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받으려고, 이러는 거 아니야. 네가 믿지 못할 거 알아. 하지만 나는 그저.” 수년 전, 한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죄책감에 무력해진 삶을 겨우 이어가고 있던 여은형. 비 오는 밤 폐병원을 찾았던 그는 악몽이 재현된 것만 같은 이를 만나고 정신을 잃고 마는데……. “처음부터 이랬어야 했어, 머저리처럼 지켜만 볼 게 아니라. 처음부터…….” 몇 년을 찾아 헤맨 끝에 복수할 상대를 손에 넣은 남자, 강승찬. 간절히 원하던 것을 쥔 그는 복수를 행하던 중 애써 가라앉혔던 감정을 다시 되살리고 만다. 복수의 끝, 끝이 다가오면 과연 그는 편해질 수 있을까? 강승찬, 너 또한 내 외면을 마주하며 이런 공포와 절망을 느꼈을까. 묻고 싶었지만 죄책감에 틀어막힌 혀는 굳어 움직일 줄을 몰랐다. 나는 그저 매달리며 흐느끼는 일밖에는 할 수 없었다. 한동안 입을 다문 채 나를 내려다보던 강승찬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알았으니까… 다시는 바보 같은 짓 하지 말아요.” 맥없는 음성이 귓가에 닿았다. 동시에 남자의 몸이 내게 가까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