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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길드는 바르게 커야 합니다-10화 (10/168)

10화

너는 이 상황에서 그렇게 쓸데없는 자랑을 하고 싶냐?

나는 혀를 한 번 차주고는 아래로 내려갔다.

“유빈아! 금방 갈 테니까 얌전히 있어야 해!!”

애기의 아버님께서는 내가 온 줄도 모르는 것 같았다.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고 있는 얼굴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게 낯이 익은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형님.”

“우마훈! 너 내가 날아다니지 말라고 했지!!”

“주변에 결계를 쳐놔서 볼 사람은 어차피 형님밖에 없느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날아다니지 좀 마! 하지 말라면 하지 좀 마, 제발!! 유빈이가 보고 똑같이 따라 하면 어쩌려고 그래!”

“그럼 내가 잡아주면 되느니. 조카님과 같이 하늘을 날아보는 것도 재미있겠군.”

“그 말이 아니잖아!!”

형님께서도 참 고생이 많은 것 같았다. 마왕의 형님께서는 뒤늦게 나를 발견하고는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마훈이 때문에 귀환자의 길드에 대해 어느 정도 아는 편입니다. ‘의뢰’라는 것 때문에 저걸 처리할 수 없다는데 맞습니까?”

마왕 새끼야, 너는 숨긴 게 도대체 뭐니?

나는 두 눈을 부릅뜨며 마왕을 노려봤다. 마왕은 회피를 시전했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상처라도 냈다가는 게이트가 터질 거라네요.”

“게이트라니.”

남자가 얼굴을 한 번 쓸어내리더니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길드장님께서는 정상인이시군요?”

“……?”

조심스레 묻는 질문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남자가 내가 귀환의 길드장인 걸 어떻게 아는지, 그에 대한 답은 마왕 새끼가 잘 알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보다 정상인이니 뭐니 저런 소리는 왜 하는 거지?

애기의 아버님께서는 멍하니 중얼거리며 나의 의문을 해결해 주었다.

“마훈이처럼 콘셉트질에 찌든 분이실 줄 알았는데.”

“…….”

마왕 새끼가 귀환자 망신 다 시키네.

화랑의 길드장님께서는 정말로 신기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봤다.

저기요, 그런 눈으로 보는 거 실례거든요? 그나저나 마왕 이 새끼는 도대체 우리 길드의 평판을 얼마나 떨어뜨린 거야?

…평판이랄 것도 없지마는.

|Pr. 신살자(길드장)| : 마왕.

|Pr. 신살자(길드장)| : 나중에 이야기 좀 하자^^

“이야기는 지금 해도 되는……!!”

찰싹, 소리 나게 마왕의 입을 틀어막으며 나는 미소 지었다.

|Pr. 신살자(길드장)| : 은혜 갚고 싶다고 했지?

마왕이 고개를 끄덕거린다.

|Pr. 신살자(길드장)| : 그럼 메시지에는 메시지로만 답해 새끼야.

|Pr. 마왕| : 알겠느니.

화랑의 길드장, 특징 꼬마의 아버님이신 우마한이 이번에는 당혹감 짙은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마왕의 입을 가로막았던 손을 내렸다.

“저는 정상인입니다.”

“아… 네…….”

“진짜로요.”

“네… 그런 것 같군요.”

우마한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덧붙였다.

“오해해서 죄송합니다. 동생이 워낙 저 모양이라.”

마왕이 눈살을 찌푸리며 자신의 형을 노려본다. 그 시선에 그의 형은 혀를 찼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오해할 수도 있죠.”

아니, 오해할 만도 하다.

“그보다는 저 강아지나 잡으러 가볼까요?”

“다가가면 조카님을 위협하려 든다고 내 말했느니.”

“위협하기 전에 다가가면 되잖아.”

마왕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명답이라면서 엄지를 치켜올린다. 나는 말없이 마왕의 엄지를 접어주었다.

“네 힘은 저 강아지가 먹어버린다고?”

