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화
|Pr. 9서클대마법사| : 내 개인 정보는 또 언제 털린 거죠ㅠ?
나는 귀환에 속해있는 모두의 개인 정보가 저 사람에게 털렸다고 말해주려다가 이를 털어버린 사람의 정체를 대신 알려주기로 했다.
|Pr. 신살자(길드장)| : 마왕님께 물어보면 답 나올 거임ㅎ
돌아온 건 ‘ㅋ’으로 도배된 메시지였다.
법사가 크게 한숨을 내쉬더니 걸음을 옮긴다. 도달한 곳은 마왕님의 앞이었다.
“마훈아.”
“……?”
법사님께서 주워들은 이름을 입에 올리며 활짝 웃음을 보인다.
“많이 무서웠지?”
마왕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형님. 법사 놈이 미친 것 같도다!”
“!!”
법사가 뭐 이런 새끼가 다 있냐는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나보고 뭐 어쩌라고.
나는 그 시선을 외면하며 중요한 사실 하나를 알려줬다.
|Pr. 신살자(길드장)| : 걔는 말이 통하는 상대가 아니야.
|Pr. 9서클대마법사| : ㅋㄱㅋㅋㅋㄲㅋ너무 빨리 알려주셨죸ㅋㅋㅠ
우마한이 우마훈에게 법사의 얼굴을 제대로 보라면서 아는 얼굴이지 않냐고 타박한다. 우마훈은 그런 형에게 형님도 미친 거냐고 기겁했다.
“…다들 미친 건가?”
작게 들려오는 오빠의 중얼거림에 나는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응, 그런 거 같아.
끼에에엑!!
“……!!”
멀리서 들려오는 짐승의 울음소리에 모두가 고개를 돌렸다.
쿠웅, 땅이 울리더니 붉게 펼쳐졌던 하늘이 맑게 개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붉은 문양으로 장식된 하얀 문이 곳곳에 생겨났다.
“아, 게이트 끝났네.”
법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벌컥 열린 문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 * *
[특종] 강남 대로의 영웅! 회사원 헌터 H 씨, 그는 누구인가?!
―그러니까 회사원인데 헌터 일도 한다는 거지?
└나 같으면 회사 때려치우고 헌터 할 텐데;
└억대 연봉 줘서 못 때려치우나 보지ㅋㅋ
└ㄴㄴㄴ박봉이라던데?
└회사 왜 다녀;;
“먹고살려고 다녔다…….”
나랑 같은 기사를 보고 있었나 보다.
회사원 헌터 H 씨가 우울하게 잠긴 얼굴을 테이블 위에 처박았다.
“내 인생 망했죠……. 반차를 내는 게 아니었죠…….”
콩, 하고 테이블을 치는 소리에 마왕이 얼굴을 찌푸린다.
“법사 놈아, 치지 말거라. 쿠키가 쏟아지지 않느냐.”
근엄한 얼굴로 법사에게 한마디를 하신 마왕님께서 쿠키 하나를 입에 넣는다.
“…….”
법사는 어이없다는 얼굴로 마왕을 보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며 얼굴을 쓸어내렸다. 나와 마왕, 그리고 법사는 지금 센터(Center)라 불리는 곳에 와있다.
열린 문에서 쏟아진 사람들은 경황이 없는 얼굴로 서있었다. 그러다가 오빠와 우마한의 얼굴을 보고는 둘의 이름을 연호하며 환호했다.
사람들은 곧이어 법사 놈의 얼굴을 보더니 오열하며 감사 인사를 건넸다. 그 혼란이 가득한 곳에서 우리는 급하게 센터로 도망친 거다.
우마한에게 이동 스킬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우리는 나란히 고개를 들었다. 얼굴을 보인 사람은 내게 매우 익숙한 사람이었다.
“도, 도하운.”
