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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길드는 바르게 커야 합니다-34화 (34/168)

34화

의문이 가득 떠오른 도비의 얼굴을 무시하며 나는 나타난 메시지를 읽었다.

|Pr. 정령사| : 도비 군이랑 함께 있습니까?

|Pr. 신살자(길드장)| : ㅇ

―이응 하나가 뭡니까? 도비 군이 있다는 겁니까? 없다는 겁니까?

망할 정령사 새끼가!!

고막에 곧장 내리꽂히는 목소리에 나는 이를 악물며 메시지를 보냈다.

|Pr. 신살자(길드장)| : 있어! 있다고 ㅅㅂ!! 내 앞에서 이 몸이 어쩌고 이 지랄 중이라고!!!!

|Pr. 정령사| : 잠깐만 붙잡고 계십시오. 드라마 촬영 나가야 하는데 왜 당신을 만나고 있는 건지.

|Pr. 신살자(길드장)| : 이야기할 게 있어서 내가 만나자고 했지. 왜, 도비 새끼가 내가 귀환자인 거 알고 있다고 했잖아.

|Pr. 정령사| : 이프리트시여…….

정령사는 이프리트를 제일 좋아하나 보다. 뭔 일만 터지면 이프리트를 찾아.

한탄이 담긴 메시지를 보냈던 정령사가 곧, 장문의 메시지를 내게 보냈다.

|Pr. 정령사|: 차라리 저한테 연락하지 그랬습니까? 그럼 소속사 내에서 자리를 마련해 줬을 텐데 말입니다! 그보다 남들이 보면 어쩌려고 그럽니까? 스캔들 터지면 어쩌려고요!

잔소리로 가득한 메시지를 간단히 무시하고는 나를 해괴하게 쳐다보고 있는 도비를 향해 싱긋 웃음을 지어주었다.

“…도대체 이 몸을 앞에 두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길래 그렇게 다양하게 표정이 변했던 건지 궁금하군.”

아무 생각 안 했다, 이 새끼야.

도비 새끼가 혼자서 무슨 상상의 나래를 펼치든 간에 나는 벨을 눌러 대공 새끼를 불렀다. 우리를 구경 중이던 대공이 그린 듯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네, 손님.”

|Pr. 북부대공|: 길마님, 하림이한테 한글 좀 가르치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여?

“음… 생맥 500ml 좀 주실래요?”

|Pr. 신살자(길드장)|: 걔는 그냥 맘마 귀신으로 내버려 둬. 그리고 술 좀.

대공이 짜게 식은 얼굴로 나를 쳐다보더니 자본주의 가득한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술은 저녁에만 팝니다, 손님.”

|Pr. 북부대공| : 님, 정줄 붙잡아요;;

대낮부터 술을 찾는 내가 어디 아파 보였나 보다. 대공은 내 앞에 앉아있는 도비 새끼를 흘긋거리고는 메시지를 보냈다.

|북부대공| : 저 인간, 저번에 길마님 찾아왔던 인간 아니에요? 얼굴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신살자(길드장)| : 연예인이래. 예명은 도비.

“헐! 사인해 주세요!!”

“…….”

대공, 너 이 새끼.

믿은 적도 없지만 괜히 배신을 당한 기분이 들었다.

도비는 자신을 알아보는 대공의 목소리에 어깨를 펴고는 잔뜩 거만한 자세를 취했다. 진짜 꼴불견이다.

곧이어 대공이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를 도화지를 들고 나왔고 도비에게 펜을 건넸다.

그러면서 자기네 강아지는 하늘을 날지 못하지만 다른 집 강아지는 하늘을 날 수도 있을 거라며 아부한다.

뭔 개소리야?

나는 대공이 지껄이는 개소리에 얼음이 다 녹은 아메리카노를 쭈욱, 들이켜 마셨다.

“여기 있었느냐.”

“푸훕!!”

그러다 들리는 목소리에 마시던 것을 내뱉으며 기침을 콜록거렸다.

