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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길드는 바르게 커야 합니다-35화 (35/168)

35화

|Pr. 마왕 : 법사 놈과 정령사 놈에게.

“…….”

난데없이 마왕님의 그윽한 목소리를 들었을 둘에게 애도를 표하기는 무슨, 꼴좋다!!

쌤통이라며 고소해하고 있는데 마왕님께서 메시지를 하나 더 보내셨다.

|Pr. 마왕| : 정령사 놈이 펄쩍 뛰며 네가 있는 곳을 알려줬느니.

아하, 정령사. 이 망할 새끼가 마왕에게 내 위치를 팔았다는 거지? 목 닦고 기다리고 있어라. 당장…….

|Pr. 마왕| : 정령사 놈이 가르쳐주지 않았으면 너에게 진언을 보내려고 했느니.

정령사님, 고마워.

꼼짝없이 마왕님의 그윽한 목소리를 들을 뻔했다. 그리고 나는 또 넘어졌겠지. 열심히 도비 새끼를 잡으러 달려오고 계실 정령사님께 감사를 표하는데 도비가 짜증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봐, 그 녀석은 남자 사람 친구라고 하지 않았나?”

“응? 어, 그랬지?”

“서로 보는 눈이 아주 심상치가 않은데 그래? 이 몸을 앞에 두고 아주 둘이서 눈을 잘만 맞추면서 소리 없이 대화를 나누고 있군.”

“…….”

도비 새끼가 뭔가 심각한 오해를 한 게 분명하다.

근데 문제는…….

“네 녀석, 뭔가 도하운이에 대해 오해를 하는 것 같으니.”

“오해?”

“내가 도하운이를 보고 있는 건, 도하운이는 상대의 강함을 바로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니라.”

마왕님께서 이 오해를 더 심각하게 만든다는 거다.

내가 무슨 전투력 측정기냐, 마왕 새끼야.

“말이 나와서 말인데, 도하운아. 어때 보이느냐? 이제 짐이 좀 강해진 것 같으냐?”

“네 녀석, 그런 것도 볼 수 있다는 거냐?”

환장하겠네. 마왕님께서 나를 진짜 전투력 측정기로 알고 있나 보다.

이 답도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벗어나야 할까, 머리를 굴리는데 구원의 메시지가 나타났다.

|Pr. 9서클대마법사| : 하준 길마님이랑 이제 헤어질 거죠? 길마님 어서 집으로 돌아가야죠ㅋ?

나타난 메시지에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곧장 내게로 따라붙는 두 쌍의 눈동자에 방긋 웃음을 보였다.

“둘이 아주 죽이 척척 잘 맞을 거 같은데 이번 기회로 친해져 봐. 나는 일이 생겨 이만 가봐야 할 거 같네?”

물론, 나를 순순히 보내줄 도비 새끼와 마왕님이 아니셨다. 내 말에 도비 새끼가 얼굴을 찌푸렸다.

“뭐라? 이 몸과의 대화 중에 감히 어디를 간다는 거지?”

“도하운아! 그게 무슨 소리인 게냐! 짐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말해주지 않았느니!!”

마왕님은 나를 붙잡으셨고.

그래 봤자 둘이 어떻게 하겠는가.

나는 때를 맞추어 마왕님의 음료를 들고 오는 북부 대공님께 둘을 맡기고는 그대로 용사님네 가게를 빠져나왔다.

|Pr. 신살자(길드장)| : 법사님, 빨리 포탈 좀!

|9서클대마법사|: •́ㅿ•̀

|Pr. 9서클대마법사| : 우리 길마님, 법사가 아주 그냥 포탈 셔틀이죠ㅠ? 아주 그냥 막 그냥 부려먹기 좋은 셔틀이죠ㅠㅠ?

|Pr. 9서클대마법사| : 하지만 법사는 우리 길마님 포탈 셔틀 기꺼이 해줄 거죠!!!!

뭐, 뭐야. 이 자식 갑자기 왜 이래? 우리 오빠한테서 뭘 받아 처먹은 거야?

갑자기 돌변한 게, 참으로 수상하기 짝이 없는 태도였지만…….

