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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길드는 바르게 커야 합니다-20화 (20/168)

20화

몬스터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건 다행인 일이지만, 사람의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무슨 게이트가 이래?”

붉게 펼쳐진 하늘은 여기가 ‘게이트’의 안쪽이라는 것을 말해주는데 말이지.

“신살자야, 이거 놓거라!!”

그 말에 머리카락 몇 가닥을 뽑고는 마왕님을 놓아주었다.

손가락 사이에 엉겨 붙은 머리칼을 털어내며 말했다.

“서하 좀 찾아봐. 애가 그새 어디를 간 거야?”

“가까이 있느니.”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짐은 마왕이니라.”

내가 말을 말지.

어쨌든 마왕님의 말을 믿고 가보기로 했다. 마법이든 뭐든 사용해서 애를 찾았나 보지.

몬스터의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는 거리에서 나는 있는 힘껏 친구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서하야! 배서하!!”

끼에에엑!!

돌아온 건 몬스터의 비명 소리였다. 나는 마왕에게 눈짓했다.

들어오고 나서 ‘헌터’를 만나면 어떻게 행동할지 미리 입을 맞춘 상태였다.

마왕은 충격에 말을 잃은 시민 1로, 나는 그런 시민 1을 데리고 안전한 곳을 찾아다니고 있는 시민 2로.

째지듯 울리던 몬스터의 비명 소리가 끊겼다. 우리는 천천히 소리가 들렸던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신살자야, 저 위에…….”

“조용히 해.”

이렇게 일찍 헌터를 만날 줄은 몰랐다. 부디 서하가 헌터의 보호 아래에 있기를 바랄 뿐이다.

“아까 전에는 총으로 잘만 잡으셨잖아요!”

서하다! 진짜 헌터의 보호 아래에 있을 줄이야!!

나도 모르게 마왕을 버리고 뛰기 시작했다.

“총탄이 한 알뿐이었다는 걸 깜빡하고 있었지 뭐예요. 망했죠?”

“망했다는 소리 그만하시고요! 그럼 이거라도 님이 쓰세요!”

“그건 일반인 전용이라 제가 쓸 수 없죠.”

어깨를 으쓱이고 있는 남자가 보였다. 그 옆에 무언가에 찍힌 듯이 머리가 움푹 팬 몬스터의 사체도 놓여있었다.

“그럼 계속 그렇게 그걸로 몬스터 패면서 다닐 거예요?!”

“저도 광역기로 쓸어버리고 싶은데 그럼 님이 휘말리는걸요. 그럼 진짜 망하죠.”

“망한다는 소리 그만하라고!”

옥신각신하는 소리가 어디서 들리는가 싶었더니 낯선 남자의 바로 앞에 서하가 서있었다.

“서하야! 배서하!!”

“하운이?”

나를 발견한 서하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뜬다. 울컥한 마음에 단숨에 서하에게 달려가 친구를 끌어안았다.

“배서하, 야!! 걱정했잖아! 길 잃으면 한곳에 서있어야지! 애먼 데 돌아다니면 어떡해!!”

“하, 하운이? 운이야? 진짜?!”

배서하의 등짝을 소리 나게 때리는데 귀찮음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눈물겨운 감동의 상봉 순간인데 어쩌죠.”

“……?”

남자가 하늘을 가리킨다.

“허억.”

얼빠진 소리를 내며 입을 열었다. 어느새 우리 곁에 선 마왕이 근엄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거대한 비둘기가 날아다니고 있다고 내 처음부터 말하려 했느니.”

“님, 비둘기는 나는 생명체가 아니에요.”

“그럼 저것이 무엇이냐.”

“거참, 말투 특이한 양반이네. 보면 몰라요? 변종 닭둘기잖아.”

그게 비둘기잖아.

남자가 손가락을 하나씩 펼치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일반인 두 명, 사극인 한 명. 입막음으로는 힘들 거 같은데… 그냥 기억을 지워버릴까.”

“……?”

“저거 중추 몬스터 여기서 놓치면…….”

“답이 없느니.”