언제 다가왔는지 모를 마왕님이 불퉁한 얼굴로 대공 옆에 서있었다. 대공이 희게 질린 얼굴로 입을 뻐금거렸다.

“마, 마와…….”

|Pr. 신살자(길드장)| : 대공, 입조심.

북부 대공님께서는 입을 꾹 다물고는 마왕에게서 한 걸음 떨어졌다. 도비가 해준 사인은 소중하게 품에 안고서 말이다. 마왕은 대공에게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잔뜩 성이 난 것 같은 눈으로 나만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시선은.

“네 녀석은…….”

“나를 아느냐?”

마왕 못지않은 어마 무시한 놈에 의해 내게서 멀어지고 말았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불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난번에 감히 이 몸이 가는 길을 막았던 놈이라 기억하고 있다.”

“나는 네 녀석을 기억하고 있지 않느니.”

“뭐, 이런…….”

불행이다. 나는 지금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사람인 게 분명하다.

도비가 짜증스레 얼굴을 찌푸리며 마왕에게 물었다.

“네 녀석은 뭐 하는 놈이길래 이 몸 앞에 자꾸 나타나는 거지?”

“마왕이니라.”

“……?”

시발…….

“와우.”

대공님께서 작게 감탄하셨다. 나는 어린아이를 달래는 기분으로 마왕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어서 저 주둥아리를 막아야 했다.

|Pr. 신살자(길드장)| : 마왕님, 마왕이라 하지 말고 친구. 내 친구라고 해. 우리 친구잖아? 응?

마왕이 내가 보낸 메시지를 봤는지 뚱한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나는 어서 내가 시킨 대로 하라고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마왕이 입술을 씰룩이더니 불퉁한 목소리로 말했다.

“도하운이와 친구이니라.”

“친구……?”

도비 새끼가 저놈 말이 사실이냐는 듯이 나를 쳐다본다.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능청스레 말했다.

“응, 친구 맞는데? 저번에도 같이 봤었잖아.”

그러고 보니, 그때 도비 새끼를 끌고 가던 남자가 있었지.

그 남자에 관해서도 물어볼까 하는데 도비 새끼가 경악할 만한 질문을 던졌다.

“이 녀석이 그럼, 네 녀석의 남자 친구라도 된다는 거냐?”

“뭐……?”

나는 얼빠진 목소리를 내뱉었고 마왕님은 고개를 갸웃거리셨다. 미간을 잔뜩 좁힌 얼굴이 무언가를 심각하게 고민 중인 것 같다.

왜 그런 얼굴인 거야, 왜?!

얘가 또 뭔 이상한 소리를 하려나, 긴장하는데 마왕님께서는 별다른 말을 내뱉지 않았다. 대신 불안하게 나를 불렀다.

“도하운아.”

“으, 응. 왜……?”

“나는 남자 맞느니.”

“그렇지……?”

뭔가 불안해졌다.

곧, 나는 내 온몸에 스며드는 불안함의 원인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그러니까 나는 도하운이의 남자 친구 맞느니.”

아니, 잠깐.

허억, 숨을 들이켜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얼굴이 하얗게 질린 대공이 서있었다.

|북부대공|: 우리 길드 사내 연애 허용이에여?

|9서클대마법사|: (૭ ᐕ)૭?

|용사|: 대공, 하림이랑 연애하려고? 아서라, 걔는 인간이 아니란다.

|정령사|: 사내 연애 허용이라니, 경험상 그런 거 허용했다가는 좋은 꼴, 못 볼 꼴 모두 볼 수 있습니다―^^

문의 사항은 개인 메시지로 보내야지, 망할 대공 새끼야!! 그리고 사내 연애는 무슨! 연애할 새끼가 어디 있어, 이 망할 길드에!!

“남사친!!”

“……?”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우당탕, 의자가 요란스레 넘어갔지만 개의치 않았다.