딸랑―!

“도하운아!!”

“으악! 마왕님, 잠깐만 진정해 보세요!”

―맘마!!

“역시 이 몸의 눈은 틀리지 않았다! 강아지가 날아다니고 있지 않느냐!!”

이 미친 곳을 벗어나는 게 급선무였다.

나는 곧장, 붉게 펼쳐진 마법진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Pr. 용사| : 길드장, 이것들 데리고 가야지!!

용사님, 뒤처리를 부탁해!

* * *

마왕님의 등장으로 도비와 제대로 된 대화는 나누지 못했지만 하나는 건졌다.

도빈, 예명 도비는 스킬로 우연히 나의 ‘HIDDEN STATUS’를 살폈고 글로리아의 귀환자인 것을 알게 됐다.

히든 스테이터스 창을 ‘우연히’ 보는 게 가능한 일인지는 모르겠다. 이걸 누구한테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러고 보니 빠져나오는 데 급급해서 도비 새끼 입막음도 제대로 못 했네.

남들에게 말하고 다닐 성격으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확실한 게 좋은데.”

나는 짧게 혀를 차고는 도비와 다시 만날 날을 정해보기로 했다. 이런 내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우웅, 화면이 울렸다.

[010―□X□X―X■X■]: 글로리아.

다시 만난 날에는 저 망할 ‘글로리아’라는 호칭도 고쳐줘야지.

[나]: 내 친구랑 즐거운 시간 보내는 중^^?

[010―□X□X―X■X■] : 진심으로 묻는 건 아니겠지? 그 녀석은 형이란 작자가 데리고 돌아갔다.

우마한 길드장이 마왕님을 찾으러 왔었나 보다. 역시, 용사님네 가게를 빠져나오기를 잘했다. 도비 새끼랑 다시 만날 날을 다시 정하려는데 메시지가 날아왔다.

[010―□X□X―X■X■]: 대화 중에 말하지 못한 게 있어 연락한 거다. 절대로 이 몸이 물어볼 게 있었는데 그걸 잊었다거나 그런 게 아니다.

응, 그래. 잊었었구나.

뭘 잊었나 싶은데 곧장 메시지가 하나 더 날아왔다.

[010―□X□X―X■X■]: 사이비 녀석이 말하더군.

[나]: 사이비?

[010―□X□X―X■X■]: 그래, 글로리아에서 온 녀석들은 침입자라고 말이다.

자유로운 도비는 또라이랑 노는 거냐고 놀리려던 손가락이 화면 위에서 멈춰 섰다.

나는 도비 새끼가 보낸 마지막 메시지를 몇 번이나 계속해서 읽었고, 바뀌지 않는 글자에 결국 전화를 걸었다.

―글로리아?

“녀석들이라니? 침입자는 또 무슨 소리야?”

수신자는 도비였다.

―이 몸 역시 자세한 건 모른다. 사이비가 그리 말해준 것뿐.

“그 사이비가 누군데.”

도비 새끼가 개소리를 지껄이는 거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본 게 있다.

드래곤 슬레이어, 그 망할 새끼와 나타난 그건 분명 글로리아의 마법진이었다.

애써 그날에 마주했던 것을 무시하고 있었더니…….

“그 사이비가 누구냐니까!!”

이렇게 들이닥치고 만다.

봉인되어 있는 ‘신살자’의 힘이 정제되지 못하고 날뛰고 있는 것만 같다.

나는 두 눈을 질끈 감고는 크게 숨을 들이켜 마셨다.

“도…….”

“도하운?”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나는 흠칫 놀라 도비와의 전화를 끊어버리고 말았다.

우―웅, 도비의 번호가 화면에 떴지만 이를 끊어버리고는 문을 열었다.

놀란 눈으로 서있는 쌍둥이 동생이 보였다. 나는 생전 지어주지도 않던 눈웃음을 보이며 모른 척 물었다.

“도하인? 빨리 들어왔네?”

“…이야기가 생각보다 빨리 끝나서.”

“오빠는?”