도하인이 쭈뼛대며 나를 부른다. 나오라고 고갯짓도 한다. 무슨 일이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자를 끌었다.
|Pr. 9서클대마법사| : 길마님?
|Pr. 9서클대마법사| : 지금 나를 저 마왕님과 단둘이 남겨둘 생각은 아니죠? 응??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Pr. 9서클대마법사| : 야ㅑ1!!!!!
|Pr. 신살자(길드장)| : ㅅㄱ
법사의 메시지를 무시하며 곧장 밖으로 나갔다.
도하인은 잔뜩 찌푸린 얼굴로 벽에 등을 기대고 서있었다.
왜 저렇게 폼을 잡고 있대.
“오빠랑 같이 회의 중 아니었어? 나 먼저 집에 가래? 서하는? 서하는 일어났어?”
“도하운.”
“왜.”
도하인이 심호흡을 한 뒤 빠르게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도하운 너, 저 미쳐버린 도믿맨이랑 어떻게 만났어? 뭐? 친구? 친구라고? 개소리하지 말고 똑바로 말해. 그리고 저 헌터랑은 어떻게 만났어. 자연계라는데 맞아? 똑바로 봤어?”
“…….”
다다다 들려온 말에 나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세, 세 줄 요약 좀.”
“야!!”
쨍한 목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 * *
도하운이 쌍둥이 남동생인 도하인에게 마왕, 우마훈과 회사원 헌터 H 씨와의 만남을 있는 힘껏 꾸며내고 있을 때.
마왕, 우마훈과 회사원 헌터 H 씨는 둘이서 어색한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어색한 시간은 회사원 헌터 H 씨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이었다.
오도독, 과자를 씹어 먹는 소리만 적막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반차뿐만 아니라 잘못하면 직장까지 날아가게 생긴 회사원 헌터 H 씨, 9서클 대마법사가 한숨 끝에 마왕을 불렀다.
“…마왕님.”
우마훈이 왜 부르냐는 듯이 9서클 대마법사를 쳐다봤다. 대마법사가 심드렁한 얼굴로 물었다.
“맛있어? 진짜 잘 먹네?”
“아주 맛있느니.”
“아… 그래?”
우마훈은 하나 남은 과자와 법사를 쳐다보다가 고민 끝에 과자를 집고서는 가루만 남은 그릇을 법사에게 내밀었다.
“네 녀석도 먹거라.”
“…….”
뭘 먹으라는 걸까.
법사는 설명을 바라는 눈으로 마왕을 쳐다봤다. 마왕은 그 시선을 무시하며 과자를 입에 물었다.
오도독, 씹어 먹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린다. 그리고 그 소리 뒤로…….
“개소리하지 말라고 했지!!”
“개소리 아니라니까!! 네가 봤어? 안 봤잖아!!”
오늘 처음 만난 길드장님의 싸움 소리도 아주 선명하게 들려왔다. 대마법사는 의자에 등을 기대며 다리를 꼬았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집으로 텔레포트를 하고 싶다. 그럴 실력도 되고. 하지만 그랬다가는 뒤처리가 아주 곤란해지겠지. 길드장님께서 쫓아오시면 더욱 곤란해지고.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데 마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그리 앉아있으면 형님께서 자주 말한 것이 있느니.”
“……?”
“척추가 휘어져 이를 바로잡는 데 1,700만 원이 든다고 하느니.”
“…….”
대마법사는 자세를 바로 하며 싱긋 웃음을 지었다.
“마왕님, 사람 참 짜증 나게 만들죠?”
“칭찬인 것이냐?”
“응, 칭찬이야.”
“고맙도다.”
“…….”
대마법사는 이마를 짚으며 길드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9서클대마법사| : 다들 내 말 똑똑히 들어.
“법사야, 말로 하면 될 것을 왜 메시지를 보내느냐.”
“마왕님아, 입 좀 닥치고 있어줄래? 마왕님 때문에 법사 지금 고혈압 올 거 같죠?”
“도하운아! 법사 놈이 짐에게 닥치라고 하느니!!”
