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 * *
|북부대공| : 길드 탈퇴할 거에여.
대공이 길드 메시지에 나타난 건 늦은 저녁이었다. 대공의 탈퇴 선언에 우리 착한 길드원들은…….
│9서클대마법사│: 。•́︿•̀。
│9서클대마법사│: 우리 대공님 의뢰 뛰고 돌았죠ㅠ?
아니, 길드원은 그를 놀렸다.
대공이 눈물이 가득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을 무시하며 나는 방을 나왔다.
도하인은 갑자기 회의에 불려갔고 오빠와 함께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돌아올 테니…….
[성좌, ‘사탄보다 더 대단한 지옥의 군주’로부터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의뢰만 안 들어오면 자유인데.
시원한 탄산으로 목을 축이며 의뢰 내용을 살폈다. 선물받은 케로베로스의 새끼 좀 찾아달라고 한다.
어제는 새님께서 지랄이시더니 오늘은 개님께서 지랄이시네.
|Pr. 북부대공| : 저 이번 의뢰 못 뛰어여.
이렇게 나올 줄 알았다.
녹음을 풀어버리겠다고 협박을 하려는데 빠르게 메시지가 덧붙여 날아왔다.
|Pr. 북부대공| : 할아버지 위독하심.
“…….”
대공은 그 말을 끝으로 사라졌다. 들고 있는 캔이 손에서 우그러지는 게 느껴졌다.
“망할 대공 새끼…….”
다음에는 어떻게 변명할지 기대해 보마. 한숨을 푹 내쉬며 의뢰를 받아들이려고 했다.
[‘마왕’ 님께서 의뢰를 받으셨습니다.]
“……?”
|9서클대마법사| : ???
|9서클대마법사| : 이번에는 마왕님??
|9서클대마법사| : 길마님아 한명씩 찾아다니면서 협박 중임?
|9서클대마법사| : 법사는 길마님 올까 무섭죠
|9서클대마법사| : ( ˃⍨˂̥̥ )
|북부대공| : 마왕님이 의뢰 뛰신다고여??
|북부대공| : 실패 각인데;;
│용사│: 마왕, 돌았니?
│정령사│: 오늘 참 재미난 일이 많이 일어나는군요――^^
드래곤 슬레이어와 무림 제일고수께서는 이번엔 나타나지 않는다. 흥미를 잃었나 보지.
반면에 할아버지가 위독하다던 대공 나리께서는 마왕이 받은 의뢰를 걱정하고 있다.
하하, 대공 새끼. 너는 다음 의뢰 때 보자.
나는 우그러진 캔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는 소파에 앉았다.
|신살자(길드장)| : 마왕, 미쳤어?
|마왕| : 미치지 않았느니.
|9서클대마법사| : 마왕님ㅋㅋ길마님께 협박을 받고 있다면 당근을 흔들어 주세옄ㅋㅋ
|마왕| : 협박받고 있지 않느니.
|9서클대마법사| : ???
|용사| : 실연이라도 당했니? 가만히 있던 애가 의뢰는 갑자기 왜 받은 거래?
내가 묻고 싶던 말을 용사님께서 물어주신다. 대공이 자기한테는 왜 안 물어봤냐고 찡찡거렸지만 아무도 대답해 주지 않았다.
마왕은 한참 후에야 메시지를 보냈다.
|마왕| : 조카님께서 물려 갔느니.
“……!!”
조카라면…….
“천사 달믄 누나 가요?”
“안녕히 가세요.”
오물조물 인사를 건네던 꼬마가 생각났다. 떠오르는 아이의 말간 얼굴에 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마왕에게 개인 메시지를 보냈다.
|Pr. 신살자(길드장)| : 애기 어쩌다가 잃어버렸는데?
|Pr. 마왕| : 잃어버린 것이 아니느니. 물려간 것이니라.
아나, 이 새끼는 진짜.