도하인이랑 같이 나갔던 하준이 오빠가 보이지 않았다. 도하인이 그 이유를 말해줬다.

“형은 길드에. 해로운 씨한테 권한 넘기기 전에 정리할 게 있어서.”

권한? 오빠는 법사 이 새끼한테 뭘 건네주려는 거야!

“법……!”

“법?”

튀어나오려던 말을 애써 집어삼키고는 나는 물었다.

“법에 걸릴 만한 거 주려는 건 아니지?”

“그런 거 아니야. 그보다 누구랑 통화 중이었던 거야?”

나는 애매한 웃음을 보이며 말을 얼버무렸다.

“별일 아니야.”

“별일 아니기는. 밖에까지 네 목소리가 아주 쩌렁쩌렁하게 들리던데?”

오빠한테 내 방에 방음 부스 좀 설치해 달라고 해야지. 어색하게 웃고만 있자 도하인이 미간을 잔뜩 좁히며 물었다.

“누가 네 학점 가지고 놀려?”

“응?”

“등록금 날로 먹을 거면 학교 때려치우지 왜 다니냐고 그러던?”

“…….”

네가 하고 싶은 말 하는 거 아니지?

은근슬쩍 속에 있던 말을 하는 거 같아서 이 새끼가 감히…라는 마음으로 도하인을 쳐다보는데 진심으로 걱정하는 눈빛이다.

나는 픽, 바람 빠진 웃음을 흘리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 아니야.”

차라리 그런 거라면 얼마나 좋을까. 대충 말을 얼버무리고는 문을 닫으려는데 도하인이 멋쩍게 뺨을 긁적이더니 제안한다.

“바람 쐬러 나갈래?”

“바람?”

“어. 답답할 거 아니야? 나랑 같이 나가는 거면 형도 아무 말 안 할걸? 싫으면 말고.”

귀가 솔깃했다. 도비 새끼를 만나러 밖에 나갔다 오기는 했지만, 오히려 속이 더 답답해졌기 때문이다.

“어디 갈 건데?”

“가보면 알아. 안 갈 거면 말고.”

매정하게 걸음을 돌려버리는 망할 도하인의 옷자락을 붙잡고는 외쳤다.

“갈 거야! 갈래!!”

“그럼 준비해.”

“응!!”

후다닥, 방 안으로 들어가 대충 벗어뒀던 겉옷을 챙겨 입고는 나왔다.

“나가자!!”

도하인이 헛웃음을 흘리며 그렇게 답답했냐고 묻는다.

나는 우웅, 진동이 울리는 휴대폰을 꼭 끌어 쥐고서는 활짝 웃어주기만 했다.

뚝, 끊긴 전화에 화면을 켜니 부재 중 전화가 수십 통 와있다. 나는 도비의 번호를 저장한 다음 짧게 메시지를 보냈다.

[나]: 나중에 얘기해.

* * *

정지 신호에 멈춰 선 하얀 SUV 차량 안에서 도빈, 예명 도비는 짜증스레 얼굴을 찌푸렸다.

“감히 이 몸을 두 번이나 바람맞히다니.”

“도비 군.”

‘H-Entertainment’의 대표 이사, 강하수는 어린아이를 달래듯이 부드럽고 나지막하게 목소리를 내뱉으며 도비에게 일렀다.

“제가 도비 군을 자유롭게 나돌아 다니도록 내버려 두는 건 도비 군에게도, 회사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오늘 네가 한 행동은 너한테도 회사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이었다는 거다.

도비는 강하수가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내뱉은 건지 알아차렸으나 알 바가 아니었다.

“무슨 기사가 쏟아지든 어쨌든 간에 이 몸에게 관심이 있다는 거 아닙니까.”

강하수는 웃는 낯짝 그대로 얼굴을 구기고는 핸들을 꽉 틀어쥐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그것이 H-Entertainment 내에서 불리는 도비의 별명이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연예계의 이단아.

강하수가 도비를 직접 데리러 온 이유이기도 했다. 평소에는 매니저인 김 실장이 도비를 따라다니나 오늘은 그가 따라붙기도 전에 숙소를 박차고 튀어나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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