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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길드는 바르게 커야 합니다-1화 (1/168)

1화

Pro. 귀환(歸還)

나는 언제나 적당한 삶을 원했다. 정확히는 평범한 삶을 원했다는 게 맞을 거다.

그런 나의 삶이 변하게 된 건…….

“도하운!!”

흔히들 환생 트럭이라 불리는 것에 치였을 때다.

아, 명칭을 바꾸겠다. 환생 트럭이 아닌 이동 트럭이다. 트럭에 치였던 나는 ‘환생’한 게 아니라 다른 차원으로 이동했다.

차원이라 불리는 게 맞을까. 그건 지금도 모르겠다. 분명한 건, 그곳은 지구가 아닌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는 거다.

마법사와 기사, 용사와 마왕, 성녀와 신관 등이 존재하던 그 세상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지냈는지 모른다.

붙잡혀 있었다는 말이 맞겠지.

어쨌든 모두 옛날 일이다.

“하운아, 오늘 시내에 나간다고 했지? 데려다줄게. 어서 아침 먹어.”

“네에.”

나는 무사히 돌아왔거든.

커다란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무는데 오빠의 전화가 울렸다.

―길드장님, 식사 중에 죄송합니다. 급히 알려드릴 것이 있어 전화를 드리게 됐습니다.

“알려줄 일이라니?”

―던전 공략에 들어간…….

“율아, 잠깐만. 하운아, 미안. 먼저 먹고 있어.”

“응.”

하지만 웬걸. 이번에는 나의 세상이 엉망이었다.

힘겹게 돌아오자마자 마주한 광경은 몬스터의 커다란 아가리였다. 그 아가리를 가르며 나타난 게 조금 전에 미안하다면서 일어난 내 오빠였고.

헌터가 됐다고 했던가. 거기에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길드를 이끌고 있다고도 했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그렇게 생각을 했었다.

|북부대공| : 심심하다.

|9서클대마법사| : 공부나 하셈.

|북부대공| : 갑자기 삶이 재미있어졌어여!

그래, 그렇게 생각을 ‘했었다’는 거다.

핸드폰 너머의 상대와 대화를 나누는 중인 오빠의 눈에는 내 눈앞에 뜨고 있는 메시지가 보이지 않을 거다.

나는 밥숟갈을 뜨며 메시지를 보냈다.

|신살자(길드장)| : 의뢰나 좀 뛰어라, 길드원들아.

1. 답이 없는 상황

“도하인한테 무슨 일 생겼어?”

“응?”

“던전 공략이니 뭐니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내가 물어볼 줄은 몰랐는지 오빠가 어색하게 웃음을 보인다.

“아무 일도 안 생겼어. 하운이는 걱정하지 마.”

그렇게 말한다면야.

나는 마지막 한 숟갈을 입에 넣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오빠와 함께 집에서 나서려는 찰나였다.

바지 주머니에 넣어놓은 휴대폰이 시끄럽게 울리기 시작했다.

[중앙 재난 안전 대책 본부]

금일 09시 37분경, 한강 대교 인근을 주변으로 게이트 발생.

인근 주민들은 즉시 대피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빠가 한숨을 내쉰다. 나는 노트북을 챙겨 들며 말했다.

“나 안 데려다줘도 돼. 가봐.”

“괜찮아, 하운아. 소집 명령 안 떨어진 거 보면 규모가 그리 큰 것 같지 않으니까…….”

하지만 오빠가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문자가 연달아 날아오기 시작했다.

[중앙 재난 안전 대책 본부]

게이트 규모 5급.

재난 특별법에 의거해 인근 각성자는 즉시 소집에 응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중앙 재난 안전 대책 본부]

게이트 규모 2급으로 정정합니다.

재난 특별법에 의거해 인근 각성자는 즉시 소집에 응해주시기를 바랍니다.

2급이라니, 이번에 열린 게이트는 규모가 좀 큰데?

