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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길드는 바르게 커야 합니다-4화 (4/168)

4화

하준이 돌발성 적합자 심사에서 인간성을 시험당하고 있던 때에 게이트에 휘말렸던 동생은 1년이 지난 날에 거짓말처럼 나타났다.

그날의 감격은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가 않는다.

“도하인 님이 공략하고 나오신 던전은 어떻게 할까요?”

“이중 던전은 센터에 알려야 할 사항이야. 센터에 연락을 취해서 말을 나누기로 하자.”

“네, 보스.”

하준은 할 일을 끝낸 뒤 수첩을 꺼내 들었다. 동생들의 일과를 기록하는 수첩이었다.

율은 말없이 그를 외면했다.

“아.”

“왜 그러십니까?”

글을 적어내던 하준이 화면을 두드리고는 멋쩍게 웃음을 보였다.

“우리 하운이 6학년 한대.”

“네?”

도하준은 수첩에 붉은색으로 별을 그려놓고는 글을 적었다.

하운이 6학년 결정된 날

그러고는 침울하게 중얼거렸다.

“우리 하운이 건강하게만 자라면 되는데 너무 건강하게만 자라는 거 같아…….”

율은 질린 얼굴로 하준을 쳐다봤다.

* * *

“하인 새끼야!! 오빠한테는 왜 말했어! 왜!!”

“네가 말 안 할 거 같아서.”

“말하려고 했거든!!”

“구라 치지 말지? 작년처럼 등록금 낼 때 돼서야 말하려고 했겠지.”

귀신같은 놈.

나는 도하인을 노려보다가 가운뎃손가락을 날려주고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쾅―!

“도하운!!”

“바람 때문이야!!”

빽 소리 지르고는 이불을 뒤집어썼다. 내가 유급당하고 싶어서 당하는 줄 아냐!

나도 제대로 출석하고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고! 그런데 시도 때도 없이 의뢰가 날아오는 걸 어떻게 해! 길드원 새끼들이 좀 거들어 주면 몰라! 이 새끼들은 중요할 때 답도 없지!

|마왕| : 신살자.

일 다 끝나고 처부르지!

나는 두 눈을 꾹 감으며 나타난 메시지를 무시했다.

―신살자, 메시지를 보거라.

“흐아아악!!”

귓가에 들리는 엄숙하고 근엄한 남자의 목소리에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났다.

“뭐야! 왜! 왜 그래!!”

그와 동시에 도하인이 문을 벌컥 열며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오소소 소름이 돋은 팔을 문지르며 씩씩거렸다.

“미친 마왕 새끼…….”

“마왕? 꿈꿨어?”

차라리 꿈이라면 좋겠다. 나는 부르르 몸을 떨고는 고개를 내저었다.

“몸 안 좋으면 말해.”

“안 좋아!!”

“좋은 것 같으니까 나간다.”

도하인이 목청도 좋다면서 방문을 닫고 나갔다. 나는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리고 메시지를 보냈다.

|신살자(길드장)| : ㅅㅂ마왕 새끼야!!!

|마왕| : 짐의 메시지를 무시한 건 그대이니라.

|신살자(길드장)| : 그렇다고 진언을 날리냐 ㅅㅂ!!!

|9서클대마법사| : ??

|9서클대마법사| : 앜ㅋㅋㅋㅋㅋㅋ길마님아 마왕님의 그윽한 목소리에 깨셨어옄ㅋㅋㅋㅋ?

|신살자(길드장)| : ㄷㅊ

진언(眞言)은 게임 내의 귓속말과도 같은 개념이었다. 우리 길드만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문제는 나만 사용할 수 없다는 거다.

