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는 사랑을 기대하지 말라고 했으나 황후는 그를 사랑했다. 그를 지키기 위해 반역을 계획한 아비를 밀고할 만큼. 황제는 황후를 지키겠다고 했지만, 반역자의 딸이자 아이조차 낳지 못하는 황후는 결국 스스로 폐위를 청했다. “사랑했습니다, 폐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랑을 말하고, 황후는 황제의 곁을 떠났다. 그와의 마지막 밤이 자신에게 무엇을 남겼는지도 모른 채로. * * * “기어이 내게서 도망치셨으면 잘 사셔야지, 이런 꼴로.” 레온하르트는 그녀가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테네르는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멍청하게 그를 올려다보았다. “왜…….” 더듬더듬 흘러나온 목소리는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차가운 시선이 자신과 아이를 훑었다. 테네르는 그 시선을 오래 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피가 뚝뚝 흐르는 검 끝이 눈에 들어오자, 아이를 안은 팔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황후의 자리가 너무 오래 비었지요.” 커다란 손이 테네르의 뺨을 감쌌다. 뜨거운 온기가 닿는 자리에 쿵쿵 맥박이 뛰는 것만 같았다. “내게 황후는 그대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