마지막 메시지를 끝으로 오빠의 휴대폰이 시끄럽게 울리기 시작했다. 보나 마나 오빠를 찾는 전화일 거다. 게이트 규모가 2급이니 그만큼 강한 헌터가 필요하겠지.

“가봐. 조심해서 다녀와.”

“…미안해, 하운아.”

“미안해할 필요는 없고.”

오빠는 내 말에도 연신 미안하다며 사과하고는 먼저 집을 나섰다. 오빠가 떠난 뒤 나는 느긋하게 신을 구겨 신고는 문을 열었다.

우리 집에서 한강 대교까지는 거리가 꽤 먼데도 곳곳에서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이번에 열린 게이트의 규모가 크기는 하지.

게이트(Gate).

어느 순간 갑자기 주위를 집어삼키며 모습을 드러내는 그것은 수능 성적표처럼 1등급에서 9등급까지 규모가 매겨졌다.

수능 성적표와 다른 점이라면 등급이 높을수록 현실이 매우 암담해진다는 점이다.

그래, 마치.

20■■ | 2학기 | 1.78

나의 학점처럼 말이다.

나는 카페 테이블에 머리를 콩 하고 박으며 좌절했다.

그래도 이번 게이트는 빨리 닫힌 모양이다. 시끄럽게 울리던 휴대폰이 거짓말처럼 잠잠해진 걸 보니 말이다.

|9서클대마법사| : 출근길에 게이트 터진 거 실화?

빨리 닫힐 수밖에 없었구나.

|북부대공| : 님아 출근을 왜 이렇게 늦게 해여?

|9서클대마법사| : 10시까지 출근이라서.

|북부대공| : 헐! 그 회사 ㅇㄷ에여? 저도 데려가 줘여!!

|9서클대마법사| : ㅇㅋ

|9서클대마법사| : 근데 퇴근도 10시임.

|북부대공| : 취소할게욤.

뜸하게 올라오는 메시지가 이럴 때는 참 활발하구나 싶었다. 나는 길드 창을 끄고는 노트북도 덮었다.

눈에 보였던 F의 향연이 싸늘하게 가슴에 비수가 되어 내리꽂힌 것만 같다.

‘괜찮아, 하운아. 오빠는 하운이가 6학년을 해도 상관없어. 초등학교 한 번 더 다니는 거잖아?’

전혀 괜찮지 않게 말하던 오빠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망했다.

망해도 단단히 망했다. 나는 튀어나오려는 한숨을 애써 집어삼켰다.

“세상…….”

이것도 점수냐고 비웃을 목소리가 들린다. 슬프게도 ‘1.78’이라는 가슴 아픈 점수가 내 점수고 내 학점이다.

누가 어떻게 저런 점수가 나올 수 있느냐고 했는데, 놀랍게도 시험 한 번만 빠져도 ‘F’는 쉽게 받을 수 있는 게 대학 점수다. 해봐서 안다. 어쨌든…….

하, 이번에도 유급이다.

[하인]: 학점 나왔지?

타이밍 좋게 폰이 울렸다.

[하인]: 보내봐.

검은 화면에 뜬 메시지에 나는 얼굴을 찌푸렸다.

보내기는 뭘 보내. 그보다 이 자식은 어떻게 연락하는 거지?

나는 재빨리 화면을 껐다.

하지만 화면은 내 속도 모르고 계속해서 번쩍였다.

[하인]: 야.

[하인]: 읽씹하지 말고.

[하인]: 야!!

우―웅

“아, 진짜.”

망할 하인 놈이 결국 전화를 걸었다.

무시할까 하다가 그랬다가는 내 신상이 매우 이롭지 못할 것 같아 전화를 받기로 했다.

“세상 많이 좋아졌네? 던전에서도 LTE가 터져? 어떻게 던전 공략 들어간 애가 톡을 보내지?”