도대체 길드장으로 할 수 있는 게 뭐냐고!!

|신살자(길드장)| : ㅅㅂ뭔데

|마왕| : 짐이 네게 감사 인사를 전할 것이 있어 친히 메시지를 보내느니라.

|신살자(길드장)| : 집어치워

|9서클대마법사| : 。•́︿•̀。

|9서클대마법사| : 우리 길마님 빡쳤죠ㅠ

|신살자(길드장)| : 넌 좀 꺼져!

|9서클대마법사| : (૭ ᐕ)૭?

|신살자(길드장)| : ㅅㅂ

법사 새끼 오늘 상태가 왜 이래? 포털 열어달라고 한 것 때문에 맛이 갔다고 치기에는 뭔가 이상하다.

|9서클대마법사| : 퇴근까지 5분 남았죠

|9서클대마법사| : (ง˙∇˙)ว

|9서클대마법사| : 너무 신나죠!!

상태가 이상할 수밖에 없겠구나. 그러고 보니 벌써 열 시다.

|마왕| : 신살자, 네가 오늘 내 조카님을 구했느니라.

|신살자(길드장)| : 조카?

|마왕| : 비록 그 조카님께서 지금 천사님을 찾고 계시지만 이는 너그럽게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니라.

“…….”

오물조물하게 입을 놀리던 꼬마가 생각났다.

마왕 새끼, 네놈 조카였냐!!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헤집고서는 메시지를 보냈다.

|신살자(길드장)| : 야이 미친놈아! 너는 조카가 있었는데 의뢰를 안 받고! 아오!!!

|마왕| : 오수에 들어있었느니라.

오수, 이 지랄. 내가 얘랑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지끈거리는 두통이 올라왔다. 그래도 이건 기회다.

|신살자(길드장)| : 그렇게 고맙거든 다음 의뢰는 네가 받아.

그런데 이상하다. 5분이 지나도 답이 없다.

|신살자(길드장)| : 마왕님?

|신살자(길드장)| : 야?

|신살자(길드장)| : ㅑ

“…….”

분노라는 것이 치밀어 올랐다.

“은혜도 모르는 마왕 새끼야!!”

|9서클대마법사| : ㅋㅋㅋㄲㅋㅋㄱㅋ마왕님 튀셨죸ㅋㄱㅋㅋ

|9서클대마법사| : 앗싸 퇴근!!

법사 새끼의 유쾌한 메시지 뒤로 푸른빛의 시스템 창이 나타났다.

[성좌, ‘가정의 수호자’로부터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망할!!

[성좌, ‘가정의 수호자’가 길드, 귀환(歸還)에게 집 나간 공작새를 잡아와 달라고 청합니다.]

아이고, 두야. 별님들은 참 할 일도 없지. 도대체 새는 왜 잃어버리고 난리야!

의뢰가 뜨기 무섭게 길드 메시지는 조용해졌다.

그래, 이 야밤에 공작새 찾으러 돌아다닐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거지?

[성좌, ‘가정의 수호자’가 애지중지하게 여기는 귀한 공작새가 신살자(神殺者)의 동네를 돌아다니는 중입니다.

신고를 받고 나온 야생 동물 센터 직원들에게 잡혀가기 전에 공작새를 무사히 성좌, ‘가정의 수호자’의 품으로 돌려보내 주세요!]

▷ 길드 보상: A급 성물 ‘아르고스의 눈알’

“…….”

아르고스, 올림푸스의 12신 중 하나인 ‘헤라’의 심복이었다는 거인.

공작새를 잡아다 주고 얻는 게 그 거인의 눈알이라니. 어디다 써먹으라고?

낮에 받은 보상은 어디 암시장에 팔아먹을 수 있다지만 눈알은…….

싫다. 그냥 의뢰 안 받고 말지.

두 눈을 질끈 감으며 의뢰를 무시하려고 했지만 이미 보고 만 메시지 창이 계속 머릿속에서 아른거린다.

무엇보다 우리 동네에서 돌아다니는 중이라잖아! 거리가 멀면 몰라도 왜 하필 우리 동네야!

나는 울고 싶은 심정으로 의뢰를 받아들였다.

【00:17:48】

▷ 실패 시: 아웃브레이커 던전 (S)급

※신살자(神殺者)의 혈족이 휘말릴 예정입니다.

