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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길드는 바르게 커야 합니다-33화 (33/168)

33화

대공의 말에 나는 가게를 슥, 둘러보았다. 대공의 말이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손님이 단 한 명도 없다.

용사님이 내 시선을 의식했는지 짜증스레 말했다.

“길드장, 가게 잘 굴러가고 있으니까 신경 쓰지 말렴.”

“신경 안 썼는데.”

뜨끔한 마음에 딴청을 피우며 입술을 삐죽였다. 날아드는 용사님의 시선을 무시하고 자리나 잡고 앉으려는데 대공님께서 붙잡으셨다.

“길마님, 우리 림이 재롱 보실래요?”

“재롱?”

“네! 이것 보세요!!”

평소라면 보자마자 왜 왔냐면서 쫓아낼 녀석이 오늘따라 해맑구나 싶었다.

그보다 새끼 드래곤을 가지고 무슨 재롱을 보여주려고? A급 테이머이신 대공님이 드디어 칭호값을 하려나 보다. 나는 용사님과 함께 카운터에 기대고는 대공님을 쳐다봤다.

대공님이 끌어안고 있던 새끼 드래곤의 옆구리를 잡더니 위로 던진다.

“그대여~! 날아보시게~!!”

―맘마!!

“…….”

새끼 드래곤―해츨링, ‘하림’―이 검은 날개를 활짝 펼치며 날아오르는 것과 동시에 딸랑이는 맑은 소리와 함께 가게의 문이 열렸다.

그대로 가게로 들어서던 남자는 걸음을 떼지 못하고 자리에 굳어버렸다. 손에 들려있는 비타민 음료 선물 상자는 덤이었다.

“…강아지가.”

맑고 쾌청한 겨울날, 이 시간에 선글라스를 끼고 가게로 들어올 남자는 한 명뿐이었다.

“강아지가 날고 있다니.”

도비 새끼가 멍하니 중얼거린 목소리에 대공이 날개를 쫙 펼치고 자유를 만끽 중이던 하림이를 눈 깜짝할 사이에 품에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능청스레 말한다.

“에이, 손님! 강아지가 어떻게 하늘을 날 수 있어요?”

―맘마!

맘마를 찾는 하림이의 목소리에 도비가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리며 외쳤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이 몸이 잘못 봤다는 거냐!!”

도비의 말에 대공이 능청스레 말했다.

“잘못 보신 것 맞는 거 같은데요? 그치, 림아? 우리 림이 하늘 난 적 있어?”

―맘마!!

“그치, 없지?”

대공이 하림이를 쓰다듬으며 저 손님 정말 이상하다는 눈으로 도비를 쳐다본다.

도비는 억울함 가득한 목소리로 대공에게 네가 안고 있는 강아지 날려보란다. 대공이 이렇게 귀여운 애한테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냐고 묻는다.

정말이지, 장소 선정을 잘못한 것 같다.

나는 짜게 식은 얼굴로 눈앞에 펼쳐진 난장판을 바라보다가 나와 똑같은 얼굴로 상황을 구경 중인 용사님께 메시지를 날렸다.

|Pr. 신살자(길드장)| : 용사님, 대공 새끼 알바로 계속 쓸 거야?

알바로 계속 쓰다가 가게 망하는 거 순식간일 거 같다. 용사님이 나를 쳐다보고는 한숨을 푹 내쉬며 메시지를 보내셨다.

|Pr. 용사| : 유대공, 쟤가 타당한 이유 없이 알바 잘라버리면 노동청에 신고한다고 하더구나.

“…….”

나는 턱 언저리를 긁적이고는 짧게 답장했다.

|Pr. 신살자(길드장)| : ㅎ

“아, 글쎄! 우리 림이는 하늘을 못 난다니까요!!”

―맘마!!

저런 놈이 북부 대공이었다니. 저런 놈을 따랐던 보좌관이 꽤 고생했겠구나 싶었다.

대공의 품에 안긴, 남들 눈에는 강아지로 보이는 해츨링 새끼는 결국 하늘을 날 수 없는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그러니까 안과를 예약해 놓도록.”

