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폭군의 유모가 되었다

대륙 전역을 피로 물들이며 기어이 대륙을 통일하고 전역에 제국의 깃발을 꽂는 폭군의 유모에 빙의했다. 소설에는 나오지도 않는 폭군의 유년기에. 무서운 황제와 그보다 더 무서운 황후 때문에 늘 짓눌려서 실수를 반복하고, 밤에는 이불에 지도를 그리는 어린 황자의 유모가 된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어엿한(?) 폭군이 되겠지만 지금의 그는 오줌 싼 바지를 안 벗겠다고 버티는 아이에 불과했다. “폐하. 그러다가 엉덩이 다 짓무른다고요! 빨리 벗으세요!” “시도! 나 오줌 안 쌰쪄! 나 오줌 쌰는 애 아니야! 황우 패아가 그건 바보나 하는 짓이래쪄!” “네. 주스를 엎지른 거죠? 알아요. 그러니까 빨리 주세요.” “이거… 졍말 쥬뚜야. 유베린. 졍말 쥬뚜야.” “알았어요. 알았으니까 이제 벗으세요. 아휴. 주스를 정말 많이도 싸셨네요.” “아니라니깐? 내가 쌴 거?” 조그만 얼굴에 보석처럼 박힌 커다란 눈에 금세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계속 그렇게 놀려 먹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황제의 명령으로 일찍부터 전장에 나가 제국의 국경을 지키던 황자가 어느 날 돌아왔다. 전쟁 중에 입은 부상을 치료하러. 나는 그와의 인연이 다했다고 생각하며 안심하고 이미 다른 곳에 발령 받아 찌그러져서 있는 듯 없는 듯 잘살고 있었는데 하필 그가 나를 기억해냈다. “내가 다쳐서 유모의 도움이 필요해.” “전하. 다친 건 귀라면서요. 화살이 귀를 스쳤다면서요. 이런 거 다 혼자 할 수 있잖아요.” 황자 새끼가 다 큰 채 돌아와서 사기를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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