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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길드는 바르게 커야 합니다-16화 (16/168)

16화

“……?”

어둑한 조명 아래에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남자라니. 굉장히 범상치가 않은 몰골이다.

“빈 씨!! 무턱대고 그렇게……!!”

남자의 뒤에서 또 다른 남자가 허둥대는 중이었다. 도대체 뭔가 싶은데 테이블을 두드린 남자가 입을 열었다.

“이봐, 너.”

“너? 나 말하는 거지, 지금?”

“그래 너.”

생판 처음 보는 낯선 남자의 반말에 K―유교걸의 피가 들끓는다.

“네 녀석, 글로리아의 그 녀석이냐?”

예?

피가 차게 식어버리고 말았다.

“콜록!”

서하가 기침을 터트렸다. 그 소리에 황급히 정신을 챙겼다.

네가 글로리아의 그 녀석이라니. 그게 무슨 네가 8반 예쁜이냐, 같은 소리야.

뭐야, 이 자식? ‘글로리아’를 알고 말하는 건가? 아니면 그냥 미친놈?

어떤 반응을 보여줘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는데 크흠, 거리며 목을 가다듬는 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손님. 이분들과 일행분이세요?”

대공이었다.

너 이 새끼, 트롤링만 하는 줄 알았는데 도움이 될 때도 있구나!!

“그래, 일행이다.”

“아…….”

도움이 된다는 거 취소다.

남자의 대답에 대공이 이보 후퇴했다. 야! 여기서 후퇴하면 어떡해?

“빈 씨! 이게 무슨 무례야!!”

“너는 빠져있어라. 나는 이 여자한테 볼일이 있으니까.”

나는 볼일이 없는데 멋대로 볼일을 만들고 지랄이네.

대공이 나를 쳐다보며 눈짓을, 아니, 메시지를 보냈다.

|Pr. 북부대공| : 아는 사람 맞아여?

|Pr. 신살자(길드장)| : 아니, 모르는 사람.

이보 후퇴했던 대공이 테이블에 내가 주문한 것을 놓으며 남자를 흘긋거린다.

나는 고맙다고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말하며 메시지를 한 번 더 보냈다.

|Pr. 신살자(길드장)| : 좀 쫓아내 봐.

|Pr. 북부대공| : ㄱㄷㄱㄷ; 사장님 데리고 올게여;;

못 미덥지만 믿어보겠다.

그사이 우리와 일행이라고 거짓말을 친 남자는 의자를 끌고 와 합석을 해버렸다.

뭐야, 이 새끼?

서하가 당황해하며 나를 쳐다본다. 나는 걱정 말라며 웃어주고는 남자를 노려봤다.

“나한테 볼일이 있다고? 난 네가 누군지 모르겠는데요?”

“도빈, 내 이름이다. 이제 아는 사이군.”

“……?”

이야기가 왜 그렇게 되는 거죠?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새끼는 우리 길드원들뿐인 줄 알았는데 생각을 고쳐먹어야겠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 빈 씨가 원래 이렇게 막무가내인 사람이 아닌데……. 술값과 안줏값은 제가 모두 계산하겠습니다.”

‘도빈’이라는 남자 뒤에 서있던 남자가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사과하기 시작했다.

“운아.”

서하가 나를 부르더니 속삭였다.

“나 저 사람 누군지 알 거 같아.”

“그래? 그럼 너한테 볼일이 있는 거 아냐?”

“아냐! 내가 아는 사람이 맞으면 엄청 유명한 사람일걸?”

서하의 말을 들었는지 남자가 어깨에 잔뜩 힘을 준다.

나를 알아보다니, 대단한 녀석! 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자세에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저 인간이 유명한 사람이면 우리 오빠랑 도하인은 월드 스타다.”

“맞는 말 아니야?”

나는 그건 오빠한테만 해당되는 말이라고 고쳐주고는 의자에 등을 기대었다.