―요새는 5G란다, 누이야. 그리고 던전 공략 진작 끝냈거든. 결과나 말해. 이번에는 졸업해?

빨리도 공략하고 나오네. 오빠 말대로 아무 일도 아니었나 보다. 나는 불퉁하게 말했다.

“게이트 터진 거 몰라? 오빠한테 연락 안 해봐? 걱정도 안 돼?”

―형이 다칠 리가 없고 게이트 닫힌 거 확인한 지 오래거든. 빨리 결과나 말해. 이번에는 졸업해?

재촉하는 목소리에 나는 간단히 대답했다.

“아니, 이번에도 유급.”

―너, 이……!!

바락바락 소리 지르는 목소리에 냉큼 귀에서 폰을 떨어뜨렸다.

어찌나 크게 소리를 내고 있는지 스피커 모드로 변경도 안 했는데 목소리가 다 들린다.

―도하운! 야!! 이번에도 유급하면 어떡해!! 형 보기 부끄럽지도 않냐!!

“응, 안 부끄러워. 오빠는 언제나 나를 자랑스러워하거든.”

―형이 뭘 자랑스러워해!!

“오빠가 저번에 내 동생은 초등학교를 두 번이나 다닐 수도 있겠다며 칭찬했었어.”

―그게 칭찬으로 들리던?

당연히 칭찬으로 안 들리지.

가슴이 지끈거리며 아파왔다. 나라고 좋아서 등록금을 축내고 있는 게 아니다.

사실 축내고 있는 것도 아니다.

[성좌, ‘별이 빛나는 밤에’로부터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시야 앞에 푸른 창이 나타났다.

익숙한 메시지에 나는 폰을 두드렸다.

“바빠, 끊어.”

―네가 뭐가 바―!!

쁘단다, 동생아.

나는 폰의 전원을 그대로 꺼버렸다. 쌍둥이 남동생 새끼는 처치했다. 그다음에는 눈앞에 뜬 메시지를 해치울 차례다.

[성좌, ‘별이 빛나는 밤에’가 길드, 귀환(歸還)에게 도둑맞은 A급 성물 ‘별이 빛나는 밤’을 찾아주기를 요청합니다.]

성좌(聖座), 본 이름을 숨기고 거짓으로 이름을 꾸며 하늘 위에서 제 모습을 감추고 있는 존재들이다.

하늘 아래로는 제 모습을 완전히 드러낼 수 없으며, 오직 자신의 힘이 담긴 성물을 보냄으로써 그 존재를 드러낼 수만 있다.

그런 분께서, 이렇게 누추한 곳에는 왜 오셨담?

사실 왜 왔는지 안다. 하지만 게이트가 닫히기 무섭게 찾아오다니, 이왕이면 게이트 열렸을 때 찾아와 주지.

그랬다면…….

불평불만을 가득 안고 구시렁댔지만, 어차피 지나간 일. 나는 잠자코 내용을 읽었다.

[A급 성물 ‘별이 빛나는 밤’의 힘이 깃들어 있는 모조품이 전시 중인 전시회장에서 <돌발성 적합자 심사>가 열릴 예정입니다.

그곳에서 도둑맞은 A급 성물 ‘별이 빛나는 밤’을 찾아주세요.]

▷ 길드 보상: A급 성물 ‘눈썹 없는 여인의 초상화’

…보상이 왜 이래? 이거 내가 생각하는 그거 아니겠지. 이게 도대체 왜 댁의 손에 있는 거야.

어쨌든 귀한 분의 의뢰를 받아들였다. 정확히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나타난 메시지에 ‘거절’이란 단어는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더욱이 의뢰를 받아들이지 않는 한 이 메시지는 눈앞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의뢰를 수락하기 무섭게 타이머가 나타났다. 의뢰 실패 시에 일어날 무시무시한 일도 함께 말이다.

【00:57:34】

▷ 실패 시: <돌발성 적합자 심사>의 모든 응시생들이 목숨을 잃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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