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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길드는 바르게 커야 합니다-17화 (17/168)

17화

|Pr. 마왕| : 신살자.

마왕님께서 보낸 메시지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과자를 한 움큼 집어먹으며 메시지를 보냈다.

|Pr. 신살자(길드장)| : 살아있었네?

|Pr. 마왕| : 짐은 쉽게 죽지 않느니.

네, 그러시겠죠.

짜게 식은 얼굴로 이어질 메시지를 기다렸다.

|Pr. 마왕| : 형님께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달라 했느니.

|Pr. 신살자(길드장)| : 천만의 말씀이라고 전해드려.

|Pr. 마왕| : 그대로 전해드렸느니.

“…….”

내가 얘한테 도대체 뭘 바란 걸까. 다시 과자를 한 움큼 집어먹으려는데 가루만 잡힌다. 남은 간식이 있으려나. 도하인이 어제 챙겨 간 거 같던데.

|Pr. 마왕| : 형님께서 고맙다며 선물을 전해주고 싶어 하시느니.

|Pr. 신살자(길드장)| : 괜찮다고 전해드려.

|Pr. 마왕| : 이미 나에게 신살자, 네 녀석에게 줄 선물을 쥐여주고 나가버렸느니.

|Pr. 신살자(길드장)| : 그래서 어쩌라고;;

냉장고에 있는 건 각종 나물 반찬뿐이다. 편의점에 가서 라면이나 먹고 올까.

|Pr. 마왕| : 전에 만났던 카페에서 기다리고 있겠느니.

|Pr. 신살자(길드장)| : 안 가.

겉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갔다. 안 간다는 메시지에 돌아오는 대답이 없다.

|Pr. 신살자(길드장)| : 마왕님.

|Pr. 신살자(길드장)| : 야.

|Pr. 신살자(길드장)| : ㅑ!!!

|Pr. 신살자(길드장)| : 나는 안 간다고 분명히 말했어.

|Pr. 마왕| : 짐은 기다리고 있겠느니.

“아오!”

정말 대화란 게 안 통하는 놈이다. 나는 짜증스레 머리를 긁적이며 걸음을 돌렸다.

화랑의 주인께서 어떤 선물을 보냈는지 구경이나 해야겠다.

그렇게 카페의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건, 검은 머리칼을 길게 늘어뜨리고 있는 마왕님이셨다.

“마…….”

왕님이라고 부를 뻔했던 목소리를 삼키며 제대로 된 이름을 꺼냈다.

“우마훈.”

“……?”

우수에 잠긴 눈으로 아메리카노를 바라보고 계시던 마왕님께서 고개를 드셨다.

나는 그 앞에 자리를 잡고 앉으며 얼굴을 찌푸렸다.

“생각보다 많이 멀쩡하네?”

“형님께서 힐러란 힐러는 모두 데리고 와주셔서 치료해 주셨느니.”

마신 놈을 쫓아냈어도 이 녀석의 말투는 변함이 없구나. 턱을 괴며 물었다.

“힐(Heal)이 통하는 모양이네? 괜히 너한테 독 될까 봐 치료 안 한 건데.”

그냥 해본 말이다.

그때 용사님의 바짓가랑이를 붙잡느라 마왕 새끼는 안중에도 없었다. 마왕이 크게 감동한 얼굴로 말했다.

“이곳의 힐은 성녀의 힘과는 다른 것이니라.”

“그래?”

응? 잠깐.

“성녀의 힘이라니? 마신한테 몸 뺏겼을 때의 상황을 모두 기억하고 있어?”

“기억하느니라.”

그 침울한 목소리에 나는 멍하니 입술을 벌렸다.

“신살자, 내가 그렇게 싫었더냐.”

마왕 놈이 귀가 축 처진 강아지처럼 나를 쳐다본다.

“짐을 시발 새끼라고 부르다니.”

“그렇게 안 불렀어. 시발아, 라고 불렀지. 그리고 너한테 그런 게 아니라 마신 새끼한테 그런 거야.”

“진심에서 우러난 목소리였다.”