‘아웃브레이커’라면 돌발 심사와 같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열리는 던전을 의미한다.

타임 제한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제한 시간 내에 던전을 공략하지 못하면 게이트가 터질 확률이 100퍼센트다.

그 와중에 등급은 가장 높다는 S급이고 나의 혈족이 휘말린단다.

“…아오, 진짜.”

짜증이 치밀어 올랐지만 이를 다스릴 시간 따윈 없었다. 지금 이러는 중에도 제한 시간이 줄어들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다행이라면.

[의뢰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칭호, ‘신살자(神殺者)’의 권능이 일부 해제됩니다.]

[칭호, ‘신살자(神殺者)’의 첫 번째 족쇄가 느슨하게 풀어집니다.]

이번 의뢰는 내 동네에서 이뤄진다는 거다. 나는 후드 집업을 챙겨 입고 방을 나섰다.

드넓은 거실에서 도하인이 바닥에 누워 TV를 보고 있었다.

“하인아.”

“안 돼. 방에 들어가서 잠이나 자.”

“나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도하인이 어기적거리며 일어나 소파에 몸을 기댔다.

“그러니까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방에 들어가서 자라고.”

“싫어. 서하가 술 마시자고 나오래.”

나는 오늘도 친구를 팔았다.

“술은 무슨 술!! 게이트도 터졌어, 돌발 심사도 터졌어. 어수선한 날에 나가서 술 마시고 싶어?”

“응.”

“야!!”

버럭 지르는 소리에 나는 두 귀를 틀어막고 쏘아붙였다.

“넌 안 피곤해? 안 자? 던전 공략하고 나왔으면서 왜 그렇게 멀쩡해?”

“안 피곤해. 안 자. 그럼 안 멀쩡했으면 좋겠냐?”

하인 새끼랑 말다툼할 시간은 없다. 나는 허공에서 깜빡이고 있는 타이머를 흘긋거렸다.

“하인아.”

“그렇게 불러도 안 돼. 들어가서 잠이나 자.”

“오빠는 오늘도 야근이지?”

“야근이니까 좋은 말로 할 때 자라고. 형한테 전화한다?”

좋아. 오빠는 늦게 들어온다는 말이지?

《‘신살자(神殺者)’의 칭호 효과를 발휘합니다.》

[효과가 절반으로 감소합니다.]

[효과가 절반으로 감소합니다.]

…[효과가 절반으로 감소합니다.]

[권능, ‘성언(聖言)’이 활성화됩니다.]

“하인아.”

“그러니까 그렇게 불러도……!”

―그대로 잠들어, 도하인.

고요히 울린 목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도하인은 소파에 얼굴을 파묻었다.

[절대 권능, ‘법칙 위의 절대자’가 활성화됩니다.]

[‘성언(聖言)’의 효과가 무한으로 발휘됩니다.]

내가 원하지 않는 한 도하인은 절대 깨어나지 않을 거다. 권능이 봉인되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마는.

어쨌든 나는 발뒤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집을 나섰다.

곧장 진리의 눈을 사용해서 주택가를 활보하고 다닐 공작새를 찾아다녔다.

별님께서 기르시던 새니 그 기운은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찾을 수 있었는데…….

“그래, 그대. 나는 그대를 말한 거야.”

“……?”

간드러지는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전봇대 뒤로 몸을 숨었다. 입을 틀어막은 손은 덤이었다.

―빼아아아악! 빼악!

“너무 그렇게 화내지는 마. 나라고 좋아서 이러는 게 아니니까.”

화려한 깃을 활짝 펼치고 있는 공작새가 보였다. 가정의 수호자가 찾아달라고 했던 ‘집 나간 공작새’가 분명해 보였다. 지고하신 별의 기운도 느껴지는 걸 보니 확실했고.

그런데.

“그러니 그대. 그대에게 다가가는 걸 허락해 주겠어?”

―그로라아악!!

“너무 그러지 말고.”

저 미친 새끼는 도대체 누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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