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트리거 세이프티

에스퍼 1팀 팀장 윤태화는 러시아 최대 길드 카사뜨까의 행동대장, 한수련이 한국에 입국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센터는 그가 쫓는 먹잇감의 배후에 테러 조직의 주요 인사가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들을 소탕하기 위해 협력 요청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며칠이면 끝나리라는 예상과 달리 사건은 점차 미궁으로 빠진다. “팀장님보다 여섯 살이나 어리니까 예쁘게 봐주세요.” 복잡하게 돌아가는 상황에도 한수련은 목적과 상관없는 모호한 태도를 취하기만 하고. “예쁜 짓 해야 예뻐해 준다니까.” 윤태화는 가이드도 아닌 제게 관심을 보이는 남자가 성가시기만 하다. 그는 한수련의 의도를 알 수 없는 개수작에도 심드렁하게 반응하기만 하는데……. 《트리거 세이프티》 [본문 중] “지금도 얌전히 있어요. 팀장님 칭찬 기다리는 개처럼.” 개라는 단어에 윤태화는 눈썹을 찌푸렸다. 한수련을 개 취급한 적도 없거니와 그가 갑자기 스스로를 개라고 표현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우리 수련이는 내가 개 취급하는 게 어떤 건지 아직 잘 모르나 봐.” 나지막한 목소리가 고요한 복도를 울렸다. 말끔하게 기척을 감춘 덕분에 조금도 튀어 오르지 않는 발소리와는 퍽 대조적이었다. 그 사이로 간신히 숨만 붙은 남자가 질질 끌려가는 소리가 섞여들었다. “알려주실 거예요?” “궁금해?”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한테만 하는 개 취급이면 궁금한데…….” 순간 윤태화는 한수련이 일부러 침대 사정을 연상시키는 말을 하는 건지 아니면 저 혼자 그렇게 알아듣는 건지 고민해야만 했다. “예를 들면 침대에서?” 쓸데없는 고민은 고민을 안겨준 당사자가 손쉽게 해결해 주었다. 윤태화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 대신 가늘게 웃었다. “아, 침대에서 개처럼 굴려지고 싶다고?” 검은색 가죽 장갑이 하얀 얼굴 위로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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