“그래서 저렇게 커져버렸느니.”

“그럼 여기 얌전히 있어.”

“마왕 된 자가 뒷짐만 지고 있을 수는 없으니.”

“…….”

기절시켜 버릴까.

다행히도 내가 마왕의 목을 가격하기 전에 그의 형이 나서주었다.

“마훈아, 너는 이분 말씀대로 얌전히 있는 게 좋을 것 같다.”

마왕은 그 말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며 팔짱을 꼈다. 얌전히 있어주기는 할 모양이다.

“형님분께서는 저 좀 도와주실래요?”

“네? 제가 도와드려도 되는 일입니까?”

“하나보다는 둘이 낫죠.”

사실 혼자서 처리해도 된다. 하지만 꼬마는 아빠가 구하게 하고 싶었다.

괜히 나 혼자 설쳤다가 애기가 다치기라도 하면…….

“형님분께서는 애기만 구하면 됩니다. 강아지는 제가 맡을게요.”

“신살자, 이 몸이 할 일은 없느냐?”

“얌전히 응원이나 해.”

“알겠느니.”

케로베로스의 새끼가 발톱을 세우며 꼬마를 감싸고 있는 게 보였다. 꼬마는 무섭지도 않은지 그 발톱 위에 손을 얹고 있다.

전시회장에서도 느꼈지만, 참 겁 없는 꼬마구나 싶었다.

나는 먼저 한 발자국, 걸음을 떼며 입을 열었다.

“제가 셋을 외치면 바로 애기한테 뛰세요.”

“네?”

의아함 가득한 질문에 나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셋.”

곧장 땅을 박차며 뛰어올랐다.

[…상처 하나 없이 생포하여…….]

별님께서는 참 귀찮은 의뢰를 맡기셨다.

크아앙!

강아지가 아주 깜찍한 소리를 내며 아가리를 내민다.

내가 아닌 꼬마에게로 말이다.

“유빈아!!”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나는 입꼬리를 올렸다.

폼으로 거대 길드를 이끌고 있던 건 아닌 모양이다. 못 따라오면 어쩌나 했더니 금세 따라붙었다.

“아빠!”

애기가 아빠를 향해 손을 뻗고, 나는 나를 묶고 있던 사슬을 길게 움직여 강아지의 몸을 옥죄게 했다.

크릉?

나는 목 하나에 걸린 사슬을 손에 꼭 쥐며 웃었다.

“목줄 걸자, 강아지야.”

상처만 안 나면 된다며?

그대로 사슬을 끌어당기며 몸집 큰 강아지를 뒤로 넘겼다.

쿠웅―!

묵직하게 들리는 소리와 함께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기 시작했다.

―크아아앙!!

울부짖는 소리가 고막을 때렸다.

케로베로스의 새끼는 배를 드러내고서는 거세게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사슬에 묶인 몸집 큰 강아지께서는 여느 강아지나 다름없는 크기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나는 그대로 강아지의 세 머리 중 하나의 목덜미를 잡아 집어 들었다.

끼잉! 끼이잉!!

“그렇게 울어도 소용없거든.”

새끼 케로베로스의 몸에 묶여있던 사슬이 스르륵 풀리더니 투명하게 사라진다.

원래대로 돌아간 거다.

나를 묶고 있는 이 ‘사슬’은 모든 힘에 제약을 가한다. 그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내게 가장 유용한 무기로 쓰이는 중이었다.

나의 모든 것에 제약을 가하고 있는 골치 아픈 것인데 말이다.

끼잉…….

내 손안에서 열심히 버둥거리던 강아지가 달아나는 것을 포기한 듯 어깨를 축 늘어뜨린다.

그 모습이 꽤 귀여웠지만, 세 쌍의 눈동자에서 흐르는 피눈물에 곧장 생각을 고쳐먹었다.

“신살자야.”

어느새 마왕이 다가와 있었다.

마왕이 내 손에 잡혀있는 기운 빠진 새끼 케로베로스를 보고는 눈가를 살짝 찡그리며 물었다.