―그러니까는 무슨 그러니까야! 도빈 씨! 제대로 설명 안 할……!!

뚝, 전화를 끊어버리는 손이 가차 없다. 나는 아메리카노를 쭉 들이켜 마시며 도비 새끼를 쳐다봤다.

도비가 손에 들고 있던 비타민 음료 상자는 용사님께 드릴 선물이었다고 한다. 도비의 매니저가 가져다주라고 했다나 뭐라나.

어쨌든 간에 선글라스를 벗은 얼굴은 처음 보는데, 괜히 연예인을 하는 건 아닌 모양이다. TV에서도 본 얼굴이지만 정말, 믿기지 않지만, 무척 멀쩡하게 생겼다.

“이 몸이 그렇게 네 녀석의 시선을 빼앗나 보군.”

단점은 입이다.

저 입만 다물고 있으면 참 좋을 텐데 말이지. 도비, 저 새끼는 마왕님과는 다른 의미로 공포의 주둥이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절로 썩어 들어가는 얼굴의 표정을 애써 풀고 곧장 본론을 꺼내 들기로 했다.

얘랑 대화를 오래 이끌어 갈 생각 따윈 없었다.

“내가 글로리아의 귀환자인 걸 어떻게 알았어?”

인사도 없이 곧장 본론을 꺼내 들어 당황할 법도 한데 도비 새끼는 평온한 얼굴로 대답했다.

“스킬을 사용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지만, 다시 한번 사용하니 ‘HIDDEN STATUS’라는 난생처음 보는 시스템 창이 나타나더군.”

HIDDEN STATUS, 귀환자에게만 주어지는 정보 창.

도비의 입에서 나온 그것의 이름에 나는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귀환자가 아닌 이상, 그 망할 정보 창은 남들 눈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헌터라고 해도 말이다.

하지만 도비는 귀환자가 아닌 ‘헌터’다. 이건 그가 속해있는 연예 기획사의 대표 이사이자 우리 길드의 정령사로 속해있는 강하수가 증명해 준 사실이기도 했다.

헌터로서의 자질은 뛰어나지만 아직 실력이 부족하다고 했었지.

강하수가 이 녀석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비딱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

“지금은?”

“…뭐가 지금은, 이라는 거지?”

되묻는 목소리에 마왕님이 떠오른다. 나는 답답해지는 마음을 숨기고는 물었다.

“지금도 ‘HIDDEN STATUS’, 그게 나한테서 보이냐고.”

도비가 눈가를 살짝 찡그리며 나를 본다.

“…보이지 않는군.”

한참 후에야 나온 도비의 대답에 나는 살짝 실망했다.

보인다고 하면, 너희 대표 이사님한테도 그 스킬 좀 써보라고 할 참이었다.

아쉬워하며 입술을 씰룩이는데, 도비가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들더니 자신의 눈두덩이를 어루만진다.

“역시 시력이 떨어지고 만 건가.”

“…….”

여기서 시력이 왜 튀어나오는지 모르겠지만, ‘스킬’에 관한 건 나는 알 수 없는 영역이니까 넘어가도록 하자.

시력이 떨어졌는지 떨어지지 않았는지는 안과 가서 확인받으라고 하고 나는 다른 걸 묻기로 했다.

“도대체 그걸 언제 본 거야?”

“반 고흐의 전시회.”

도비 새끼가 턱을 치켜들더니 도도한 자세로 말을 이었다.

“이 몸은 그분의 오랜 팬이다.”

먼 하늘의 빛나는 별이 되신 분께서 나는 너 같은 팬 인정 못 한다고 하는 것 같다.

“촬영을 끝내고 잠시 시간을 내 들렀다가 시험을 치르고 나오는 네 녀석을 봤다. 놀란 기색이라고는 보이지 않았지. 참고로 나는 그분의 전시회를 보지 못하게 되어 매우 화가 난 상태였다.”

아, 예. 그러셨구나. 네가 화났던 건 관심 없었는데.

