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펭귄인데 흑막이 집착한다

둥글둥글한 하트 문양의 얼굴, 오동통한 몸통과 날지 못하는 날개. 아직 각성을 하지 못 한 그녀는 자그마치 ‘구원’이라는 소명을 안고 태어난 펭귄 신수, 코니하트였다. [여긴 어딜까?] 코니하트는 자신의 삶을 개척하기 위해 짜리몽땅한 몸으로 직접 여행을 떠났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하필이면 진화 마물이 들끓는다는 무시무시한 버룬 산. 그곳에서 코니하트는 무수히 많은 마물들을 마주치게 되는데……. “킬킬킬! 탈모 걱정 없는 이 빡빡하고 풍성한 머리털! 아아, 내 멋진 얼굴아아.” 펭귄을 자신의 머리라고 여기는, 얼굴 없는 죽음의 전사 듀라한과 “이이익! 아아악! 대장님, 저 또 뼈가 부러졌어요오!” 앙상하고 비실비실한 스켈레톤 군단과 “오우거 인간 먹으면 살찐다. 살찌면 듀라한님한테 혼난다. 근데 먹고 싶다.” 늘 먹을 것만 밝히는 오우거들. “포항항항! 예티 날아간다! 다들 비켜, 꺄하항항!” 작고 조그마한 털뭉치처럼 생긴 예티하며 “후에엥! 카르멜레온이 또 내 눈코입 가져가써! 내 눈 내나! 내 코 내나!” 늘 눈코입을 잃어버리고 우는 스노우맨 등등. 인간이 함부로 발걸음하지 않는 마물들의 천국 버룬 산은 오늘도 조금 이상하고 많이 평화로웠다. [큰일이야. 어서 탈출해야 하는데.] 졸지에 듀라한의 머리 신세가 된 코니하트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머리야.” 그런데 버룬 산에 발이 묶인 것은 아기 펭귄 코니하트만이 아니었다. 그곳에는 심각하게 귀여운 일곱 살짜리 꼬마도 있었다. 능청스럽게 혀 짧은 소리를 내며 정체를 숨기고 있는 의문의 소년, 디오페가. “머리는 나랑 가치 지내꺼지? 머리는 나 버리면 안 대, 아라찌? 내가 머리 호이기사니까.” 그러나 코니하트는 안다. 연기력 만렙인 이 꼬마 인간이, 세상을 무너뜨리려는 아주 위험하고 담대한 계획을 지닌 열여덟 살의 흑막이라는 사실을. * “디오페. 괜찮아?” 망토를 걷어 얼굴을 확인하려는데 안에서 무언가가 그녀를 강한 악력으로 끌어안았다. 그제야 코니하트는 이상함을 깨달았다. 빛이 들지 않는 암벽 밑으로 허리를 두른 팔이 너무 묵직했다. 망토가 느릿느릿 움직였다. 고민하는 듯, 혹은 시간을 끄는 듯 보이기도 했다. 그러다 스르륵. 하얗고 단단한 팔뚝이 부드러운 천을 걷었다. 그리고 너른 어깨와 잘 짜인 흉통이 드러났다. “……디오페?” 그것은 아이의 몸이 아니었다. 커다란 어깨를 꿈틀거리며 상체를 일으킨 것은, 보기 좋게 굴곡진 근육을 지닌 그것은……. “디오페?” 미남자였다. 길게 뻗은 가지런한 눈썹, 반듯하면서도 오만하게 솟은 콧대. 굳게 다물어진 선이 또렷한 입술과 바닥을 알 수 없는 심해처럼 시린 눈동자. 그 아래로 창백해 보이는 매끈한 피부까지. 코니하트에게는 그의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졌다. “……안녕.” 담백한 목소리마저도. “반가워, 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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