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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길드는 바르게 커야 합니다-29화 (29/168)

29화

나는 카운터에 몸을 기대고 보이지 않는 사람을 찾았다.

“용사님은 어디 가셨어?”

“식자재 받으러 나가셨어요. 게이트 때문에 이제 도착했거든요. 오다가 안 마주쳤어요?”

“법사님 포털 타고 왔거든.”

“아하.”

한참을 부엌 안쪽에서 부스럭대던 대공이 작은 그릇과 우유를 들고 나왔다.

대공의 한쪽 팔에 안겨있는 해츨링이 밥 주는 줄 아는지 있는 힘껏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맘마! 맘마!!

“맘마 줄 거야! 길마님, 이것 좀 따라주세요!!”

대공에게서 작은 그릇을 받고 그 안에 우유를 따라주었다. 그사이 대공은 듣기조차 괴로운 ‘그대’ 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그대, 저 우유를 마셔보겠소?”

미쳤나 봐.

그래도 배고프다며 발버둥 치던 도마뱀의 발버둥이 잦아들었다. 대공은 도마뱀을 조심스레 카운터에 내려주었다.

도마뱀이 기다란 꼬리를 바짝 세우며 우유가 담긴 그릇에 다가갔다. 그렇게 도마뱀 새끼가 새빨간 눈과 똑같은 혀로 우유를 한 번 날름거렸을 때.

―맘마악!

타앙―!

이 망할 놈이 우유가 담긴 그릇을 엎어버렸다.

“그, 그대!”

“…….”

그대고 자시고 나는 축축하게 젖은 겉옷을 내려다봤다.

―맘마! 맘마아!

저 새끼가 우유 귀한 줄 모르고 감히 편식을 해?

“야, 대공.”

“왜요!! 저 지금 얘 진정시키느라 바쁘거든요?”

“쟤 그냥 놔둬. 오늘 야식은 도마뱀구이다.”

“애한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대공이 도마뱀 새끼를 품에 꼭 끌어안고는 단숨에 내게서 멀어졌다.

“드라이(Dry)해 줄 테니까 진정하세요! 애기라도 다 듣고 생각한다고요!! 해츨링이 얼마나 똑똑한데!”

대공 녀석이 손을 뻗으며 내게 마법을 펼쳤다.

[드라이(Lv. 67), 지정 대상 ‘신살자(神殺者)’]

우유 때문에 축축했던 겉옷이 순식간에 건조됐다. 증발됐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맘마!!

나는 마른 옷을 살피고는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

“똑똑하기는 무슨, 맘마 귀신이겠지.”

“아니거든요!!”

대공아, 네 눈에는 너의 머리칼을 물고 있는 도마뱀 새끼가 보이지 않는 거니?

“아악! 잠깐만! 그대여! 이건 먹는 게 아니오!!”

―맘마! 마암―마!!

“…….”

별님께 드래곤 새끼 가져가라고 하고 싶다.

짜게 식은 눈으로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구경 중인데 딸랑이며 종이 울렸다.

“왜 이렇게 소란스럽니? 유대공, 가게 잘 보고 있던 거 맞니?”

용사님이 찌푸린 얼굴로 가게에 들어오셨다. 나를 발견한 용사가 놀란 눈으로 걸음을 멈췄다.

“길드장? 네가 왜…….”

“아, 그게.”

용사님께 반가움을 표하기도 전에 대공의 외침이 날아들었다.

“그, 그대의 맘마가 저기 있소!!”

“……?!”

대공이 가리킨 건 용사님께서 들고 계시는 냉동 고기가 포장된 스티로폼 상자였다.

망할 도마뱀 새끼가 날개를 확 펼치더니.

―맘마!!

“!!”

우리를 향해, 정확히는 스티로폼 상자를 향해 쏜살같이 날아들었다.

대공, 이 미친놈아!!

결과적으로 새끼 도마뱀은 용사님의 손날 치기에 장렬히 전사하셨다.

―맘마아…….

말이 그렇다는 거다.

해츨링은 가느다란 목소리를 내뱉고는 기절하고 말았다.