답답하게 이는 속에 가슴을 한 번 두드리고는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Pr. 신살자(길드장)| : 그래, 어쩌다 물려 갔어?
|Pr. 마왕| : 마왕성의 문을 지키던 충견과 닮아 내가 먼저 걸음을 멈췄었느니라. 하지만 충견이 아니라 주인 목을 물어뜯는 맹견인 줄 그 누가 알았을꼬. 어쨌든 조카님께서 강아지가 귀엽다면서 걸음을 멈추셨고 이 몸은 조카님께서 강아지와 함께 노는 것을 기다렸으나 강아지는 곧 커다란 짐승 새끼가 되어 내 조카님의 목덜미를 물고 갔느니라. 의뢰를 받으면 짐승이 달아난 곳을 알 수 있을 것 같아 받았으며 다행히도 짐승이 도망간 곳을 알게 되었느니라.
“…….”
시야를 압박하는 길이에 눈을 한 번 끔뻑이고는 메시지를 보냈다.
|Pr. 신살자(길드장)| : 3줄 요약 좀;;
|Pr. 마왕| : 강아지가 짐승 새끼가 됐느니. 짐승 새끼가 조카님을 물고 갔느니. 짐승 새끼는 맹견이었느니. 이제 알아들었느냐?
지끈거리는 두통이 찾아왔다.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나는 고민했다. 의뢰는 마왕 새끼가 자신의 조카를 찾겠다며 받았다. 그러니 이건 내 손을 떠난 일이다.
다른 놈들처럼 마왕에게 조카님을 잘 구해내기를 바란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무시해도 된다.
하지만 그게 쉬워야지.
|Pr. 신살자(길드장)| : 의뢰 공유 좀 해줘.
|Pr. 마왕| : 나는 비밀을 공유하는 사내가 아니느니.
|Pr. 신살자(길드장)| : 비밀 말고 의뢰 새끼야!!!
마왕에게 보낸 메시지를 그대로 소리 질러 외쳤다. 마왕이랑 이야기하다가 화병 날 거 같다. 혈압이 올라 뒷목이 뻐근해진다.
[‘마왕’ 님께서 ‘신살자’ 님과 의뢰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나는 곧장 수락을 누르고는 겉옷을 챙겨 입었다.
|신살자(길드장)| : 법사님 포탈 좀.
|9서클대마법사| : ㄱㅊ
|신살자(길드장)| : 귀찮다고 하면 네가 있는 회사로 찾아간다, 새끼야? 내가 몰라서 너 안 찾아가는 줄 알지?
모르지만 가오를 한번 잡아봤다.
|신살자(길드장)| : 법사 새끼야
|신살자(길드장)| : 너 아직 퇴근 전이지?
|신살자(길드장)| : 나 진짜 찾아간다?
|신살자(길드장)| : 5
|신살자(길드장)| : 4
|신살자(길드장)| : 3
|신살자(길드장)| : 2
|9서클대마법사| : 어디로 모실까요, 길마님?
나는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좌표를 보냈다. 장소는 마왕님께서 계시는 곳이었다.
* * *
“신살자가 온다는 것 같으니라.”
“신살자? 너희 길드장?”
“그러하도다.”
귀환의 ‘마왕’, 본명 ‘우마훈’의 말에 그의 형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 사람이 오면 뭐가 달라져? 머리 셋 달린 짐승 새끼한테서 우리 아들을 상처 하나 없이 구해줄 수 있냔 말이다.”
우마훈의 형, 길드 ‘화랑(花郞)’의 주인 우마한은 검게 물든 창을 쥐어 올렸다.
“네가 말려도 나는 저거 처리하러 가야겠다.”
“처리하면 안 되느니. ‘상처 하나 없이 생포’하는 것이 의뢰의 내용이니라.”
“아, 그럼 어쩌라고!! 우리 아들이! 네 조카가!! 지금 저기서 벌벌 떨고 있잖아!!”
“귀엽다면서 강아지를 쓰다듬는 게 형님의 눈에는 안 보이는 겐가. 형님, 시력이 많이 나빠진 것 같으니.”
“야!!”
우마한은 뻐근하게 당기는 뒷목을 잡으며 욕설을 내뱉었다. 후, 하고 한숨을 내쉰 우마한이 자신의 동생에게 버럭 소리 질렀다.