카운터 쪽에서 용사가 대공과 함께 귀찮음 가득한 얼굴로 걸어오는 게 보였다.

|신살자(길드장)| : 님들 거기서 스탑.

|9서클대마법사| : (૭ ᐕ)૭?

|신살자(길드장)| : 너 말고;;

법사 새끼는 일을 날로 먹고 있나 봐. 의뢰 빼고 모든 메시지에 답하는 거 같아.

나는 제자리에 멈춰 선 용사와 대공을 보며 괜찮다고 웃음을 지어주었다. 용사가 얼굴을 찌푸린다.

|Pr. 용사| : 모르는 사람이라며? 이제는 아는 사람이 됐니?

날아든 개인 메시지에 나는 간단히 대답해 주었다.

|Pr. 신살자(길드장)| : 친구가 아는 사람이라고 해서 잠깐 어울려 주고 쫓아내게.

|Pr. 용사| : 나참.

|Pr. 신살자(길드장)| : 쫓아낼 때 협조 부탁할게^^

|Pr. 용사| : 엿 먹으렴.

용사의 메시지를 간단히 무시하며 나는 남자에게 내가 주문했던 칵테일을 건네주었다.

“여기 가게 1인 1음료 기본이거든.”

지나가던 알바생에게 같은 것으로 한 잔 더 주문한 뒤에 입을 열었다.

“그래서 나한테 볼일이 있다고?”

“이 몸이 본 게 있거든.”

“…….”

자기애 가득한 말투에 집어 들었던 프레즐을 그대로 떨어뜨릴 뻔했다.

등장부터 범상치 않은 놈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마왕과 비슷한 놈이 일반인 중에 있을 줄이야.

“내 눈이 틀릴 리가 없건만. 나는 몇 번이나 내가 본 것이 맞는지 되물으며 확인했고, 결국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받았다.”

“누구한테……?”

“이 몸한테.”

미친놈.

경악을 넘어서 감탄하고 있는 서하에게 나는 눈짓했다.

서하야, 이 새끼가 정말 유명한 인간이 맞니? 또라이로 유명하면 인정할게.

서하가 눈짓한다.

내가 사람을 잘못 봤나 봐.

그 눈짓에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쫓아낼 시간이다.

그렇게 나르시시즘 환자를 쫓아내 주실 용사님을 부르려 할 때였다. 남자가 나한테만 들릴 목소리로 속삭였다.

“글로리아의 귀환자.”

“……!!”

남자가 거만함 가득한 자세로 말을 이었다.

“그것 말고도 알 수 없는 여러 가지의 이름들을 주렁주렁 달고 있더군.”

“…….”

남자가 칵테일 잔을 들며 비웃음을 짓는다.

“지금은 무슨 영문인지 네 녀석에 관한 것을 볼 수 없지만, 이 몸이 볼 수 없는 게 있을 리가 없다.”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자세로 칵테일을 마시며 웃음을 짓던 녀석이 갑자기 목을 끌어 잡았다.

“컥……!”

뭐야? 갑자기 왜 이래?

“비, 빈 씨?”

“네 녀석……! 독을……!!”

“독……?”

가래가 들끓는 목소리가 비명처럼 끊기더니 남자는 그대로 테이블에 고개를 처박아 버렸다.

“빈 씨! 빈 씨!!”

“…….”

나는 남자가 마셨던 칵테일 잔을 도로 가지고 와서는 잔의 끝부분을 깨끗하게 닦았다.

“서하야, 네가 아는 유명한 사람 맞아?”

“…그냥 또라이였나 봐.”

나는 단숨에 잔을 비워버리며 얼굴을 찌푸렸다.

쓰기는 진짜 썼다.

|Pr. 북부대공| : 님아ㅏ! 살인은 안 되죠1!!!

|Pr. 신살자(길드장)| : 뭐래; 용사 불러서 치우기나 해;;

대공이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는 부엌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빈 씨! 정신 차려 봐!!”

‘도빈’이라…….

나는 쓰러진 남자를 흘긋거리며 비딱하게 웃음을 보였다.

귀환자도 아닌데 내 칭호를 봤단 말이지?

* * *

“윽…….”

