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의 비행을 만끽하던 흰머리오목눈이 포르모는,
왕국의 경계를 넘어 천적들의 지역에 떨어지고야 만다.
기절한 포르모를 구해 준 것은 재규어 수인인 세르딘이었다.
“피피, 다친 날개가 다 나으려면 오십 년…… 아니, 백 년이었던가.
아무튼 오래 걸리겠지만, 나랑 있으면 재밌을 거야. 안전할 거고.”
말도 안 되는 말을 뻔뻔하게 늘어놓고,
제 멋진 이름을 두고 제멋대로 피피라고 부르며 저를 놀리다가도,
눈물만 고였다 하면 저를 어르고 달래는 몹쓸 인간.
포르모는 저도 모르는 사이,
적과의 불편한 동침, 아니, 안락하고 호화로운 감금 생활에 익숙해지고야 마는데…….
[본문 중에서]
“……피피, 너를 애피타이저라고 생각하는 건 이제 그만둘게.”
애피타이저가 뭔 뜻인지 모르는 포르모는 ‘뭐가 됐든 그만둔다니 좋은 거겠지’라고 생각하며 그의 말을 심드렁히 넘겼다. 애초에 저 인간이 하는 말 중에는 제대로 된 게 단 한 개도 없었으니 말이다.
“너처럼 귀엽고…….”
나긋나긋 말을 잇던 세르딘은 포르모의 꽁지깃이 불쾌하다는 듯 파르르 떨리는 것을 발견하고는 자연스럽게 덧붙였다.
“늠름하며…….”
그 단어를 들은 포르모의 꽁지깃이 비쭉 서나 싶더니, 이내 포르모의 몸이 정확히 반 바퀴 굴러 세르딘을 향했다. 세르딘은 포르모의 검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다정하게 말을 이었다.
“멋있는 새는 없을 거야. 이 세상에 그런 완벽한 새가 두 마리씩이나 존재할 리 없을 테니까. 피피처럼 용맹하고 듬직한 새는 딱 한 마리뿐인 거지. 안 그래, 피피?”
“삣!”
그의 사탕발림이 제법 마음에 든 포르모가 조금 의기양양한 낯을 했다. 숨길 수 없는 뿌듯함이 포르모의 부리를 꿈틀거리게 만들었다.
“그러니까 평생 아껴 줘야겠지.”
“……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