나는 쩝, 하고 입맛을 다시고는 다른 질문으로 넘어갔다. 도비랑 어떻게든 대화를 빨리 끝내야 했다.

“봤어도 그냥 그대로 지나가면 될 것을 왜 스킬을 사용해서 남의 정보를 마음대로 훔쳐봤을까?”

도비 새끼가 손가락을 들어 테이블을 일정하게 두드리더니 아주 짧고도 강렬한 대답을 내뱉었다.

“촉.”

“?”

“그리고 무시할 수 없는 감.”

“…….”

뭐지, 이 새끼.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점점 미궁에 빠지는 기분이다. 나는 미간을 살포시 좁히며 도비의 상사 되시는 분께 메시지를 날렸다.

|Pr. 신살자(길드장)| : 너희 집 도비 새끼 진짜 또라이 같아;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악……!!”

고막을 곧장 때리는 목소리에 몸이 절로 옆으로 기울어졌다. 우당탕, 넘어지는 소리에 용사님네 카페에 적막이 내려앉았다.

|Pr. 용사| : 길드장, 너 혼자 뭐 하니?

|Pr. 북부대공| : ㅋㅋ길마님 혼자 뭐해옄ㅋㅋㅋㅋ?

시발…….

길드원이란 새끼들이 길마 걱정은 하나도 안 해주지.

아니, 제일 별꼴인 사람이 그런 눈으로 나를 보고 있으면 어떻게 해?

도비 새끼가 눈가를 살짝 찡그리며 말했다.

“…난데없이 비명을 지르며 넘어지는 건 무슨 경우인지 모르겠군.”

“그… 귀환자의 그런 게 있어.”

없다. 있으면 내가 없앨 거다.

괜히 코를 한 번 훌쩍이고는 의자를 바로 해서 자리에 앉았다. 도비 새끼가 괜찮냐고 물어본다.

좀 의외였다. 그래도 사회성이란 게 있구나.

“왜 넘어졌는지 모르겠으나, 저주라도 걸린 거라면 피해야 하니 말이다.”

“…….”

“이 몸은 귀한 몸이다.”

사회성 없는 새끼.

나는 눈가를 살짝 찡그리고는 도비의 상사 되시는 분께 메시지를 날렸다.

|Pr. 신살자(길드장)| : 진언 ㅅㅂ아!! 왜 날려! 왜 날리는 건데!!!!

―진언이 더 편하지 않습니까?

이 말할 정령사가!!

|Pr. 신살자(길드장)| : 안 편해 ㅅㅂ!! 그리고 진언 좀 그만 날려 정령사 새끼야!!

―왜요?

귓가를 은은하게 울리는 목소리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Pr. 신살자(길드장)|: 네 숨결이 그대로 느껴지는 것 같아서 불쾌하니까!!!

―실프 님의 힘이 깃들어 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Pr. 신살자(길드장)|: ㅅㅂ!!!!!!!!

뭔 개소리를 하는 거야?!

이 새끼도 내 언제인가 뿌린 대로 거두게 해주리라, 그렇게 다짐하며 나는 오소소 팔에 돋은 소름을 문질렀다. 그런 내가 이상하게 보였나 보다. 도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는다.

“이 몸에게는 가게의 온도가 덥다 싶을 정도인데 네 녀석은 추운가 보군?”

“내가 추위를 많이 타서.”

“그럼 겉옷이라도 입지 그래? 아니면 이 몸의…….”

네 녀석의 겉옷 따윈 필요 없다.

도비의 말대로 용사님네 가게는 덥다 싶을 정도로 히터가 빵빵하게 돌아가는 중이었지만 내뱉은 말을 도로 담을 수 없었기에 나는 겉옷을 챙겨 입었다.

망할, 쪄 죽겠다.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히는 것 같기도 하다. 아니, 땀이 맺힌 게 맞나 보다.

도비 새끼가 뭐 이런 놈이 다 있지, 싶은 눈으로 나를 보며 물었다.

“…추위를 많이 탄다고 하지 않았나? 더위를 타고 있는 것 같은데.”

“내가 더위도 좀 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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