나는 마왕을 삿대질하며 또박또박, 한 글자씩 끊으며 소리 질렀다.

“남자! 사람! 친구!!”

|Pr. 북부 대공| : 님; 괜차나여?

대공님께서 어디 아프냐고 개인 메시지를 보냈지만 무시다. 나는 씩씩거리며 마왕님을 한 번, 그리고 나를 한 번씩 가리키며 외쳤다.

“너랑 나랑은 남자, 사람, 친구! 여자, 사람, 친구라고!!”

내 말에 마왕님께서 황당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아니 도하운아, 너랑 내가 사람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

시발!!

괜히 과민 반응을 한 거 같아 쪽팔렸다. 아니, 근데 이건 저 자식이……!

마왕님께서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기울이신다. 순백의 미가 가득한 얼굴에 나는 머리를 헤집었다.

아아악! 짜증 나!!

그런 내가 마왕님의 눈에 굉장히 이상해 보였나 보다.

“도하운아, 괜찮으냐? 많이 아파 보이느니.”

“너 때문이잖아!!”

“내가 너를 아프게 했느냐?”

마왕님께서 두 눈을 휘둥그렇게 뜨신다. 나는 주먹 쥔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가 답답한 가슴을 두드렸다.

“아오!!”

“냉수 가져다 드릴까요, 손님?”

“네!!”

이럴 때는 기가 막히게 눈치 빠른 대공님이셨다.

“북부 대공아, 나는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 잔 부탁하느니.”

“…….”

대공님과는 다르게 눈치 더럽게 없는 마왕님이시다.

마왕 새끼 입을 어떻게 틀어막아야 잘 막았다고 소문이 날까 하는데 도비가 얼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북부 대공……?”

나는 쓰러진 의자를 바로 하고는 그대로 자리에 앉아 심드렁하게 말했다.

“무시해, 무시. 이 친구가 단역 배우로 활동 중이거든.”

도비 새끼가 그게 뭐 어쨌냐는 눈으로 나를 본다. 나는 심호흡을 한 번 크게 하고는 말을 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북부 대공 역할을 맡았거든. 그 역할에 너무 심취해서 그래.”

개소리인 거 안다. 하지만 이것도 안다.

“단역 배우라니, 이 몸에게 도전장을 내밀기 위해 수련 중이라는 건가.”

도비 새끼가 이 개소리를 믿을 거란 것을 말이다.

나는 짜게 식은 얼굴로 밍밍하기 짝이 없는 아메리카노를 쭉 들이켜 마셨다.

“짐이 수련 중인 것을 어떻게 알았느냐?”

“콜록!!”

저 망할 수련은 도대체 언제 끝나는 걸까.

나는 연신 기침을 터트리고는 병 주고 약 준다며 마왕이 건네준 냅킨으로 입가를 닦았다.

도비는 황망한 얼굴로 입을 뻐금거렸다.

“짐인가…….”

나는 헛기침을 두어 번 터트리고는 말했다.

“북부 대공 다음에 맡을 역할이 임금님이거든. 지금 대사 연습하고 있는 거야.”

이제 나도 모르겠다.

갑작스러운 마왕님의 등장 때문에 도비랑 무슨 대화를 나누던 중이었는지 잊고 말았다.

사실, 무슨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는지 알지만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을 리가 없다.

망할! 도비 새끼랑 또 약속 잡아야 해? 마왕님은 왜 나를 찾아와서 이 사달을 만들어! 그보다 어떻게 찾아온 거야?

“손님.”

나는 대공이 가져다준 냉수로 속을 식힌 후,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도비와 눈싸움 중인 마왕님께 메시지를 보냈다.

어떤 대답이 돌아와도 화내지 말자고, 그리 다짐하면서 말이다.

|Pr. 신살자(길드장)| : 마왕님, 나 여기 있는 거 어떻게 알았어?

|Pr. 마왕| : 진언을 보냈느니.

|Pr. 신살자(길드장)| : 진언? 누구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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