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담이, 내 아이니?” “아니.” 선우의 눈이 가늘어졌다. “정말 아니야?” “아니야.” 승아는 단단했고 냉정했으며 차가웠다. 바싹 마른 입술을 축인 선우가 으르렁거렸다. “그 말. 책임질 수 있어?” “책임 안 지면 어쩔 건데. 반선우 씨. 정신 똑바로 차려. 소담이가 왜 선배 아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아무런 상관 없는 아이야. 그리고 선배의 이런 관심과 집착. 사절이야.” 승아가 몸을 돌리자 저도 모르게 선우가 외쳤다. “그날! 이상할 정도로 맞아떨어지잖아. 내가 바보인 줄 알아?” 뒤로 돌아보지 않은 승아가 걸으며 오른손을 올렸다. 가운뎃손가락을 치켜든 그녀의 대답은 확고했다. 승아가 사라지자 선우가 이를 사리물었다. 잡아뗄 줄은 짐작했지만, 막상 그러자 눈이 돌 것만 같다. “오승아. 너 사람 잘못 봤어. 내가 포기할 것 같아?” 그의 눈에서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