“그렇죠, 답이 없죠. 아니, 아, 깜짝아.”

남자가 불쑥 들어온 마왕의 얼굴에 소스라치게 놀라더니 이내 얼굴을 찌푸렸다.

|9서클대마법사| : 세상에나 마상에나 마왕님은 양반이었죠ㅋ

|마왕| : 짐은 양반이 아니느니.

|9서클대마법사| : •́ㅿ•̀

|9서클대마법사| : 예에―! 마왕님이시죠오오오!!

나타난 메시지에 나는 입을 다물었다.

“도하운아.”

대신 마왕님께서 입을 연다.

“법사 놈이 짐을 놀리느니.”

“……!”

마왕의 옆에 서있던 남자의 눈이 빠지도록 크게 떠졌다.

나는 마왕을 한 번, 마왕 옆에 서있던 남자를 한 번 그리고 내 인생을 두 번 돌아보았다. 남자가 현실을 부정하려는 듯이 두 눈을 빠르게 끔뻑거린다.

|9서클대마법사| : 마ㅣ마ㅏ왕님 지금 어디?

“도하운아.”

“응.”

“여기 좌표가 어떻게 되느냐?”

남자가, 아니, 법사 새끼가 두 손을 들어 입을 틀어막는다.

나는 환하게 웃음을 보이며 메시지를 날렸다.

|Pr. 신살자(길드장)| : 네 앞, 새끼야.

잠깐의 침묵.

그사이에 법사 새끼와 짧게 시선을 교환했다.

님, 길마님임?

응, 나 너의 길마님임.

그 짧은 대화를 끝으로 법사 새끼는 몸을 돌렸고, 그대로 줄행랑을 치기 시작했다.

많이 당황했나 보다. 대마법사란 놈이 마법을 쓰는 것도 잊어버리고 두 발로 직접 뛰는 걸 보니 말이다.

나야 좋지.

[권능, ‘순교자의 길’이 활성화됩니다.]

법사 새끼가 달려가는 쪽을 향해 권능의 힘을 사용했다. 눈에 띄게 느려진 속도에 만족해하며 마왕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Pr. 신살자(길드장)| : 마왕, 서하 눈 좀 가려줘.

“뭐야? 얘 왜 이래?!”

마왕님께서 두 손으로 서하의 눈을 가리고 있다.

“…….”

|Pr. 신살자(길드장)| : ㅅㅂ! 마법으로!!

“아.”

마왕님께서 얼빠진 소리와 함께 손을 거뒀다. 그와 동시에 서하가 눈가를 더듬으며 외쳐댔다.

“운아! 운아, 어디 있어?! 나 눈이 갑자기 안 보여!!”

“나도 안 보이네?”

“거짓말하지 마! 안 보인다는 애가 왜 그렇게 즐겁게 말해!!”

크흠, 거북이 속도로 달아나고 있는 법사 새끼를 곧 잡아 족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만.

나는 헛기침을 하고 마왕에게 서하를 맡겼다. 서하가 마왕의 얼굴을 더듬거린다.

“운아!! 운이 너야? 네가 이렇게 컸나?”

“짐이니라.”

“흐아아악!!”

“……!!”

서하가 비명을 지르며 마왕님을 밀쳤다. 그런다고 밀려날 마왕님이 아니지만 놀랐나 보다.

마왕님이 놀란 눈으로 억울하다는 듯이 소리쳤다.

“도하운아! 이 녀석이 짐을 밀쳤느니!!”

“응, 알아.”

“도하운아!!”

“시끄러!!”

|신살자(길드장)| : 나는 저 새끼 잡아 올 테니까 서하 좀 지키고 있어!!

마왕의 턱 아래로 주름이 가득 생겼지만 내 알 바냐.

나는 그대로 법사 새끼를 향해 가볍게 걸음을 옮겼다.

법사 새끼는 헉헉거리며 다리를 힘겹게 움직이고 있었다. 아주 느리게 말이다.

“왜……! 왜 이렇게 몸이 무거워……!!”

“그치? 몸이 많이 무겁지?”

“끄아아악!!”