“림아!!”

“……?”

멍하니 있던 대공이 바닥에 쓰러진 해츨링을 품에 안아 들었다.

“사장님 너무해요! 림이한테 이게 무슨 짓이에요!!”

“그럼 시커먼 게 날아오는데 두 팔 벌려 환영할까? 커다란 날파리인 줄 알고 잡아버렸지 뭐니.”

“뒷목 쳐서?”

“길드장, 너는 그걸 또 보고 있었니?”

용사님께서 한 손으로 들고 있던 스티로폼 상자를 카운터 위에 올려놓았다.

“그거 새끼 드래곤 아니니? 유대공, 우리 가게는 몬스터 고기는 취급하지 않는다는 거 알잖니.”

“몬스터 고기라니! 무슨 그런 무서운 소리를!! 림이한테 사과하세요!”

“사과는 무슨. 림이는 또 누구니?”

대공이 품에 안은 해츨링을 용사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용사가 뭔 개똥같이 생긴 놈한테 이름을 붙여줬냐고 구시렁댔다.

해츨링의 빛깔이 개똥같은 색이기는 한데 애한테 너무한 거 아니니, 용사님아?

용사의 말에 대공이 이렇게 예쁜 개똥 색 본 적 있냐고 소리친다.

대공님, 칭호값 좀 해.

나는 사장과 알바생이 이상한 문제로 싸우려 들기 전에 둘 사이를 중재하기로 했다.

“대공님, 그새 맘마 귀신한테 이름도 붙여줬어? 키우라고 데리고 온 거기는 한데 마음에 들었나 보네.”

“맘마 귀신 아니거든요!! 이렇게 귀여운 귀신이 어디 있다고!”

“길드장, 저거 네가 데리고 온 거니?”

대공님과 용사님의 짜증 섞인 목소리에 나는 어깨를 으쓱여 주는 것으로 답해주었다.

대공이 품에 안은 해츨링을 조심스레 어루만진다.

“림이는 애칭이에요. 이름은 하림.”

“……?”

왜인지 익숙한 이름이었다. 저 이름을 어디서 들어봤나 했는데 용사님의 말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나중에 튀겨 먹으려고 그러니?”

아니, 용사님?

“사장님! 어떻게 그런 말을 하실 수가 있어요!!”

빼액 지르는 소리에 용사님이 얼굴을 찌푸리셨다.

“유대공, 너 자꾸 잊는 것 같은데 나는 사장이고 너는 알바생이란다.”

용사님의 말에 대공님께서 입술을 삐죽이셨다. 그래도 알바에서 잘리고 싶지는 않은지 입은 다문다.

―맘마…….

하지만 해츨링이 눈썹을 파르르 떨며 붉은 눈을 뜨자 상황은 달라졌다.

맘마를 찾는 새끼 도마뱀의 가느다란 목소리에 유대공이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사장님! 고기!! 고기 좀 줘봐요!!”

“뭐? 장난하니?”

“림이가 맘마 찾다가 죽으려고 하잖아요!!”

대공의 애타는 목소리에 용사님께서 간단히 대답하셨다.

“우유 먹이렴.”

“진작 먹였죠! 뱉어내더라고요.”

“뱉어낸 게 아니라 그릇을 엎어버렸지. 저것 봐봐.”

용사가 내가 가리킨 곳을 보더니 두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그곳에는 해츨링이 엎어버린 우유의 잔상이 남아있었다.

“너, 이……!”

“제가 치울게요! 다 치울 테니까 고기 한 근만 주세요!! 제가 살게요!! 네?”

“나 참, 누가 알바생이고 사장인지. 너 이거 알바비에서 깔 거란다.”

“네! 까셔도 돼요! 까요, 까!!”

용사는 쯧, 하고 혀를 차고는 스티로폼 상자를 개봉했다. 냉동 포장된 고기를 애가 먹을까 싶었지만…….

―맘마!!

아주 잘 먹는다. 물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아주 잘 먹기만 한다. 대공이 그 옆에서 아주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그대, 그리 맛있소?”

“…….”

