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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길드는 바르게 커야 합니다-26화 (26/168)

26화

“이런 건 인연이 아니라 악연이라는 겁니다!”

닥쳐, 인연이든 악연이든 그건 내가 정한다. 내게 귀가 잡힌 법사가 한 손을 번쩍 들었다.

“앗싸~! 정령사님도 잡혔죠! 고통은 원래 다 같이 나누는 거죠!!”

얘는 성격이 왜 이 모양 이 꼴일까.

회사원 헌터 H 씨의 인성에 대해 언론사에 제보해야 하나 잠깐 고민했다. 고민도 잠시, 나는 정령사와 계약부터 맺기로 했다.

“마왕님. 금단의 언약인지 뭔지 그거 한 번만 더 걸어줘.”

“알겠느니.”

“그게 뭡니까! 그런 수상한…….”

“정령사님아.”

법사가 정령사의 어깨에 팔을 걸치더니 큰 깨달음을 얻은 현자와도 같은 얼굴로 말했다.

“포기하면 편해.”

“…….”

“그래도 우리 길마님 사람이 좋아. 나 직장인이라고 보름에 한 번만 의뢰 뛰게 해줬다? 물론 포털 셔틀인 건 변함없죠?”

정령사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더니 법사의 팔을 내치며 소리쳤다.

“저는 의뢰 같은 거 뛸 시간……!”

“없어도 만들어.”

의자를 끌어 앉고는 다리를 꼬며 싱긋 웃음을 지어주었다.

“누구는 시간이 남아돌아서 지금까지 의뢰를 뛴 줄 알아?”

날 선 목소리에 정령사가 몸을 움찔거린다. 그 모습에 나는 비딱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나라고 좋아서 의뢰를 뛴 게 아니다. 망할 길드원들처럼 무시해도 된다.

하지만.

하지만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무시할 수 있겠냔 말이다.

그건…….

입술을 짓씹으며 말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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