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물/동갑내기 공수/몸>마음/파트너>연인] [게이수, 직설수, 입험하수, 건드리면물어버리겠수, 신념있수, 성격진짜이상하공, 까탈부리공, 속좁공, 내사람만챙기공, 성격 비슷한 듯 다른 공수] 동아리 모임에 참여한 대학생 신규호(25)는 그곳에서 한 신입 부원을 발견한다. 게이인 규호의 취향에 딱 들어맞게 생긴 그 신입 부원의 이름은 서윤건(25). 규호는 꼰대질에 여념없는 선배들에게 당당하게 맞서는 부원에게 미약한 호감을 느끼지만, 동성애자일 것 같지 않은 상대에게 그 이상의 어떤 마음을 품지는 않는다. 그저 인간적인 호감으로, 또 윤건을 괴롭히는 친구를 가진 죄로 나름대로 사심 없이 잘 해주려 했을 뿐. 그러나 늘 사람 좋게 웃던 윤건은 어느 날 저녁, 갑작스레 규호에게 ‘수작 좀 작작 부리라’며 일침을 놓는데… 이 놈… 뭔가 생각했던 성격이 아니다? [발췌] “…아무튼. 난 너한테 관심 없었다. 너가 시발, 혼자 오해한 거라고. 난 수작 부린 적 없어.” 그렇게 말하며 그가 시선을 회피한다. 흐응……. 윤건은 신규호의 얼굴을 천천히 살폈다. 호기롭게 달려들던 때와 다르게, 신규호는 제 입술을 살짝 깨물며 핥고 있었다. 이쪽도 별로 쳐다보지를 않는다. 딱 봐도 뭔가 켕기는 게 있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그렇구나.” 대충 감이 잡힌다. 신규호는 읽기 어려운 인간은 아니었다. “그럼 넌 남자는 좋아하지 않는단 거지?” “…….” “내가 오해한 거고.” “…그래.” “아아……. 정말 미안. 난 또. 규호 네가 날 워낙 뜨겁게 쳐다보고, 동아리 사람들은 네가 여자친구 있는 거 못 봤다고 하고. 그래서 나 혼자 좀 생각이 앞서 나갔나 봐. 괜히 나 때문에 우리 둘 다 며칠을 고생했네.” 말을 하며 손을 내밀자, 상대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한다. 이걸 주워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윤건은 웃으며 손을 한번 흔들었다. 이내 신규호가 손을 맞잡는다. 마지못해 잡는다는 듯이. ‘…손이 생각보다 작네.’ 윤건은 무심코 생각했다. 꽉 쥐었다 놓자 신규호의 얼굴이 구겨지는 게 보였다. 어쩐지 유쾌했다. “동아리 애들한테는 내가 다시 잘 말할게. 오해였다고. 안 그래도 애들이 네 사과문 보고 나서 증거 찾으려고 하니까 없다더라고.” 그래서 아주 교활한 놈이라고 소문이 났지만……. 뭐 그런 것쯤이야 금방 진정시킬 수 있다. 여론 움직이기가 좀 쉬운가. “아무튼… 정말 미안하다, 규호야. 내가 너무 예민했나 봐. 나 그런 데 좀 민감해서. 앞으론 이런 일 없게 할게.” 어쨌거나 일은 여기서 매듭짓는 게 나아 보였다. 지금은 얌전해 보이지만, 신규호는 한번 버튼이 눌리면 또라이로 변한다는 걸 이번 경험으로 배우지 않았던가. 그런 귀찮은 일에는 두 번 다시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 윤건은 빙그레 웃었다. “…야.” 신규호가 테이블 다리를 툭 찬 건 그때였다. “내숭 떨지 말고 그냥 할 말이나 해라.” 성격 참……. 윤건은 헛웃음을 삼켰다. “할 말이나 하라니. 사과도 다 하고 싶어서 하는 건데.” 사근사근 말하자 신규호가 작게 ‘지랄……’ 한다. 뭐 어떻게 풀어보려고 해도 참 협조가 야박했다. 다른 사람이 상대라면 더 구슬려봤겠지만, 신규호 같은 인간에게 그러기도 귀찮았다. “이렇게 좆같이 미안하니까…… 이제 우리가 더는 서로 엮이지 않는 게 좋겠지, 규호야?” 신규호가 했듯 책상다리를 툭 차며 등을 기대자, 상대가 픽 웃는다. 그가 껄렁한 자세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고는 한 손으로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이렇게 내뱉었다. “존나 바라던 바다, 개새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