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프티아의 왕자

그토록 운명을 증오하면서도 어쩌면 믿고 있었던 건지도 몰라.
우린 서로에게 구원일 거라고, 네게 나는 전부일 것이라고.
그것이 오만이었다는 걸 깨닫는 데에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놓쳐 버린, 놓아 버린. 그래서 결국엔 망가트려 버린 순간 깨달았어.
나를 떠난 네가, 너를 놓친 내가 이미 운명 속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말이야.
물론 이런 후회 따위, 이제 아무 쓸모없겠지만…….
“이런 내가 감히 너를 사랑해서 미안해.”
운명을 뒤집을 수 있는 건 오로지 인간뿐이라 믿던 한 남자와,
평생을 운명 아래 휩쓸려 살아온 두 사람.
“……사랑해. 네가 없는 삶은 의미가 없을 만큼.”
여자는 눈을 감았다.
감은 두 눈 사이로 그토록 참아 오던 눈물이 결국 흘러내린다.
얼굴이 모두 젖을 때까지. 우는 모습 같은 건 두 번 다시 보여 주고 싶지 않았는데.
젖은 입술을 열었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떨리는 목소리로 내뱉었다.
“……사랑해요.”
이번 생이 아니면, 다음 생에서라도.
그들의 앞에 모든 것이 결정지을 전쟁이 시작되었다.
이윽고, 트로이의 종막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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