법사 새끼가 요란하게 비명을 지른다. 다리에 힘도 풀렸는지 털썩 주저앉아 버리기까지 했다.

참 가관이다.

보자, 이 새끼가 자주 보내던 이모티콘이…….

|Pr. 신살자(길드장)| : (૭ ᐕ)૭??

“흐아아아악!!”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하얗게 질린 얼굴이 참으로 봐줄 만했다. 나는 무릎을 굽히며 환하게 웃었다.

“야, 9서클 대마법사.”

“히익……!!”

입을 꾹 다물고 벌벌 떠는 게 얘가 진짜 9서클 대마법사가 맞는 건가 싶었다.

우웅―

붉은 마법진이 곳곳에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벌벌 떨던 모습은 어디 가고 비딱하게 웃음을 짓고 있는 얼굴이 보였다.

법사 새끼 맞네, 맞아.

“…안녕, 길마님.”

건네는 인사에 나는 두 눈을 휘게 접으며 나를 묶고 있던 사슬을 움직였다.

“억……!!”

사슬은 순식간에 법사의 온몸을 묶었다. 그와 동시에 주위에 나타났던 붉은 마법진도 흩어지며 사라졌다.

법사의 눈이 휘둥그렇게 떠졌다.

법사가 어떻게 할 새도 없이 나는 그대로 법사 새끼의 몸을 허공에 거꾸로 띄웠다.

뒤늦게 상황을 알아차린 법사 놈이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

“잠깐, 스톱!! 스톱, 길마님! 이건 아니죠!!”

“아니긴 뭐가 아니야.”

심드렁하게 대꾸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길마님! 길드원 복지!! 복지 좀!!”

“길드장 복지도 내다 버렸는데 길드원 복지가 있을 리가 없죠?”

“……!!”

비웃음을 보여준 뒤 마왕과 서하가 있는 쪽으로 다시 돌아갔다.

마왕 옆에 서하가 쪼그려 앉아있었다. 씩씩거리고 있는 게 마왕이랑 대화가 안 통해서 화가 난 거 같다.

그 마음 내가 아주 잘 알지.

“서하야.”

“운아! 운이 너야? 너 맞지?!”

“응, 나야.”

“어디 갔었어! 쟤랑 나만 두고 가지 마!! 애가 좀 이상한 거 같단 말이야!!”

서하가 벌떡 일어나 두 팔을 벌린다. 그대로 서하에게 안겨 등을 토닥여 주었다.

“미안해, 미안.”

“무례하도다. 짐은 이상하지 않느니라.”

“봐봐! 이상하잖아!”

빽 외치는 소리에 나는 어색하게 웃음을 흘렸다.

“그보다 도하운아.”

|Pr. 신살자(길드장)| : 메시지로 해.

|Pr. 마왕| : 저 녀석은 누구일꼬.

마왕이 허공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법사 놈을 가리켰다. 나는 법사 놈을 향해 비웃음을 보이며 답장했다.

|Pr. 신살자(길드장)| : 너를 놀린 법사 새끼.

“!!”

마왕님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버럭 소리 지른다.

“네놈인가!!”

“……!!”

노, 놀라라. 누구인가, 라고 말하는 줄 알았다. 궁예님께서 강림하신 줄 알았네.

“네놈이 감히 짐을 놀렸느냐!!”

|Pr. 신살자(길드장)| : 마, 마왕님, 진정해……!

서하가 애가 이상할 뿐만 아니라 미치기까지 했다면서 펄쩍 뛴다.

“마왕님!! 그게 말이야! 나는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니라……!”

“마왕? 저 목소리는 회사원 헌터 씨의 목소린데?”

회사원 헌터 씨는 또 누구니? 안 되겠다. 이런 난장판에 서하를 세워둘 수는 없다.

서하가 저 사람이랑은 어떻게 아는 사이냐고, 저 사람도 연극 보러 갔다가 만난 거냐고 묻는다.

나는 대답을 피하며 권능을 사용했다.

[권능, ‘안식’이 활성화됩니다.]

“운아! 저 사라믄…….”

서하는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다. 미안, 서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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