물음표만이 가득한 길드 창에 대마법사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을 보냈다.
|9서클대마법사| : 마왕님은 답이 없다.
|북부대공| : ??
|북부대공| : 마왕님이랑 만났어옄ㅋㅋㅋ?
|용사| : 대공, 놀지 말고 일하렴.
|북부대공| : 넵ㅠ
대공의 대답 이후로 메시지는 올라오지 않았다.
|9서클대마법사| : 여러분?
|9서클대마법사| : 얘ㅐ들아?
|9서클대마법사| : 길마님ㅠ?
|신살자(길드장)| : ㄷㅊ
|9서클대마법사| : 。•́︿•̀。
|9서클대마법사| : 세상에 내 편 아무도 없죠!!
|용사| : 쟤 왜 저러니?
9서클 대마법사는 울상 가득한 얼굴을 테이블 위에 묻었다.
* * *
“그걸 믿으라고 하는 소리야?!”
“안 믿으면 어쩔 건데!!”
도하인이 씩씩거리며 나를 노려본다. 나 역시 지지 않고 씩씩거리며 도하인을 노려봤다.
그렇게 눈싸움을 이어갈 때.
“하인 님.”
오빠의 비서, 은율이 나타났다.
도하인이 짜증스레 머리를 넘기며 물었다.
“…회의 다시 시작됐어요?”
“그건 아닙니다. 하지만 H-Entertainment의 대표 이사님께서 곧 도착하신답니다. 이사님께서 도착하시면 회의가 다시 시작될 것 같습니다.”
그 말에 도하인은 한숨을 내쉬고는 몸을 돌렸다.
“도하운, 회의 끝날 때까지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싫은데.”
“싫……!”
도하인이 말을 삼키고는 말했다.
“어쨌든 회사원 헌터 H 씨랑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회사원 헌터 H 씨, 9서클 대마법사님께서는 게이트에서의 상황만 재주껏 말해준 뒤 우리와 있는 중이었다.
제대로 된 이야기는 상황이 정리되고 한다고 했던가. 어쨌든 나는 도하인을 향해 혀를 삐죽 내밀어 주었다. 도하인도 이에 질세라 혀를 내민다.
도하인을 데리러 왔던 은율이 생기를 잃은 동태눈으로 우리를 쳐다봤다. 크흠, 괜한 부끄러움에 나는 헛기침을 하고는 문을 열었다.
“아이, 깜짝아!!”
법사가 호들갑을 떨며 뒤로 껑충 물러났다. 나는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뭐 하냐?”
“뭐 하기는!! 대화 끝난 거 같아서 나가려고 그랬지!”
“튀시려고?”
“튀셔도 되나요, 길마님?”
“될 것 같냐?”
법사 새끼가 불퉁한 얼굴로 뭐라 구시렁댄다. 자세히 들어보니 내 욕을 하는 것 같다.
“크게 말해.”
“스릉흐는 우리 길마님, 옆으로 두 걸음 비켜주시겠어요? 불쌍한 법사, 지금 몰골이 말이 아니죠? 센터에서 마련해 준 옷으로 화장실 가서 좀 갈아입으려고 그러죠?”
법사가 종이 가방을 흔들어 보이며 눈웃음을 짓는다.
나는 옆으로 두 걸음 비켜주고는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어 앉아있는 마왕을 불렀다.
“마왕님, 법사 좀 따라갔다 와.”
“왜! 싫어!!”
“싫도다. 짐은 한가로운 사람이 아니니라.”
법사와 마왕, 두 사람 다 서로를 거절했다.
사이좋은 길드원들의 모습에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마왕님, 내가 의뢰 뛰면 어떻게 된다고 했지?”
“강해진다고 했느니.”
법사가 그게 무슨 개소리냐고 쳐다본다. 그 시선을 간단히 무시하며 말했다.
“의뢰 맡길게. 법사 새끼 좀 따라갔다 와줘. 옷 갈아입는 거 말고 이상한 짓 하려는 거 같으면 그대로 잡아 오고.”
“알겠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