 눈에 익숙한 남자를 쳐다보고 있는데 법사가 방정맞은 목소리를 냈다.

“아이, 깜짝아! 정령사님 갑자기 어디서 튀어 나타난 거죠?! 법사 완전 놀랐죠!!”

“시끄, 시끄럽습니다!”

“뭐야? 네가 왜 여기서 나와?”

“자, 잠깐. 수, 숨 좀 고르고…….”

정령사, 강하수가 한 손으로 내 말을 가로막고는 크게 숨을 내쉰다.

그러고는 몸을 일으키더니 법사에게 물었다.

“해로운 씨, 주변에 결계 치셨습니까?”

“소리 차단 마법은 쳐놨는데? 그건 왜?”

“별건 아니고…….”

강하수가 헛기침을 두어 번 터트리더니 나를 쳐다본다. 내게로 향하는 시선이 꽤 부담스러웠다.

부담스럽기만 할까, 불길하기까지 하다.

“도와주십시오, 길드장님!!”

“…….”

그래, 불길하다 싶었지.

5. 사공이 많으면 때려잡기 좋다

난데없이 찾아온 정령사의 손에 이끌려 우리는 카페를 나올 수밖에 없었다. 정령사는 안 가겠다고 버티는 나를 억지로 뒷좌석에 태우고는 차 문을 닫아버렸다.

“도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그보다 정령사님 차 바꿨죠!!”

경호원이랍시고 나를 따라다니는 이 망할 법사님은 좋다고 조수석에 올라타신다.

오빠, 아무래도 경호원을 잘못 뽑은 거 같아.

정령사가 운전석에 타고는 안전띠를 매며 퉁명스레 말했다.

“지난번 심사 때 차가 망가져서 말입니다.”

정령사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망가진 건 세이렌이 난리 쳤던 그 차밖에 없었는데?”

“그 차가 제 차였습니다.”

“아하…….”

어쩐지 눈에 익숙하더라.

정령사는 곧장 기어를 넣고는 차를 몰기 시작했다. 목적지도 말해주지 않고 차를 모는 그에게 법사가 물었다.

“정령사님, 우리 어디 가나요?”

“드라마,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 촬영 중인 사극 세트장으로 갈 겁니다.”

“거기는 왜 가?”

나는 당황하여 물었고.

“오! 드라마 촬영 구경! 완전 신나죠!!”

법사가 신난 얼굴로 폰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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