“당연히 진심이었으니까!!”

테이블을 쿵, 하고 두드리며 작게 소리쳤다.

“너라면 남의 세계에서 깽판치고 있는 마신 새끼한테 좋은 말이 나가겠냐!”

마신이니 뭐니 이걸 큰 소리로 어떻게 떠들어?

“마신이 아닌 짐에게로 향하는 소린 줄 알았단 말이다!!”

떠드는 새끼가 있었네.

두 손을 들어 얼굴을 덮었다.

여러분, 그렇게 보지 마시죠. 저는 이 새끼를 모른답니다.

“하지만 신살자.”

“목소리 좀 죽여.”

“신살자여.”

“왜.”

목소리만 죽이면 되는데 얘는 몸도 잔뜩 움츠리며 말했다.

“미안하도다.”

“……?”

고개를 갸웃거리니 마왕이 시무룩한 얼굴로 말했다.

“설마 여기까지 나를 쫓아올 줄은 몰랐느니.”

“무슨 소리야?”

“그 마신은 데키온에서 내가 소환한 신이었느니.”

마왕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몸을 빼앗겼던 게 아니라 몸을 내준 거였어?”

마왕은 고개를 젓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돌아오고 싶었느니.”

“…….”

나도 마왕도 잠시 말이 없었다. 카페의 음악이 한 번 바뀌고 나서야 마왕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때는 귀환의 조건이 신께서 문을 열어주는 것이리라 생각했느니.”

마왕이 침울한 얼굴로 입을 연다.

“짐은…….”

“됐어. 거기까지.”

뒷말은 듣지 않아도 뻔했다.

신을 소환한 건 어리석은 선택이었다.

마왕의 말을 막고서는 음료를 주문하고 왔다. 카운터 바로 앞이라 눈치가 너무 많이 보였다.

자리에 앉으며 마왕에게 손을 내밀었다.

“네 형님께서 전해주라던 선물이나 내놔.”

마왕이 두 눈을 끔뻑이며 나를 쳐다본다. 그 시선에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마왕은 이내 고개를 숙이고서는 코트 안쪽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내게 내밀었다.

“상품권? 나 돈 많은데.”

“상품권은 아니라 했느니.”

봉투를 열어 안에 들어있는 것을 꺼냈다.

“백지 수표라 했느니.”

“……!!”

맞다. 마왕네 집안도 장난 아니지. 고고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것을 조심스레 봉투 안에 집어넣었다.

“신살자.”

“뭐.”

“물어볼 것이 있느니.”

마왕 놈의 질문이 정상적이지 않을 확률은 100퍼센트에 가깝다.

하지만 나는 백지 수표에 크게 감동했기 때문에 특별히 질문 하나를 허락해 주었다.

“네 녀석은 어찌 그리 강한 것이냐?”

“음… 잠깐만.”

울리는 진동 벨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문한 아메리카노를 가지고 돌아온 뒤 마왕의 질문에 대한 답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곰곰이 생각할 것까지는 없었다.

“의뢰 뛰어.”

“의뢰……?”

나는 씨익 웃음을 보였다.

“마신 새끼가 네 몸, 또다시 차지하게 둘 거야? 이런 일이 한 번으로 안 끝날 거 같은데.”

“절대 그렇게 두지 않을 게다!!”

쾅, 테이블을 내리치자 음료가 튀었다.

망할 마왕 새끼.

냅킨으로 얼굴을 닦아내고는 말했다.

“그럼 의뢰 뛰어. 일한 만큼 강해지더라고.”

그런 거 없다. 일한 만큼 학점이 조져졌다면 몰라도.

하지만 마왕은 홀린 듯이 내 말을 경청 중이었다.

“나도 궁금한 게 있는데.”

“뭐든지 물어보거라.”

그렇게 말하면 물어보는 게 인지상정이지.

“의뢰는 왜 안 뛰고 있었던 거야?”

마왕이 입을 다물더니 눈동자를 데굴 굴린다.

마왕님의 입에서 대답이 나온 건 카페의 음악이 뚝, 끊겼을 때다.