용사가 스티로폼 상자를 바닥에 툭, 하고 떨어뜨렸다.

“…저 새끼 왜 저러니?”

“테이밍하려면 저래야 한대.”

“별 지랄맞은…….”

용사는 질색하는 얼굴을 보이고선 부엌으로 들어갔다. 새삼 손님이 없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끼 드래곤은 용사님네 식재료가 맛난 모양인지 촵촵거리며 물어뜯는 중이었다. 그 모습을 빤히 보다가 대공을 보며 물었다.

“대공, 이거 진짜 키울 거야?”

“이거라니요! 림이!! 하림이!!”

“…그래, 하림이 키울 거야?”

“네!! 키우라고 데리고 온 거 아니에요?”

“그렇기는 한데…….”

금세 고기 한 덩어리를 뚝딱 해치운 해츨링이 검은빛의 날개를 활짝 펼치며 입을 우물거린다.

―맘마!!

“하하, 그대 잘 먹는 게 참으로 보기 좋소!”

“…….”

배가 불룩하게 튀어나온 해츨링을 번쩍 안아 들고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는 모습이 암만 봐도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어쨌든 대공이 맡아서 키운다니 다행이다. 곤란하다고 하면 마왕한테 찾아가 봐야 하나 고민했다.

시계를 흘긋거리니 ‘1’을 가리키고 있다. 생각보다 늦은 시간에 나는 황급히 정신을 챙겼다.

“대공! 나 집까지 좀 데려다줘!!”

“그게 무슨 소리니? 유대공 지금 알바 시간이거든?”

“알바는 무슨! 어차피 손님도 없으면서! 나 지금 몰래 나온 거란 말이야! 빨리 가봐야 해!!”

용사님이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부엌에서 나오셨다. 두 손에 칵테일 잔을 들고 말이다.

“웬 칵테일?”

“손님도 없는데 마시고 가라고 하려 했지. 법사 있잖니. 걔한테 포털 열어달라고 하면 되잖아?”

“법사 새끼 잘 거라던데?”

일단 공짜 술에 감사를 표하며 칵테일 잔을 받았다. 용사가 내 말에 잠깐 기다려 달라고 하더니 입을 여신다.

“법사님, 자니?”

|9서클대마법사| : 흐어어엌 시바아아ㄹ1!!!!!

|9서클대마법사| : 오늘 일진 진짜 왜 이렇게 사납죠? 왜 다들 법사를 괴롭히지 못해 안달이죠오ㅗ!!!!!!

나타난 메시지에 나는 두 눈을 가늘게 떴고 용사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법사 놈 아직 안 자는데?”

“…진언 날렸어?”

“메시지는 무시할 거 같아서 말이지.”

그렇게 말하면서 용사님은 법사 새끼의 울분에 찬 메시지를 무시하며 잔을 드셨다.

나는 용사의 잔에 잔을 부딪치며 파란 음료를 한 입 머금었다.

“오늘은 술에 장난 안 쳤네?”

“왜? 또 쳐줄까?”

나긋하게 묻는 목소리가 얄궂기 그지없다. 나는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리며 가운뎃손가락을 날려주었다.

“그대, 둥지를 만들어 줄 테니 이만 꿈나라에 가시겠소?”

이 와중에 대공은 하림인지 뭔지 하는 해츨링에게 푹 빠져있다. 용사님이 질색하는 얼굴로 칵테일을 단숨에 들이켜 마시고는 말했다.

“저 새끼 저 지랄 하는 거 계속 들어야 하니?”

“쟤 퇴근할 때까지는 계속 들어야 할걸.”

나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용사가 준 공짜 술을 단번에 들이켜 마셨다. 이제는 진짜 집에 돌아가 봐야 할 시간이다.

“공짜 술 땡큐. 다음에 또 마시러 올게.”

“그때는 돈 받을 거란다.”

용사님께서 돈 두둑이 챙겨오라며 손을 흔든다. 블랙 카드 하나면 뭐든지 오케이라고 답해준 뒤 냉큼 가게를 빠져나왔다.

“길드장! 너,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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