도빈은 타는 것만 같은 갈증에 괴로워하며 눈을 떴다.

“빈 씨, 깼어?”

“…방심했다.”

도빈은 김 실장이 건넨 물병을 단숨에 비우며 갈증을 해소했다. 그의 매니저가 혀를 쯧쯧 차며 말했다.

“빈 씨가 마신 거 도수 엄청 높은 거였대. 빈 씨 술 잘 못 마시잖아.”

“그게 술이었다고? 아니다. 그건 이 몸을 죽이려고 한 독이었다.”

“음… 그래.”

김 실장은 도빈과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는 걸 포기했다. 도하운의 친구, 배서하의 눈은 틀리지 않았다.

도빈, 예명 ‘도비’는 그 이름답게 소속사에 붙어있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의 연예인으로 유명했다.

본업은 헌터.

그 때문에 팬들의 눈에 들킬까 싶으면 항상 곁을 따라다니는 매니저와 순식간에 모습을 숨겼다.

“모습을 바꾸면 되잖아!”

김 실장의 말에 도빈은 말했다.

“그러면 이 몸의 얼굴을 누구도 알아보지 못하지 않나.”

“……?”

김 실장은 도빈과는 제대로 된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때 깨달았다.

그날의 대화를 떠올린 김 실장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어쨌든, 나중에 가게 찾아가서 고맙다고 인사해.”

“가게?”

“빈 씨 치우, 아니, 옮기느라 사장님과 직원분이 고생하셨단 말이야. 그리고 그분들께도 나중에 확실히 사과해!! 내가 번호 받아 왔으니까!”

도빈은 김 실장이 건넨 번호에 눈가를 찡그렸다.

“아무도 못 알아봐서 다행이지! 이거 사장님 귀에 들어가면 어떻게 할 거야?”

“그 인간은 이 몸을 건드릴 수 없다.”

도빈의 말에 김 실장이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이사님께서는 빈 씨를 건드리지 못하는 게 아니라 안 건드리고 있는 거라는 거 알지?”

김 실장의 말에 도빈은 언제나 능글맞게 웃고 있는 낯짝을 떠올려 보았다.

H-Entertainment.

중견 연예 기획사지만 소속 연예인 모두 ‘헌터’로 활동 중인 그곳의 사장은 아이러니하게도 일반인에 불과했다.

김 실장이 버럭 소리 질렀다.

“이사님이 빈 씨를 내버려 두고 있는 건 회사 이미지에 도움이 돼서라고!!”

“알겠으니 그놈 이야기는 그만하도록.”

“드디어 내 이야기를 알아들어 준 거야?”

두 눈을 반짝반짝 빛내는 얼굴에 도빈은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군. 그보다 연락이나 넣어라.”

“누구한테?”

“이전, 나를 찾아왔던 사이비 놈한테.”

“뭐?!”

새된 목소리를 무시하며 도빈은 침대에 풀썩 누웠다.

“분명 이 몸의 힘을 빌리고 싶다 했었지. 그 녀석에게 이 몸과 손을 잡고 싶다면 내가 원하는 정보를 가지고 오라고 해라.”

“빈 씨, 제정신이야? 지금까지 내 말을 들은 거야, 만 거야?!”

“말았다.”

김 실장의 말에 간단히 대답한 도빈은 사악하게 웃음을 보이던 여자를 떠올렸다.

글로리아……!

* * *

“오우.”

갑자기 이는 소름에 나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테이블에 얼굴을 처박아 주신 남자 덕분에 서하와의 술자리는 맥없이 끝나버렸다.

그런 우리를 데리러 온 건 오빠가 아니라 도하인이었고.

도하인은 내가 사다준 옷을 보고 구시렁대더니 그대로 입고 길드로 가버렸다.

아웃브레이커 던전 이후로 오빠의 얼굴을 제대로 못 본 것 같다.

어쨌든 오빠와 도하인은 날이 밝은 오늘이 되어서도 집에 들어오지 않았고 나는 모처럼의 휴식을 만끽할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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