“…마신 때문에 불안했느니.”

“불안했다고? 왜?”

“쫓아올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쫓아오지 않았느냐. 괜히 무언가에 나서 나를 보여주었다가는 나를 잡아갈 것이라 생각했도다.”

“그런 것치고는 형님께 마왕이니 귀환이니 아주 잘도 말했던데?”

“…….”

마왕이 아메리카노를 단숨에 비우더니 근엄하게 목소리를 내셨다.

“마왕 된 자는 숨김없이 굴어야 하느니.”

지랄.

내가 얘랑 무슨 대화를 나눌까.

“어쨌든 의뢰 뛰면 강해진다, 마왕아.”

“명심하겠느니.”

* * *

[‘마왕’ 님께서 의뢰를 받으셨습니다.]

|9서클대마법사| : °□°;

|9서클대마법사| : 마왕님아 또 조카님 물려 가셨음?

|용사| : 마왕, 살아있었니? 칼빵 맞은 곳은 괜찮고?

|9서클대마법사| : 칼빵??

|북부대공| : 흐어어어엌!! 님 고마우어ㅕㅠㅠㅠ

다양한 반응에 작게 웃음이 나왔다. 바로 앞에서 식빵을 물고 있는 도하인이 미쳤냐는 듯이 쳐다봤지만 무시다.

|마왕| : 조카님은 집에서 형수님과 있느니. 칼빵 맞은 곳은 괜찮으니. 고마워할 필요 없느니.

|9서클대마법사| : ㅋㅋㅋㅋ그럼 이번에는 의뢰 왜 받은 거랰ㅋㅋ?

식빵에 잼을 바르고는 우물거렸다.

|마왕| : 신살자가 노동 청년이 되어야 강해질 수 있다고 했느니.

툭, 하고 입에 물고 있던 식빵이 떨어졌다.

“아, 도하운! 더럽게!!”

도하인의 신경질적인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9서클대마법사| : ???

|용사| : 길드장, 애한테 이상한 거 가르치지 말렴.

|북부대공| : 님아;;

잠깐, 오해다!

* * *

“맞아요. 사람은 일을 해야 합니다.”

“……?”

H-Entertainment의 대표 이사, 강하수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새삼스레 왜 일 타령인가 했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걸 저렇게 돌려 말하는 건가?

강하수는 자신에게 몰리는 시선을 무시하며 방긋 웃음을 보였다.

“도빈 씨는 이번 가족회의에도 안 보이네요?”

강하수의 말에 왼쪽 자리에 앉아있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김 실장님께서 곁에 붙어서 잘 감시 중이니 걱정 마시라고 전해달랍니다.”

“그래요?”

강하수는 물이 담긴 유리잔을 흘긋거렸다.

도빈이 아닌 청년이 물에 비치고 있다. 강하수는 가볍게 잔을 두드리며 비친 것을 지웠다.

“근데 걱정이 되네.”

우웅, 울리는 목소리에 자리에 앉아있던 모두가 몸을 움찔거렸다.

이내 일반인인 강하수의 목소리에 쫄았다는 것을 깨닫고 사이좋게 얼굴을 찌푸렸다.

강하수는 인자한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어쨌든 가족회의를 시작해 볼까요?”

가족회의는 무슨, 가‘족’같은 회의라면서 다들 속으로 구시렁댔다.

* * *

“말해줄 수 없다……?”

“정확히는 말씀드리지 못하는 겁니다.”

도빈은 남자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

정보를 주겠다면서 만나기로 하지 않았나. 그런데 가장 원하는 정보를 주지 못하겠다니?

남자는 찌푸린 얼굴에 담담히 입을 열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남자의 말에 도빈이 말해보라는 듯 고개를 까닥거렸다.

“글로리아의 귀환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 말에 도빈이 비딱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이 몸이 본 것을 부정하겠다는 건가?”

“부정하는 게 아닙니다.”

남자는 도빈의 거만한 말투가 익숙하다는 듯이 말을 이어갔다.

“글로리아의 이름을 어떻게 알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그들은 귀환자가 아닌 침입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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