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궁에 들어와 내 사람이 된 순간부터 황녀의 것은 아무것도 없어.”
아스카르는 좋은 사내도, 좋은 아비도 아니었다.
자제할 줄 모르고 충동적인.
그녀의 모든 것을 제 손 안에 욱여넣는. 그것이 그녀를 망가트린다는 것도 모른 채 폭력적인 애정만을 속삭이는.
수명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여인을 붙잡고 있느라 주변이 망가지는 것도 모르는 한심한 황제.
천하를 제 발아래 두고 있으면서도, 곁에 선 친우 하나 없는 외로운 황제.
끝이 파멸일 수밖에 없는 사랑을 하는 사내.
그 사실을 알고 있어서일까.
폭력으로 점철된 관계 후 남은 건 고통뿐이었음에도 아슈리아는 딱히 그가 밉지 않았다.
제게 남은 시간에 대해 끝까지 침묵하는 것.
이건 아슈리아가 그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저항이자 소박한 복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