“내가 너한테 애를 맡기는 게 아니었어!!”
“형수님도 같은 소리를 했느니.”
“아악, 진짜!!”
우마한은 태평스러운 우마훈의 목소리에 주먹을 꼭 쥐고서는 부들부들 떨었다.
“아, 왔느니.”
“……?”
허공에 붉은 진(陣)이 넓게 펼쳐졌다.
우마훈이 멍하니 입을 벌렸고 그의 아들과 놀고 있던 의뢰 대상, 케로베로스의 새끼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망할 법사 새끼가!!”
쨍한 외침과 함께 신살자, 도하운은 아래로 추락했다.
* * *
―크릉!
헐, 미친.
케로베로스의 ‘새끼’라며! 저게 어딜 봐서 새끼라는 거야!
머리 셋 달린 짐승이 하나같이 아가리를 벌린다. 뾰족하게 날이 선 송곳니에 나는 혀를 차고는 몸을 움직였다.
[절대 권능, ‘법칙 위의 절대자’가 활성화됩니다.]
추락하던 몸이 허공에서 멈추었고, 나는 바닥이라도 있는 것처럼 걸음을 딛고선 얼굴을 찌푸렸다.
“마왕 새끼는 어디 있어?”
“여기 있느니.”
뒤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헛숨을 들이켜 삼켰다. 고개를 돌리자 긴 검은 머리칼을 휘날리며 고고하게 서있는 마왕님이 보였다.
“우마훈!! 이 미친놈아! 내가 그렇게 날아다니지 말라고……!!”
“마훈?”
“나의 진명(眞名)이니라.”
아, 예…….
왜인지 맥이 빠졌다.
나를 향해 아가리를 벌렸던 케로베로스의 새끼는 컹컹거리며 소음 공해를 일으키는 중이다. 그 소리를 무시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애기는 어디 있어?”
“발톱 사이에 있느니.”
고개를 내리니 발톱 사이에 다소곳하게 앉아있는 꼬마가 보였다.
“천사 누나다!!”
“유빈아 움직이지 마! 앉아! 앉아있어!!”
꼬마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커다란 강아지가 발로 꼬마를 툭 쳐서 자리에 앉게 했다.
“유빈아!!”
다행히 꼬마는 다친 곳이 없는지 해맑게 웃으며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우리 조카님이 겁이 없느니.”
“…알아.”
나는 꼬마를 애타게 부르며 전전긍긍하고 있는 남자를 가리키며 물었다.
“저 사람은?”
“나의 형님이시다. 귀환자에 대해 알고 있느니.”
“뭐?!”
“들켰느니.”
“…….”
들키기는 뭘 들켜. 애초에 숨기려고도 하지 않았겠지!!
“어디 가서 입을 놀릴 분은 아니니 걱정 말거라. 그보다 나는 네 녀석의 등장에 감동했느니라.”
“감동 먹지 마.”
나는 마왕의 말에 질색하며 얼굴을 찌푸렸다. 마왕은 질색하는 내 얼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나는 이 은혜를 꼭 갚을 것이며…….”
“갚지도 말고.”
단호히 마왕의 말을 끊었다.
다른 놈들이라면 몰라도 마왕과 어울리는 일은 최대한 없어야 한다. 나의 직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나는 소음 공해를 일으키고 있는 강아지를 보며 중얼거렸다.
“저걸 생포해야 한다고…….”
“가까이 다가가려 하면 조카님을 위협하려 들어서 움직이는 것이 쉽지 않느니.”
“애기만 따로 빼내 올 수는 없어?”
“시도는 해봤다만…….”
마왕이 답지 않게 말을 흐리더니 음울하게 중얼거렸다.
“마법을 부리는 대로 저 맹견 놈이 내 힘을 모두 잡아먹고 말았느니라.”
그래서 저렇게 커진 거라면서 마왕 새끼가 뿌듯한 웃음을 보인다.
“내가 이리 강하단다, 신살자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