“네 녀석, 어찌 이리 간단하게 일을 처리했느냐?”

“내가 너보다 세니까.”

“……!!”

마왕이 충격받은 얼굴로 나를 쳐다봤지만 내 알 바 아니다.

“애기는?”

“형님이랑 있느니.”

마왕의 어깨 너머를 쳐다보자 두 뺨이 커다란 손에 마구 뭉개지고 있는 애기가 보였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마왕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Pr. 신살자(길드장)| : 나한테 마법 좀 걸어줘.

“무…….”

날선 시선으로 마왕을 노려보자 곧바로 메시지가 날아왔다.

|Pr. 마왕| : 무슨 마법을 원하느냐?

|Pr. 신살자(길드장)| : 겉모습 좀 바꿔줘.

|Pr. 마왕| : 어떤 식으로 바꿔주기를 원하느냐?

“네 취향대로 바꿔 그냥!!”

나도 모르게 버럭 소리 지르고 말았다.

아들을 살피고 있던 우마한이 화들짝 놀라며 우리 쪽을 쳐다본다. 나는 후드 집업을 푹 눌러쓰며 마왕에게 눈짓했다.

|Pr. 신살자(길드장)| : 어서!!

의뢰를 부탁하신 별님께서는 새끼 케로베로스를 아직 데리고 가지 않았다.

즉, 의뢰는 끝났지만 완전히 끝난 게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별님께서 강아지를 데리고 가면 의뢰는 끝날 테고 ‘변장’은 풀리고 만다.

힘에 제약이 가해지는 것도 중요한 문제지만 그보다는 변장이 풀리는 게 더 중요한 문제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 중 한 명이 ‘화랑’의 우마한이니까.

말이 좋아서 라이벌이지, ‘화랑’과 ‘하운’은 시시때때로 부딪친다고 들었다. 그런 길드의 주인이 내 얼굴을 알아보지 못할 리가 없다.

무엇보다 나는 이란성이라고 해도 도하인이랑 쌍둥이다.

무조건 얼굴을 숨겨야 했다.

|Pr. 마왕| : 신살자야, 그렇게 버럭버럭 소리 지르다가는 고혈압이 찾아올 게다.

|Pr. 신살자(길드장)| : ㅅㅂ

고혈압은 너 때문에 찾아올 것 같다, 마왕 새끼야.

|Pr. 마왕| : 걸어주었도다. 내가 해줄 것은 또 없느냐?

|Pr. 신살자(길드장)| : 나중에 포탈 좀 열어줘.

집에 편안하게 가고 싶었다.

|Pr. 마왕| : 알겠느니.

만족스러운 대답에 나는 새끼 케로베로스를 마왕에게 맡기고 걸음을 옮겼다.

아들과의 조우에 감격해하고 있는 우마한에게는 미안하지만 그에게 몇 가지 물어볼 게 있었다.

“우마한 씨.”

“아! 죄송합니다, 신살자님! 먼저 감사 인사를 드렸어야 했는데… 헉!!”

“……?”

꼬마를 꼭 끌어안고 정신없이 고개를 숙이던 우마한이 갑자기 두 눈을 동그랗게 뜬다.

못 볼 거라도 본 것 같은 얼굴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꼬마도 아빠랑 똑같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입을 오물거리며 외쳤다.

“천사 누나가 진짜 천사가 돼써요!!”

“……?”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말들에 나는 마왕을 쳐다봤다.

|Pr. 신살자(길드장)| : 너 이 새끼. 나를 어떻게 바꾼 거야?

|Pr. 마왕| : 네 녀석이 내 취향대로 바꾸라 해서 그렇게 바꿨느니라.

|Pr. 신살자(길드장)| : ??

|Pr. 마왕| : 내 취향은 날개를 활짝 펼치고 계시는 천사님이니라.

|Pr. 신살자(길드장)| : 야이 시바ㄹ새끼야ㅑ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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